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서야 알았던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559 챕터

제461화

채연서는 유시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에 채연서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일부러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유시진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채연서는 믿었다.자신이야말로 유시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지나윤이든, 이씨 집안 아가씨든 그 누구도 자신만큼 유시진을 사랑할 수는 없었다.한때 자신은 유시진이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었다.그리고 지금은 유시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시진, 나...”채연서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내며 유시진과 조금 더 가까워지려 했다.그때 유태산이 유시진을 불러 식사 자리로 오라고 했다.긴 식탁 위에는 온갖 진귀한 요리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A시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주문한 삼단 생일 케이크도 놓여 있었다.시끄러운 축하 인사 속에서 유시진은 젓가락을 들어 요리를 한 입 먹어 보았다.맛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미쉐린 셰프의 요리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라 그저 유시진의 입맛에 맞지 않을 뿐이었다.유시진의 미각은 예전부터 익숙하게 먹어 온 어떤 맛을 갈망하고 있었다.“시진아, 이 게알 상어지느러미 수프도 한 입 먹어 봐. 이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야.”채연서는 게알 어황 상어지느러미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유시진의 입가로 가져갔다.그때 유시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시진아, 어디 가?”채연서의 부름을 무시한 채 유시진은 곧장 저택을 나섰고 식탁에 앉아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유태산은 손님들을 향해 웃으며 분위기를 달래면서 속으로 불만을 삼켰다.‘저 녀석, 날개가 달리더니 점점 제멋대로군.’유희봉은 눈살을 찌푸린 채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유시진이 자신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이렇게 문을 박차고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한편 공사 현장.지나윤은 현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한 작업자에게 길이 막혔다.“누구 찾으세요?”지나윤은 상대가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와 큰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온몸을 꽁꽁 가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조현수 사장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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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아침 내내 올 듯 말 듯했던 폭우가 마침내 쏟아져 내렸다.블루 벤틀리가 문화창의산업단지 정문에 도착했을 때, 비는 이미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유시진은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려 우산을 폈다.빗소리가 커질수록 문화창의산업단지는 더욱 고요하게 느껴졌다.이곳은 지나윤이 일하는 곳이었고, 유시진은 바로 올라가 지나윤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유시진은 빗속에 홀로 서 있었고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정장은 이미 젖어 있었다.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그 역시 알지 못했다.설령 안다 해도, 지나윤에게 자신의 생일을 함께 보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유시진은 그저 폭우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우산을 들고 서 있는 그의 머리 위로 번개가 번쩍였다.공사 현장은 텅 비어 있었기고 이런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에 작업을 할 리가 없었다.시멘트 계단 입구는 이미 3층 높이의 낡은 컨테이너에 가려 완전히 막혀 있었다.겉에서 보면 그 컨테이너 뒤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그 계단 끝에 폐기된 배전실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었다.그 안에 한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천안로의 낡은 허름한 집.박시현은 소파에 쓰러져 있었고 집 안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박씨 집안이 파산한 뒤 박시현은 이곳으로 이사 왔다.이곳이 지금 박시현의 집이었고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얼굴에는 긴장, 흥분, 고통이 번갈아 나타났다.긴장한 이유는 시현이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었다.물론 아직 죽지는 않았을 것이었다.흥분한 이유도 역시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었다.