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알겠어. 그 조건, 받아들일게.”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이하나는 절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 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강지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이 말은 어떻게 해야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설마 말로만 약속하겠다는 건 아니겠지?”온하준이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못 믿어? 나 온하준이라는 이름 자체가 신용이야.”강지연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온하준, 나한테서 넌 신뢰도가 이미 0이야.”그녀의 말에 온하준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내 조건은 이미 다 말했으니 선택은 네가 알아서 해. 우선 모든 조건을 명확히 문서로 남기고, 변호사를 찾든 공증을 받든 법적 효력을 갖추도록 해야 해. 그다음 조건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는 거고.”강지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집과 명품은 전부 회수해서 처분하고, 그 금액은 내 계좌로 입금하도록 해. 그리고 두 사람이 여행 다니며 쓴 비용도 전부 현금으로 돌려줘. 기한은 일주일 줄게. 그 시간 안에 못 끝내면 나도 약속 못 지켜.”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덧붙였다.“그때 가서 아주머니를 인질 삼아 날 협박해도 소용없어. 온하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내인 나도 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네가? 네가 무슨 수로?”온하준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설마 그 춤추는 기생오라비한테 부탁이라도 하려고?”그의 비꼬는 말투가 거슬렸지만, 강지연은 그저 미세하게 미간만 찌푸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누구를 찾아가든,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상관없다고? 잊지 마, 넌 내 아내야! 정말 상관없는 사이라면, 조건 같은 건 애초에 말할 자격도 없었어.”온하준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더니 이하나의 손을 거칠게 붙잡았다.“가자, 하나야.”두 사람은 회오리바람처럼 집을 나섰다.이하나는 문을 나서면서도 마지막까지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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