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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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심지경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분노로 끓어오르던 피가 이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듯했다.멍해진 성수연은 전례 없는 공포가 심장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겪어봤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성수연에게는 뱃속에 지켜야 할 아이가 있었다.그래서 피가 묻었지만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린 손으로 무의식중에 아랫배를 감쌌다.그런데 이 미세한 동작을 알아챈 심화영은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성수연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며 심지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심지경은 시종일관 그녀를 보지 않았다.“어이, 그냥 일개 경호원인데 선택하기 그렇게 어려워?”고승민은 눈을 동그랗게 부릅떴다. 바늘 끝은 이미 심화영의 살갗에 박혔다. 심화영은 아파서 계속 비명을 지르며 공포감에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다.“이 한 방이면 심 대표가 그렇게 아끼는 동생이 평생 이 물건을 떠날 수 없게 될 거야.”“안 돼... 안 돼...”심지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당황한 심화영은 더 처참하게 울었다.“오빠! 살려줘... 나 너무 무서워!”“그래, 알았어.”잠시 고민하던 심지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을 내렸다.“내 여동생 돌려줘!”성수연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얼굴은 백지장이 된 채 자리에 멈춰 섰다.폐 속으로 들이쉬는 공기마저 오장육부를 찢는 듯 아팠다.이 순간 영혼마저 텅 빈 듯 몸과 영혼이 전부 흩어진 것 같았다.물론 심지경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그녀는 결국 이 남자의 경호원일 뿐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분수를 모르고 작은 환상을 품고 있었다.심지경이 둘 다 데려가겠다고 말했다면... 적어도 단호하게 그녀를 버리고 심화영을 선택한 것보다는 나았을 텐데 말이다.“심, 심 대표님! 그게...”옆에 있는 경호원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을 더듬더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성수연을 바라보았다.경호원 또한 심지경과 성수연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경호팀에서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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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룸 문이 닫히는 순간 성수연은 자신이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던져진 것 같았다. 끝이 안 보이는 깊은 곳에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고승민이 큰 손으로 성수연의 몸을 주무르며 주사기로 성수연의 창백한 볼을 스쳤다.“봐, 너희 심 대표가 얼마나 박정한지. 너를 가차 없이 버리네. 그가 남자답게 싸움 잘하는 것 외에 전혀 남자 같지 않잖아?”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있는 성수연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차라리 내 곁에 있는 게 어때? 심지경을 따르면 평생 경호원으로만 있어야 할 거야. 하지만 내 곁에 있으면 너를 이스테이트 조직의 황후로 만들어 줄게... 악!”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성수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녀의 아랫배를 만지려던 고승민의 손목을 부러뜨렸다.“네 이 더러운 손, 내 아이에게서 떼!”팔을 든 고승민은 축 처진 자신의 손을 보고 놀라 기절할 뻔했다.“도련님!”이스테이트의 부하직원들이 음침한 검은 안개처럼 한꺼번에 달려들어 성수연을 에워쌌다....컬러 나이트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많이 다친 사람은 있어도 사망자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태는 통제 불가능해졌을 것이다. 만약 심현 그룹 대표이사 심지경이 신문 헤드라인에 오르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매사에 엄격한 심태수가 아들을 이사회에서 쫓아내 절대 찾을 수 없는 해외로 보낼 것이다.“오빠, 내 목... 너무 아파...”고급 세단이 심씨 가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전해진 차 안에 있는 심화영은 심지경의 품에 안긴 채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피 냄새가 묻은 심지경의 옷깃을 적셨다.“나 정말... 죽을 줄 알았어... 오빠를 다시 못 볼까 봐 너무 무서웠어...”“바보야, 너 이제 안전해. 앞으로 다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마.”심지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동생을 위로했지만 마음은 딴 데 있었다.