아직 죽지 않았을지라도 오래 지나지 않아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추운 날 지하실에 오래 갇혀 있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저체온이 와. 그리고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기절하게 돼.”“그때 컨테이너로 그 폐기된 배전실을 완전히 가려 버리면, 누군가 발견했을 때는 지나윤이 이미 썩어 가는 시체가 되어 있을 거야.”박시현은 채연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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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해요. 사장님은 예전에 물건을 배송하고 나면 꼭 회사로 돌아왔거든요.”“이번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이 시간까지 안 오셨으면 아마 바로 집으로 가셨을지도 몰라요.”애서린의 중얼거림을 듣던 유시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때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점차 멎었다.유시진은 우산을 접고 휴대폰을 꺼내 지나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다시 한번 걸어도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오늘 대표님이 어디로 배송 갔어요?”“제가 기억하기로는 천흥컴퍼니 조 사장님한테요.”블루 벤틀리가 번개처럼 질주하며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갔다.애서린은 까치발을 들고 점점 멀어지는 블루 벤틀리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대표님, 생각보다 그렇게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새벽, 자정이 지난 시간.폭우가 막 지나간 교외의 기온은 한겨울처럼 차가웠다.이곳은 인적이 드물었고 사방이 고요해 묘지처럼 적막했다.칠흑같이 어두운 공사장에 갑자기 모든 조명이 켜졌다.“대표님, 오늘 날씨가 안 좋아서 하루 쉬었거든요. 작업하는 사람도 없어요. 여기에는 대표님이 찾는 사람이 있을 리 없어요.”현장 반장이 유시진 옆에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반장은 원래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자고 있었지만 상사의 전화 한 통에 급히 불려 나왔다.그것뿐만 아니라 조현수의 이 공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작업자들도 함께 불려 나왔다.공사장에는 이 작업자들뿐 아니라 유시진의 경호원들 그리고 장우영도 있었다.장우영은 모든 작업자들에게 지나윤의 사진을 보여 주었지만 모두 지나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약 두 시간 전 유시진은 조현수를 찾아갔다.그러나 조현수는 원래 지나윤과 물건을 전달하기로 약속했고 장소를 공사장으로 바꾼 이유는 현장을 점검하러 가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 지나윤에게 문자로 배송 날짜를 미루자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조현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윤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유시진은 삼호거리의 낡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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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장우영의 말에 현장 반장을 포함한 모든 작업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한밤중에 천둥번개까지 치는 빗속이었다.그 가운데 상대가 유시진이 아니고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면 누가 따뜻한 이불을 두고 이런 인적 없는 공사장에 나와 비를 맞고 있겠는가?유시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먼저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는 경호원들에게 비를 막을 장비를 가져오라고 손짓했다.그리고 곧 자신의 앞에 있던 우산을 장우영 쪽으로 밀어주었다.“대표님?”“난 괜찮아.”유시진은 비를 맞은 채 발걸음을 옮겨 다시 한번 공사장을 돌아보기 시작했다.유시진의 얼굴은 얼음 조각처럼 차가웠고 겉보기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유시진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장우영조차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장우영은 분명히 유시진 마음속의 초조함과 다급하며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장우영 역시 마음이 급했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지나윤은 이미 거의 하루 가까이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지나윤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백이천, 고아라, 피터, 문지혁은 직접 또는 많은 사람을 보내 지나윤이 갈 만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현재 확보된 영상에는 지나윤이 차를 몰고 문화창의산업단지를 떠나는 장면까지만 찍혀 있었다.그 이후의 영상은 천둥과 폭우 때문에 고장이 나 복구에 시간이 필요했고 완전히 복구될지도 확실하지 않았다.지금까지 남은 유일한 단서는 바로 이 공사장이었다.하지만 장우영의 최우선 임무는 유시진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한밤중에 천둥번개가 치는 공사장에 머무르는 것은 분명 안전하지 않았다.