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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71 - チャプター 680

734 チャプター

제671화

그 의사는 유씨 집안의 주치의가 아니라 오진헌이 소개해 준 사람이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혹시 의사와 짜고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닐지 의심하여 오진헌의 친구를 불러 다시 검사를 하게 했다.“음, 동공의 빛 반사 반응이 매우 약해요. 분명 지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건 의식 장애이거나, 다시 말해 심인성 무반응일 가능성이 있어요.”의사의 말에 지나윤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래서 유시진이 연기한 게 아니라고?’“환자가 방금 악몽 같은 반응을 보인 건, 무의식 속에서 어떤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어요.”“지나윤 씨, 의학적으로 마음의 병에 대해서는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어요. 죄송하지만 도움이 되지 못하겠네요.”지나윤은 의사에게 감사를 전하며 유씨 저택 밖까지 배웅했다.돌아오는 길에 2층 서재 문이 열려 있는 걸 보았고 그 안에 앉아 있는 유희봉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지나윤 역시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지나윤은 다시 유시진의 침실로 돌아와 휴대폰을 꺼내 심인성 무반응에 대해 검색했다.이건 확실히 마음의 병이었다.신체적으로는 아무런 기질적 병변이 없지만, 강한 심리적 압박이나 감정적 충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의식을 잃거나 의식 상태가 변하는 증상이었다.환자는 겉으로는 혼수 상태처럼 보이지만 뇌파, CT, MRI 같은 모든 객관적인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그래서였구나...’유태산과 양화영이 그렇게까지 자세를 낮추며 자신에게 유시진과 재결합해 달라고 부탁했던 이유였다.지나윤은 만약 지금 유시진에게 다시 결혼하겠다고 말한다면, 유시진이 정말로 깨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나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는데 문을 나서면서 희미하게 유시진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여보, 가지 마...”지나윤은 유희봉에게 인사를 한 뒤 유씨 저택을 떠났다.차에 다다르기도 전에 낯익은 차 한 대가 멀리서 다가와 지나윤의 앞에 멈췄다.하얀 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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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아니야!”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백이천을 노려봤다.이건 지나윤이 백이천에게 드물게 화를 낸 순간이었다.“미안해...”지나윤과 백이천은 거의 동시에 사과했고 차 안의 분위기는 다시 무거워졌다.지나윤은 숨을 가다듬고 유시진의 현재 상태를 하나하나 백이천에게 설명했다.“유시진은 심인성 무반응인 것 같아. 그리고 그 원인은 아마 나일 가능성이 커.”“유시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할아버님이 이 일 때문에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정말로 유시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백이천의 차가운 질문에 지나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유시진의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그건 네가 스스로를 속이는 핑계일 뿐이야.”“아니야...”지나윤은 세게 고개를 저었다.“지금 네가 유시진처럼 된다면, 나도 매일 너 보러 갈 거야.”지나윤은 눈을 떼지 않고 백이천을 바라봤다.그 예시가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하얀 렉서스는 길가에 천천히 멈췄고, 긴 침묵 끝에 차 안에 다시 백이천의 목소리가 울렸다.“하지만 나는 유시진이랑 달라, 나는 한 번도 너를 다치게 한 적 없잖아.”백이천의 말은 단호했고 지나윤을 바라보는 눈빛도 흔들림이 없었다.곧 지나윤은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알아. 너는 책임감이 강해서 유시진을 그냥 두지 못하는 거겠지.”백이천의 태도는 갑자기 부드러워지며 손을 뻗어 지나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근데 생각해 봤어? 유시진이 계속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야?”“오늘은 매일 찾아오라고 하지만, 내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유시진이랑 다시 결혼시키려고 할 거야.”“만약 재결합이 유시진을 깨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너는 받아들일 거야?”백이천의 연속된 질문에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남자는 이를 꽉 물고 지나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지나윤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여자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이천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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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아, 맞다. 