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41 - Chapter 50

145 Chapters

제41화

지나윤은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눈은 매장 안을 향하고 있었지만, 생각은 정작 다른 곳을 헤매고 있었다.이준혁은 그런 지나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지나윤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가 만나본 사람들 중 단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아름다운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이준혁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자신의 기억 속에서 지나윤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한 사람 때문에... 그렇게 강하던 지나윤도 눈시울을 붉혔고, 이렇게 멍하니 마음이 부서진 표정을 지었다.‘또 그 사람 때문이야...’이준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요. 정장은 안 사도 돼요.”갑자기 손목을 잡은 이준혁이 그녀를 끌고 걸어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린 채, 지나윤은 남자의 손에 이끌려서 몇 걸음이나 걸었다.“준혁 씨, 왜 그래요?”지나윤은 이준혁이 화가 난 것 같아서 당황했다.“미안해요. 내 잘못이에요. 우리 다시 가서 사요!”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멍하니 있어서 화가 난 거라고 오해했다.“아니, 그래서 화가 난 게 아니에요... 전 그게 아니라...”말을 흐리는 이준혁을 보자, 지나윤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뒤늦게 지나윤의 시선이 자신과 이준혁의 손으로 향했다.남자의 손은... 아직도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황급히 손을 놓으면서, 이준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손끝엔 아직도 지나윤의 부드러운 손의 촉감이 선명했다.결국 지나윤은 다시 슈트 매장으로 이준혁을 데리고 가서 정장을 주문했다.이준혁은 원래 지나윤의 부담을 줄이려고 가장 저렴한 원단만 고를 생각이었다.하지만 지나윤이 고개를 저었다.“내가 사는 거니까, 내가 고를게요.”평소와 달리 강단 있는 말투였다.결국 최고급 양모 원단의 기성복을 하기로 타협했지만, 그래도 가격은 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이 원단은 예전에 유시진을 위해서 고른 적이 있었지만, 그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매장을 나올 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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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그 정장은 지나윤이 사준 것이었다.유시진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고급 원단의 브랜드.유시진은 그녀가 사준 여섯 벌의 정장을 전부 꺼내 놓은 뒤, 장우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사 문제인 줄 알고 급히 운정 힐스로 달려온 장우영에게, 유시진은 여섯 벌의 정장을 모두 떠넘겼다.“이 옷들은 네가 가져. 마음에 안 들면 남을 주든지 버리든지 하고.”싸늘한 말투를 듣자, 장우영은 유시진이 화를 억누르고 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누가 봐도 고급 맞춤에 입은 적도 없어 보이는 정장들...그걸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장우영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그저 공손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대표님.”눈에 거슬리던 정장들을 정리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지만, 유시진의 가슴속 깊은 곳의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결국 담배를 찾았다.연거푸 담배를 피다가 세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왔다....그 시각 FY에 있던 지나윤이 준혁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 갑자기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회의실로 들이닥쳤다.지나윤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놀랐다.그 검은 양복 남자들이 누군지... 알고 있기에...그 남자들은 바로 유씨 가문의 경호원들이다.두 시간 뒤, 지나윤은 유태산의 집에 와 있었다.유시진의 아버지 유태산, 바로 지나윤의 시아버지였다.거실에는 시어머니 양화영과 오희란, 그리고 유시진까지 앉아 있었다.“지나윤! 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너 같은 배은망덕한 인간을 못 알아봤을까!”분노한 양화영이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탁 내리쳤다.화면에는 실시간 검색어 1위, 지나윤의 스캔들 기사가 떠 있었다.“집안도 변변치 않은데 네가 시진이 목숨을 살린 은인이 아니었다면, 내가 너 같은 애를 들였을 것 같아?”“결혼하고 유씨 집안에 들어온 뒤로 우리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일할 필요도 없다고 했고, 원하는 건 다 해줬잖아!”“그런데 넌 적반하장으로 배신을 해? 