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666 챕터

제611화

“못 하지.”중현은 도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너는 네 이익이 다른 모든 것보다 중요한 사람이니까.”[나와 단아 일에 더는 관여하지 마.]도현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경고했을 뿐이었다.“이번 일은 네가 솔이 일에 관여했던 걸 갚은 셈으로 칠게. 이제부터 서로 건드리지 말자.”중현의 입술이 얇게 열렸다.“나 오늘 처음 봐?”도현의 눈매가 가라앉았다.[뭘 원하는데?]중현은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곁에 서 있던 강 비서는 대화를 전부 들었다. 통화가 끊긴 걸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제가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없어.”중현이 답했다.“하도현 쪽은...”강 비서는 감을 잡기 어려웠다.중현과 도현의 충돌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물밑에서 서로 한 번씩 찌르는 식이었다. 지금처럼 대놓고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은 거의 없었다.“진씨 집안 쪽에만 신경 써.”중현의 두 눈은 깊고 어두워 읽을 수 없었다.“하도현은 신경 쓰지 마.”언젠가 도현도 사랑 때문에 충동적으로 움직일 날이 올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날은 지금이 아니었다. 가까운 시일도 아니었다.이 세상에서 도현이 권력과 이익을 내려놓게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 점에서 도현은 아버지인 하준호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예전에 HS그룹이 안팎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면, 하준호도 경쟁에서 이긴 중현에게 지분과 권한 일부를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평생 권력을 손에 쥐고 중현과 도현을 통제하려 했을 것이다.핸드폰이 몇 번 진동했다.도현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중현이 받았다.“또 할 말 있어?”[나와 단아 일에서 손 떼. 그러면 아버지가 꾸미는 일을 하나 알려줄게.]도현은 여러 번 따져 본 뒤 입을 열었다.[강솔과 관련된 일이야.]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도현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중현은 단아와 자신의 일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관심 없어.”중현이 말했다.[내가 왜 강솔의 프로젝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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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반면 중현은 도현과 다르게 늑대였다. 거리낌이 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물어뜯었다.“하도현.”중현은 드물게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네가 착한 아들 노릇을 하겠다는데 말리지 않아. 네가 강솔에게 접근하겠다는 것도 네가 정신 나가서 그런 거로 넘길 수 있어. 하지만 이제 솔이 일에는 손대지 마.”도현은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이 동생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누군가 단아를 넘본다면, 설령 겉으로 하는 연기라 해도 도현은 혐오하고 배척했을 것이다.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서 그 사람을 밀어냈을 것이다.하지만 중현은 달랐다.[너 강솔 좋아하는 거 아니야?]“맞아.”[그런데 내가 강솔에게 접근한다고 해도 반응이 그거야?]‘강솔에게 접근하는 게 사업에 간섭하는 것보다 더 화나야 하는 일이 아닌가?’“네가 솔이에게 접근해 봐야 거절당하는 경험만 하게 될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중현의 말은 직설적이었다.“너처럼 책임감 없고 겁 많고 나약한 사람은 솔이가 평생 가장 경멸하는 부류야.”도현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되물었다.[그럼 너는? 그렇게 책임감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다는 너를 강솔이 좋아하기는 해?]중현은 말했다.“좋아해.”도현이 낮게 웃었다.[네가 그렇게 자기기만에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네.]“솔이가 나를 좋아해.”중현의 말은 단호했다.“애정과 증오는 공존할 수 있어.”도현은 멈칫했다.중현이 반격했다.“너는 임단아에게서 그런 걸 느껴 본 적 없나?”도현이 핸드폰을 쥔 손에 조금씩 힘을 주었다.단아는 도현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단아가 도현에게 보이는 모든 것은 이익과 거짓으로 가득했다.“이번 일은 이자야. 네가 다시 솔이에게 손대면, 나는 망설임 없이 네 모든 팔을 꺾을 거야.”중현의 말은 당부이자 경고였다.“너는 비용을 따지지만, 나는 따지지 않아.”도현은 전화를 끊었다.중현은 말한 것을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었다. 