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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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안 돼!”이하나가 가장 먼저 울음을 터뜨리며 온하준의 앞에 와서 매달렸다.“하준아, 네 잘못이 아니잖아. 전부 다 내 잘못이야.”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경찰을 향해 말했다.“경찰관님, 아니에요. 하준이 잘못이 아니에요. 그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부 저예요. 녹음 속 말도 다 제가 한 말이에요. 저 여자가 하준이한테 막 하는 게 보기 싫었고 우리 모두한테도 못되게 굴어서 그냥 혼을 좀 내주려고 장난을 친 거예요. 저 여자가 회사에 왔을 때 프런트 직원한테 올라오지 못하게 막으라 했고 나중에 경찰을 부른다고 해서 노유진 보고 내려가서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노유진에게 강지연을 회의실에 가둬 두라고 하고 망고 주스를 섞은 레몬주스를 한 잔 가져가서 마시게 하라고 했어요. 망신을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이하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도윤이 몸을 밀어 넣으며 경찰을 향해 덧붙였다.“제 잘못도 있어요. 노유진더러 강지연을 회의실로 데려가라고 한 건 저예요. 회의실 전기선을 자른 것도 저이고 자동 스프링클러 선까지 잘라버린 것도 저예요. 그냥 회의실 안에서 한 번 제대로 겁만 주려고 했던 겁니다. 이런 건 여자인 이하나가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전기 구조 같은 건 더더욱 모르고요.”곧이어 김도진도 앞으로 치고 나왔다.“저도요, 저도 책임이 있습니다! 경비실에 강지연의 구조 요청이 들어와도 받지 말라고 한 게 바로 접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가 꾸민 겁니다. 온 대표와는 아무 관계 없어요. 나중에 이 셋을 회유해서 거짓말하게 한 것도 제 생각이었고요. 하준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하준아...”이하나는 눈물을 글썽인 채 온하준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됐어. 더 이상 우릴 신경 쓰지 마. 우리 대신 책임지려 하지도 말고. 우리 중에서 네가 제일 중요해. 회사는 너 없으면 안 돼. 그리고...”이하나는 슬쩍 강지연을 바라보았다.“강지연도 너 없으면 안 되잖아. 제발 충동적으로 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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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어머! 아가씨, 괜찮아요?”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쓰러지는 몸을 떠받치는 감촉이 느껴졌다.어렴풋이 강지연은 그 목소리가 아까의 그 여경이라는 걸 알아챘다.그러나 괜찮다고 말 한마디 할 틈도 없이 강지연은 그대로 여경의 품에 고꾸라지며 의식을 잃었다.너무 힘들고 피곤했던 강지연은 마치 아주 길고 깊은 잠을 끝도 없이 잔 것만 같았다.눈을 뜨고 나서도 정신은 여전히 흐리멍덩했다.주변 풍경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껴져서 찬찬히 둘러보니 이곳은 할머니 집이 아니라 자신과 온하준이 함께 살던 집이었다.지금 그녀는 그 집 침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목이 따갑게 조여 오는 느낌에 강지연은 두어 번 기침했다.“사모님!”강지연의 기침 소리를 들은 진경숙이 곧장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깨셨어요? 물 좀 드실래요? 제가 가져올게요.”“들어와요.”강지연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진경숙은 손에 든 따뜻한 물 한 컵을 내려놓고 강지연을 부축해 상체를 반쯤 세워준 뒤, 천천히 입으로 물을 가져다주었다.“제가 왜 여기 와 있는 거예요?”강지연은 파출소에서 온하준과 그의 패거리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문 앞에서 쓰러졌던 기억까지는 또렷했다.“대표님이 안고 오셨어요.”진경숙이 말했다.“대표님께서 사모님 몸이 안 좋다고 개인 주치의를 불러서 진료까지 받게 하셨거든요. 의사 말로는 큰 이상은 없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대표님은 사모님을 푹 자게 놔두라고 하고 급한 일이 있다고 먼저 나가셨어요.”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몸이 축 늘어질 만큼 힘들었다.체력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모래알처럼 부서져 버린 느낌이었다.“아, 아까 사모님 할머니께서 전화하셨는데 대표님이 받으셨어요. 사모님이 아프다는 말은 안 하시더라고요. 아마 할머니께서 걱정하실까 봐 그랬겠죠. 그냥 오늘 재활 때문에 매우 피곤해서 집에서 자고 있다고 그래서 오늘은 할머니 댁에 못 간다고만 말씀드렸어요.”강지연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제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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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강지연이 이안을 알게 된 건 우연히 인스타를 훑어보다가였다.이안과 이안의 남자 친구 사진이 함께 올라와 있었는데 젊은 두 사람은 자기들 앞날을 위해 치열하게 뛰고 있었다.글 곳곳에서 그녀와 온하준 사이엔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던 열기와 젊음이 느껴졌다.