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apítulo 141 - Capítulo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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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강지연의 폭풍 같은 질문에 이하나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울먹이며 말을 더듬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일부러 그랬다는 게 아니고...”그녀는 온하준의 눈치를 힐끗 살피더니 서둘러 말을 이었다.“하준아, 강지연은 아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야.”강지연은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되물었다.“그 말, 믿어?”온하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네가 보기엔, 내가 이 다리로 멀쩡한 저 여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강지연이 몰아붙이자 이하나는 곧바로 다시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나... 나도 세게 밀진 않았어. 강지연이 다리가 불편하다는 거 다 아는데 내가 어떻게... 게다가 아주머니도 옆에 있었잖아.”하지만 온하준은 두 사람의 변명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그는 의자에 앉더니 어둡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냉정하게 말했다.“이미 다 벌어진 일이니 다시 끄집어낼 필요 없어. 지금 아주머니에게 선택할 길이 하나 남아 있긴 해.”“선택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강지연은 당장 눈앞의 물컵이라도 집어 들어 온하준의 얼굴에 들이붓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끄집어낼 필요가 없는데? 이하나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집에 CCTV도 있잖아. 휴대전화로 보면 다 나오는데, 모르는 척 그만 좀 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무슨 자격으로 조건을 입에 올려?”강지연은 더 이상 이 두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욕하고 싶지도, 화내고 싶지도 않았다.그저 이 두 사람은 자기들만의 더러운 세계 안에서 마음껏 즐기며 살고, 다시는 자기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강지연!”온하준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서더니 말했다.“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네가 알아야 할 건 단 하나야, 아주머니가 나가고 딸은 퇴학시키는 거. 그게 싫으면 네가 도와주던가.”그제야 강지연은 그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했다.‘그래, 넌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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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강지연은 진경숙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더니 고개를 들어 온하준을 노려보며 말했다.“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말해.”온하준는 이하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연은 그의 눈빛을 마주하기 싫은 듯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곧바로 말을 이었다.“첫째, 이하나 씨를 회사에서 내보내. 앞으로 평생 회사에 들여서는 안 되고 지분을 가져서도 안 돼. 그리고 따로 지사를 차려주는 일도 없어야 해.”이 조건은 온하준과 이하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온하준은 듣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둘째, 네가 이하나한테 쏟아부은 돈, 명품이든 집이든 전부 부부 공동 재산이니 내가 반드시 돌려받을 거야. 그리고 오늘 이후로, 어떤 이유로도 이하나에게 돈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해.”이 요구는 이하나에게 사실상 목숨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그녀가 원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온하준의 재산이었다.그가 빈털터리였다면, 애초에 그녀는 선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준아! 그건 절대 안 돼!”이하나의 본심이 그대로 튀어나왔다.하지만 너무 과하게 반응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급히 변명을 덧붙이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그건... 네가 나한테 준 선물들이잖아.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고. 그리고 집은... 집에는 우리가 함께 생활한 흔적들이 남아 있단 말이야.”‘뭐? 흔적? 이 상황에서도 굳이 그런 역겨운 말을 꺼내야 하나?’강지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고개를 들어 CCTV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집에 CCTV 있는 거 잊었나 보네?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한 흔적이 있다고? 잘됐네. 증거 하나 더 챙길 수 있겠어. 이러면 온하준을 중혼죄로 고소하기 훨씬 쉬워지겠는데?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알려줘서 고마워, 이하나.”이하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고소 취하한다 그러지 않았어?”“내가 취하하기로 한 건 이하나 당신에 대한 고소야. 나랑 온하준 사이의 일은, 당신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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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온하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알겠어. 그 조건, 받아들일게.”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이하나는 절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 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강지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이 말은 어떻게 해야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설마 말로만 약속하겠다는 건 아니겠지?”온하준이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못 믿어? 나 온하준이라는 이름 자체가 신용이야.”강지연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온하준, 나한테서 넌 신뢰도가 이미 0이야.”