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서야 알았던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559 챕터

제471화

[우리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 시진아, 만약 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떻게 해야 해?]전화기 너머에서 채연서의 목소리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다급했다.지나윤은 유시진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치는 것을 보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채연서를 달래고 있었다.“일단 진정해. 내가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었을 때 마침 장우영이 보호자실에서 나왔다.유시진은 떠나기 전에 지나윤에게 말했다.“몸 잘 회복해. 나중에 다시 보러 올게.”지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플라스틱 구슬 토끼 열쇠고리가 지나윤의 손바닥을 세게 눌러 아프게 했다.역시 또 혼자 착각했던 것 같았다.어떤 상황에서도 유시진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채연서였다.밤이 깊은 거리에서 유시진은 차에 올라탔고 장우영이 운전대를 잡았다.그리고 끝까지 지나윤은 알지 못했다.그 플라스틱 구슬 토끼 열쇠고리는 사실 그때 이미 컨테이너 아래에 눌려 망가졌다는 것을.유시진이 끊어진 플라스틱 구슬을 하나하나 다시 꿰어 원래의 토끼 모양으로 직접 다시 엮었다는 것을.장우영은 운전을 하면서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유시진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묻고 싶었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물을 수는 없었다.장우영은 첫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첫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늘 의문이었다.밤이 깊어 고요한 병실에는 지나윤 혼자만 있었다.간병인은 옆 보호자실에서 이미 잠이 들어 코를 골고 있었고 그 소리 때문에 지나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지나윤은 병상에 누워 휴대폰 화면을 계속 켜 두고 있었다.지금의 유시진은 생사의 순간에도 지나윤을 구해 주었다.하지만 지나윤은 생각했다.머지않아 유시진의 마음에는 자신을 향한 감정이 오직 증오만 남게 될 것이라고.경찰서에서는 유시진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고 상대방 가족도 거액의 배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박유선을 문제 삼지 않았다.전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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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유시진이 술병을 내려놓던 손이 잠시 멈췄다.유시진은 차분하게 채연서를 바라보았다. 채연서의 촉촉한 큰 눈에는 눈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조금도 마음이 아프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이었다.어쨌든 채연서는 자신의 첫사랑이었고, 소년원에서 함께 고난을 겪으며 서로 의지했던 이쁜이였기 때문이다.하지만...“미안해.”유시진이 먼저 사과하자 채연서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유시진의 입에서 진심이 담긴 이 세 글자를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채연서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채연서는 이 세 글자를 단 한 번도 듣고 싶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듣고 싶지 않아!’“시진아...”유시진의 눈 속에 담긴 연민을 채연서는 분명히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유시진 마음속의 결심 또한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나는 이제 너에게 내 사랑을 줄 수 없어.”유시진은 평온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이 말은 네가 귀국하던 날 내가 공항에서 너를 마중 나갔을 때 이미 했던 말이야.”그러자 채연서의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확실히 귀국 후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유시진을 만났을 때, 분명히 채연서에게 이렇게 말했다.“나는 이제 너에게 내 사랑을 줄 수 없어. 왜냐하면 난 결혼했거든.”하지만 채연서는 한 번도 그것을 믿은 적이 없었다.‘결혼이 뭐 대수야?’유시진은 애초에 지나윤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유시진은 채연서에게 화를 내기 위해서, 복수하기 위해서, 그리고 할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지나윤과 결혼했을 뿐이었다.그런데 그런 자신이 지금 돌아왔으니, 유시진이 지나윤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면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채연서는 유시진의 옷깃을 세게 움켜쥐었다.“정말로 지나윤을 사랑하게 된 거야?”그 질문에 유시진은 대답을 주지 않았다.“지나윤을 사랑하게 돼서 나를 버린 거야?”채연서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아니야.”