마침 이안의 남자 친구가 IT 전공이었고 그래서 강지연은 이안을 따로 찾아가 남자 친구에게 부탁 하나만 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물론 그냥 부탁은 아니고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했다.이안은 망설임 없이 바로 승낙했다.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날 명품 중고 매장에서 온하준과 이하나가 나란히 나타났던 그 장면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강지연은 사실 미안한 마음이 컸다.자기 다리가 불편한 탓에 직접 뛰어다닐 수도 없었고 인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에 거의 없었다.이 일에는 분명 위험이 따랐다.하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그녀도 온하준과 생각이 같았다.정말로 일이 잘못되면 강지연은 이안의 남자 친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책임을 자신이 껴안을 각오도 했다.강지연은 이안의 남자 친구를 위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방안까지 마련해 두었고 이안의 남자 친구 역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만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CCTV 영상 같은 걸 건넬 때도 마찬가지였다.어찌 되었든 온하준과 맞붙은 이 싸움에서 강지연은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이하나의 잘못이 훨씬 컸고 증거도 무엇보다 확실했다.그러니 아무리 온하준이라 해도 이렇게 불리한 판에 무리하게 뛰어들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몸은 여전히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다. 진경숙이 저녁을 먹으라고 불렀지만 강지연은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안으로 가져다주세요.”강지연은 다친 직후 한동안 몸을 가누기 어려웠던 때를 빼고는 침대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그 이유는 온하준과 함께 꾸린 이 공간이 너무 소중했고 어딘가에 조금이라도 때가 묻는 것이 아까웠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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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온하준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지금 충분히 원망하고 있는 거 아니야?”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와 온하준의 사이는 이미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함께 섞일 수 없는 지경까지 와 있었다.온하준은 냉소 섞인 숨을 내쉬더니 목욕 타월로 강지연의 몸을 감싸안고는 욕실을 나와 안방으로 걸어가 그녀를 침대 가장자리에 내려놓았다.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진경숙이 막 갈아놓은 새 침구에 아직 물기 가시지 않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이불을 적시기 시작했다.우선은 머리부터 말려야 했다.“아주머니!”강지연은 머리를 말리고 싶었지만 드라이기가 욕실 안에 있고 그곳에는 지금 온하준이 있었다.굳이 온하준을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강지연은 진경숙을 불러 드라이기를 가져다 달라고 할 참이었다.하지만 강지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욕실 문이 열렸고 온하준이 드라이기를 쥔 채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말했잖아. 아주머니가 오늘 밤에는 안 들어올 거라고.”그는 드라이기 코드를 꽂고 스위치를 켜 강지연의 머리를 말려주었다.강지연은 잠시 멍해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 이하나 때문에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건가?’방 안에는 드라이기 돌아가는 소리만 맴돌았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지연은 더는 말을 보태고 싶지 않았고 온하준이 꺼낼 말도 뻔히 짐작됐으니 쓸데없는 힘을 쓰고 싶지 않았다.온하준은 의외로 꽤 공을 들여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익숙지 않은 손놀림이라 동선은 엉망이었다. 이쪽을 잠깐 말리다 저쪽을 말리고 몇 번이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두피가 욱신거렸지만 그래도 끝내 머릿결을 완전히 말려내는 데에는 성공했다.“머리끈은 어디 있어?”온하준의 물음에 강지연은 잠시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머리끈은 또 왜 찾는 거지?’그는 스스로 서랍을 뒤져 머리끈 하나를 찾더니 서툰 손길로 강지연의 머리카락을 한데 끌어모아 정수리 위로 질끈 묶어 올렸다.그 바람에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 그리고 등 위쪽이 훤히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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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온하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무슨 뜻이야?”“소독하는 거야. 전에도 말했잖아. 네 손 더럽다고.”강지연은 알코올을 다 뿌리고는 담담하게 병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았다.