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Bab 181 - Bab 190

201 Bab

제181화

‘다른 사람’이라는 그 단어가 강지연의 마음을 할퀴었다.그래도 그 시절의 강지연은 아직 좋아하지 않는 게 당연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그리고 어리석게도 온하준의 사적인 공간에는 그와 그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만 있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이제 그의 사적인 공간에는 그의 할머니 유품이 아닌 이하나의 물건이 걸려있었다.강지연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두 사람을 신경 쓰지 않으려던 순간, 온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나야, 그러지 마. 내가 너한테 뭐라 한 것도 아니잖아. 네 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러지 말고 웃어. 네가 웃으면 나도 기분 좋아.”강지연이 룸미러로 뒷좌석을 바라보자 눈물에 젖어 있던 이하나의 얼굴이 그 말 한마디에 꽃처럼 환해졌다.‘아내가 바로 옆자리에 있는데 대놓고 내연녀를 달래주는 꼴이라니. 어이가 없네.’그리고 곧 이하나는 룸미러를 통해 강지연에게 도발하는 시선을 던졌다.강지연이 오히려 미소로 받아지차 순간 이하나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더 이상 두 사람을 상대하기 싫었던 강지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차는 곧 파출소 앞에 섰다. 강지연이 내리자마자 뒤에서 이하나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준아, 빨리 강지연 좀 부축해! 다리 불편하잖아!”그 한마디에 파출소 안팎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강지연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하, 정말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다들 똑같네. 온하준 옆에 붙어 있는 김도윤, 김도진처럼 이하나 너도 다리 불편한 나는 하준이 옆에 설 자격이 없다는 걸 동네방네 떠들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그래,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제대로 한번 보여줄게.’강지연은 제자리에 멈춰 선 채, 온하준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여보, 빨리 와! 나 발 아프니까 와서 좀 부축해 줘.”‘굳이 내 다리를 들먹이고 싶다면 기꺼이 들먹여 주지.’강지연은 지금 상황에 온하준이 자신을 거절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일단 온하준은 아직 강지연에게 고소 취하를 받아내야 했고 무엇보다도 그는 누구도 부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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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러면 그때는 누가 먼저 할머니를 들먹이면서 사적인 공간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나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는 생각 안 해봤겠지.’“또 그 웃음.”미간을 구긴 채 그녀를 바라보는 온하준의 눈동자에는 미묘한 흔들림이 스쳤다.“요즘 왜 자꾸 그렇게 웃어? 기분이 이상하잖아.”강지연은 여전히 웃음을 유지한 채 말했다.“이상할 게 뭐가 있어? 그러면 뭐 매일 너랑 대판 싸우기만 할까?”온하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생각을 정리한 듯 차분하게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가 택시 불러줄게. 너 먼저 가. 나는 하나 좀 데려다주고.”“어, 그래. 근데 택시는 나 혼자 부르면 돼.”그 순간 온하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강지연, 제발 그만 좀 성질부려.”강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온하준을 바라봤다.“내가 언제? 네가 바쁘다니까 내가 알아서 부르겠다는 건데 그게 성질부린 거야?”“지금 삐진 거잖아. 그래서 일부러 싫다고 하는 거잖아. 또 질투해? 그래, 원래 오늘은 내가 널 데려다줘야 하는 거 맞아. 근데 기사는 지금 할머니네 집 앞에 대기 중이잖아. 게다가 하나는 고소를 금방 취하해서 멘탈도 흔들려져 있고 집도 없어졌고 가지고 있던 가방이랑 보석도 다 없어졌잖아. 걔 마음이 어떻겠어? 그래서 그저 호텔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건데 겨우 이런 거로 화를 내야 돼? 강지연, 이럴 때면 진짜 네 마음이 의심돼. 결혼 내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 있었어? 진심으로 사랑했으면 내 친구쯤은 품을 수 있잖아.”강지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없으니까 의심하지 마.”온하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뭐가 없다는 소리야?”“너를 사랑한 적 없어.”강지연이 한 글자씩 잘라 말했다.“너!”온하준은 결국 폭발했다.“내가 진짜 너 때문에 미치겠다! 왜 말이 이렇게 안 통해? 꼭 이런 말로 사람 약 올려야 해? 너 지금 질투 때문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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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리고 곧바로 강지연과 홍순자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다행히 마당엔 아직 온하준의 기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강지연의 부모가 온다고 해도 쉽게 들어오지 못할 터였다.