도현이 중요하게 여기는 하씨 집안 실권자의 자리는 중현에게는 있어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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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강솔이 여씨 집안 본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반쯤이었다.상석에 앉은 정신이 또렷한 노인을 보며, 강솔은 바로 물었다.“저를 부르신 이유가 있으십니까?”강솔 혼자였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였지만, 안쪽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래도 홍일과 신동이 함께 있었으니 어떤 일들은 지나치게 경계하지 않아도 됐다.“사실 별일은 아니다.”여진동의 표정은 진환식보다 더 엄했다. 그래도 이것이 여진동 나름대로 최대한 부드럽게 보이려 애쓴 모습이었다.“그냥 너를 불러 이야기 좀 나누고, 밥도 한 끼 먹고 싶었다.”강솔은 더 말하지 않았다.막 H시에 왔을 때였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일을 겪으며 강솔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 세계에서는 서로 싫어해도 함께 앉아 밥을 먹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한 끼 식사, 한마디 말, 한 번의 만남도 큰 이익과 손해를 불러올 수 있었다.“네가 윤재와 어떤 관계인지 나는 알고 있다.”여진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괜찮다면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된다.”“곧바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강솔은 관계를 지나치게 차갑게 만들지는 않았다.“지금은 ‘어르신’으로 부르는 편이 좋겠습니다.”여진동의 마음이 조금 안정됐다.“그래, 네가 편한 대로 불러라.”두 사람은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식사 내내 불쾌한 일이나 감정이 격해지는 일은 없었다. 여진동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가족 식사처럼 보였다.식사가 끝나고 강솔이 떠나겠다고 말했을 때에야 여진동은 강솔을 불러 세웠다.“솔아.”강솔이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이번 평가에서 통과하면 진씨 집안 지분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여진동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받는 게 아닙니다.”강솔은 표현을 바로잡았다.“사는 겁니다.”여진동은 20여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내가 잘못 말했구나.”강솔은 그 부분을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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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여진동이 말했다.“네가 그동안 아내와 딸의 마음을 얼마나 돌려놨는지 확인해 본 거다.”여윤재는 말이 막혔다.여진동은 조금도 체면을 봐주지 않고 그를 타박했다.“지금 보니 진전이 거의 없군.”“그때 아버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면, 결과가 이렇게 됐겠습니까?”여윤재도 과거에 자기 잘못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노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네가 일을 제대로 못 해 놓고 나를 탓하느냐?”여진동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지 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연례 주주총회가 열린다. 그때 네 작은아버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여윤재도 차분하게 맞받았다.“아버지 동생도 제대로 못 잡으시면서 저를 탓하십니까?”여진동은 입을 열었다가, 차갑게 콧방귀만 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생이기는 했다. 하지만 부모가 나이 들어 얻은 아이라 여진동과는 나이 차가 꽤 컸고, 오히려 윤재와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당분간 솔이를 집안 싸움에 끌어들이지 마십시오.”여윤재는 그동안 그 문제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준비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일이 정리되면 제가 직접 이야기하겠습니다.”여진동은 입술을 다물었다.하고 싶은 말은 끝내 삼켰다.그에게는 얼마 뒤 주주총회에서 생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면 이 아들이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알았다.”“그리고 앞으로는 말없이 솔이를 본가로 부르지 마십시오.”여윤재가 말했다.“작은아버지 쪽에서 알게 되면, 그 아이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겨우 쉰 넘은 나이에 벌써 이렇게 잔소리가 많으냐?”여진동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들에게도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내 나이가 되면 아주 볼만하겠군.”여윤재의 감정은 평온했다. 더 말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여윤재가 본가에 돌아왔을 때 강솔과 아버지는 이미 식사를 마친 뒤였다. 