“너...”온하준은 또다시 그녀에게 도발을 당한 듯한 기분에 말을 잇지 못했다.강지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 누워 버렸다.새로 간 침구에서는 옅은 향기가 났고 촉감도 부드러워 포근했다.온하준이 등 뒤에서 무슨 얼굴을 하고 있든 이제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한참 뒤,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강지연, 너한테 물어볼 게 몇 가지 있어.”강지연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CCTV 영상은 어떻게 손에 넣은 거야?”강지연의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온 것부터가 좋은 일일 리 없다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물론 알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던 강지연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강지연, 네가 그 정도 능력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누가 가르쳐 준 거야? 장시범이야?”‘장시범’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릴 때, 온하준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서려 있었다.“아니.”장시범을 끌어들일 수가 없었던 강지연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그러면 누구야? 말해 줘.”오늘 밤, 답을 듣기 전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강지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쓸데없이 힘 빼지 마. 난 절대 말 안 해.”“강지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네가 입을 닫는다고 해서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못 밝혀낼 것 같아?”유도한 듯한 그의 말투에 강지연은 몸을 돌려 온하준을 바라보았다.“응, 못 밝힐 거야.”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어 그의 눈앞에서 한 번 흔들어 보였다.“물론 경찰은 알아낼 수 있겠지. 난 상관없어. 원하면 이거 들고 경찰서 가서 확인해 달라고 해.”온하준이 그럴 리 없다는 걸 강지연은 알고 있었다.그는 줄곧 이하나의 죄를 덜어주겠다고 집착하듯 매달리며 몇 번이나 고소를 취하하라고 강지연을 몰아붙였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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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어린 시절의 짝사랑은 대체 뭘까?’온하준이 수업에 나오지 않은 날이면 교실에 비어 있는 자리는 하나뿐인데도 마음은 텅 비어버린 것 같았고 마치 세상이 통째로 비워진 듯 공허해졌다.그러다 그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세상은 갑자기 환해졌고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아무리 반짝여도 그를 둘러싼 빛만큼 눈부시지는 못했다.그가 웃으면 마음도 함께 따뜻하게 녹아내렸고 그가 미간을 찌푸리면 마음도 따라 구겨져 한데 뭉쳐졌다.멀리서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하지만 마음이 커져 스스로 감당하기 벅차던 때에는 다 내어주고 싶으면서도 그가 눈치채는 건 바라지 않았다.그해, 강지연은 온하준이 애써 감추려 했던 피곤함과 고통의 이유가 할머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매일 동이 트기 전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고 점심시간이 되면 수업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그의 할머니 식사를 챙기고 머리를 빗겨 드리고 몸을 닦고 병실을 정리해 드리면서 자신을 그저 자원봉사자라고 속였다.종이학이 정말로 소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의 강지연은 그저 모든 것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순진한 믿음을 품고 있었다.그래서 몰래 종이학을 한 병 가득 접어 그의 할머니께 드렸다.분명 천 마리까지는 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병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이 접었다.그리고 매 한 장의 종이 안에 짧은 축복의 말을 적어 넣었다.온하준 할머니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빌면서 동시에 자기 할머니의 건강도 무사하기를 기도했다.그 시절의 강지연은 자신과 온하준이 닮은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둘 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었고 둘 다 할머니한테만 기대어 살아가는 처지였다.역풍을 맞으며 자라야 하는 길 위에서 둘은 각자의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강지연은 심지어 자신과 온하준이 나란히 자라는 두 그루 나무 같다고 생각했다.비록 서로 꽤 떨어져 있어서 가지와 잎은 허공 어딘가에서도 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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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꼭 죽을 때까지 함께 하길 바라.’온하준은 멍해졌다.