그러니 그사이 필요한 것들만 챙겨 빠져나가면 됐다.강지연의 권유에 따라 반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짐을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챙긴 거라고는 딱 필요한 것들뿐이었다. 신분증과 통장, 카드, 중요한 등기 서류들 그리고 귀금속.나머지는 과감히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홍순자의 짐은 캔버스 가방 하나만으로 충분했다.현관을 나서던 홍순자는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집 안을 한번 쭉 둘러봤다.그러다 식탁 위 액자들을 하나씩 꺼내 사진만 빼내더니 딱딱한 표지의 앨범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그때 강지연이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할머니와 자신 그리고 온하준 셋이 함께 나란히 찍은 사진이었다.“할머니, 이건 제가 가져갈게요.”강지연은 사진을 빼앗다시피 챙겨갔다.그녀는 며칠 뒤면 어차피 할머니도 모든 걸 알게 될 테니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강지연은 가위로 온하준이 있는 부분을 잘라 냈고 할머니와 자신만 남은 부분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홍순자는 속으로 한숨을 삼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지연이 옅게 웃었다.“할머니, 가요.”“그래.”두 사람은 가지런히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마당에서 기다리던 기사는 두 사람을 보자 벌떡 일어났다.“아까 가도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인제 그만 돌아가세요. 저는 할머니랑 밥 먹으러 갈 거예요.”“아... 네.”기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봤다.자신이 받은 지시는 집을 지키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지금은 사람을 따라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곳에서 빈집을 지켜야 하는 건지 망설여졌다.잠깐의 망설임 끝에 기사는 결국 온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밥 먹으러 갔다고?”온하준은 밥 먹으러 나갔다는 말에 별다른 의심을 두지 않았다.필경 홍순자는 강지연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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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온하준이 홍순자 댁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기사만 있었고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사람은?”온하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기사는 바짝 긴장한 채 등을 곧게 펴며 대답했다.“사모님이 할머님 모시고 식사하러 나가셨습니다.”잠시 운전기사를 바꿔야 하나 생각하던 온하준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기사를 쏘아보며 말했다.“밥 먹으러 간 건 나도 알아. 아까 보고 했잖아.”운전기사는 보고 했었는데 왜 묻냐는 표정으로 온하준을 멍하니 쳐다봤다.온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아직도 안 돌아온 거냐고?”기사는 머리를 긁적였다.‘딱 봐도 안 돌아왔는데 굳이 왜 물어보시는 거지? 대표님 오늘 왜 이래?’훤히 보이는 기사의 표정에 온하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도대체 밥 먹으러 어디를 간 거야?’그는 자신이 강지연의 동선을 모른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그리고 김도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온하준, 너 강지연한테 너무 잘해줘. 돈도 안 주고 카드로 막아 봐. 그렇게 네 앞에서 날뛸 수 있나.”온하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것만은 못할 것 같았다.필경 그는 강지연에게 다리를 빚진 사람이었고 그 빚은 평생 돈으로밖에 갚을 길이 없었다.강지연에게 연달아 다섯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고 홍순자에게 전화하니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아직도 식사 중이냐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마지막으로 진경숙에게 전화를 걸어 강지연이 돌아갔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번호를 누르는 순간 진경숙이 아직 입원 중이란 사실이 떠올랐다.온하준은 결국 집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차에 올랐다.“대표님, 저는...”기사가 급히 따라오며 물었다.“계속 지켜. 강지연이 돌아오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도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쪽은 계산하고 간 거야? 강지연은 만났어? 언제 다시 올 건데?”온하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나 안 가. 너희끼리 놀아.”“왜? 또 무슨 일이야?”“별일 아니야. 오늘 좀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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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아, 할머니가 어머니 아버지 때문에 힘들다면서 잠시 피하고 싶으시대. 