심화영의 머리끝을 쓰다듬는 손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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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대표님, 앞에 신호등이 빨간불로...”“무시해!”“알겠습니다.”경호원 또한 심지경의 말을 거역할 배짱이 없었다. 가는 길 내내, 신호등을 무시하고 과속하며 달렸다. 다행히 자정이라 경찰들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쫓아왔을 것이다.김호진은 백미러를 통해 심지경이 가까스로 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심화영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성수연을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저도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목숨 걸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성수연 씨의 상태가 걱정된다면 오늘 밤 왜 성수연 씨를 데려가신 겁니까? 데려가지 않으셨다면 위험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요.”심지경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진 듯 쉬어 있었다.“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지난 수년 동안, 성수연을 곁에 두는 것, 성수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곁에 성수연이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성수연은 몸놀림이 좋잖아. 심현 그룹 전체를 통틀어 봐도 몸놀림이 성수연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어.”성수연의 능력에 대한 인정이자 이것은 칭찬이었다.그런데 듣고 있자니 왠지 성수연이 불쌍하게 느껴졌다.김호진이 한숨을 쉬었다.“몸놀림이 아무리 좋아도 여자인데...”“그 방에 있는 사람들 합쳐도 성수연의 상대가 안 될 거야.”심지경은 붉게 충혈된 눈을 감으며 힘껏 숨을 몰아쉬었다. 김호진에게 대답하는 듯했지만 그것보다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톤이 더 강했다.“아무 일도 없을 거야, 분명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야...”고급 세단이 최고 속도로 내달려 컬러 나이트로 돌아왔다.미친 듯이 달려 룸 앞으로 온 심지경은 이스테이트 조직의 타격수들이 사방에 혼잡하게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벽과 바닥 곳곳에 핏자국이 가득해, 처참하고 공포스러웠다.고승민은 사라졌고 성수연 역시 종적을 감췄다.등골이 서늘해진 심지경은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달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스테이트 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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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새벽 네 시, 강시원은 갑자기 악몽에 놀라 깼다.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마치 바다에 빠졌다 기어 올라온 것처럼 잠옷까지 땀에 흠뻑 젖었다.눈을 감고 이마를 짚으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그해, 강부안이 죽은 후 강시원은 1년 동안 악몽을 꿨다. 나중에 서정혁과 결혼하고 서도훈이 중병에 걸렸으며 시어머니가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했던 그 시절, 강시원은 우울증이 더 심해져 자주 악몽을 꿨다. 김설연이 강시원의 아들을 빼앗아 임지민에게 맡겨 기르게 하고 임지민이 그녀의 아들을 안고 그녀를 업신여기듯 웃는 꿈, 강시원이 울며 달려가 자기 아들을 되찾으려 했지만 서정혁이 뒤에서 강시원을 잡고 놓지 않는 꿈, 아들이 임지민에게 안겨 끌려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봐야 했던 꿈...예전에는 강부안과 서도훈이 강시원의 꿈에 단골처럼 나왔다.그런데 이번에 꿈에 나온 것은 그 두 사람이 아니라 성수연이었다.성수연이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피를 흘리며 그녀 앞에 걸어와 울면서 그녀에게 말하는 꿈이었다.“시원아, 나 너무 힘들어... 심지경 곁에서 떠나고 싶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어...”강시원이 달려가 성수연을 끌어안으려는 찰나, 성수연은 그녀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수연아... 괜찮은 거지? 수연아...”친구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한 것인지 순간 마음이 불안해진 강시원은 급히 침대 머리맡의 등을 켰다. 얼른 휴대폰을 집어 들고 성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음성 안내뿐이었다.마음이 불안해진 강시원은 성수연이 심지경과 동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심지경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제야 심지경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어떡하지? 서정혁에게 연락해야 하나?’강시원이 망설이는 찰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번호 한 줄이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강시원은 즉시 받았다.“나야, 심지경.”