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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소경절
병실에서 수술실 문까지, 고작 200미터였지만 체력이 고갈된 강시원은 과도한 긴장 때문인지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내 무릎도 새빨개졌다.

원래도 몸이 그렇게 강하지 못한 데다 최근 유산, 납치, 구타를 당한 탓에 바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강시원 뒤를 따라가던 서정혁은 그녀가 넘어진 것을 보고 신속히 달려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서정혁... 날 만지지 마,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강시원은 팔을 들어 뻗어 오는 서정혁의 손을 막았다. 마치 서정혁이 역겨운 쓰레기인 것처럼 말이다.

“강시원! 고집 좀 그만 부려!”

화가 치민 서정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네 지금 꼴을 좀 봐, 정말 봐주기조차 힘들어. 그런데 왜 강한 척하는데? 왜 자신을 이렇게 꼴사납게 만드는 거야?!”

“내가 나를 꼴사납게 만든다고?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신 아니야?”

그 말에 멍해진 서정혁은 강시원을 부축하려던 두 손이 허공에 멈췄다.

“평소처럼 그냥 임지민이나 걱정해, 여기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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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641화

    “심지경 씨, 허벅지에는 큰 동맥이 있어요. 칼이 일 센티미터만 옆으로 더 비껴갔어도 성수연 씨는 틀림없이 죽었을 거예요. 그러면 염라대왕이 와도 소용없다고요!”심지경의 마음에 강렬한 후회가 밀려왔다.“그 말 아시죠?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꺾지 않는다고. 그런데 심 대표님은 본인의 독한 손으로 그 꽃을 꺾어버렸어요.”신우민이 코웃음을 쳤다.“하... 물론 마음속에 성수연 씨가 없다면 제 말은 그냥 못 들은 걸로 하세요.”몇 마디 안 되는 말이었지만 심지경은 두 볼이 얼얼할 정도로 뺨을 얻어맞은 것 같았다.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칼이 되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예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제멋대로 성수연을 괴롭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배기훈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우민아, 그럼 나쁜 소식은 뭐야?”“나쁜 소식은...”신우민이 시선을 내리더니 먹먹한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아이는... 지키지 못했어.”강시원은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사실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렇게 심하게 상처를 입었으니 아이는 틀림없이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의사의 입에서 직접 이 말을 듣자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뭐라고... 수연이가... 임신했다고?”심지경은 단번에 신우민의 수술복을 움켜쥐었다. 핏발이 선 눈은 어느새 그렁그렁 물기가 차올랐으며 입꼬리는 경련이 일어났다.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듯했다.“아이, 아이가 없어졌다고? 아이가 어떻게 없어질 수 있어?”성수연이 임신했는데 심지경 본인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눈치조차 채지 못 챘다.강시원 외에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지킬 수 있겠어요?”신우민은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심지경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비통해하고 슬퍼하는 심지경의 모습이 신우민의 눈에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일말의 동정도 없었다.그동안은 뭐 하고, 아이가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640화

    병실에서 수술실 문까지, 고작 200미터였지만 체력이 고갈된 강시원은 과도한 긴장 때문인지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내 무릎도 새빨개졌다.원래도 몸이 그렇게 강하지 못한 데다 최근 유산, 납치, 구타를 당한 탓에 바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강시원 뒤를 따라가던 서정혁은 그녀가 넘어진 것을 보고 신속히 달려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서정혁... 날 만지지 마,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강시원은 팔을 들어 뻗어 오는 서정혁의 손을 막았다. 마치 서정혁이 역겨운 쓰레기인 것처럼 말이다.“강시원! 고집 좀 그만 부려!”화가 치민 서정혁은 큰 소리로 외쳤다.“네 지금 꼴을 좀 봐, 정말 봐주기조차 힘들어. 그런데 왜 강한 척하는데? 왜 자신을 이렇게 꼴사납게 만드는 거야?!”“내가 나를 꼴사납게 만든다고?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신 아니야?”그 말에 멍해진 서정혁은 강시원을 부축하려던 두 손이 허공에 멈췄다.“평소처럼 그냥 임지민이나 걱정해, 여기서 가식 떨지 말고... 그런 관심 필요 없어!”말을 마친 강시원은 젖 먹던 힘까지 써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수술실로 내달렸다.완강한 강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정혁은 가슴에 시큰한 감정이 쓰나미처럼 일렁였다....수술실에서 나온 신우민은 마스크에 눌린 붉은 자국이 뺨에 남아 있었다. 머리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몸에 걸친 수술복도 흠뻑 젖었다.그의 뒤로 두 명의 의사와 조수가 걸어 나왔다. 모두 몸에 어느 정도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선생님! 수연이는... 어떤가요?”첫 번째로 달려간 심지경은 마른 입술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했다. 먹먹한 목소리가 낮고 약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강시원과 다른 사람들도 달려왔다. 모든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그때 성수연에게 수혈을 마친 배기훈도 걸어 나왔다. 원래는 침상에 누워 푹 쉬어야 했지만 강시원 혼자 있는 것이 걱정되어 고집을 부리며 기어코 나와 그녀 곁에 있기로 했다.즉시 다가가 배기훈을 부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639화

