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윤재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그걸 깨달은 그때에도 가장 먼저 강정숙을 찾아가지 않았다.강솔의 시각에서 보면, 친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딘가 비겁했다. 지난 20여 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을 만큼, 사과조차 못할 만큼 비겁했다.“솔아.” 여윤재가 강솔을 불러 세웠다.강솔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여윤재가 무언가 깨달은 듯 물었다. “네 엄마, 예전에 행복하지 않았던 거니?”“배신과 상처를 받고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강솔은 직접으로 답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힌트가 되었다. “몸에 난 상처도 시간이 걸려야 아무는데, 하물며 마음의 상처는 어떻겠어요.”여윤재가 침묵에 빠졌다.강솔이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가시는 길 조심하세요. 저는 먼저 들어갈게요.”“내가 네 엄마를 찾아가지 않은 건,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서였어.” 여윤재가 강솔이 가기 전에 입을 열었다. “다들 네 엄마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네 엄마의 평온한 삶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강솔이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이주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엄마도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여윤재가 멈칫했다.‘그렇지 않았지.’‘정숙이는... 그날 밤 단 한 번, 나를 증오한다고,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었지.’“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해도,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사죄해야 했어요.” 강솔은 옳고 그름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혼자서 멋대로 깊은 정인 척 기다리는 게 아니라...”단순한 한마디.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여윤재의 가슴에 박혔다.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런 각도에서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다.“평생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안 둔 게 엄마를 향한 깊은 정이라는 증거는 안 돼요.” 강솔의 말은 핵심을 찔렀다. “그저 비겁함을 증명할 뿐이죠.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못할 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만큼, 제자리에 멈춰 서서 깊은 정으로 포장할 만큼 비겁한 거예요.”여윤재가 강정숙에게 사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