도대체 무슨 일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려는 거야?”지나윤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음, 참석해 줘야 하는 자리 하나 있어.”“자리?”지나윤은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나보고 들러리로 가달라는 거야?”백이천은 쓴웃음을 지었다.“들러리보다 아마 더 어려울 수도 있어.”“그럼 어떤 자리인데?”지나윤은 고개를 기울이며 흥미를 보였다.“먼저 해줄지 말해.”“뭔지도 안 알려주면서...”지나윤은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백이천이 자신이 궁금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숨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곧 백이천은 차를 한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 세웠다.“일단 옷부터 사자.”“나 아직 한다고 한 적 없거든?”차에서 내린 뒤 지나윤은 일부러 팔짱을 꼈다.“그래도 옷이 엄청 예쁘면 한 번쯤은 도와줄 수도 있지.”그 말에 백이천은 웃음을 터뜨렸다.지나윤은 처음에 백이천이 말한 자리가 예전에 참석했던 그런 비즈니스 파티라고 생각했다.다른 건 몰라도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해외파 박사인 백이천이 중요한 자리에 동행할 여성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잘 어울린다고 여겼지만, 남자가 고른 옷은 전혀 예상과 달랐다.디자인은 평범하고 색감은 모란디 톤의 회색이었다.긴 소매에 무릎을 덮는 길이까지 전체적으로 매우 단정하고 보수적인 원피스였다.이 옷을 보자 지나윤은 앞으로 가게 될 자리가 더 궁금해졌다.“백이천, 도대체 어디 가는 거야?”옷을 갈아입고 다시 차에 앉은 뒤 지나윤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음 지금 말하면 도망갈 것 같아서.”“말 안 하면 지금 내려버릴 거야.”백이천은 지나윤이 농담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부모님이 여기 오셨어. 너랑 같이 밥 먹자고 하셔서.”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나윤의 표정이 굳어졌다.방금까지는 장난처럼 넘겼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차에서 내리고 싶어졌다.이번에는 차 안의 분위기가 무겁다기보다 어색해졌다.곧 백이천은 운전하면서 힐끗 지나윤을 바라봤다.“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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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전상각은 한정식 집이었다.백이천은 지나윤을 데리고 룸 안에서 약 십 분 정도 기다렸고, 그제야 백이천의 부모님이 도착했다.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지나윤은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황인주의 사람의 기를 찍어 누르는 기세는 여전했고 옷차림 역시 매우 세련되어 있었다.“삼촌, 이모, 오랜만이에요.”지나윤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그래.”황인주는 위아래로 지나윤을 훑어보며 평가하듯 바라봤다.오늘 지나윤의 차림은 단정하고 차분했기에 황인주는 나름 만족하는 눈치였다.“아버지, 어머니, 앉아서 얘기하시죠.”백이천이 먼저 의자를 빼주며 백충섭과 황인주를 앉혔다.음식은 주문을 따로 넣는 방식이라 백이천은 먼저 백충섭과 황인주에게 주문을 맡기고 지나윤에게 물었다.“나윤아, 뭐 먹고 싶어?”“난 아무거나 괜찮아.”이런 분위기에서는 정말 아무거나 괜찮았다.애초에 입맛이 없으니까.“나윤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족끼리 밥 먹는다고 생각하면 돼.”백충섭의 말은 겉으로는 다정하게 들렸지만, 지나윤은 오히려 더 긴장됐다.음식이 나오자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다.백이천은 자신의 부모님과 식사를 하며 가볍게 대화를 이어갔고, 지나윤은 묵묵히 밥만 먹었다.“나윤아...”갑자기 황인주가 지나윤을 부르자 깜짝 놀란 지나윤은 고개를 들었다.곧 황인주는 눈을 떼지 않고 지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얼굴에 뭐라도 묻은 것처럼 집요한 시선이었다.“너랑 우리 이천이 어디까지 갔니?”“엄마!”백이천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넌 끼어들지 마.”황인주는 고개를 돌려 백이천을 노려봤다.곧 식탁 위 공기가 단숨에 어색해졌고 지나윤은 가볍게 웃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저랑 이천이는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그럼 그 친구로서 우리 이천이 좀 도와줄 수 있겠니?”황인주의 다음 말은 지나윤에게 의외였다.오늘 식사를 같이하자고 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어떤 일인지 먼저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거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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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황인주는 원래 지나윤이 백이천과 가짜 결혼을 할지 말지 계속 캐물으려 했지만, 말이 나오기도 전에 가로막혔다.“아버지, 어머니, 호텔 위치는 이미 보내드렸으니까 두 분이 차 타고 가시면 돼요. 저는 나윤이 데려다주고 올게요.”