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사는 유씨 집안의 주치의가 아니라 오진헌이 소개해 준 사람이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혹시 의사와 짜고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닐지 의심하여 오진헌의 친구를 불러 다시 검사를 하게 했다.“음, 동공의 빛 반사 반응이 매우 약해요. 분명 지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건 의식 장애이거나, 다시 말해 심인성 무반응일 가능성이 있어요.”의사의 말에 지나윤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래서 유시진이 연기한 게 아니라고?’“환자가 방금 악몽 같은 반응을 보인 건, 무의식 속에서 어떤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어요.”“지나윤 씨, 의학적으로 마음의 병에 대해서는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어요. 죄송하지만 도움이 되지 못하겠네요.”지나윤은 의사에게 감사를 전하며 유씨 저택 밖까지 배웅했다.돌아오는 길에 2층 서재 문이 열려 있는 걸 보았고 그 안에 앉아 있는 유희봉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지나윤 역시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지나윤은 다시 유시진의 침실로 돌아와 휴대폰을 꺼내 심인성 무반응에 대해 검색했다.이건 확실히 마음의 병이었다.신체적으로는 아무런 기질적 병변이 없지만, 강한 심리적 압박이나 감정적 충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의식을 잃거나 의식 상태가 변하는 증상이었다.환자는 겉으로는 혼수 상태처럼 보이지만 뇌파, CT, MRI 같은 모든 객관적인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그래서였구나...’유태산과 양화영이 그렇게까지 자세를 낮추며 자신에게 유시진과 재결합해 달라고 부탁했던 이유였다.지나윤은 만약 지금 유시진에게 다시 결혼하겠다고 말한다면, 유시진이 정말로 깨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나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는데 문을 나서면서 희미하게 유시진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여보, 가지 마...”지나윤은 유희봉에게 인사를 한 뒤 유씨 저택을 떠났다.차에 다다르기도 전에 낯익은 차 한 대가 멀리서 다가와 지나윤의 앞에 멈췄다.하얀 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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