눈에 안 보이면 훨씬 낫잖아. 아까 저녁 먹고 표 끊어 드렸어. 옆 도시 사는 오래된 친구한테 가서 놀면서 겸사겸사 바람도 쐬시라고.”온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잘했네. 그런데 그러면 우리 함께 여행 가기로 한 건 어떡해? 할머니 언제 돌아오셔?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릴까?”강지연은 온하준이 여행에 대해 진작 잊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나중에 가자.”그녀는 대충 넘겼다.‘기다리긴 뭘 기다려. 여행을 가긴 하겠지만 그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될 테니까.”그 뒤로 온하준은 그녀가 옷을 정리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옷을 많이 꺼낸 거야?”“가을 겨울옷은 넣고 여름옷을 꺼내는 거야.”강지연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물론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오라지 않으면 떠나야 하는데 이 많은 옷을 전부 가지고 갈 수는 없으니 정리해야 했다.이미 당근에 올려뒀으니 이틀 안에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팔고 마지막 날까지도 없으면 헌옷수거함에 넣을 생각이었다.마침 그때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당근에서 구매 문의가 들어온 알림이었다.강지연이 휴대전화를 집으려는 순간 온하준이 먼저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낚아챘다.“당근? 너 뭐 사려고? 아니면 파는 거야?”“당근도 알아?”강지연이 휴대전화를 되찾으려 손을 내밀었다.“그걸 왜 몰라? 열어봐. 뭔데?”온하준이 당근을 아는 건 이하나 때문이었다. 예전에 이하나가 휴대전화를 들이밀며 당근에 중고 가방이 싸게 올라온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물론 온하준은 중고품을 사게 내버려두지 않고 새로운 것을 사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 물건은 결국 강지연이 갖고 있지만.온하준은 뭔가 떠올랐는지 강지연의 얼굴에 휴대전화를 들이대 페이스 아이디로 잠금을 풀어버렸다.당근 문자를 확인해 보자 코트 가격을 묻는 구매자 문의가 떠 있었다.온하준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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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나까지 팔아치우려고?”온하준이 다가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중고로 내놓는 데 맛 들였어?”강지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런데 아쉽게도 아무도 값을 안 불러. 이하나에게 넘긴다고 걔가 나한테 돈 줄 리도 없잖아.”온하준이 헛웃음을 흘리며 손에 힘을 주자 강지연의 볼이 단숨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이제는 헛소리도 참 그럴듯하게 하네.”아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간 온하준의 손짓에 강지연은 얼굴이 욱신거렸다.그의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화난 듯싶었다.‘하긴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하나인데 성심성의껏 해줬던 모든 것들을 내가 모조리 되찾아왔으니 그럴 만도. 아끼는 이하나가 몇억을 손해 봤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만도 해.’“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나랑 하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내가 말했잖아. 넌 영원히 내 아내야.”온하준은 더는 말 섞을 기분이 아닌지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강지연도 더 이상 그와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남은 건 고작 나흘, 그 나흘 안에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그래도 지금 쥐고 있는 돈이 넉넉했기에 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강지연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찌 되었든 온하준은 결혼한 지난 5년 동안 돈만큼은 넉넉히 쥐여 줬다.그때 그녀의 당근에 다시 문자가 떴다. 누군가 한정판 겨울 코트를 묻고 있었다.한정판이기도 했지만 그건 온하준이 직접 그녀를 위해 골라준 유일한 옷이었다.그해 설, 온하준의 아버지가 명절을 보내러 집으로 돌아왔다.원래 명절이면 온하준은 온씨 가문 본가에 절대 가지 않았다.그 이유는 별로 상관없는 친척들뿐인데 뭐 하러 가냐는 거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오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강지연은 온하준이 아버지가 왔다는 이유로 억지로 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진해서 나서는 것 같았다.그는 아마 친척들 앞에서, 특히 아버지 앞에서 가문의 도움 없이도 본인이 얼마나 잘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그리고 이 코트는 그 허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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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이 두 벌은 누가 사겠다고 해서 사진 찍어 보내려는 거야.”