고마운 것도 모르고 게다가 바람을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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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과자를 집어먹던 오희란이 지나윤의 말을 끊었다.유태산과 양화영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졌다.그러나 옆에 있는 유시진은 여전히 무표정했고,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1인 미디어 계정들은 다 어그로를 끌고 내용을 뻥튀기를 하는 게 일이잖아요. 사진 하나만 있어도 편집하고 내용을 조작하거든요.”“그날도 제가 미끄러질 뻔했는데, 이준혁 씨가 저를 잡아준 게 전부예요.”물론 유시진을 생각하다 멍해져서 이준혁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절대 말할 수 없었다.그 말을 듣자, 유태산은 속으로 안도했다.사실 그는 지나윤을 믿고 있었다.지나윤이 유시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유씨 집안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유시진이 사고가 났을 때 목숨을 살려준 사람도 지나윤이었고, 학업까지 포기하고 결혼한 뒤로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한순간도 불평하지 않았다.그야말로 얌전하고 성실한 며느리였다.“오늘 뜬 기사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너는 시진이의 아내고 우리 유씨 집안 며느리야. 밖에서 남자하고 엮이는 행동 자체가 문제야!” “네 스캔들 때문에 HF그룹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아?!”지나윤은 이 황당한 책임 전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아버님, 인터넷 어디에도 제가 유씨 집안 며느리라고 안 나왔어요. 주가 하락은 제 책임이 아닐 텐데요.”원래 유태산은 그저 훈계만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장유유서의 권위를 세우려 했을 뿐인데 며느리의 지적을 받자 바로 발끈했다.“네 잘못이 아니면 누구 잘못이란 말이야! 네가 진짜 복이 있는 여자라면 우리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기나 했겠어?!”“버르장머리 없이 어디서 감히 말대꾸를 해?”지나윤은 시아버지 유태산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HF그룹의 경영이 요즘 안 좋다더니...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겠다는 거네.’“나윤이가 원래 버릇이 없어요.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요.”오희란의 말에 양화영도 고개를 끄덕였다.“다 나윤이 쟤 엄마가 교육을 잘못한 거야! 그 치매 걸린 노인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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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지나윤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지금 여기 온 게... 내가 더 민폐를 끼친 걸까.’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서 돌아서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돌아서던 순간, 유시진이 거칠게 손목을 붙잡았다.“유시진... 아파.”지나윤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서야, 그는 손아귀의 힘을 조금 풀었다.“그래도 아픈 건 아는 모양이네... 우리 엄마는 너 때문에 병원에 실려 왔어.”“미안해.”지나윤은 조용히 사과했다.그녀 자신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유시진은 지나윤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눈빛만으로도 그녀를 찢어버릴 듯 매서웠다.“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도 각오해야 할 거야.”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압박감은 숨을 조일 만큼 무거웠다.‘이 사람은... 정말 나를 이런 식으로 보는구나.’“시진아!”그때, 채연서가 숨을 헐떡이며 병동 안으로 달려왔다.급히 뛰어온 탓에 머리는 흐트러진 상태였고, 채연서는 평소와 달리 옅은 메이크업만 한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손에 들고 있던 H사의 핸드백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유시진은 곧바로 지나윤의 손을 놓았다.그리고 방금 전까지 그녀의 손목을 쥐고 있던 그 손으로 자연스럽게 채연서의 손을 잡았다.“시진아, 어머님은? 쓰러지셨다고 해서 바로 휴가 내고 왔어.”“괜찮아. 의사 말로는 충격을 받아서 잠깐 기절한 거라고 했어. 며칠만 쉬면 된다니까 걱정하지 마.”그는 다정하게 채연서의 어깨를 토닥였다.그 모습을 보면서, 지나윤은 조용히 몸을 돌렸다.‘나한테는 서릿발처럼 대하면서... 왜 저 여자 앞에선 저렇게 부드럽지?’“누가 가라고 했어?”나지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자, 지나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똑같이 실망을 담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네 말대로라면 내가 시어머니를 기절하게 만든 건데, 나 때문에 더 악화될 수도 있잖아.내가 여기 있으면 더 나쁘지 않겠어?”“그분은... 너한테도 엄마야.”그 말에 지나윤은 잠시 먿칫했다.