    간호사가 말했다.“보호자분,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Rh 음성입니다.”강시원은 바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성수연의 목숨을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순간 서정혁은 경악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내 혈액형과 똑같다고? 이렇게 희귀한 혈액형이 내 곁에 또 있었다니!’서정혁은 오늘에야 강시원의 혈액형을 알게 되었다.“안 돼요!”간호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배기훈이 낮은 목소리로 반대했다.“시원아, 네 몸 상태는 수혈하기 적합하지 않아. 큰 문제가 생길 거야!”강시원은 완고하게 고집했다.“괜찮아요! 저 할 수 있어요!”“안 된다고 했잖아!”배기훈이 걱정 가득한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간호사가 급히 물었다.“예전에 대량으로 수혈했거나 과다출혈 경험이 있으신가요?”강시원은 말문이 막혔다.“그게...”배기훈이 한마디 끼어들었다.“대량으로 수혈한 적이 있습니다.”“그렇다면 확실히 적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환자가 O형이라, 보호자분과 혈액형도 맞지 않아요.”서정혁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Rh 음성 혈액, 대량 수혈 경험...눈빛이 번쩍이더니 머릿속에 갑자기 6년 전, 폭우가 내리는 밤길에서 과속하다 미끄러져 차가 전복했던 참혹한 장면이 떠올랐다....“이 봐요! 이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잠들지 마세요!”...“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잠들지 말고 버티세요!”귓가에 여자의 다급한 격려와 부름소리가 들렸다.서정혁은 눈을 꼭 감은 채 있는 힘껏 고개를 저었다. 눈앞에 강시원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가 임지민의 얼굴로 대체되었다.‘강시원도 이런 적이 있다고? 이런 우연도 있는 걸까?’“제가 O형입니다. 제가 하죠.”배기훈은 강시원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긴 뒤 즉시 간호사를 따라 구조실로 들어갔다.문이 다시 닫혔다.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강시원은 갑자기 온몸을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쓰러지려는 찰나, 힘 있는 큰 손이 강시원을 받쳐 들며 품에 꽉 끌어안았다.속눈썹을 살짝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638화

    강시원은 얼굴에 눈물이 가득했지만 날카롭고 예리한 눈동자로 서정혁을 죽도록 응시했다. 눈빛에는 원한이 가득했다.뼈에 사무친 감정 속에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마치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서정혁은 온몸이 떨렸다. 강시원의 눈빛에 정곡이 찔린 듯 고통이 점점 더 소리 없이 마음 밑바닥에서 번져 손끝까지 퍼지는 듯했다.아무리 깊고 뜨거운 사랑이어도 결국에는 사라지는 것이었다.다만 서정혁은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강시원과의 사이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 모두 본인이 자초한 것임을, 서정혁이 자기 손으로 강시원의 마음을 찢어 버린 것임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낱낱이 쪼개진 퍼즐을 더 이상 맞출 수도 없었다.“강시원, 나는 처음부터 이랬어. 한 번도 변한 적 없어. 우리 결혼생활이 어땠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서정혁은 붉게 충혈된 봉황 같은 눈을 부릅떴다. 심장은 복잡한 감정에 휘저어져 몹시 괴로웠지만 배기훈 앞에서만큼은 절대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움과 후회 따위 하나도 드러내지 않았다.“결혼해 달라고 강요한 적 없어, 너에게 선택할 권리도 줬고. 그럼에도 서씨 가문 안주인으로 살겠다고 한 건 너, 아니야? 그런데 이제 와서 네가 윤리를 지키는 것처럼 나를 비난하는 게 우습지 않아?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나와 결혼해 놓고, 이제 와서 마음이 변한 사람은 너 아니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강시원은 심장이 쿡쿡 쑤시듯 아팠다. 숨을 거의 쉴 수 없을 정도였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염치가 없어도 유분수지!’이 순간, 강시원은 오히려 임지민이 너무 고마웠다. 임지민이 뻔뻔스럽게 그들의 혼인에 끼어들어 온 덕분에 ‘개자식’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으니까.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았더라면 아마 서른 살도 넘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서정혁 씨, 강시원 씨 사랑하지 않는 건 제가 뭐라 할 수 없지만 상처는 주지 마시죠.”배기훈은 강시원에게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637화