그녀의 말에 온하준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내 조건은 이미 다 말했으니 선택은 네가 알아서 해. 우선 모든 조건을 명확히 문서로 남기고, 변호사를 찾든 공증을 받든 법적 효력을 갖추도록 해야 해. 그다음 조건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는 거고.”강지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집과 명품은 전부 회수해서 처분하고, 그 금액은 내 계좌로 입금하도록 해. 그리고 두 사람이 여행 다니며 쓴 비용도 전부 현금으로 돌려줘. 기한은 일주일 줄게. 그 시간 안에 못 끝내면 나도 약속 못 지켜.”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덧붙였다.“그때 가서 아주머니를 인질 삼아 날 협박해도 소용없어. 온하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내인 나도 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네가? 네가 무슨 수로?”온하준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설마 그 춤추는 기생오라비한테 부탁이라도 하려고?”그의 비꼬는 말투가 거슬렸지만, 강지연은 그저 미세하게 미간만 찌푸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누구를 찾아가든,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상관없다고? 잊지 마, 넌 내 아내야! 정말 상관없는 사이라면, 조건 같은 건 애초에 말할 자격도 없었어.”온하준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더니 이하나의 손을 거칠게 붙잡았다.“가자, 하나야.”두 사람은 회오리바람처럼 집을 나섰다.이하나는 문을 나서면서도 마지막까지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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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그래.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 하나의 책임을 최소화할 수는 있어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김도윤은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그렇게 완벽한 하나의 인생에, 단 한 점의 흠도 남아선 안 되잖아. 벌금 정도야 당연히 감수해야겠지만, 구류는 절대 안 돼. 하나가 그런 고통을 어떻게 견디겠어?”“맞아. 강지연이 요구한 세 가지 조건은 솔직히 어렵진 않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지.”온하준은 큰일을 해결한 사람처럼 눈빛과 표정이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그래도 하나랑 결혼 안 하겠다는 조건은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잖아!”김도윤은 고개를 살짝 돌려 이하나를 힐끗 바라보았다.슬픔에 잠긴 그녀의 표정은 지나치게 가엾어 보였다.온하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이제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김도윤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뜻을 알아차린 듯 이하나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준이 말이야, 너뿐만 아니라 누구하고도 결혼할 생각이 없대. 어차피 지금 곁에 있는 건 너 하나뿐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하지만 이하나의 찌푸린 미간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결혼만이 보장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오늘 강지연 역시 혼인 관계를 앞세워 당당히 나섰고, 온하준이 준 모든 것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만약 혼인신고도 없이 평생을 산다면, 이하나는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입장조차 안 되고 앞으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영원히 혼외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아직도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이하나는 속마음을 그대로 말할 수 없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회사까지 그만두면 앞으로 내 수입은 어떻게 해?”“그게 뭐가 걱정이야? 온하준이 너 하나 못 먹여 살릴까 봐?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너 이 회사에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 제대로 일한 적 있냐? 매일 화장하거나 쇼핑만 했고, 아니면 라이브 방송만 보고 있었잖아.”“너...”이하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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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온하준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그때 강지연은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그냥 흘려보내듯 볼 수 있는 그런 드라마였다.보다 보니 묘하게도 줄거리의 흐름이 자신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를테면 원래는 머리도 좋고 속도 깊은 남자 주인공이 여조연을 만나고 나서 눈과 귀가 동시에 멀어지는 전개까지, 과정은 달라도 결과는 놀라울 만큼 같았다.여조연에게 휘둘리며 우왕좌왕하는 남자 주인공을 보고 있다가 문득 온하준이 떠오른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마침 온하준이 들어오며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강지연 역시 그의 발소리를 못 들은 건 아니었다.원래라면 비아냥이 먼저 날아왔을 그였다.어쨌거나 온하준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이하나의 기분이 오늘 좋지 않았을 테고, 게다가 그 이유가 강지연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하지만 의외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오더니 넥타이를 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뭘 보는데 그렇게 웃긴 거야?”“바보들 연기하는 거.”그녀가 말한 바보는 현실의 온하준과 이하나였다.온하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혼자 있으니까 기분이 좋아 보이네.”“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겠어?”강지연은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되물었다.“내 감정을 소모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나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온하준은 더 말을 잇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더 이상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서류는 다 준비됐고 내일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사인만 하면 될 거야.”