백이천은 그렇게 말하고 지나윤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밤은 이미 깊어졌다.지나윤이 막 백이천의 차에 올라타자, 남자는 진지하게 사과했다.“미안해, 나윤아, 정말 미안해. 오늘 어머니가 너를 부른 이유가 그거였는지 나도 전혀 몰랐어.”지나윤은 백이천을 바라봤는데 그 눈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 눈은 거짓말을 하는 눈이 아니었는데 백이천은 정말로 몰랐던 것이다.“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리고 너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도. 그래서 절대 어머니를 앞세워서 너를 억지로 가짜 결혼시키는 일은 안 해.”“오늘 일은 나도 정말 몰랐어, 부모님이 널 보자고 한 건 내가 너 좋아하는 걸 알아서 그런 줄 알았지.”백이천은 급하게 설명했고 말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지나윤이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아직 지나윤의 마음을 얻지도 못했는데, 만약 어머니까지 이용해 압박했다고 오해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백이천의 불안이 그대로 전해졌는데 지나윤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걱정하지 마, 너 그런 사람 아닌 거 알아.”그 한마디에 백이천은 크게 숨을 내쉬었고 마치 큰일을 넘긴 사람처럼 얼굴이 풀렸다.“그렇게 생각해줘서 다행이야. 진짜 오해할까 봐 걱정했어.”백이천은 무심코 지나윤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지나윤은 자연스럽게 피했다.곧 백이천은 입술을 한번 다물었다.백이천은 이 얘기를 꺼내지 않고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지나윤을 집 앞에 내려준 뒤, 백이천은 곧바로 부모님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예요? 제가 나윤이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스위트룸 안에서 백이천은 황인주를 향해 강하게 따져 물었다.“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 아니야?”“너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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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오늘도 지나윤은 유씨 저택을 찾았다.유시진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눈을 뜰 기미는 없었지만 손가락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이에 지나윤은 유시진이 무언가를 잡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잡아야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인지 본인 또한 인지했다.곧 지나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어 유시진의 손바닥에 호두 하나를 쥐여주었다.호두는 단단했고 손에 닿는 느낌도 거칠었는지 지나윤은 유시진이 미간을 찌푸리는 걸 봤다.얇은 입술을 살짝 내민 모습이 마치 억울해하는 아이 같았다.분명히 유시진이 잡고 싶었던 건 호두가 아니었다.이에 지나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 줄은 몰랐다.하지만 의식을 잃은 유시진이 그렇게 억울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참을 수 없었다.그제야 지나윤은 깨달았다.지금의 유시진은 깨어 있을 때보다 더 흥미롭다는 것을.“유시진, 계속 안 일어나면 매일 네 손에 호두 넣어줄 거야. 그러다 보면 손 가득 호두만 쥐고 있어서 내 손은 못 잡게 될걸?”지나윤은 자신이 하는 말이 유치하다고 느꼈으나 효과는 조금 있는 것 같았다.유시진의 얼굴이 더 괴로워졌고 이는 분명히 싫다는 반응이었다.지나윤은 한동안 유시진을 지켜봤지만 남자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마치 스스로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았다.깨어나면 마주해야 할 현실이 꿈보다 더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이에 지나윤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방문이 두드려졌다.지나윤은 유희봉일 거라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유태산이었다.“나윤아, 잠깐 나와봐라.”유태산의 손짓에 지나윤은 남자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탁자 위에는 수표가 놓여 있었다.요즘 시대에 수표는 대부분 법인 거래에 쓰이지만 유태산이 꺼낸 이 수표는 다른 용도였다.그 용도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앉아.”유태산이 먼저 자리를 권했다.지나윤이 소파에 앉자 유태산은 허리를 굽혀 수표를 여자의 앞으로 밀어놓았다.“나윤아, 시진이 상태도 봤지? 이렇게 며칠이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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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지나윤은 눈앞의 수표를 바라보다가 펜을 들었다.곧 유태산의 두 눈이 순간 번뜩였다.단지 재결합하겠다는 한마디 약속만으로도 유씨 집안에서 천문학적인 자산을 얻을 수 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받아들일 것이다.