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 Chapter 811 - Chapter 820

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811 - Chapter 820

882 Chapters

제811화

손경우가 급히 달려왔다.손경우는 이안영 머리와 얼굴에 묻은 레드와인을 닦아주면서 동시에 유시진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번 자선 파티는 아무리 봐도 손경우가 주최한 자리였고, 손씨 집안 회사인 SW그룹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게다가 LY그룹은 SW그룹과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파트너였다.그런 이안영이 사람들 앞에서 와인을 뒤집어쓴 이상, 손경우로서는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유 대표님, 제가 연 파티장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는 건 일부러 제 체면을 구기시겠다는 뜻인가요?”손경우가 날 선 목소리로 묻자 유시진은 느긋하게 웃어 보였다.“손 대표님이 오해하셨네요.”유시진 말이 떨어지자 손경우 얼굴에 굳어 있던 근육이 순간 풀렸다.유시진이 사과하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손 대표님은 제 눈에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에요.”순간 손경우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유 대표님!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손경우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유시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손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이안영 대표님 편을 드시는 걸 보면, 사모님이 두 분 관계 알아차릴까 봐 걱정되진 않으신가 봐요?”유시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손경우 체면뿐 아니라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안영 자존심까지 처참하게 짓밟았다.주변에서는 금세 수군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손경우와 이안영을 힐끔거리며 노골적으로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손경우는 원래 이번 자선 파티를 통해 SW그룹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 했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래서 속으로 유시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다.이안영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가장 증오하는 대상은 지나윤이었다.지금 이 순간 자기가 겪고 있는 모든 굴욕의 시작은 결국 유시진이 지나윤 대신 복수해 준 데서 비롯된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제 갈까?”유시진은 부드럽게 지나윤 등을 감싸안
Read more

제812화

지나윤은 순간 멍해졌다.다음 순간 유시진이 일부러 고개를 기울여 자기 쪽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깊은 눈매는 살짝 휘어졌고, 웃는 얼굴은 사람 마음을 간질일 만큼 위험했다.그 얼굴에 지나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돌려 유시진의 지나치게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유시진 입가의 웃음은 오히려 더 짙어지기만 했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속 운전만 이어갔다.차 안 분위기는 묘하게 변해 있었고, 지나윤은 순간 유시진이 히터라도 튼 줄 알았다.온몸이 괜히 답답하고 더워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실제로 켜둔 건 에어컨이었다.한여름이니 원래 에어컨을 켜는 게 당연했으니까.게다가 밤이 되면서 날도 선선해진 상태였고, 이런 상황이라면 에어컨이 켜진 차 안은 시원하게 느껴져야 정상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나윤 몸은 식질 않았다.오히려 설명하기 힘든 열기가 몸에서부터 천천히 느껴졌다.지금 자신의 이런 반응은 전부 유시진 때문이라는 걸 지나윤은 알고 있었다.또한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유시진이 마음먹고 여자 마음 흔들려고 들면 성공 확률은 거의 백 퍼센트에 가까웠다.지나윤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고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오늘 밤 이안영 잠 제대로 못 자겠네.”지나윤은 일부러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차 안에 점점 이상하게 뜨거워지는 분위기를 식히고 싶었던 것이다.유시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나윤을 힐끗 바라봤고 여자가 일부러 화제를 돌린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유시진 역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에 맞춰 대답했다.“이안영이 진짜 궁지에 몰리면 오현준 입 막으려고 움직일 것 같아?”유시진 질문에 지나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오늘 두 사람 목적은 결국 이안영을 자극하는 데 있었다.이안영이 불안해질수록 오현준을 향해 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지만 어떻게 될지는 그 아무도 몰랐다.“당장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어.”“그럼 우린 그냥 기다리기만 해?”“그럴 리가
Read more

제813화

오현준은 본능적으로 골프채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숨소리까지 죽인 채 천천히 커튼 쪽으로 다가갔다.촤악하는 소리와 함께 오현준이 커튼을 거칠게 젖혔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 뒤로도 오현준은 집 안 곳곳을 뒤졌다.문 뒤, 창고, 사람이 숨을 만한 곳은 전부 확인했다.그렇게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 겨우 확인한 뒤에야 오현준은 손에 쥐고 있던 골프채를 놓았다.골프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오현준 몸도 힘이 빠진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어느새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더워서 흐른 땀인지, 겁에 질려 흐른 땀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만약 정말 누군가 자기가 없는 사이 집에 들어와 컴퓨터를 건드린 거라면, 오현준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이안영이었다.지금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이라고는 이안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오현준은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감싸쥐었고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후회됐다.끝이 보이지 않는 후회가 거대한 파도처럼 오현준을 집어삼켰다.숨이 막히고 눈앞까지 아찔하게 흐려졌다.원래 오현준은 LY그룹 수석 변호사로 누구보다 신임받던 사람이었고 앞날도 창창했다.하지만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순간적인 욕망에 흔들린 대가로 오현준은 공범이 되어버렸다.이제는 적뿐만 아니라 아군까지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오현준은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 있었다.한편 이안영 역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사람 하나를 더 없앨지 말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반면 자신이 주최 자선 파티에서 제대로 망신당한 손경우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하룻밤 사이 인터넷은 유시진이 공개적으로 이안영 얼굴에 와인을 뿌린 영상으로 뒤덮였다.손경우는 돈을 들여 렉카 계정까지 대거 풀었다.숏폼 플랫폼부터 커뮤니티까지 네티즌들이 몰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놓치지 않았다.그리고 댓글 창마다 유시진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HF그룹 대표 성격 왜 저래? 분노조절 장애 있는 거 아님?][얼굴만 잘생겼지 성격 진짜 최악이
Read more

