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에서 좌회전, 또 좌회전, 그다음 우회전이요.” 강 비서는 이미 이곳 평면도를 외워 뒀기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건물 구조를 훤히 알았다.“잠깐 다녀올 테니, 거기서 보스 기다려요.” 임훈은 잔뜩 불편한 척 걸음을 떼더니, 비상 통로를 찾아 이 층으로 달려 올라가 주머니 속 쪽지를 탈의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중현이 모를까 봐 일부러 문도 두어 번 두드렸다.중현이 쪽지를 집어 들었을 땐, 임훈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사모님, 보스, 안심하십시오. 지안 도련님 쪽은 저희가 적당히 둘러댈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앉아서 쉬어.” 중현이 쪽지를 뭉쳐 쥐었다. “내가 문 열 방법을 찾아볼게.”만약 강솔이 자신을 충분히 믿어 주지 않았다면, 오늘 이들이 벌인 일들에 만 가지 이유가 있고 증인이 있다고 해도 중현의 혐의를 씻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문을 닫은 시점이며, 신호 없는 방이며, 이 쪽지며.하나같이 중현의 계략처럼 보였으니까.“됐어.” 강솔은 저들의 속셈을 알았고, 굳이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누가 와서 열어 줄 거야.”중현이 말했다. “당신 부하들이 열어 줄 때까지면, 한 시간도 더 걸릴걸.”“그럴 필요 없어.”중현이 의아하게 보았다.강솔은 통창 너머 잔디밭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여 회장이 제일 먼저 찾아올 테니까.”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자신이 중현과 함께 사라진 이상 여윤재가 가장 먼저 찾아올 가능성은 백 퍼센트였다. 이유 중 하나는 중현이 자기에게 들러붙는 걸 원치 않아서고, 두 번째 이유는 이 ‘딸’을 걱정해서였다.“하긴.” 중현도 그 말을 수긍했다. “여 회장이 너한테 꽤 마음을 쓰니까.”“응.”강솔도 부정하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 괜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5분쯤 말없이 버티던 차, 중현이 강솔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솔아.”강솔이 눈을 들었다.“네 눈에 난 이미 구제 불능인가?” 중현이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직 어떤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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