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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作者: 임서아
허아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현우가 얼어붙은 채 멍하니 바라봤다.

빤히 바라보던 허아연은 주현우가 좀처럼 대답하지 않자 천천히 무릎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말했다.

"일찍 쉬어요."

말을 마친 허아연은 조용히 방을 나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서야 주현우는 정신을 차리고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없이 문 쪽을 한참 보던 주현우가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로 가서 옆에 놓인 캐비닛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자 주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옆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간단하게 방을 정리한 뒤, 갈아입은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

주현우가 이혼하지 않으려는 건 3년 간의 결혼 생활 동안 모든 걸 주현우에게 맞춰주고 어느 것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뒷수습을 해주는 자신이 익숙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며칠 동안 두 사람 모두 평소처럼 집에 돌아왔지만 모두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와서 거의 대화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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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42화

    병실 안.병상에 기대앉은 허민수가 주현우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한동안 주현우를 꼼짝 않고 바라보다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아연이는 고집이 세. 먼저 이혼하자고 말을 꺼낸 이상 너희 둘이 다시 돌아설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허민수가 이어서 말했다."아연이는 내가 손수 키운 애니 성격을 너무 잘 알지. 이혼 합의서를 너한테 줬다는 건 정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거야."허민수의 말은 두 사람이 다시 합치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깨진 거울은 붙여봤자 소용없는 법이었다.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민수가 오른손을 가볍게 휘휘 저으며 말했다."됐어, 됐어. 너희 일은 나도 뭐라 안 할게, 너희가 알아서 해."허민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 밖에서 진단서를 들고 목발을 짚은 채 걸어오는 허아연을 본 간호사가 얼른 다가갔다."허아연 씨, 진단서 들어드릴게요. 천천히 오세요."간호사가 허아연이 들고 있던 진단서를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부축했다.허아연이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감사해요."병실 안, 주현우와 허민수는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자연스럽게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잠시 후 허아연을 부축하며 들어온 간호사가 진단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허아연 씨, 저는 이만 일 보러 갈게요. 필요한 거 있으면 간호사 벨 눌러주세요.""네, 감사해요."간호사가 나가자마자 허민수가 툴툴거렸다."내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다들 호들갑이야."툴툴거리던 허민수는 병원에 더 있으려 하지 않고 두 사람과 함께 돌아갔다. 주현우가 차를 몰아 허아연과 허민수를 데려다줬다. 허씨 본가에 도착하니 오후 세 시였다.허민수는 오전 내내 발 벗고 뛰어다니느라 점심도 못 먹은 주현우에게 저녁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정아 이모는 집에 머무르는 주현우를 봐도 예전처럼 반기지도 않고 도련님 소리도 없었다.묵묵히 할 일만 했다.주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마당에서 업무 전화를 받는 사이, 허민수가 허아연에게 말했다."현우가 너랑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41화

    허아연이 정중하게 말했다."고마워요."두 사람이 차 앞에 다다르자 주현우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 허아연이 차에 타자 주현우는 허리를 굽혀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목발도 챙긴 뒤 운전석으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차를 타고 먼저 허씨 본가로 향했다.허아연이 데리러 온 걸 본 허민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정아도 참, 멀쩡한데 무슨 검사를 하라는 거야? 여름에 날씨가 더우면 입맛이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아연이 다리도 다쳤는데 왜 귀찮게 해?"말을 마치고 나서야 허민수는 주현우도 왔다는 걸 알아채고 인사를 건넸다."현우도 왔구나."겉으로는 툴툴대면서도 허민수는 두 사람을 따라 병원에 검진받으러 갔다.검진을 마쳐보니 예전 지병 외에 특별히 큰 문제는 없었다. 의사가 말했다."일흔이 넘으신 분이 젊을 때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이 정도 건강 상태이시면 충분히 좋은 편이에요.""이 나이가 되면 몸의 기능들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받아들이세요."허아연도 의사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허민수가 좀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허민수가 요양 병실로 돌아간 뒤 허아연은 의사 진료실에 잠시 더 머물렀다. 자세한 내용을 여쭤보고 나서야 목발을 짚고 허민수 병실로 돌아갔다.……그 시각, 허민수 병실.허아연이 의사 진료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이, 주현우는 병실에 남아 허민수 곁을 지켰다.병실에는 허민수와 주현우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허아연이 아레아 베이에서 나온 지도 한참 됐고 이혼 절차를 밟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아직도 서류가 마무리되지 않자 허민수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했다."현우야, 너랑 아연이 어떻게 된 거야? 아연이 말로는 절차를 밟는 중이라던데 지금쯤이면 이미 서류도 다 마무리됐어야 하는 거 아니야?"허민수의 물음에 주현우가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저 아연이랑 이혼할 생각 없어요."허민수가 깜짝 놀라며 주현우를 바라봤다."이혼할 생각이 없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40화