전화기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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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119에 신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차는 곧장 경시 제원 종합병원으로 향했다.구급차 안에서 의료진은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성수연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각종 기기를 온몸에 연결한 뒤 호흡기까지 착용하게 했다.예쁜 성수연의 얼굴에는 핏자국이 얼룩덜룩했다. 몸에는 네다섯 군데의 칼 상처가 있었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과다출혈로 상황이 매우 위험했다.“수연아... 나 놀라게 하지 마... 이러지 마!”평소 그렇게나 냉정하던 강시원이 이 순간 아이처럼 울어댔다. 눈물이 여윈 두 볼을 완전히 적셨다.“꼭 버텨야 해! 너도 나를 떠나고 싶지 않은 거지?”강시원은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다. 상실과, 이별, 그리고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것까지...그래서 중요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아가씨 몸에 왜 이렇게 상처가 많죠? 누가 습격한 건가요? 경찰에 신고하셨어요?”의료진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물었다.강시원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저도 몰라요.”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지는 못했지만 이 일이 심지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수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심지경, 그 개자식을 절대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배기훈과 황근우는 먼저 도착해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그리고 원래 오늘 밤 당직이 아니었던 신우민도 신속히 집에서 병원으로 달려와 상황을 컨트롤했다. 어찌나 급하게 왔는지 추운 날씨에도 발가락이 드러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성수연이 수술실로 밀려들어 갈 때 호흡과 맥박은 아주 미약한 상태였다.내내 울며 성수연을 따라가던 강시원은 문 앞에서 의료진에게 막혔다.“시원 씨,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해 성수연 씨를 구하겠습니다.”신우민은 확신에 찬 얼굴로 약속했다.“꼭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선생님!”강시원은 목이 완전히 쉴 정도로 울었다.“죽은 사람을 살리고 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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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텅 빈 복도에는 그들 둘만 남았다.배기훈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강시원의 발을 몸으로 덮여 주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곁을 지켜주었다.“수연이... 수연이가...”강시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괜찮을 거야.”배기훈이 고개를 들어 강시원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눈빛에는 단호하면서도 맑은 빛이 반짝였다.“우민이는 뛰어난 심장외과 의사야. 다른 외과 수술도 전국에서 이름을 알릴 정도로 잘하고. 그러니 겁먹지 말고 의사 말 믿자.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수연 씨를 믿어주는 거야. 그렇게 쉽게 쓰러질 사람이 아니잖아.”“다 심지경 때문이에요... 심지경이 수연이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강시원이 이를 갈며 꾸짖는 찰나, 복도에 다급한 구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심지경과 김호진이 달려왔다. 대표이사의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달린 김호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듯했다. 머리에는 땀이 가득했다.심지경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얼굴은 처참할 정도로 창백했다.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흰 정장을 즐겨 입는 심지경은 어젯밤도 흰 정장을 입은 상태에서 왼팔에 칼을 맞았다. 깊은 상처에 솟아 나온 피가 왼쪽 소매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그럼에도 상처를 처리할 시간조차 없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어 간단히 거즈로 몇 바퀴 감고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병원에 달려왔다.막 복도로 달려 들어오자마자 강시원이 심지경을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그 소리에 걸음을 멈춘 심지경은 얼굴에 후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괜찮은 척할 여유 따위 없었다.이때 또 한 무리 사람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렸다.서정혁도 소식을 듣고 한수현을 데리고 달려온 것이었다. 