강솔이 자신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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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신동이 천천히 말했다.“다만 앞으로 그분이 하시는 말씀은 듣기만 하시고, 너무 믿지는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같은 생각입니다.”홍일이 짧게 말했다.신동마저 동의하자 강솔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저희 말을 이렇게 믿으십니까?”신동은 강솔이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받아들이자 조금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저희가 아가씨의 재물운을 끊으려고 일부러 헛소리하는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너는 그럴 수도 있지.”강솔은 신동을 곁에 데리고 다닌 지 제법 되자, 농담도 하게 되었다.“하지만 홍일은 안 그래.”홍일은 기분이 좋아졌다. 자세를 다시 반듯하게 세웠다.강솔의 신뢰를 절대 저버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그건 모르는 일입니다.”신동은 여유롭게 운전했다.“영화에서 보면 막후의 최종 보스는 늘 처음에는 가장 무해해 보이고, 가장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잖습니까.”강솔은 부정했다.“그건 영화야.”“현실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합니다.”신동이 말했다.강솔은 받아쳤다.“그럼 그 빌런은 분명 너야.”신동은 멈칫했다.홍일이 맞장구쳤다.“아가씨 말씀이 맞습니다.”“그것도 맞네요.”신동은 오히려 인정했다. 심지어 아주 진지하게 분석했다.“제가 이렇게 잘생겼고, 말도 잘하고, 운전 실력도 좋고, 미세한 표정변화도 읽을 수 있고, 심리학도 압니다. 딱 봐도 주인공에 가까운 빌런 아닙니까?”강솔은 말문이 턱 막혔다.홍일도 마찬가지였다.신동은 계속 말했다.“아가씨, 안심하십시오. 설령 제가 악역이라 해도, 저는 끝까지 제 일을 다하는 경호원 겸 운전기사 악역일 겁니다.”“운전에 집중해.”강솔은 신동이 말하면서도 차선을 바꾸자 주의를 줬다.“아직 죽고 싶지 않아.”“제 인품을 의심하시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 운전 실력은 의심하시면 안 됩니다.”강솔이 말했다.“너 홍일한테 배웠어?”홍일은 당황했다.홍일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이게 나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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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강솔은 핸드폰을 다시 들어 방금 다 쓰지 못한 업무 메시지에 답했다. 제품기획 담당자와 개발총괄 쪽과 이야기를 마친 뒤, 시선을 다시 앞좌석의 홍일과 신동에게 두었다.이틀 전 강솔은 홍일과 신동의 자료를 받았다.내용은 아주 깔끔하고 명확했다.두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이 기간 깊이 접촉해 본 뒤로는 여전히 두 사람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일을 보는 관점이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평범하지 않았다.홍일은 진짜 기계처럼 차분했다.신동은 모든 일에 대해 백과사전처럼 알고 있었다.“신동 씨.”강솔은 한 번 더 떠보기로 했다.“아가씨, 말씀하십시오.”신동은 말할 때마다 묘하게 의식처럼 격식을 차렸다.“아까 여진동 어르신이 나를 보는 눈에 95%가 이익이라고 했잖아.”강솔이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 무슨 생각이든 말해도 돼.”신동은 조수석의 누군가를 한 번 보았다.“방금 어떤 사람이... 제가... 아니, 경호원과 운전기사는 아가씨의 개인적인 일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신동 씨는 월급 안 받는 비서도 겸직한다며?”신동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도로 신호등의 빨간불에 멈춘 신동이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솔을 보았다.강솔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차분했다.“왜?”“아가씨가 홍일에게 물들었습니다.”신동은 억울하다는 듯 고발했다.“예전의 아가씨라면 그래도 월급은 조금 주셨을 텐데, 진짜 공짜로 쓰려고 하시다니요.”강솔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월급을 줘야 할 것 같았다.신동의 사정은 홍일보다 더 복잡해 보였다. 아직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아가씨는 변하셨습니다.”신동의 말투에는 높낮이가 분명했다.“예전이라면 ‘공짜로 쓰지는 않을 거야. 신동 씨가 비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월급을 줄게’라고 하셨을 겁니다.”“나중에 내 사업이 더 많아지면 비서 자리 하나는 신동 씨에게 줄게.”강솔은 이제 빈말로 기대를 심어 주는 법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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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아가씨의 명을 받들겠습니다.”신동은 마치 연극을 하는 사람처럼 말했다.