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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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지나윤은 고개를 들어 피터를 바라보았다.피터의 눈을 바라보는 지나윤의 눈빛에는 약간의 흥미가 더해졌다.“뭔데요? 주얼리 디자인과 관련된 건가요?”“눈치가 빠르네요.”피터는 그렇게 말하며 지나윤에게 파일 하나를 보냈다.“C국 임안산에서 최근 광맥 하나가 발견됐어요.”“C국 정부가 CD라는 탐사 회사를 불러 조사하게 했는데, 그 안에 희귀 보석과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요.”“예상 매장 가치가 1조를 넘어요. 믿을 만한 소식에 따르면 C국 정부가 채굴권을 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고요.”“우리 FY도 입찰에 참여할 생각인데 나윤 씨도 한번 해 볼래요?”지나윤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피터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질문을 던졌다.“입찰에는 누가 참여하나요?”“광산 회사들도 꽤 관심을 보이고 있고, 주얼리 그룹도 몇 군데 있어요. 그리고...”여기까지 말하던 피터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그리고 뭐요?”지나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그리고 내가 들은 바로는 채연서 씨가 HF그룹에서 꽤 많은 돈을 융자받았다고 해요.”“아마 HF그룹의 유동 자금을 거의 전부 가져갔을 거예요. 이 안건은 유시진이 혼자 승인했다고 하네요.”피터가 마지막 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지나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지금 유태산과 양화영의 관심은 모두 이원호 집안에 쏠려 있다. 그런 상황에서 HF그룹의 유동 자금을 전부 채연서의 투자에 쓰도록 허락할 리가 없었다.피터는 원래 이 사실을 전하면 지나윤이 괴로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지나윤이 지금도 유시진을 사랑하든 아니든, 전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그렇게 큰돈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피터는 지나윤이 웃는 것을 보았다.이에 피터는 눈을 세게 감았다가 다시 떴다가 다시 보니 지나윤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이 사라졌었다.“이 소식 알려줘서 고마워요. 확실히 가치 있는 정보네요. 하지만 나도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우리 둘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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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채연서의 부모는 D시에 의류 공장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채씨 집안의 기반이었다.최근 몇 년 사이 의류 공장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규모는 작지 않았지만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채강과 박유선이 A시로 와서 채연서에게 의지하게 되었고, 채연서와 유시진의 관계를 이용해 승유재활센터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이번 광맥 입찰에서 채연서의 원래 계획은 자기 집 자산은 건드리지 않고, 유시진의 돈만 사용하는 것이었다.어차피 유시진은 기꺼이 돈을 내주고 있었으니까.비록 사랑을 줄 수는 없더라도, 유시진의 눈에 채연서가 여전히 이쁜이라면 적어도 자금 문제에서는 유시진이 아낌없이 도와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채연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경쟁 상대가 지나윤이라면 반드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이전에 몇 차례 보석 디자인에서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 채연서는 모두 지나윤에게 패했으니 이번 광맥 입찰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채연서는 간단히 의류 공장을 둘러본 뒤 다시 차를 몰아 A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승유재활센터로 향했다.지금 승유재활센터는 은행에서 평가하는 가치가 의류 공장보다 확실히 더 높았다.공장 하나와 재활센터 하나를 담보로 잡으면 은행에서 최소 400억에 가까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채연서가 알기로 광맥 채굴권 입찰에서는 보통 입찰 측에서 매년 최소 채굴량을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400억은 초기 채굴 투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유시진이 채연서에게 제공한 유동 자금은 3000억이었다. 이미 일부를 오래된 광산 회사 인수에 사용했지만 남은 돈도 입찰에는 충분했다.하지만 채연서가 알기로 지나윤이 모은 자금도 2000억 이상이었기에 채연서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오늘 밤, 채연서는 C국 국토부 차관 주연석을 만나기로 약속했다.“주 차관님, 자 이 잔은 제가 올리죠.”식당 안에서 채연서는 몸매가 드러나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연신 주연석에게 술을 권하며 아부했다.주연석은 술에 취해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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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안 돼.]