    주진우는 군에서 돌아올 때마다 허민수를 찾아와 안부를 물었고 같이 바둑도 두곤 했다.결혼 전에 주현우는 허아연 집을 자기 집 드나들 듯이 자주 오가며 두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도 다를 게 없었다.여름에는 허아연네 마당에서 더위를 식히다 잠들기도 했었다.그때는 긴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붙여놓고 각자 한 개씩 누워있었다. 주현우가 허아연 집에 오면 아무 거리낌 없이 편히 지내는 편이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오히려 발길을 뚝 끊었다. 주현우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허아연은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 야경을 바라봤다.주현우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몰았다.평소보다 속도가 훨씬 느렸지만 허아연도 재촉하지 않았다.열 시가 넘어 차가 집 앞에 멈춰서야 허아연은 주현우에게 새 집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주현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허아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주현우가 먼저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뒷좌석 문을 열어 목발도 내려주었다. 차에서 내리는 허아연을 부축하며 목발을 건네자 허아연이 깍듯하게 말했다."고마워요."언제부터였는지, 허아연은 주현우를 대할 때면 예의를 차리게 되었다.허아연이 목발을 짚고 안정적으로 서자 그제야 주현우가 입을 열었다. "집에 들어가면 전화하든지 문자 보내줘."허아연이 예의 차리는 걸로 보아 굳이 묻지 않아도 같이 올라가길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주현우도 허아연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주현우의 당부에 허아연은 짧게 대답했다. "네."대답을 마치고는 목발을 짚고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주현우는 바로 차에 타지 않고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멀어지는 허아연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주현우의 기억 속 허아연은 항상 자기한테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신을 차리고 다 내려놓고 잘살아 보려고 하니 자꾸만 멀어져가는 뒷모습뿐이었다.허아연은 항상 떠나가고 있었다.허아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도 주현우는 바로 자리를 뜨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39화

    전서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주민경, 그래도 네 친오빠잖아. 좀 잘 되길 바라야지. 이번엔 아연이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잘 해주려는 거일지 어떻게 알아?"주민경이 당당하게 말했다."친오빠니까 어떤 인간인지 더 잘 알지. 그래서 아연이 더 구해줘야 하는 거야."주민경이 끝까지 훼방 놓으려 하자 전서진도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달래듯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구하자, 구해. 우리 같이 아연이 구하자.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내가 너 데려다줄게."전서진의 능글맞은 태도에도 주민경은 어깨에 올린 손을 탁 쳐내며 말했다. "서진 오빠는 우리 오빠 편이잖아. 우리 오빠 도와서 아연이 괴롭히려는 거면서! 나한테 손대지 마."주민경이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 버렸다.전서진이 바로 뒤를 쫓아가며 말했다."내가 어디 아연이를 괴롭혔어. 나 억울하게 그러지 마."허아연을 안타깝고 불쌍해하는 것도 부족한데 어떻게 괴롭히겠어.주민경이 버럭 답했다."괴롭혔어. 오늘 자리도 일부러 준비한 거잖아."전서진이 주민경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을 받아 들며 말했다."너희 오빠가 아연이 못 놓는 거 안 보여? 붙잡으려는 거잖아, 아연이한테 잘해주고 싶은 거잖아."주민경은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전서진은 주민경 어깨에 팔을 턱 올리며 달래듯 말했다. "됐어, 화 풀어. 데려다줄게."전서진이 계속 달래듯 말하자 주민경도 더 이상 따지기가 귀찮아졌다.사실 전서진도 성격이 좋고 심유환은 더 좋고 하준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여자한테 다정하고 인내심도 있었다.친구들과 그렇게 친한 주현우는 왜 이런 걸 하나도 배우지 못한 걸까? 왜 허아연을 달랠 줄도 모르고 잘 해줄 줄도 몰랐을까? ……바로 그 시각, 검은색 마이바흐 안.주현우가 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가끔 곁눈질로 허아연을 바라봤다. 허아연은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표정은 담담하고 눈빛은 꽤 부드러웠다.차 안은 편안한 장식에 무드등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38화