제814화

“시진아, 네가 지나윤이랑 함께하겠다는 건 나도 막지 않을게.”“하지만 여자 하나 때문에 HF그룹 전체를 망칠 순 없잖아. 네가 지금 하는 짓이 옛날 여색에 빠진 폭군이랑 뭐가 달라?”유태산의 목소리는 몹시 커, 스피커폰을 켜놓지 않았는데도 지나윤 귀에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지나윤 역시 이번 일만큼은 유시진이 다소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했다.자선 파티장에서 공개적으로 이안영 얼굴에 와인을 뿌린 건 손경우에게 빌미를 제대로 준 셈이었다.하지만 지나윤은 끝까지 유시진을 탓하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유시진이 순간적으로 폭발한 이유가 결국 자기 대신 화를 내준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통화를 끊은 유시진의 입가에는 여전히 씁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이제 어떻게 할까?”지나윤이 조용히 물었다.“손경우가 계속 이걸로 여론몰이하게 둘 순 없어.”유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윤 말에 동의했다.“그럼 이번의 이슈를 이용해서 손경우한테 제대로 선물 하나 주자.”지나윤이 유시진을 바라봤다.유시진 입가에 걸려 있던 씁쓸한 웃음은 어느새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그 웃음은 이상할 만큼 사람을 안심시켰다.와인 사건은 대략 일주일 가까이 계속 커져갔다.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유시진 역시 유태산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그러던 중 사건은 갑자기 반전되기 시작했다.늦은 밤, 손경우 아내가 갑자기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유시진 대표님이 그 여자 얼굴에 와인 뿌린 거 하나도 잘못 없어요.]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인터넷은 순식간에 뒤집혔다.곧이어 연예계 이슈를 다루는 여러 계정들이 손경우와 이안영 영상까지 공개했다.한밤중 두 사람이 함께 프라이빗 클럽과 고급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이었다.원래 LY그룹과 SW그룹 협력 이후 C국 시장은 계속 불안정해졌고, 여론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그런 상황에서 불륜 의혹 영상까지 터지자 네티즌들은 완전히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사실 영상 자체에 노골적인 장면이 찍힌 건 아니었다.하
Read more

제815화

왜 갑자기 여론이 뒤집혔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손경우가 주최했던 자선 파티 현장에 있었다.원래부터 이안영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재벌가 사모님 중 한 명이 우연히 영상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그 영상에는 이안영이 지나윤에게 와인을 뿌리려는 순간 유시진이 대신 막아서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처음 사건이 터졌을 당시 인터넷 분위기는 너무 험악했다.거의 모든 여론이 유시진을 향해 비난했고, 영상 올린 사람 역시 악성 댓글 세례가 두려워 차마 영상을 공개하지 못했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손경우와 이안영은 완전히 여론의 표적이 되었고, 그 여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영상까지 공개해 버렸다.그리고 영상이 퍼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유시진이 공개적으로 이안영 얼굴에 와인을 뿌린 건 전처인 지나윤 대신 복수해 준 것이었다.[이걸 보고 어떻게 안 설렐 수가 있겠어?][유시진 아직도 전부인 엄청 좋아하는 거 같은데?][이혼한 부부인데 이렇게 달달한 건 처음 보네.][내일 둘이 재결합 발표해도 안 놀랄 듯.][나 원래 유시진 얼굴만 좋아했는데 이제 그냥 둘 커플 밀기로 했다.][이 영상 일반인이 찍은 거지? 유시진이 일부러 설명 안 한 건 지나윤 보호하려고 그런 거 아님?][유시진 너무 찐사 같은데.]인터넷은 순식간에 뒤집혔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시진을 욕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유시진을 치켜세우고 있었다.지나윤은 휴대폰을 넘기다가 결국 헛웃음을 지었다.이게 바로 인터넷에서 떠도는 내용들에 대해 바로 결론 내리면 안 되는 이유였다.조금만 지나도 언제든 완전히 뒤집혀버리니까.이번의 여론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손경우였다.원래 손경우는 렉카 계정까지 동원해서 유시진을 제대로 망가뜨릴 생각이었다.자선 파티장에서 당한 굴욕을 그대로 되갚아주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시진은 오히려 손경우를 역으로 몰아붙였다.그 결과 손경우는 아내인 하민영과 크게 싸웠고 지금은 이혼
Read more