    “네 심정, 이해해.”떨리는 강시원의 손목을 꽉 움켜쥔 서정혁은 눈빛이 아주 깊고 무거웠지만 말하는 어조는 평소와 달리 아주 부드러웠다.“지경이도 지금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든 상태야. 칼에 베인 팔도 치료하지 않고 왔어. 지경이가 여자에게 이렇게 신경 쓴 거 처음이야. 지경이에게도...”드디어 남편다운 모습이 조금은 갖춰졌다고 말하려 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런 모습도 이제는 소용없었다. 성수연이 너무 심하게 다쳤으니까.강시원은 더 이상 서정혁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 손 놔!”천천히 고개를 돌려 원한이 서린 눈으로 서정혁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한 가닥의 빛도, 작은 희망도 없었다.“서정혁, 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 나 지금 제정신이 아니니까 이 손 놓지 않으면 당신을 때릴지도 몰라.”“강시원, 왜 항상 너만 생각해? 성수연에게 일이 생겨서 지경이도 괴로워, 안 보여?”눈살을 찌푸린 서정혁은 다섯 손가락을 단단히 움켜쥐었다.강시원이 코웃음을 치며 냉소했다.“하... 번지르르한 겉치레를 보라고? 정말 위선적이네!”심지경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어젯밤 일어난 모든 일을 천천히 되새겼다.그저 평온하게 끝낼 수 있었던 건데... 본인 손으로 모든 걸 망쳐버렸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추한 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성수연을 그 자리에 데리고 간 것을 후회했다.스스로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강시원은 힘껏 손목을 비틀며 거칠게 흐느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강시원... 왜 그래? 괜찮아?”서정혁 또한 강시원이 뭔가 많이 힘들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손을 거침없이 떨더니 이제는 눈꺼풀 근육까지 떨리는 듯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서정혁은 속으로 너무 당황했지만 겉으로 덤덤한 척했다.강시원이 이러는 모습을 서정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때로 냉정하게 행동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히스테릭하게 통제를 잃은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636화

    텅 빈 복도에는 그들 둘만 남았다.배기훈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강시원의 발을 몸으로 덮여 주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곁을 지켜주었다.“수연이... 수연이가...”강시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괜찮을 거야.”배기훈이 고개를 들어 강시원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눈빛에는 단호하면서도 맑은 빛이 반짝였다.“우민이는 뛰어난 심장외과 의사야. 다른 외과 수술도 전국에서 이름을 알릴 정도로 잘하고. 그러니 겁먹지 말고 의사 말 믿자.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수연 씨를 믿어주는 거야. 그렇게 쉽게 쓰러질 사람이 아니잖아.”“다 심지경 때문이에요... 심지경이 수연이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강시원이 이를 갈며 꾸짖는 찰나, 복도에 다급한 구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심지경과 김호진이 달려왔다. 대표이사의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달린 김호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듯했다. 머리에는 땀이 가득했다.심지경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얼굴은 처참할 정도로 창백했다.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흰 정장을 즐겨 입는 심지경은 어젯밤도 흰 정장을 입은 상태에서 왼팔에 칼을 맞았다. 깊은 상처에 솟아 나온 피가 왼쪽 소매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그럼에도 상처를 처리할 시간조차 없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어 간단히 거즈로 몇 바퀴 감고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병원에 달려왔다.막 복도로 달려 들어오자마자 강시원이 심지경을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그 소리에 걸음을 멈춘 심지경은 얼굴에 후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괜찮은 척할 여유 따위 없었다.이때 또 한 무리 사람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렸다.서정혁도 소식을 듣고 한수현을 데리고 달려온 것이었다. 심지경 곁으로 걸어온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눈물범벅이 된 강시원이 의자에 앉아 있고 배기훈이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이른바 남편이라는 자신조차 강시원을 위해 해 준 적 없는 일을 배기훈이 하고 있었다.이 순간, 너무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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