채연서는 10분 동안 망설였다. 하지만 매장량이 2조가 넘는 광맥이 곧 자기 손에 들어오고, 자신이 단숨에 거대 자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전자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쓴 뒤, 채연서는 계약서와 자신의 계좌 정보를 함께 조커에게 보냈다.3억 자금은 곧바로 계좌로 입금되었다.다음 날, 채연서는 은행에 가서 부모님의 의류 공장과 재활센터를 담보로 잡았다.총 4000억이었다.이 정도면 지나윤이 자신과 경쟁할 자격이 없다고 채연서는 믿었다.공개 입찰을 며칠 앞둔 동안, 채연서는 인수한 광산 회사를 통해 채굴 기술 계획서와 환경 보호 이행 약속 등을 준비하게 했다.그리고 한편으로는, 몰래 사람을 보내 지나윤의 상황을 조사했다.지나윤은 아직 퇴원하지 않았고 회사의 크고 작은 일은 모두 애서린에게 맡겨 처리하게 하고 있었다.채연서는 지나윤이 계속 병원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자신에게 틈이 생겼기 때문이었고 곧 채연서는 정보를 알아냈다.지나윤은 백이천을 통해 A시에서 가장 좋은 광산 회사와 협력하고 있었고, 채굴 계획도 매우 전문적이었다. 그리고 현재 모은 자금은 2000억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이렇게 되면 가격을 4000억까지 끌어올리고 채굴 계획까지 손에 넣기만 하면 지나윤은 반드시 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해서 입찰 당일, 채연서는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팀을 이끌고 입찰 현장에 나타났다.지나윤도 퇴원했고 애서린과 고급 기술 인력을 데리고 입찰 현장에 왔다.새 광맥 채굴권의 시작 가격은 1000억이었다.채연서는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지나윤의 경쟁 상대는 FY가 되었고 양쪽은 치열하게 가격을 올렸다.결국 지나윤은 가격을 2940억까지 올리자 FY와 또 다른 광산 그룹은 입찰을 포기했다.지나윤이 새 광맥이 곧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채연서가 번호판을 들어 올리며 4000억이라는 초고가를 제시했다.지나윤의 얼굴에 떠오른 놀라움과 불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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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애서린은 그날 채연서가 지나윤에게 거칠게 독설을 퍼부었던 일을 떠올리며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CD그룹이 돈을 챙겨 도주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보도에 따르면 CD그룹은 사실 해외에 등록된 유령 회사였고, 그 탐사 결과는 C국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CD그룹이 도주하고 제재받으면서 임안산 신광맥의 탐사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실제로는 빈약한 광맥이었고, 보석 등급 비율도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애서린은 그 소식을 보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곧 사무실 안에 애서린의 폭소가 터졌다.“하하하하, 정말 못된 사람은 결국 벌받는 법이네요. 그때 우리 대표님이 낙찰받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애서린은 신이 난 얼굴로 지나윤을 위해 커피를 한 잔 내려 들고 지나윤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마침 지나윤은 노트북을 막 덮은 참이었다.“무슨 일이에요? 애서린?”“대표님 대표님! 좋은 소식 하나 알려 드릴게요.”지나윤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 애서린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역시 대표님은 대표님이네요. 정말 침착하시네.”임안산 광맥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지나윤은 조금도 고소해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나도 대표님을 따라 배워야겠다.’애서린은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한편 그 시각 채연서는 이미 붕괴 직전에 있었다.무려 4000억을 투자했기 때문이다.정확히 4000억이었다.지금 C국 정부가 CD그룹에 대해 취한 조치는 구두 제재뿐이었고, 채연서가 체결한 광맥 채굴 계약은 여전히 이행해야 했다.‘하지만 어떻게 이행하지?’그 광맥은 완전히 폐광이었다.채연서는 사람을 보내 다시 탐사와 감정을 진행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4000억은커녕 4000만의 가치도 없었다.그런데 계약서에는 매년 최소 1만 캐럿의 귀보석을 채굴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있었다.만약 계약을 위반하면 위약금은 무려 세 배였다.게다가 CD그룹이 도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도 곧바로 움직였다.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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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아니에요, 시진을 만나야 해요. 시진을 만나야 한다고요!”채연서는 억지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보안 요원에게 막혔다.