강지연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이 두 벌?”온하준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강지연, 네 옷만 팔면 되잖아. 내 옷까지 네가 마음대로 처리할 권한이 있어?”강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세트로 원한다잖아. 한 벌만으론 안 산대. 네 걸 안 끼워 주면 내 것도 안 팔려.”“강지연!”그는 또 화가 난 얼굴이었다.요즘 온하준은 유난히 쉽게 화를 냈다.“왜 이렇게 예민해? 어차피 다시 입지도 않을 거면서. 필요한 사람한테 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순환 재활용이지.”강지연이 말을 덧붙였다.“정 그렇게 싫으면 돈 받고 반 나눠 줄게.”온하준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더니 그녀를 한쪽으로 밀어냈다.그는 잔뜩 굳어 있는 얼굴로 옷장에서 깨끗한 옷을 꺼내며 말했다.“오늘 김도윤이랑 이하나랑 모임 있는 거 알지? 애들이 가지 말라고 계속 붙잡아두는 걸 너랑 있으려고 일부러 집에 돌아온 거거든. 그런데 지금 넌...”말을 채 끝내지도 않은 채 그는 옷을 들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드레스룸에 남은 강지연은 그가 전화를 거는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하나야. 너희 어디까지 갔어? 나 지금 갈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사서 갈게. 디저트? 무슨 디저트? 티라미수? 그게 뭐야? 어디서 사면 돼? 그래, 알겠어.”통화를 마친 온하준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집을 나섰다.‘손가락에 붕대까지 감고 있으니 타자하는 것도 너무 불편하네. 쓰레기 처리하는 일조차 이렇게 번거롭다니!’강지연은 다시 구매자와 대화를 이어 갔다.상대는 놀랍게도 같은 도시였고 수령지는 호텔 프런트였다.그녀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발송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내일 보낼 옷들을 하나씩 포장해 따로 정리하고 택배 수거 예약까지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와 홍순자와 영상 통화를 했다.화면 속 홍순자가 편안해 보이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강지연은 안심하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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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참, 이 티라미수 먹어본 적 있어?]이하나는 또다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었다.[사랑하는 사람이 차로 40킬로미터나 달려서 요즘 제일 핫하다는 디저트를 사다 줬어요. 다들 일 얘기하는 동안 난 조용히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중.]강지연은 사실 이미 떠날 준비를 끝내고 깔끔하게 서로 각자 행복한 길을 찾기로 마음먹은 뒤였다.어쨌거나 온하준이 그녀에게 준 돈은 충분했다.앞으로의 인생에서 크게 잘못된 선택만 하지 않는다면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였고, 그 점을 봐서라도 강지연은 정말로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었다.심지어 그녀가 떠난 뒤 온하준이 이하나를 어떻게든 잘 챙겨줄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의 강지연은 이미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테고 다시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 얽히고설킬 생각이 없었다.‘이하나는 굳이 왜 이러는 걸까? 불륜을 이렇게까지 대놓고 과시하는 이유가 뭐지? 계속 나를 자극하고 도발해서 얻는 게 대체 뭔데?’온하준도 마찬가지였다.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하더니 불과 며칠 만에 약속을 어긴 것이다.‘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했을까?’이하나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이번엔 온하준이 직접 돈을 쥐여준 건 아닐 거라고 강지연은 짐작했다.그녀가 알고 있는 그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분명 다른 경로를 통해 자기 손을 거치지 않고 처리했을 것이다.강지연은 휴대전화를 꽉 움켜쥐었다.솔직히 그녀에게는 두 사람과 감정 소모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그녀는 다시 이하나의 블로그로 들어가 올라온 모든 게시물을 캡처하고 화면 녹화까지 남겼다.그리고 이하나에게 답장을 보냈다.[이하나,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때 온하준을 버린 건 너잖아. 지금은 그 사람이 나랑 결혼한 상태인데 인제 와서 끼어드는 건 무슨 뜻이야?]이하나의 답장은 바로 날아왔고 자신감과 우월감이 문자 사이사이에서 넘쳐흘렀다.[그래서 뭐? 하준이가 사랑하는 건 나야. 내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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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난 빠질 테니까 둘이서 맘껏 놀아봐.’강지연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잠들기 전 당근 앱에서 주문 두 건을 더 처리했다.