“나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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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하지만 너도 일이 있잖아. 밤새 간병하면 피곤해서 다음 날 출근은 어떻게 하려고?”유시진의 말투는 차가웠지만, 그 속에 깔린 채연서를 향한 배려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봤지, 연서야? 네가 원해도 시진이가 못 하게 하잖아.”오희란이 분위기를 띄우고 친척들이 우르르 맞장구를 치면서 칭찬하자, 채연서의 볼이 금세 붉어졌다.병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유시진이 지나윤의 앞에 서기 전까지는.모두 동시에 입을 다문 채 시선은 두 사람을 향했다.사과를 깎던 채연서도 긴장하면서 과도를 꽉 쥐었다.그녀는 유시진이 정말로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말로 남고 싶었다.이런 ‘좋은 며느리’ 이미지를 보여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개를 든 지나윤은 얼음을 띄운 데킬라처럼 차갑고 투명한 유시진의 눈을 바라보았다.“오늘 밤은 네가 남아.”물음도 제안도 아닌 명령이었다.지나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나도 일이 있어. 내일 출근해야 해.”“그럼 일을 그만둬.”충격을 받은 지나윤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유시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듯 말했다.“설마 네 일이 연서의 일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유씨 집안 사람들 대부분은 지나윤이 FY주얼리의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기사에는 그녀의 직업도 적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스캔들 사진’에만 집중했기에.지나윤은 외치고 싶었다.‘나도 채연서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해!’그러나 그 말은 끝내 목구멍에서 나오지 못했다.‘유시진이 모를 리가 없어.’‘유시진에게 있어서는, 똑같이 일을 해도 ‘중요한 사람’은 채연서 하나뿐인 거야.’‘채연서의 일은 일이고, 내 일은... 아무 때나 그만둬도 되는 거겠지.’지나윤은 가슴이 꽉 조여 드는 것만 같았다.원래는 간병을 못 하겠다고 할 생각이 아니었다.양화영이 입원한 데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으니, 그저 유시진이 조금만 덜 얄밉게 말했다면... 지나윤도 아마 조용히 남았을 것이다.“난 시간 없어. 집안에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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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유희봉이 애써 부드럽게 설득하고 있었지만, 지나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모두 내게 유시진을 이해해 주라고만 하지.’그녀는 이미 이해해 주었다.한 번 이해해 준 게 무려 삼 년이나 계속되었다.그 대가로 돌아온 건, 유시진이 자신의 첫사랑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지나윤와의 첫 아이를 지워버렸다는 사실이었다.지나윤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지면서, 가슴속은 더욱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유씨 가문 사람 중 유희봉이 자신에게 가장 잘해 준 사람이었지만, 결국 유시진의 할아버지다 보니 손자 편으로 치우치는 말을 한 것이다.그 순간, 지나윤은 갑자기 완전히 홀로 고립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유시진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고생하는지, 유희봉은 지나윤의 귀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길게 늘어놓았다.“조금만 더 생각해 보거라. 시진이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도 좋고, 그건 결국 네게도 주는 기회니까... 하지만 말이다, 너희가 결국 이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이 할아버지는 굳이 막지는 않겠다.”“네...?”유희봉의 마지막 말은 지나윤을 멍하게 만들었다.“그럼... 할아버지는 제가 시진 씨하고 이혼하는 걸 찬성하신다는 말씀이세요?”지나윤이 놀라 눈을 크게 뜨자, 유희봉은 주름진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입장에서는 물론 너희가 이혼하지 않길 바라지. 그렇다고 나도 나이를 내세우면서까지 너를 유씨 가문에 묶어둘 생각은 없단다.”유희봉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이번 이혼 소동이 단순한 부부싸움일 리 없다는 사실을.하지만 손자의 할아버지기에, 형식적으로라도 말려야 했다.그때 손자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길가에 있던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고 119 전화조차 걸어주지 않았다.오직 지나윤만이 구급차를 불렀다. 게다가 막상 차가 막혀서 제때 오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직접 유시진을 업고서 구급차가 있는 곳까지 뛰어갔다.병원에 도착한 유희봉은 작은 체구의 지나윤이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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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채연서가 처음 받았고, 이후 매번 채연서는 택배원을 병원 1층까지 오게 한 뒤 자신이 직접 내려가서 물건을 받아왔다.