보안 요원이 실수로 채연서를 밀쳤고 채연서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채연서는 바닥에 엎드린 채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이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채연서를 가리키며 수군거렸다.그러나 채연서는 포기하지 않았다.적어도 지금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수억의 대출금, 부모님의 전 재산, 조커와 체결한 계약, 그리고 광맥 계약의 위약금까지.채연서는 마치 여러 개의 산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이 막혔고,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 같았다.채연서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유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HF그룹.대표실에서 유시진과 유태산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유시진의 발밑에는 유태산이 던져 깨뜨린 휴대폰이 떨어져 있었다.“회사를 맡겨 줬다고 해서 이 거대한 그룹이 전부 네 것이라고 생각한 거냐!”유태산은 분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고 목소리마저 갈라졌다.“네가 직접 들어 봐라. 들어 보라고!”유태산은 유시진을 꾸짖으며 녹음 파일을 틀었다.[네가 나에게 준 3000억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지나윤을 이기지는 못했을 거야.]목소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채연서의 목소리였다.“처음에 네가 이 3000억을 승인해 달라고 할 때 채연서에게 줄 돈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잖아.”“게다가 들으니 그 여자가 광맥 투자에 실패해서 돈을 전부 거기에 쏟아부었다고 하더라. 지금 말해 봐. 이 3000억을 주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겠니!”유태산은 온몸을 떨며 화를 냈다.사실 최근 들어 유태산은 유시진이 채연서에게 예전보다 훨씬 냉담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남자라는 존재가 그렇다. 사랑 같은 것보다 사업이 더 중요하기 마련이다.C국 임씨 집안의 이안영은 채연서보다 못한 점이 무엇이 있는가?유태산은 유시진이 언제나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랬기에 이 정도 판단은 당연히 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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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HF그룹 고위층 회의실.오늘 HF그룹의 모든 주주가 참석했고 직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회사에 큰일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회의실 안은 지나치게 고요해 눌린 공기는 마치 콘크리트처럼 모든 주주의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었다.유시진은 보유 지분이 유태산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회사 책임자로서 센터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이번 임시 주주총회의 발의자를 기다리고 있었다.회의실 문이 열리고 지나윤이 들어왔다.모든 주주의 시선이 일제히 지나윤에게 향했다.물론 유시진도 그중 하나였다.지나윤을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유시진은 지나윤에게서 이렇게 강한 자신감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마치 병력을 충분히 거느리고 전술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여장군처럼 남자 못지않은 기세가 있었다.사실 지나윤의 옷차림은 매우 평범했다.검은색 여성 정장에 단정히 올린 머리, 간결하고 깔끔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눈부셔 보였다.적어도 유시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유시진은 가슴 안쪽에서 묘한 울림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사실 지나윤과 함께 지낸 몇 년 동안 이런 감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유시진은 항상 그것을 무시했다.지나윤은 너무 평범하고 평범한 여자였기 때문이다.그랬기에 유시진은 그런 여자가 자신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유시진의 시선은 계속 지나윤에게 머물러 있었다.그러나 지나윤은 회의실에 들어온 뒤 단 한 번도 유시진을 바라보지 않았다.지나윤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고는 품에 안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유태산은 지나윤을 보자 얼굴이 잔뜩 굳었다.한때 지나윤은 유씨 집안의 며느리였다.이 자리에 있는 모든 주주들도 지나윤이 한때 유시진과 결혼했다가 지금은 이혼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원래는 집에서 냄비와 그릇만 돌보며 묵묵히 집안일을 하던 전업주부였다.그런 여자가 이제는 HF그룹의 주주가 되어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게다가 이번 임시 주주총회가 좋은 일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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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지나윤이 말을 이어 가자 회의실 분위기가 급격히 흔들렸다.