하지만 유태산이 기대에 차 있던 순간, 남자는 지나윤이 펜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그러나 수표에는 아무 숫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지나윤,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제시했는데도 아직 만족이 안 되나?”유태산의 놀란 반응에 지나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더 좋은 방법이 떠올라서요.”“더 좋은 방법?”유태산이 다급하게 되묻자 지나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옅게 웃었다.“잠깐 준비 좀 하고 올게요.”유태산이 이해하지 못한 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지나윤은 유씨 저택을 떠났다.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지나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유태산, 유희봉, 강수정은 모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나윤의 계획을 들은 뒤 유태산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혹시 시진이를 더 자극해서 상태가 악화되면 어떡하지?”지나윤도 확신은 없었지만 지금 유시진의 상태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결국 유희봉은 지나윤을 믿기로 했다.유태산과 자신, 그리고 강수정을 데리고 저택을 나섰고 집에는 지나윤과 의식을 잃은 유시진 둘만 남았다.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유시진이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보고 싶어 할 사람은 지나윤일 것이기 때문이다.넓은 저택은 텅 비어 고요했다.지나윤은 반짝이는 장식이 달린 하얀 웨딩드레스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정성스럽게 올린 머리와 섬세한 화장까지 더해져, 지나윤은 마치 결혼식을 앞둔 신부처럼 보였다.침실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유시진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고 손등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지나윤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유시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유시진, 나 백이천이랑 결혼할 거야.”지나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방 안이 너무 조용했기 때문에 그 말은 또렷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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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지나윤은 전혀 방어할 틈도 없었다.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유시진의 무거운 몸이 마치 바위처럼 위에서 짓눌렀다.“누구랑 결혼한다고?”유시진의 목소리는 쉰 듯 거칠었고 충혈된 눈이 번뜩였다.“너는 내 아내야. 절대 다른 남자랑 결혼하게 두지 않아.”커다란 손이 거칠게 지나윤의 얇은 웨딩드레스를 찢어냈다.웨딩드레스가 찢겨지는 소리에 지나윤의 머릿속이 하얘지며 귀에는 이명이 들려왔다.지금 자신 위에 있는 유시진은 사람이 아니라 마치 짐승처럼 변해 있었다.유시진은 눈을 뜨긴 했지만 정신은 확실히 또렷해 보이지 않았다.“유시진, 내 말 좀 들어. 나... 읍...”지나윤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유시진에 의해 갑자기 막혔다.뜨겁게 달아오른 입맞춤에 지나윤의 말은 그대로 막혔고, 여자는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자극받으면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다.지나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저항하면 유시진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그래서 있는 힘껏 벗어나 보려 했지만 전혀 뜻대로 되지 않았다.지나윤은 너무나 순진했다.이전에도 유시진에게서 벗어난 적은 있었지만, 그건 유시진이 멀쩡한 상태였을 때였다.그리고 지금의 유시진은 이성을 잃은 채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분노한 상태에서는 자제력이 사라지고 본능만 더 강해질 뿐이었다.그랬기에 지나윤이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유시진은 더 강하게 밀어 붙였다.“절대 도망치게 하지 않을거야. 넌 내 거야. 네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 상대는 나여야만 해!”유시진은 한 손으로 지나윤의 두 손목을 머리 위로 꽉 눌러 잡고는 다른 손으로는 턱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지나윤은 말을 할 수 없었다.곧 숨이 막힐 듯 답답해지며 시야가 흐려졌다.힘이 빠질 무렵, 턱을 잡고 있던 손이 겨우 풀렸다.“그만해. 유시진...”허리를 붙잡는 손의 힘이 더 강해지자 지나윤의 몸이 떨렸다.이 순간, 지나윤은 이번에는 벗어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이전에는 도망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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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그리고 유시진은 지나윤이 자신에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유시진은 한 번도 이쁜이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다고.