“대표님...”장우영은 유시진과 함께 줄지어 놓인 컨테이너 앞까지 걸어왔다.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갈 수 없었고 막다른 길이었다.그리고 유시진의 몸은 이미 완전히 젖어 있었다.장우영은 마음이 아파 유시진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웠다.“대표님, 이제 돌아가셔야 해요. 이러다 감기 걸리시겠어요.”유시진도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어 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폭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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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유시진이 다시 말을 바꾸는 소리가 들렸다.“아니, 이 컨테이너들을 전부 치워요. 빨리요!”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는 점점 더 거세졌고 하늘도 점점 더 어두워졌다.마치 다음 날의 낮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지나윤은 예전부터 어둠을 매우 무서워했고, 문이 닫히는 소리도 무서워했다.조금만 세게 문이 닫히는 소리에도 온몸이 떨렸다.13살이 되던 해, 지나윤은 ‘고의 상해’라는 죄명을 뒤집어쓴 채 사법 절차도 거치지 않고 A시 소년원으로 보내졌다.소년원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교관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금지실에 갇히게 되었다.금지실은 다른 교실들과 전혀 달랐고 위치조차 정상적인 교사 건물 안에 있지 않았다.지나윤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자신이 갇혀 있던 금지실은 삼각형 모양이었고, 손도 내밀 수 없을 만큼 작은 환기구 하나만 있었다.천장에 달린 작은 전구는 한 번도 켜진 적이 없었다.벽에는 벗겨진 페인트와 곰팡이 얼룩이 가득했고, 배설물인지 구토물인지 알 수 없는 흔적들도 남아 있었다.금지실 안에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다.침대는 물론이고 의자조차 없었고, 오직 화장실 대신으로 쓰는 플라스틱 통 하나만 있었다.한겨울이었지만 금지실에는 난방도 없었다.지나윤은 손발이 얼어붙은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하지만 추위가 가장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오랫동안 완전히 어두운 좁은 공간에 갇혀 공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들리는 것은 자기 심장이 북처럼 울리는 소리뿐이었다.메스꺼움과 어지러움 때문에 몇 번이나 위산이 올라왔다.지나윤은 낮인지 밤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금지실에서 지나윤은 때때로 이런 착각까지 했다.‘이미 그 안에서 죽어 버린 것은 아닐까?’‘금지실이라는 이름의 관 속에서 죽어 버린 것은 아닐까?’‘아직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여자 귀신이 되었기 때문일까?’질식, 공포, 절망...폐기된 배전실 철문 근처에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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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장우영이 여벌 정장을 들고 달려왔을 때 보인 사람은 유시진 한 사람뿐이었다.유시진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밤하늘 아래 홀로 서 있었고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이에 장우영은 놀랐다.“대표님, 지나윤 씨는요?”여벌 정장을 유시진에게 건네며 장우영이 묻자 유시진은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백이천과 고아라가 데려갔어.”하지만 장우영은 도무지 담담할 수 없었다.지나윤은 분명 유시진이 온 힘을 다해 구해 낸 사람이었다.‘그런데 왜 백이천과 고아라에게 공을 넘겨야 하지?’게다가 유시진이 공을 양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유시진은 재빨리 여벌 정장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장우영은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로 뒷좌석의 유시진을 슬쩍 바라보았다.유시진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은 짙게 그늘져 있었다.잠도 제대로 못 잤고 감기까지 걸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가능하다면 장우영은 유시진을 집으로 보내 쉬게 하고 싶었다.“백이천에게 물어. 지나윤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유시진이 지시를 내렸다.장우영은 입을 열었다가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지시에 따랐다.블루 벤틀리는 흰색 렉서스가 지나간 길을 따라 달려갔다.지나윤은 자신이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었는지 알지 못했고,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고아라의 얼굴이었다.고아라의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많이 울었던 모양이었다.“나윤! 나윤아, 드디어 깼구나. 정말 놀랐어!”고아라는 지나윤의 병상 위로 몸을 숙였다.지나윤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아라는 정말 매우 놀랐다.