지나윤의 말이 그 지점에 이르자 몇몇 주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잠깐만요. C국 임안산 광맥이라면 혹시...”“맞아요.”지나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했다.“바로 탐사 결과가 조작된 그 빈 광맥이죠. 따라서 유시진 대표가 유용한 회사 유동 자금 3000억은 지금 완전히 날아간 상태예요.”지나윤의 이 말은 많은 주주들의 신경을 건드렸고, 특히 소액 주주들에게는 더욱 그랬다.그 사람들은 애초에 유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고, 유씨 집안과 특별한 관계도 깊지 않았다.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직 회사가 자신들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이었다.“아마 일부 주주분들은 이미 들으셨을 거예요.”“우리 회사가 셀레스트 매드와 공동 개발 중이던 AI 보조 진단 시스템이 칩 생산 중단으로 인해 출시가 연기될 위기에 처해 있어요.”“비용은 늘어나고 자금 흐름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유 대표의 행동은 명백히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죠.”지나윤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게 꽂혔다.이미 몇몇 주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이처럼 회사와 주주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그저 권력남용으로 공금을 빼돌려 애인에게 퍼주는 대표가 과연 계속 회사 경영자의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있나요?”지나윤의 질문은 회의실 전체를 울릴 만큼 강하게 퍼졌고 회의실은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유태산은 화가 치밀어 얼굴 근육이 떨릴 정도였으나 유시진의 얼굴은 조각상처럼 굳어 있었다.마치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고요했다.“회사 주주로서 회사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제 의무죠. 따라서 저는 유시진 대표의 해임을 제안하는 바예요.”“각 주주분들께서는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해 주시기 바라요.”지나윤의 말이 끝나자 투표가 시작됐다.최종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기권표를 제외하고 해임 찬성 73표, 반대 126표로 지나윤이 제안한 해임안은 통과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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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지나윤이 벽에 거칠게 눌려 붙었을 때였다.지나윤은 유시진의 눈에서 차갑게 타오르는 분노를 보았다.“나 아니었으면 너 그 공사장에서 이미 죽었어. 이게 나에게 보답하는 방식이야?”유시진의 낮고 자성을 띤 목소리가 지나윤의 고막을 세게 긁었다.지나윤은 알고 있었다.유시진의 성격상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을.“나는 이미 봐준 거야. 아니었으면 네 해임을 제안하기 전에 먼저 소액 주주들을 설득해서 연합했을 거야. 그러면 너를 끌어내리지 못할 이유도 없었겠지.”지나윤의 말은 사실이었고 유시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확실히 지나윤이 이번에 임시 주주총회를 연 목적은 그를 해임하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회사 자금 운용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었다.다시 말해 지나윤이 겨냥한 대상은 유시진이 아니었다.바로...“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유시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정말 채연서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야겠어?”지나윤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고, 유시진은 눈을 떼지 않고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지나윤도 그 매서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지나윤은 유시진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을 보았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하게 보이는 것은 깊은 죄책감이었다.채연서에 대한 죄책감.이에 잠시 침묵하던 지나윤이 차갑게 웃었다.“그 질문은 네가 사랑하는 채연서에게 가서 해.”“지나윤, 너를 해친 사람은 박시현이야.”지나윤은 힘을 주어 유시진의 손에서 벗어났다.“유시진, 자기기만이 그렇게 재미있어?”“뭐?”유시진이 순간 멈칫하더니 지나윤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표정은 엄숙했고 강한 압박감이 있었다.“박시현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채연서를 지목했어.”“하지만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잖아.”“그럼 생각해 봐. 박시현은 파산한 뒤 웨이터에 배달까지 하며 겨우 살던 사람이야.”“그 사람이 어디서 돈과 인맥을 얻어서 사람을 고용했을까?”“그리고 어떻게 조현수 같은 사람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유시진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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