그날 집에 돌아간 뒤, 강솔은 지안과 한 시간 넘게 놀고 나서 강정숙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정원 밖을 느긋하게 걸었다. 강솔의 얼굴이 차분하지만 어딘가 생각이 많아 보이자, 강정숙이 물었다.“무슨 고민이 있어?”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을 정리한 뒤에야 물었다.“자신한테 잘해 주는 사람을 의심하는 건 안 좋은 걸까요?”“친구?”강정숙이 물었다.“아니요.”강솔이 말했다.강정숙은 요즘 강솔의 접촉 범위를 떠올렸다. 잠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신동과 홍일?”“티가 많이 나요?”강솔의 마음은 모순적이었다.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정체가 복잡해 보인다고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심이 두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두려웠다.강정숙은 사실대로 말했다.“많이 나지는 않아.”강솔은 한숨을 놓았다.“그럼 다행이에요.”“뭐가 의심되는데?”강정숙이 물었다.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강정숙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돌아온 뒤부터는 모든 일을 아이에게 맡겼기 때문이다.강솔은 자신의 우려와 발견한 점을 말했다.신동과 홍일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두 사람의 정체가 조금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강솔은 거리낌과 의심 없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더 좋아했다.5분 동안.강정숙은 모든 이야기를 들은 뒤 물었다.“내가 알아봐 주길 바라니?”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가능해요?”“가자.”강정숙은 강솔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런 일에 있어서 강정숙은 늘 행동이 빨랐다.“사실 이 일은 지안이에게 맡겨도 돼.”강정숙은 노트북을 켜며 지안의 요 며칠 발전에 관해 이야기했다.“지금 지안이 실력은 웬만한 해커보다 나아.”강솔은 놀랐다.‘그 정도로 대단하다고?’“또 할 말 있지?”강정숙은 노트북 앞에 앉아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네?”“돌아와서 나를 다섯 번이나 봤잖아.”강솔은 말문이 막혔다.‘나 빼고는 다 독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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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강솔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여진동이 그렇게 많이 계산하고 깊이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사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그 말을 하며 강정숙은 복잡한 마음으로 강솔을 바라보았다.강정숙은 중현에게 불만이 있었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 중현이 강솔에게 집착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집 주변의 보호가 더 두터워진 게 분명히 느껴졌다.누군가가 한 사람에게 잘해 주려 하면, 옆에서 막을 수 없는 법이었다.“알았어요.”강솔은 모든 걸 이해했고, 감정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다.“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마.”강정숙은 자신의 과거를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강솔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네가 무엇을 하든 엄마는 너를 응원해.”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 강정숙은 강솔에게 방으로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라고 했다.강솔은 더 묻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몸이 닿자마자, 머릿속에는 엄마가 했던 말과 중현이 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강솔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분석은 맞았다. ‘맞아. 여진동 어르신... 지분을 내 손에 넘기려는 건, 내 뒤에 있는 하중현을 보기 때문이야.’그 생각을 하던 강솔은 핸드폰을 꺼내 중현의 대화창을 열었다.강솔은 한 줄을 입력해 보냈다.짧고 특별한 알림음이 울렸다. 씻고 있던 중현이 메시지를 받았다.중현은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손을 빠르게 닦았다. 젖은 머리와 거품이 남은 몸 그대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강솔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내용은 지안의 생일파티 장소와 시간이었다.[알았어.]강솔은 멈칫했다.‘바로 답장이 온다고?’강솔은 뭔가 더 보내 보려 했다. 하지만 보낼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화면을 꺼서 핸드폰을 옆에 던져 두었다.