백이천과 함께 그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아무 단서도 없었고, 초조함에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결국 백이천이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여전히 공사장일 것이라고 말해 그곳으로 향했고, 마침 유시진이 지나윤을 구해 낸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었다.그때 지나윤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고아라는 담요 위로도 느껴지는 지나윤의 차가운 몸에 크게 놀랐다.병원으로 옮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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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고마워, 백이천...”지나윤의 창백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으나 백이천은 웃을 수 없었다.늘 온화하고 단정했던 그 얼굴에는 엄숙함 속에 약간의 씁쓸함이 비쳐 있었다.“너를 구한 사람은 유시진이야.”“응, 알아.”지나윤의 말에 백이천이 잠시 멍해졌다.“그래도 너랑 아라도 밤새 고생했잖아. 당연히 고맙다고 해야지.”백이천은 지나윤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사실 백이천은 지나윤이 자신이 보인을 구했다고 오해하기를 바라지 않았다.유시진의 공을 가로채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되면 마치 자신이 유시진에게 큰 이득을 본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하지만 동시에 백이천은 지나윤이 유시진에게 다시 마음이 흔들릴까 봐 두려웠다.그 모순된 마음 때문에 백이천은 한동안 어쩔 줄을 몰랐다.그러나 지나윤이 유시진이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지나윤의 의식은 또렷하지 않았지만 지나윤은 유시진의 체온을 알고 있었다.유시진의 품을 알고 있었고 유시진의 숨결을 알고 있었다.어쨌든 두 사람은 3년 동안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 부부였다.게다가 지나윤은 한때 그렇게까지 유시진을 사랑했었다.“백이천, 나 조금 피곤해. 잠깐 자고 싶어.”“응, 그래.”백이천은 지나윤의 이불을 정리해 주었다.지나윤이 자신이 나가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직접 말할 수 없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을 것이 분명했다.백이천이 떠난 뒤 병실은 텅 빈 것처럼 조용해졌고, 지나윤은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이리저리 뒤척였다.마음이 복잡했다.‘왜? 또 유시진일까?’예전에 소년원에서 금지실에 갇혀 있었을 때도 그랬다.누군가 매일 환기구로 사탕 하나씩 던져 주지 않았다면 나윤은 이미 그 안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벽에 머리를 부딪쳐 자살했을지도 몰랐다.매일 하나씩 들어오던 그 작은 사탕은 지나윤에게 생명줄과도 같았다.그것은 지나윤이 세상과 이어진 유일한 연결이었고, 그것은 그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밖에 누군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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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그리고 그 컨테이너들도 전부 비어 있었죠. 원래 그 공사장에서 사용할 물건이 아니었고요.”컨테이너에 관한 정보는 유시진이 사람을 보내 현장 반장을 한 차례 두들겨 패서 알아낸 것이었다.현장 반장은 실제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당시에도 조현수가 공사장에 여러 층의 컨테이너를 쌓아 둔 이유가 폐기된 배전실로 이어지는 시멘트 계단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현장 반장은 어쩌면 무죄일 수도 있었으나 조현수는 절대 아니었다.“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죠? 마침 잘됐네요. 내가 직접 보내 주죠. 살인 미수 사건이면 경찰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유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현수는 퍽 하는 소리를 내며 유시진의 발앞에 무릎을 꿇었다.“대표님, 제발 한 번만 봐 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근데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정말 제가 아니에요!”“제게 간이 100개가 있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 수는 없죠! 하물며 대표님의 전처신데...”조현수는 변명하면서 계속 머리를 땅에 쿵쿵 박았다.유시진은 발을 들어 조현수를 걷어차 날려 버렸다.“헛소리는 듣고 싶지 않네요.”담담하게 말한 뒤 유시진은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턱짓했다.“계속 해요.”주먹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왔고 조현수는 맞으면서 비명을 질렀다.“아악! 아파요! 아파요! 박시현이에요 박시현이라고요!”병실 안.지나윤은 경찰로부터 박시현이 이미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조현수는 지나윤의 고객이었고 두 사람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협력했던 사이였다.그래서 지나윤은 처음에는 조현수가 왜 자신을 해치려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이해관계 충돌도 없었다.오히려 조현수는 지나윤의 디자인을 꽤 마음에 들어 했고 장기 공급 계약까지 체결했었다.그러다 경찰에게서 들은 말로 비로소 알게 되었다.