채연서는 양화영이 제비집 수프를 먹는 사진을 찍어서 유시진에게 보냈다.그 시각 유시진은 회사에 있었다.매일 채연서는 병실의 어머니 사진을 보내왔다. 어머니가 이미 열흘째 입원 중이었지만, 그 열흘 동안 지나윤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사무실에서 장우영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유시진의 어머니가 잘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시진의 표정이 왜 그렇게 험악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보세요?”결국 유시진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FY 본사.지나윤은 유시진이 먼저 자신에게 전화를 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전화를 받았지만,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핸드폰에서는 여전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마침내 유시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연서보다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지나윤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성은 당장 전화를 끊으라고 외쳤지만, 감정은 계속 얘기를 듣고 싶다고 붙들었다.그녀는 전화를 끊지 않고 얘기를 들었다.[엄마가 입원한 지 열흘이야. 연서는 매일 병문안을 왔고,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기까지 했어. 그런데 넌 열흘 동안 단 하루도 안 왔지.]지나윤은 유시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숨을 죽였다.“내가 예전에 유산해서 입원했을 때, 걔도 한 번도 안 왔잖아?”[네가... 위로 받을 필요가 있었어?]유시진의 담담한 반문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지나윤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그건... 내 분신이 없어진 거야...’‘그 사람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고통이 어떤지 알기나 할까?’지나윤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 옆 병실에도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환자가 있었다.그 여자의 남편은 매일 직접 요리를 해 왔고, 직접 손으로 미역국을 떠먹여주었다.지나윤은 그들이 반년 뒤에 다시 아이를 갖자고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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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가까이 다가간 뒤에야 지나윤도 비로소 알 수 있었다.남자들은 모두 맞춤 정장, 여자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아마도 연회가 열리고 있는 듯했다.손님들의 시선은 이미 지나윤에게 꽂혀 있었다.평범한 저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그녀뿐이기 때문이다.“어머, 지나윤 씨! 왜 이런 차림이에요?”눈이 밝은 채연서는 지나윤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고,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 앞에 섰다.오늘 채연서는 엘리 사브의 최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누드 핑크 색상의 실크 슬립 드레스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드레스.청바지 차림의 지나윤과 대비되면서, 신분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듯했다.“연서야, 저 여자한테 왜 신경을 써?”채연서의 옆에 다가온 우원재가, 지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오늘처럼 중요한 파티에 이런 꼴로 오다니, 일부러 형 망신 주려고 작정한 거죠?”“원재야, 그런 말 하지 마. 지나윤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채연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나윤을 두둔했다.“지금은 혼자 바깥에서 고생하고 있잖아... 유씨 가문의 경제적 지원도 끊겼는데,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파티용 드레스를 사겠어?”바비 인형처럼 메이크업을 한 채연서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지나윤은 자연스럽게 그 손을 피했다.“지나윤 씨, 힘들면 나한테 말해요. 드레스쯤이야 뭐 시진이가 나한테 사준 게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 거나 골라 입으면 돼요.”채연서의 가식적인 태도에 지나윤은 속이 울렁거렸다.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우원재가 막아섰다.“연서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고맙단 말도 없나요? 그러니까 형이 지나윤 씨한테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고 하는 거예요.”손님들 중에는 피터와 이준혁도 있었다.피터는 FY 대표로, 이준혁은 새로 취임한 블루웨이브 엔터의 대표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다.