심지경 곁으로 걸어온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눈물범벅이 된 강시원이 의자에 앉아 있고 배기훈이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이른바 남편이라는 자신조차 강시원을 위해 해 준 적 없는 일을 배기훈이 하고 있었다.이 순간, 너무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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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네 심정, 이해해.”떨리는 강시원의 손목을 꽉 움켜쥔 서정혁은 눈빛이 아주 깊고 무거웠지만 말하는 어조는 평소와 달리 아주 부드러웠다.“지경이도 지금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든 상태야. 칼에 베인 팔도 치료하지 않고 왔어. 지경이가 여자에게 이렇게 신경 쓴 거 처음이야. 지경이에게도...”드디어 남편다운 모습이 조금은 갖춰졌다고 말하려 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런 모습도 이제는 소용없었다. 성수연이 너무 심하게 다쳤으니까.강시원은 더 이상 서정혁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 손 놔!”천천히 고개를 돌려 원한이 서린 눈으로 서정혁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한 가닥의 빛도, 작은 희망도 없었다.“서정혁, 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 나 지금 제정신이 아니니까 이 손 놓지 않으면 당신을 때릴지도 몰라.”“강시원, 왜 항상 너만 생각해? 성수연에게 일이 생겨서 지경이도 괴로워, 안 보여?”눈살을 찌푸린 서정혁은 다섯 손가락을 단단히 움켜쥐었다.강시원이 코웃음을 치며 냉소했다.“하... 번지르르한 겉치레를 보라고? 정말 위선적이네!”심지경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어젯밤 일어난 모든 일을 천천히 되새겼다.그저 평온하게 끝낼 수 있었던 건데... 본인 손으로 모든 걸 망쳐버렸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추한 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성수연을 그 자리에 데리고 간 것을 후회했다.스스로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강시원은 힘껏 손목을 비틀며 거칠게 흐느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강시원... 왜 그래? 괜찮아?”서정혁 또한 강시원이 뭔가 많이 힘들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손을 거침없이 떨더니 이제는 눈꺼풀 근육까지 떨리는 듯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서정혁은 속으로 너무 당황했지만 겉으로 덤덤한 척했다.강시원이 이러는 모습을 서정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때로 냉정하게 행동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히스테릭하게 통제를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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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강시원은 얼굴에 눈물이 가득했지만 날카롭고 예리한 눈동자로 서정혁을 죽도록 응시했다. 눈빛에는 원한이 가득했다.뼈에 사무친 감정 속에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마치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서정혁은 온몸이 떨렸다. 강시원의 눈빛에 정곡이 찔린 듯 고통이 점점 더 소리 없이 마음 밑바닥에서 번져 손끝까지 퍼지는 듯했다.아무리 깊고 뜨거운 사랑이어도 결국에는 사라지는 것이었다.다만 서정혁은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강시원과의 사이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 모두 본인이 자초한 것임을, 서정혁이 자기 손으로 강시원의 마음을 찢어 버린 것임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낱낱이 쪼개진 퍼즐을 더 이상 맞출 수도 없었다.“강시원, 나는 처음부터 이랬어. 한 번도 변한 적 없어. 우리 결혼생활이 어땠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서정혁은 붉게 충혈된 봉황 같은 눈을 부릅떴다. 심장은 복잡한 감정에 휘저어져 몹시 괴로웠지만 배기훈 앞에서만큼은 절대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움과 후회 따위 하나도 드러내지 않았다.“결혼해 달라고 강요한 적 없어, 너에게 선택할 권리도 줬고. 그럼에도 서씨 가문 안주인으로 살겠다고 한 건 너, 아니야? 그런데 이제 와서 네가 윤리를 지키는 것처럼 나를 비난하는 게 우습지 않아?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나와 결혼해 놓고, 이제 와서 마음이 변한 사람은 너 아니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강시원은 심장이 쿡쿡 쑤시듯 아팠다. 숨을 거의 쉴 수 없을 정도였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염치가 없어도 유분수지!’이 순간, 강시원은 오히려 임지민이 너무 고마웠다. 임지민이 뻔뻔스럽게 그들의 혼인에 끼어들어 온 덕분에 ‘개자식’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으니까.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았더라면 아마 서른 살도 넘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서정혁 씨, 강시원 씨 사랑하지 않는 건 제가 뭐라 할 수 없지만 상처는 주지 마시죠.”