조현수가 자수했으며, 박시현이 몸을 팔아 가며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조현수는 박시현이 사람의 목숨까지 노릴 줄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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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지나윤은 이 결과를 들은 뒤 신고혁의 업무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론적으로 보면 박시현이 감옥에 들어가고 조현수가 자수했으니 사건은 이미 일단락된 셈이었다.하지만 지나윤은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그날 공사장에 들어갔을 때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쓴 작업자가 있었다.바로 그 사람이 자신을 폐기된 배전실로 안내했다.그러나 경찰은 그 몇 사람을 잡지 못했다.박시현은 채연서를 언급하며 채연서가 자신에게 계략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하지만 채연서는 끝까지 부인했고 경찰도 채연서가 이 일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지나윤은 이 사건이 여기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과 채연서 사이의 앙금이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밤이 깊어 조용해졌을 때 유시진이 지나윤의 병실 문을 두드렸다.지나윤은 유시진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유시진이 계속 병문안을 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놀라웠을 것이다.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유시진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유시진의 뒤에는 장우영이 따라오고 있었다.지나윤은 장우영이 혼자서 이렇게 많은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과일 바구니도 있었고 우유도 있었으며 각종 보양식도 있었다.장우영은 그것들을 모두 병실 안으로 옮기자 지나윤은 한 바퀴 둘러보았다.불행 중 다행은 그 가운데 꽃이 없었다는 점이었다.유시진이 드물게도 기억력이 생긴 모양이었다.“혼자야?”유시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혼자 오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지나윤의 병실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고아라일 수도 있고 백이천일 수도 있었다.백이천이 아니더라도 피터나 우원재가 있을 수도 있었다.심지어 문지혁까지 와서 떠들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모두 서로 아는 사이였다.유시진은 그 사람들이 자신이 혼자 지나윤을 찾아온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또한 어차피 지나윤과 단둘이 있을 수도 없으니 장우영을 데려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나윤의 병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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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지나윤은 그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열쇠고리 왜 너한테 있는 거야?”유시진이 지나윤에게 건넨 것은 플라스틱 구슬로 엮어 만든 토끼 모양 열쇠고리였다.“그 말은 내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가 머리를 긁었다.“그럼 이 열쇠고리 정말 네 거야?”“응...”유시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나윤의 눈빛은 더욱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이 열쇠고리는 정확히 말하면 지나윤이 주운 것이었다.예전에 C국 이사베일탑 126층에 있는 운천더힐 레스토랑에서 지나윤은 우연히 유시진이 떠난 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이 열쇠고리를 보았다.어떻게 봐도 값싸 보였고 마치 중학생이 살 법한 물건 같았다.지나윤은 이 열쇠고리가 유시진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공교롭게도 그것은 유시진이 앉아 있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지나윤은 호기심이 생겨 그 열쇠고리를 들어 올렸고 직원에게 부탁해 방송으로 식당 손님들에게 주인이 있는지 물어보게 했다.운천더힐은 매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지나윤의 예상대로 아무도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지나윤은 주인이 없는 그 열쇠고리를 자신의 열쇠에 달아 두었다.값비싼 물건은 아니었지만 지나윤은 꽤 마음에 들어 했다.“난 이거 잃어버린 줄 알았어.”“잃어버린 건 맞아. 컨테이너 아래에 눌려 있었거든.”유시진의 설명을 듣자 지나윤은 눈을 크게 떴다.“그래서 그걸로 나를 찾은 거야?”“응.”유시진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지나윤은 두 손으로 그 플라스틱 구슬 토끼 열쇠고리를 감싸 쥐었고, 마음속에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설마 이걸로 네가 나를 구하게 될 줄은 몰랐어.”지나윤이 모든 감사의 마음을 그 열쇠고리에 쏟고 있는 것을 보자 유시진이 헛기침을 했다.“나야.”지나윤은 눈을 들어 유시진을 바라보았다.유시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마치 공을 빼앗긴 듯한 불쾌함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너를 구한 사람은... 나야.”“응, 알아.”지나윤은 눈을 살짝 내리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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