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채연서를 자신으로 착각할 수 있냐고.이쁜이든, 지나윤이든, 유시진은 두 사람 모두를 사랑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사실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은 유시진에게 있어 더없이 기쁜 일이었지만 지나윤은 기뻐하지 않았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유시진은 지나윤을 ‘여보’라고 부르기로 했다.이미 재결합했고 지나윤은 늘 자신을 남편이라고 불렀으니까.그렇다면 자신이 아내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고, 막 결혼한 신혼부부처럼 달콤한 나날이었다.그런데 어느 날, 지나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말했다.자신은 백이천과 결혼하겠다고.유시진은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가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고, 아내에게 버림받는 일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래서 유시진은 지나윤을 거칠게 벌했다.아주 거칠게...눈앞에 들어온 것은 난장판이 된 침실이었고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빛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유시진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몸도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지만 머릿속은 더더욱 텅 비어 있었다.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던 유시진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그제야 깨달았다.꿈과 현실을 혼동했다는 것을, 자신과 지나윤은 단 한 번도 재결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지나윤은 더 이상 유시진의 아내가 아니었다.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었다.엄청난 공포심이 한순간에 유시진을 덮쳤고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유씨 저택에서 삼호거리까지 차를 몰아가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그리고 지나윤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떠 있었다.“지나윤! 지나윤, 문 좀 열어!”문이 부서질 듯 두드렸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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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죄송하지만, 백이천과 가짜 결혼을 하라는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뭐라고?”황인주가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황인주의 표정에는 지나윤에 대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러 나오는 불만으로 가득했다.“지나윤, 잊은 거 아니지? 우리 이천이가 누구 때문에 식물인간이 됐었는지!”“어머니!”백이천이 옆에서 크게 외쳤다.“조용히 해. 내가 틀린 말 했어? 그때 그 일만 아니었어도 네가 그렇게 다치진 않았을 거야.”말을 이어가던 황인주의 목소리는 떨렸다.“저도 그 마음은 이해해요.”“이해를 한다는 애가!”황인주가 다시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지나윤이 담담하게 끊었다.“그래서 제가 수십억이 넘는 치료비를 이미 부담했잖아요.”지나윤의 그 한마디에 황인주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설령 법정으로 갔어도 제가 이천의 치료비를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었을 거예요. 그래도 죄책감 때문에 충분한 보상을 드렸고요.”“그리고 그 사고를 이유로 저를 계속 압박하시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가짜 결혼이라고 해도 제 명예와 감정까지 희생하면서 백세가 넘으신 어르신을 속이고 싶지는 않아요.”“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어요. 네, 맞아요. 저 이기적으로 살고 싶어요. 이번만큼은 제 마음이 가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살고 싶거든요.”“전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걸 굳이 하고 싶지 않아요.”말을 마친 지나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자 백이천이 곧바로 따라 나왔다.“나윤아, 미안해. 어머니가 너무 심하셨어.”지나윤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아니야. 네 어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어. 그때 일 때문에 아직도 응어리가 마음에 남아 있는 거니까. 그래도 가짜 결혼은 정말 도와줄 수 없어.”“응, 알아. 나도 억지로 시키고 싶진 않았어.”백이천의 말에 지나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럼 나 갈게.”“나윤아.”백이천이 손목을 잡았다가 곧바로 놓았다.“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차 가지고 왔고. 조금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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