배기훈은 강시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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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간호사가 말했다.“보호자분,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Rh 음성입니다.”강시원은 바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성수연의 목숨을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순간 서정혁은 경악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내 혈액형과 똑같다고? 이렇게 희귀한 혈액형이 내 곁에 또 있었다니!’서정혁은 오늘에야 강시원의 혈액형을 알게 되었다.“안 돼요!”간호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배기훈이 낮은 목소리로 반대했다.“시원아, 네 몸 상태는 수혈하기 적합하지 않아. 큰 문제가 생길 거야!”강시원은 완고하게 고집했다.“괜찮아요! 저 할 수 있어요!”“안 된다고 했잖아!”배기훈이 걱정 가득한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간호사가 급히 물었다.“예전에 대량으로 수혈했거나 과다출혈 경험이 있으신가요?”강시원은 말문이 막혔다.“그게...”배기훈이 한마디 끼어들었다.“대량으로 수혈한 적이 있습니다.”“그렇다면 확실히 적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환자가 O형이라, 보호자분과 혈액형도 맞지 않아요.”서정혁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Rh 음성 혈액, 대량 수혈 경험...눈빛이 번쩍이더니 머릿속에 갑자기 6년 전, 폭우가 내리는 밤길에서 과속하다 미끄러져 차가 전복했던 참혹한 장면이 떠올랐다....“이 봐요! 이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잠들지 마세요!”...“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잠들지 말고 버티세요!”귓가에 여자의 다급한 격려와 부름소리가 들렸다.서정혁은 눈을 꼭 감은 채 있는 힘껏 고개를 저었다. 눈앞에 강시원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가 임지민의 얼굴로 대체되었다.‘강시원도 이런 적이 있다고? 이런 우연도 있는 걸까?’“제가 O형입니다. 제가 하죠.”배기훈은 강시원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긴 뒤 즉시 간호사를 따라 구조실로 들어갔다.문이 다시 닫혔다.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강시원은 갑자기 온몸을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쓰러지려는 찰나, 힘 있는 큰 손이 강시원을 받쳐 들며 품에 꽉 끌어안았다.속눈썹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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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병실에서 수술실 문까지, 고작 200미터였지만 체력이 고갈된 강시원은 과도한 긴장 때문인지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내 무릎도 새빨개졌다.원래도 몸이 그렇게 강하지 못한 데다 최근 유산, 납치, 구타를 당한 탓에 바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강시원 뒤를 따라가던 서정혁은 그녀가 넘어진 것을 보고 신속히 달려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서정혁... 날 만지지 마,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강시원은 팔을 들어 뻗어 오는 서정혁의 손을 막았다. 마치 서정혁이 역겨운 쓰레기인 것처럼 말이다.“강시원! 고집 좀 그만 부려!”화가 치민 서정혁은 큰 소리로 외쳤다.“네 지금 꼴을 좀 봐, 정말 봐주기조차 힘들어. 그런데 왜 강한 척하는데? 왜 자신을 이렇게 꼴사납게 만드는 거야?!”“내가 나를 꼴사납게 만든다고?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신 아니야?”그 말에 멍해진 서정혁은 강시원을 부축하려던 두 손이 허공에 멈췄다.“평소처럼 그냥 임지민이나 걱정해, 여기서 가식 떨지 말고... 그런 관심 필요 없어!”말을 마친 강시원은 젖 먹던 힘까지 써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수술실로 내달렸다.완강한 강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정혁은 가슴에 시큰한 감정이 쓰나미처럼 일렁였다....수술실에서 나온 신우민은 마스크에 눌린 붉은 자국이 뺨에 남아 있었다. 머리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몸에 걸친 수술복도 흠뻑 젖었다.그의 뒤로 두 명의 의사와 조수가 걸어 나왔다. 모두 몸에 어느 정도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선생님! 수연이는... 어떤가요?”첫 번째로 달려간 심지경은 마른 입술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했다. 먹먹한 목소리가 낮고 약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강시원과 다른 사람들도 달려왔다. 모든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그때 성수연에게 수혈을 마친 배기훈도 걸어 나왔다. 원래는 침상에 누워 푹 쉬어야 했지만 강시원 혼자 있는 것이 걱정되어 고집을 부리며 기어코 나와 그녀 곁에 있기로 했다.즉시 다가가 배기훈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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