“강지연?”한참이 지나서야 온하준은 정신을 차리고 강지연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방금 그녀가 한 말이 진심인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한 목소리였다.강지연은 옅게 미소 지었다.“늦었어. 먼저 잘게.”‘너는 계속 너의 빛이 나 추억해.’“강지연, 조금만 더 있다가 자.”그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강지연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린 채였다. 그런데도 그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뒤에서 흘러나왔다.“강지연, 우리 벌써 안 지가 십이 년이야. 그 십이 년 동안 그래도 서로 통하던 순간들이 있었잖아. 그 정을 생각해서라도 고소 좀 취하해 줄 수는 없어?”그의 어조에는 분명한 간청이 묻어 있었다.자존심 강한 그 사람이 지금은 이하나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심지어 강지연과 함께 보낸 십이 년을 협상 카드처럼 내놓고 있었다.다 내려놓겠다고 수백 번 다짐했지만 강지연의 가슴에는 쓴 기운이 스며들었다.“온하준, 지금 나랑 거래를 하자는 거야? 내가 이번 한 번 들어주면 우리의 십이 년은 싹 다 없던 일이 되는 거지?”온하준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밤이 조용히 가라앉았다.지친 몸은 금방 졸음을 불러왔다.등 뒤에서 온하준이 뭐라고 더 말하든 이제는 신경 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강지연의 의식은 깊은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온하준이 언제쯤 잠들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다만 중간중간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온하준이 목소리를 아주 낮게 죽여 무슨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이제는 상관없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몸이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여전히 욱신거리긴 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강지연은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재활 치료도 계속 받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강지연이 아침을 먹고 할머니 댁에 가져갈 것들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누군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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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어딜 가!”이하나가 현관 쪽으로 달려와 길을 가로막았다.강지연은 걸음을 멈추고 담담한 눈빛으로 이하나를 바라보았다.이하나는 분노에 눈까지 붉어져 강지연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강지연, 끝까지 나를 감옥에 처넣을 생각인 거야? 날 감옥에 보내면 온하준이 널 사랑해 줄 거로 생각해?”강지연은 그저 미소만 살짝 지어 보였다. 굳이 이하나에게 일일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웃어? 기분이 그렇게 좋아? 말해 두는데 내가 진짜로 감옥에 가더라도 온하준은 날 절대 잊지 못해. 오히려 널 미워하고 원망하게 될 거야!”강지연은 이를 악물고 내뱉는 이하나의 말을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뇌어 보았다.그리고 이런 말들이 이제는 자신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온하준이 자기를 사랑하든, 미워하든, 혹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잊지 못하든, 그녀는 정말이지 아무 관심이 없었다.강지연은 자신의 변화가 조금 대견하게 느껴져 다시 한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웃음에 이하나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넌 온하준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나 해? 그때 내가 그를 차 버리고 5년 동안 떠나 있었는데 그럼에도 온하준한테 나는 지우지 못할 흉터 같은 존재야. 이 집 인테리어를 봐. 거실, 식탁, 하나하나 전부 내 취향대로 꾸며져 있어! 심지어 집 비밀번호도 내 생일이라고!”강지연은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런데 말이야 집문서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어.”“너!”이하나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너 그거 알아? 5년이 지나도 온하준은 그때 나한테 약속했던 백 가지 소원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우리 둘이 같이하기로 했던 일들 그리고 미처 못 한 것들을 지금부터라도 다 이뤄 주겠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전부 잊지 않고 있어. 나한테 옷을 사주든 신발을 사주든 꼭 맞게 사고 직접 요리해서 밥도 해줘. 만약 내가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마디만 하면 바로 비행기표 끊어서 날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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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원한이 있다면, 애초부터 그건 강지연과 온하준 사이의 원한일 뿐이었다.