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와 이준혁이 77층에 도착했을 때, 복도 끝 한 객실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둘이 재빨리 그 방으로 달려가자, 예상한 대로 룸 안에는 지나윤이 있었다.지나윤은 이미 옷매무새와 머리까지 다시 정리한 상태였다.하지만 고아라와 이준혁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바닥 곳곳에 널려 있는 장미꽃을 보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나윤이 걱정이 된 두 사람이 전화를 걸자, 지나윤은 77층에 있다는 말만 했다.지나윤이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두 사람은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나윤아, 그 찌질한 새끼는?”고아라는 당장이라도 한바탕 해 볼 듯한 기세였다.지나윤은 담담하게 말했다.“갔어... 채연서한테.”“X발...!”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고아라는 유시진을 욕했다. 지나윤은 혹시 이준혁이 듣기 거북할까 봐 걱정했지만, 이준혁은 오히려 시원하다는 듯이 말했다.“계속해요. 들을수록 시원한데요?”그날 밤 고아라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나윤의 집에 있기로 했다. 친구를 계속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지나윤은 굳이 함께 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오늘 유시진에게 받은 충격과 상처가 적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하지만 어린애도 아닌데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고아라는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자고 출근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하지만 지나윤이 뭐라고 해도 고아라는 완강했다. 게다가 이준혁까지 고아라가 있는 게 낫겠다고 설득하자, 결국 지나윤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삼호거리의 오래된 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방은 두 개지만 침대는 하나뿐이었다.“아라야, 불편할 텐데 미안해.”“너하고 같이 자는 게 뭐가 불편해? 난 좋은데?”고아라의 장난기 어린 말에 지나윤은 피식 웃었다.두 사람 모두 내일 출근해야 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수다를 떨자, 마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