내일 발송할 물건이 꽤 많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그날 밤 온하준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강지연은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화면을 보니 새벽 두 시에 도착한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고 사진 한 장까지 첨부돼 있었다.사진 속에서 온하준은 상반신이 훤히 드러난 채 깊이 잠들어 있었고 이하나는 야한 잠옷 차림으로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카메라를 향해 있었다.강지연은 곧바로 이하나의 블로그를 확인했다.역시나 똑같은 사진으로 이미 업데이트되어 있었다.대신 온하준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로 공개되지 않았고 문구까지 덧붙여져 있었다.[난 네가 잠든 모습이 제일 좋아. 죽을 때까지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나의 소년.]물론 사진 속 명품 가방과 명품 스탠드, 이하나가 입은 명품 원피스는 전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였다.댓글의 절반 이상은 돈도 많고 잘생긴 데다 사랑까지 넘치는 남편을 도대체 어디서 만났냐는 감탄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이하나는 마치 진짜 아내라도 된 것처럼 댓글 하나하나에 답글을 남겼다.[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예요. 이젠 십 년도 넘게 됐죠.][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수입도 꽤 되고요.][저는 일 안 해요. 남편이 다 벌어다 주니까요.]사랑과 돈을 과시하는 답글이 이어질수록 네티즌들의 부러움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강지연은 문득 인터넷에서의 신분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렸다.이하나는 지금 그 허위의 신분을 누구보다도 즐기고 있는 듯했다.강지연은 말없이 그녀가 올린 게시물과 댓글 전부를 화면 녹화해 두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장을 마친 뒤 당근 앱에서 발송 처리를 눌렀다.잠시 후 온하준이 집에 돌아왔을 때 마침 택배 기사가 물건을 수거하려고 와 있었다.현관에 서서 사람 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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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온하준은 말없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너... 진짜 화 안 난 거야?”“응.”강지연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화 안 났다고 말할 때마다 넌 항상 안 믿었잖아.”“강지연, 이하나는...”“알아. 이하나는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잖아. 네가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빛이 되어줬고 할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곁에 있어 줬잖아. 만약 나한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나도 분명 소중히 여겼을 거야. 게다가 지금 이하나가 힘든 시기라면 네가 곁에 있어 줘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온하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연은 마치 이미 수없이 되뇌어 외운 문장을 읊듯이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네가 그렇게 이해해 주니 다행이야.”이해받았다고 믿은 온하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 강지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나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나가 줘.”남은 시간은 사흘, 그녀는 날이 갈수록 점점 숨이 막히는 듯했고 눈앞에 보이는 그의 얼굴조차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온하준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물었다.“옷 갈아입고 어디 가는데?”“한의원.”“내가 데려다줄게.”강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는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가방을 들고 그와 함께 집을 나섰다.차에 올라탄 강지연은 차 안에 다시 걸려 있는 나무 장식품을 발견했다.“다시 걸어놨네.”“응. 할머니가 날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이하나가 다시 걸어둔 거야.”“좋은 뜻이네.”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온하준은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정말로 화가 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강지연, 너 예전부터 이렇게 이해심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나 원래 이해심 많았거든?”그녀는 속으로 쓰레기들끼리 평생 붙어살라는 축복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온하준은 강지연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어주며 말했다.“이러니까 너무 좋잖아.”너무 갑작스러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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