중현은 잠시 기다렸지만 더는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중현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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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아가씨가 우리를 의심하기 시작했어.”홍일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말했다.“의심하는 게 정상이지.”신동은 지나치게 태연했다. 홍일이 괜히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는 투였다.“의심 안 하면 그게 더 문제야.”홍일은 신동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신동이 어깨를 으쓱했다.“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홍일은 본론을 이야기하면서도 또 다른 본론 하나를 끌어왔다.“너는 아가씨를 존중하지 않아. 내가 고자질할 거야.”“유치하지 않냐?”신동은 남을 지적할 때만큼은 유난히 말이 잘 나왔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처럼 고자질이야? 어른이면 어른답게 스스로 해결하면 안 돼?”“그래.”홍일은 지나치게 시원스럽게 대답했다.그다음 바로 홍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동 쪽으로 걸어갔다.신동이 눈을 깜빡였다.홍일 특유의 사람 같지 않게 압박적인 기세가 다가오자, 신동에게도 드물게 감정이 올라왔다.“뭐 하려고? 나 지금 아가씨 경호원이자 운전기사이자 비서야.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가씨가 분명... 아!”신동의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홍일은 단숨에 신동을 제압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망설임도, 쓸데없는 힘 낭비도 없었다.“그렇다고 진짜로 하냐!”신동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아파, 아파, 빨리 놔!”“네가 제안한 해결 방식이야.”홍일이 알려 주듯 말했다. 얼굴에는 여전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넌 받아들여야 해.”“우리는 지금 아가씨가 우리를 의심한다고 얘기하고 있잖아?”신동은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 했다.“이건 또 뭐야?”홍일은 곧장 핵심을 짚었다.“너는 아가씨를 존중하지 않아.”신동은 반박하려다, 홍일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융통성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결국 저항을 포기했다.“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방금은 내가 틀렸고, 내일 아가씨한테 직접 사과할게.”그제야 홍일이 손을 풀었다.신동은 틈을 노려 곧장 반격했다.평소 정면승부로는 안 된다고 해도, 기습까지 안 통하겠느냐는 생각이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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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보안업체가 직원에게 요구하는 건 몇 가지뿐이야. 범죄 이력 없음, 실력 좋음, 맡은 일에 책임감 있음.”홍일은 자신을 그 보안업체의 간판으로 생각하는 듯했다.“나는 처음 들어갈 때 혼자 열 명을 가볍게 제압하고 들어갔어.”신동은 잠시 말이 없었다.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홍일처럼 책임감 있고 실력까지 좋은 경호원은 어디를 가도 환영받았다.홍일이 물었다.“너는?”“나는 당연히 뛰어난 이 두뇌로 들어갔지.”신동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했다.“다들 너처럼 힘만 믿고 들어가는 줄 알아?”홍일은 바로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알았어. 넌 일대일로 들어갔구나.”신동은 또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든 체면을 세워 보고 싶었다.“전공 분야가 다른 거야.”홍일은 표정 없이 대답했다.“응.”“내가 머리는 너보다 잘 돌아가.”“그래도 네 피지컬이 약하다는 사실은 안 가려져.”신동은 이를 갈았다.‘내가 대체 어디가 약해?’‘평범한 경호원 셋 정도는 혼자 상대할 수 있어!’‘누가 홍일처럼 한 명이 여러 명을 상대하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겠어?!’“나 먼저 잔다.”홍일은 더 다툴 생각이 없었다. 처음 만난 날부터 홍일은 신동을 ‘연약해서 자기 몸도 제대로 못 지키는 동료’로 분류해 두고 있었다.“내일 아가씨가 첫 번째 프로젝트 병원 쪽과 미팅하러 가. 일찍 일어나.”말을 마치자마자 홍일은 나갔다. 더 머무르지도 않았다.신동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홍일은 이미 문을 닫고 나간 뒤였다....다음 날 아침.강솔은 평소와 다름없이 두 사람과 함께 집을 나섰다. 세 사람의 분위기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일한 차이라면 그들의 뒤에 차 네 대가 붙었다는 점이었다.“아가씨.”신동은 좌우 사이드미러를 몇 번 확인했다.“저 네 대, 계속 따라오고 있습니다.”“누구 차인지 알아봐.”강솔은 그 일을 홍일에게 맡겼다.홍일은 차 번호를 기억해 곧장 조회를 시작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렌터카입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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