둘 다 이런 자리에서 지나윤을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채연서 하나만 막고 서 있었다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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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남 핑계 대지 말고, 형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하고, 드레스를 못 샀으면 못 산다고 해요. 이렇게 질척거리니까 형이 더 싫어하는 거예요.”우원재의 말이 끝나자, 유시진이 미소를 지었다.평소엔 사람을 홀릴 만큼 멋진 미소였지만, 지금의 그 웃음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싸늘하고 잔인했다.지나윤은 말없이 유시진과 채연서 사이를 그대로 가로질러 성큼성큼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봐, 진짜 속 보이지 않아? 이 넓은 데를 두고 하필 이 사이로 지나가냐?”우원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오늘 지나윤이 오는 걸 예상하지 못했던 유희봉은, 사정을 듣고 나서야 양화영에게 속아서 왔다는 걸 깨달았다.“나윤아, 어떤 브랜드 드레스를 입고 싶니? 할아버지가 사 줄게.”유희봉은 당장 전화라도 걸 것처럼 핸드폰을 들었다.“내 손주며느리를 아무나 함부로 무시하게 놔 둘 순 없지.”지나윤은 급히 유희봉을 막았다. 그녀는 정말로 드레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사려고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돈도 있었다.채연서나 우원재 따위가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유시진은...‘하... 이제는 그마저도 모르겠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화제를 돌렸다.유희봉의 건강 상태를 묻고, 약은 꼭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드시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지나윤이 저택 밖으로 나왔을 때, 파티는 여전히 한창이었다.채연서는 유시진의 팔장을 꼭 끼고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모두 채연서와 유시진의 고등학교 동창들로 우원재와도 익숙한 모습이었다.“너희 둘이 졸업할 때 헤어졌다고 난리 났을 때, 우리도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특히 원재는 비행기 타고 연서 데리러 해외까지 갈 기세였어.”“지금 와서 그런 얘기 또 해서 뭐 해? 중요한 건 연서가 돌아왔다는 거지. 이게 바로 재결합 아니겠어?”“근데 너희 둘은 언제 결혼할 거야? 이제 슬슬 나이도 됐잖아?”“...”고등학교 동창들의 부러움과 축하 속에, 채연서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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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우원재는 당장이라도 누구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보고는 함부로 나섰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입을 꾹 다물었다.양화영도 처음 보는 얼굴이라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실례지만 누구신지...?”“저는 ‘피닉스’의 대표, 방혜교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채연서의 표정은 곧바로 굳어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티를 낼 수 없었다.‘왜... 왜 여기 방혜교 대표가...?’“피닉스 보양식은 전부 제가 개발한 비법 레시피입니다. 아무에게나 파는 물건이 아니죠. 최근 한 달 안에 판매한 사람은... 지나윤 씨 단 한 명뿐입니다.”‘지... 지나윤?’그 말을 듣자, 제일 먼저 양화영의 표정이 굳어졌다.유시진의 표정은 감정을 읽기 어려웠지만,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렸다.“지나윤 씨가 ‘친구 어머니가 놀라서 입원했다’면서 안정과 회복에 좋은 보양식을 부탁했어요. 그게... 사모님이실 줄은 몰랐네요.”방혜교가 말한 ‘친구’란 말을 듣자, 유시진의 눈동자에서 파문이 일어났다.그는 들고 있던 와인잔을 무의식적으로 꽉 움켜쥐었다.양화영이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그 보양식이 정말 효과가 좋더라고요.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달라요.”그때 유태산이 다가와서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방 대표님, 지나윤은 바로 우리 유씨 가문의 며느리입니다. 아주 효심이 깊은 아이죠.”이 말을 듣고서야 유시진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뒤늦게야 유시진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시진이가... 결혼했다고?’서로 놀란 눈빛을 주고받을 뿐이었다.“어라?”방혜교는 눈썹을 치켜 세우면서 말했다.“그럼 이 채연서 씨는... 유 대표님이 밖에서 만나는 숨겨 놓은... 정부인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모든 시선이 일제히 채연서에게 쏠렸다.하나같이 미묘하게 달라진 눈빛으로.채연서는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방 대표님, 너무 심한 말씀이십니다.”유시진이 냉정한 표정으로 서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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