하지만 이하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괜히 날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강지연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었다.이하나는 강지연의 휴대전화를 노리며, 방금 자신이 한 말이 혹시라도 녹음된 건 아닐지 불안해하고 있었다.“휴대전화에 녹음된 거 있으면 당장 지워!”강지연은 아무 말 없이 휴대전화를 가방에 집어넣었다.녹음했든 하지 않았든, 그녀에게 보여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조급해진 이하나는 자신의 멀쩡한 몸이라면 다리가 불편한 강지연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강지연 역시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그 모습을 본 진경숙은 강지연이 분명 불리하다고 판단해 황급히 달려왔다.바로 그때, 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온하준이 들어오고 있었다.그가 거실로 걸어오는 것을 본 이하나는 갑자기 바닥에 넘어지는 척하며 주저앉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하준아...”온하준과 함께 들어온 사람은 아파트 보안요원이었다.조금 전, 이하나가 또다시 난동을 부릴 거라 직감한 강지연이 진경숙에게 슬쩍 눈치를 주어 전화를 하게 한 것이었다.다만, 그 타이밍에 온하준까지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이하나는 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하준아, 나... 난 오늘 강지연한테 사과하러 온 거야. 근데 강지연이 사과도 안 받아주지도 않고, 날 내쫓으려고 해서...”강지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또 이런 식이네. 이젠 개도 안 믿겠다. 물론, 어떤 인간은 개만도 못하지만.’눈앞의 상황을 지켜보던 보안요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온하준 씨, 이 상황은...”온하준은 이하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집안일이에요. 괜찮으니까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 괜히 번거롭게 해드렸네요.”“아, 네. 그럼... 저는 일단 돌아갈 테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불러주세요.”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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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진경숙의 단호한 한마디에 강지연조차 놀라 잠시 말을 잃었다.결혼 후 진경숙은 언제나 진심으로 그녀를 돌봐주었고, 늘 같은 여자의 관점에서 강지연을 이해하려 애쓰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온하준의 말처럼, 진경숙의 월급은 그가 주는 것이었고, 결국 그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처지라는 사실을 강지연은 잘 알고 있었다.그런 진경숙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지연의 팔을 꽉 붙잡은 채 처음으로 온하준에게 맞서고 있었다.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이하나는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더니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인 채 온몸으로 억울함을 연기하고 있었다.온하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지더니 깊고 어두워진 눈빛으로 진경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주머니, 이 집에서 일하기 싫으신 거죠?”그녀는 몸을 움찔하더니 분명 두려움이 스쳤지만, 고개는 끝내 숙이지 않았다.온하준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 앞에 다가가더니 말했다.“아주머니 딸도 학교에 보내기 싫으신 거고요?”진경숙에게 가장 치명적인 말이었다.사실 그녀는 시골에서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에게서 도망쳐, 딸의 손을 잡고 어렵게 도시로 올라온 사람이었다.그리고 강지연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과정에서 온하준의 신뢰를 얻어, 그의 도움으로 딸의 학교까지 마련한 상황이었다.‘비겁하게 이 일로 아주머니를 협박해?’“온하준!”강지연이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어떻게 그런 일로 아주머니를 협박해?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하지만 온하준은 더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지나치게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회사의 대표로서, 직원이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조차 보이려 하지 않는데 내가 굳이 그 직원을 고용할 이유가 있나?”“온하준! 너...”“내 이름 부르지 마!”강지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하준이 말을 이었다.“지금 당장 하나한테 사과하든지, 아니면 바로 이 집을 나가든지, 알아서 선택하세요.”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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