그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그녀에게 던지듯 내밀며 말했다.“읽어보고 추가할 거 있으면 말해.”바로 그녀가 오늘 온하준에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던 그 계약서였다.역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답게 문장은 간결하고 요점이 분명했으며 그녀가 요구한 세 가지 조건을 명확히 기재해 두었다.문장 하나하나가 엄밀하게 작성되어 빠진 부분이 없었고, 그녀가 세 번이나 꼼꼼히 읽어가며 확인했지만 말장난을 섞은 듯한 내용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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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온하준은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강지연이 그렇게까지 말했음에도 그의 눈빛에는 분노의 감정이 전혀 없었고, 그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의 눈가에는 옅은 웃음기까지 걸려 있었고 옷깃은 느슨하게 풀린 채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전반적으로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여유로워 보였다.온하준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오늘 집 안 CCTV를 봤어.”‘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또 이하나를 감싸려고 들겠지.’강지연이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빠르게 터치했다.그때 마침 그녀의 휴대전화에 문자 진동음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온하준이 그녀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한 내용이었다.“하나가 충동적이었던 건 맞아. 억울한 부분도 있었고, 사건까지 겹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진 거겠지. 그래도 넌 나 온하준의 아내라는 타이틀로 무슨 일이든 끝까지 몰아붙이려 하잖아.”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대신 사과할게.”예상 그대로였다.강지연은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온하준은 언제나 이하나를 위해 변명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모든 행동은 늘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되었으며, 문제는 항상 강지연에게 있었다.더 말해봤자 소용없었고 싸울 기력도 없었던 그녀는 예상치 못한 액수를 보며 꽤 실용적인 위안이라고 생각했다.사랑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면 누가 가져가든 상관없었다.강지연은 문자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온하준이 뒤따라 들어오더니 느긋하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2억이나 줬는데 저녁도 안 챙겨줘?”이하나가 억울함을 당했다면 그는 달래주지 않았을 리 없었고, 밖에서 이미 먹고 들어왔을 게 뻔하다고 생각한 강지연은 단호하게 말했다.“아주머니도 주무실 시간이야. 쉬는 사람 괜히 깨우지 마!”“내가 언제 아주머니를 부르겠다고 했어? 아내인 네가 남편한테 우유 한 잔 정도는 챙겨줄 수 있는 거 아니야?”“우유는 냉장고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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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온하준은 믿지 않는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온하준, 질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하는 거야.”강지연은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장뇌나무 그늘 아래에서 나뭇잎을 불던 소년, 노란 꽃잎이 흩날리는 계수나무 아래서 송편을 나눠 먹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희미한 장면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온하준, 난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그녀의 마음에는 옅은 씁쓸함만이 남아 있었다.그 말은 마치 십여 년을 바보처럼 사랑해 온 소녀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와도 같았다.‘십 년 전의 지연아, 넌 사람 잘못 선택했었어.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야.’온하준은 여전히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더니 말했다.“바보! 나 먼저 씻을게.”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바로 욕실로 향했다.강지연은 그대로 누운 채 눈을 감았다.그때 휴대전화 카톡 알림이 울렸다.출장 갔다던 최아현이 시간 나면 밥 한번 먹자는 카톡 문자였다.강지연은 휴대전화를 붙잡고 그와의 대화를 이어갔다.생각해 보면 최아현은 중학교 시절 그녀의 짝꿍이었고 꽤 가까운 친구였다.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종종 연락했고 심지어 그녀가 온하준과 결혼한 뒤에도 몇 번 연락이 왔었다.하지만 밥을 먹자는 제안만큼은 그녀가 늘 거절해 왔다.[왜 그때부터 점점 안 나오고 동창들이랑도 연락을 끊은 거야? 온하준이 못 나가게 해?][그런 건 아니야.]강지연이 다리를 절게 됐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동창 중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녀는 결혼식에도 그들을 초대하지 않았고, 그 이후 다시 만난 적도 없었다.하여 동창들은 강지연이 결혼한 건 알고 있지만 그저 소문만 들었을 뿐이었다.이제 최아현을 만나려 하자 혹시라도 지금의 자신을 보고 놀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리가 불편해졌다는 사실을 미리 말해주었다.하지만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어떻게 된 거야?]최아현이 반사적으로 묻자 강지연은 그 질문을 피했다.그는 그녀가 그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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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목젖을 타고 굴러 나오는 낮고 흐릿한 저음이 묘하게 공기를 흔들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온하준의 목소리에 최아현은 당황한 듯 말을 이었다.“온하준이야? 알겠어. 그럼 방해 안 할게. 우리 내일 저녁에 봐. 잘 자.”두 사람의 통화는 마치 강지연과 온하준 사이의 시간을 침범하고 싶지 않다는 듯 너무도 빠르게 끊겨버렸다.“내일 약속 있어?”너무 가까이 있었던 탓에 통화 내용을 전부 들은 온하준은 강지연의 휴대전화 화면을 힐끔 보며 물었다.“최아현이야?”“응.”강지연은 짧게 답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최아현이랑 연락하고 있었어? 