    며칠동안 주현우는 계속 출장 중이었다.오늘 오후에야 돌아왔다.주현우가 먼저 말을 걸자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허아연이 천천히 멈춰섰다.주현우 쪽으로 고개를 돌린 허아연이 깍듯하게 말했다."많이 나아졌어요."조금 전 허아연를 발견한 뒤로 주현우는 줄곧 쳐다보고 있었다.허아연이 무덤덤하게 대답하자 주현우는 그렇게 한참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허아연이 말했다."그럼 먼저 들어갈게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다시 조심조심 발을 절뚝이며 룸 안으로 들어갔다.룸 밖 복도, 노란 조명이 분위기를 한층 적막하게 만들었다. 주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허아연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아무리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룸에 함께 있어도 허아연은 언제나 혼자였다.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고 말수도 적었다. 허아연이 룸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현우도 따라 들어갔다.두 사람은 각자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로 말을 걸거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식사 자리가 끝나고 다들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귀가하는 사람들을 챙기던 전서진이 주현우에게 말했다."현우야, 오늘 술 안 마셨지? 그럼 네가 아연이 집에 데려다줘.""아연이 발이 불편하니까 꼭 집에 데려다줘야 해."오늘 식사 자리는 스타라이트 테크 투자에 대한 허아연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서진은 주현우와 허아연이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하고 두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겉으로는 주현우를 실컷 욕하며 절대 편 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인데 정말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서 있던 주현우는 전서진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말했다."응."말을 마친 주현우는 주민경 옆에 서 있는 허아연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먼저 가서 차 가지고 올게."전서진이 일부러 붙여줬다는 걸 알지만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어색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사실 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37화

    전서진의 기세를 보니 알 수 있었다.오늘은 기어코 허아연을 불러서 만나야겠다는 거였다.허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알겠어요."피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마주치면 마주치는 거고, 주현우와는 어차피 결론을 내려야 했다.허아연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전서진이 차를 몰고 스타라이트 테크로 왔다.잠시 후, 퇴근한 허아연이 목발을 짚고 내려오자 전서진이 급히 차에서 내려 가방을 받아들었다.전서진이 또 부축하려 하자 허아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서진 씨, 안 잡아줘도 돼요. 혼자 걷는 게 더 안정적이고 편해요."전서진은 그 말에 가볍게 허아연을 부축하며 아주 천천히 함께 걸어갔다. 차 앞에 다다르자 전서진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고 허아연이 차에 타자 목발을 뒷좌석에 실었다.15분 뒤, 두 사람이 낙원 호텔 프라이빗 룸에 도착하니 역시나 주현우가 있었다.허아연이 병실에서 따지며 다툰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었다."아연아, 여기 와서 앉아. 자리 남겨뒀어." 허아연이 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주민경이 손짓하며 불렀다.주민경을 본 허아연은 바로 목발 짚으며 걸음을 옮겼다. 심유환과 하준서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주현우에게는 인사하지 않았다. 주현우가 모른 척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반갑게 먼저 말을 걸고 대답해 주길 기다렸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여유 따위 없었다. 주현우 눈에 가 허아연이 있든 말든 진작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허아연과 전서진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들이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고 다들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전서진과 심유환은 진짜 스타라이트 테크 투자 유치에 관해 허아연에게 물었다. 허아연은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었다.허아연은 경주 그룹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컨디션이 좋고 자신감도 높아져 있었다. 전서진과 이야기를 마무리했을 때 허아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정아 이모에게서 온 전화였다.사람 많은 곳에서 전화받는 게 익숙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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