내일 만나기로 한 거고?”“응.”“좋네. 예전 친구들이랑도 좀 자주 만나.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그의 말에 강지연은 속으로 비웃었다.‘웃기고 있네. 예전엔 동창들 앞에서도 절뚝거리는 내가 자기 체면 깎을까 봐 숨기기에 바빴던 사람이 인제 와서 관대한 척은. 지금은 옆에 내세울 수 있는 이하나가 있으니까 괜찮다는 거야?’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에 온하준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금방 샤워하고 나온 바디워시 향과 아직 가시지 않은 숨 냄새가 섞여 그녀의 코끝을 찔렀다.“강지연, 그냥 합법적인 아내 말고 진짜 내 아내가 될 생각은 없어?”그의 말에 강지연은 잠깐 멍해지더니 온하준의 손이 잠옷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순간 곧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기대 있던 온하준의 머리를 힘껏 밀어내며 말했다.“정신 차려!”온하준은 더 이상 말을 잇지도, 행동을 이어가지도 않았다.한참 뒤, 거의 잠 들어가던 강지연은 누군가에게 흔들려 잠에서 깨났다.“이거 좀 봐. 네가 인스타에 올린 이 글은 뭐야? 무슨 뜻이야?”그녀가 몽롱한 상태로 고개를 돌리자 온하준의 휴대전화 화면에 그녀가 올린 게시글이 떠 있었다.하지만 화면을 실수로 잘못 터치하는 탓에 카톡 대화창이 함께 열려 버렸다.강지연은 단번에 많은 내용을 읽어 버렸다.온하준, 김도윤, 김도진이 있는 단체채팅방이었고 방 이름은 유생 유사 유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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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마음대로 해. 네 선택이니까.”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던 강지연은 다시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사실 지난 5년 동안 아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먼저 고개를 숙였던 건 늘 그녀였다.체면도 자존심도 내려놓고 몇 번이나 아이를 가지려 했지만 돌아온 건 언제나 온하준의 냉정한 거절뿐이었다.‘인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하나가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니까, 그제야 나한테 아이 이야기를 꺼낸다고?’“알았어.”그는 서류 가방을 챙겨 들며 말했다.“그 조건, 당연히 받아들이지. 가자.”강지연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온하준과 함께 집을 나섰다.그리고 옷 한 벌을 더 챙겼다.오후 재활 치료가 끝나면 땀에 흠뻑 젖을 텐데, 다시 돌아와 갈아입을 시간이 없으면 그 상태로 최아현을 만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저녁에 최아현을 만나기로 한 거야?’온하준은 그녀가 옷 한 벌을 더 챙기는 걸 보더니 물었다.“응.”“오후에 재활 치료도 가려고?”“응.”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정말 계속해야 해? 그렇게 힘든데, 버틸 수 있겠어?”“응.”온하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이거야말로 진짜 천금 일자라는 거네. 내가 2억 더 보낼 테니까 두 글자로 말해줄 수 있어?”“그래.”강지연은 정확히 두 글자라는 뜻으로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보였다.온하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2억을 더 송금하더니 말했다.“기억해 둬. 앞으로도 이렇게 한 글자씩 말하면, 그건 계약 위반이야.”“그... 래.”온하준은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이 마치 물감 팔레트를 엎어놓은 듯 오색찬란했다.“그럼 이제 나가자.”그는 서류 가방을 집어 들고 앞장섰다.‘설마 화난 거야? 겨우 이런 일로?’강지연은 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그녀는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올라탔다.하지만 그녀가 자리에 앉는 순간 차 안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백미러에 달린 안전운전이라 적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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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근데 이렇게 하면 나중에 재산 문제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을 거야.”“괜찮아, 그럴 일 없어.”온하준은 차에 기대선 채 통화를 이어갔다.“이미 재산 이전 방법까지 다 생각해 둔 거야?”“그럴 생각 없어.”온하준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재윤아,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 난 강지연을 속이지 않아. 재산 같은 건 그냥 인생의 일부일 뿐이야. 그리고 애초에 내가 그녀에게 빚진 거고. 춤추던 한 여자아이의 인생을 내가 망친 거잖아.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야.”“그래서...”김재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하준이 말을 덧붙였다.“그래서 그녀가 돈을 원하면 돈을 주는 거고, 뭘 원하든 다 주는 거야. 어차피 강지연은 내 합법적인 아내고, 내 재산은 공동 재산이니까. 넌 변호사라는 사람이 왜 이런 걸 나한테 묻고 있어?”“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그 첫사랑은?”“우리가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만난 사람이야. 정이 깊은 사람이기도 하고.”“응... 그래.”김재윤은 더 잇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감정에 관한 일을 너무 많이 다뤄온 변호사로서 그는 그저 온하준의 생각이 뜻대로 되길 바랄 뿐이었다.통화를 마치고 차에 타려던 온하준은 그제야 서류 가방을 두고 온 걸 알게 됐다.그가 몸을 돌리자 강지연이 바로 뒤에서 서류 가방을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왜 그러고 있어?”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들고 가방을 내밀며 말했다.“아... 아니야. 가방 주러 왔어.”온하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말했다.“한 글자는 아니네.”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 먼저 갈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그는 가방을 받아 쥐고 차에 올라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졌다.그녀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문득 가슴 한쪽이 텅 빈 느낌을 받았다.한의원에서 침구를 받고 나오니 어느새 점심 무렵이었다.강지연은 밖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돌아와 재활 치료를 기다렸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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