제816화

이안영은 자기 사무실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앙상하게 마른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사무실 안은 숨 막힐 만큼 조용했다.마치 이안영이라는 사람이 이미 죽어버렸거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이안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짙은 화장을 한 얼굴은 이목구비가 유난히 또렷했지만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하얬다.또한 눈빛은 흐릿하면서도 음산했다.“차라리 그냥...”‘한번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가는 수밖에...’한편 오늘은 간만에 지나윤과 유시진이 따로 움직이는 날이었다.HF그룹 쪽에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겨 유시진이 직접 처리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덕분에 지나윤은 혼자 JY그룹이 투자한 학교를 시찰하고 있었고 물론 경호원들은 곁에 항시 붙어 있었다.시찰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지나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처음엔 유시진 전화인 줄 알았지만 화면에 뜬 건 처음 보는 번호였다.“여보세요?”지나윤은 조심스럽게 전화받았다.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지나윤은 상대가 잘못 건 전화라고 생각해 끊으려 했다.그때, 마침내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지 대표님, 저예요.]지나윤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말투를 보아하니 서로 아는 사이인 건 분명했지만 목소리만으로는 누군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그러니까 누구시죠?”[오현준이요.]오현준의 이름이 나오자 지나윤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지나윤은 천천히 웃었다.“변호사님 드디어 마음 정하셨어요? JY그룹으로 이직하시려고요?”지나윤 말이 끝나자 오현준은 다시 침묵했다.그리고 잠시 뒤, 오현준은 아무 말없이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에 지나윤은 입꼬리를 비틀며 피식 웃었다.최근 오현준 상황이 꽤 괴로울 거라는 건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왜냐하면 지나윤이 유시진에게 부탁해 사람들을 따로 붙였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사람들은 몰래 오현준 집에
Read more

제817화

지나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지금 네 상황은 지우보다 훨씬 위험해. 적어도 지우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진 않잖아.]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유시진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진지했다.그 바람에 지나윤은 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나 좀 애처럼 안 보면 안 돼? W섬에 있던 그 2년 동안 너 없이도 나 잘 지냈거든.”유시진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 순간 지나윤은 문득 백이천이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자기는 W섬에서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하지만 그 시간 동안 유시진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지나윤 머릿속에는 직접 본 적 없는 장면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유시진이 혼자 보온통을 들고 긴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 그리고 지나윤 묘비 앞에 도착한 뒤 직접 만든 음식을 하나씩 꺼내 놓는 모습을.그리고 향 세 개에 불을 붙인 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오래도록 일어나지 못하던 모습.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지나윤 가슴이 먹먹하게 막혀왔다.자신의 죽음과 부활은 유시진에게 있어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되찾은 일이었다.그러니 유시진이 지나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경호원을 이렇게나 많이 붙여놨는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지나윤은 일부러 부드럽게 유시진을 안심시켰다.[음, 오늘 밤은 아무래도 못 들어갈 것 같아. 혼자 있을 때 꼭 조심해.]“지우 생각해서라도 나 절대 안 다쳐.”지나윤이 지우 이야기를 꺼내자 그제야 유시진도 조금 안심한 듯했다.유시진은 몇 번 더 신신당부를 한 뒤에야 통화를 끊었고,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지나윤은 천천히 숨을 내쉬더니 표정도 점점 진지해졌다.어느새 밤이 찾아왔고, 하늘은 점점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갔다.지나윤은 이제 나갈 준비를 했다.지금 출발하면 경강부두에 딱 맞춰 도착할 시간이었다.유시진이 붙여놓은 경호원들도 당연히 따라붙으려 했지만 지나윤이 그 사람들을 막아섰다.“지 대표님, 이건 유 대표님 지시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대표님 혼자 움
Read more

제818화

오현준의 말에 지나윤은 피식 웃었다.“변호사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 사람까지 붙여서 오 변호사님을 미행하겠어요?”“그야 대표님도 이안영 대표님처럼 진짜 유언장을 원하니까요.”오현준이 대놓고 유언장 이야기를 꺼내자 지나윤 표정도 조금 달라졌고 더 이상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그러면 변호사님이 발표했던 유언장은 진짜 가짜였나 보네요?”지나윤 반문에 오현준 눈썹이 확 굳었다.“지금 절 떠보시는 건가요?”“변호사님이 먼저 말하신 거잖아요. 전 아무것도 안 물었어요.”지나윤은 옅게 웃으며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변호사님은 똑똑하신 분이니까 잘 아실 거예요.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 결국 끝이 좋을 수 없다는 거요.”지나윤은 오현준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차분하게 말했고, 목소리에는 조급함도, 위축됨도 없었다.사실 지나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은 오현준이었지만 그 절박함을 들키고 싶진 않았다.오히려 오현준이 자기 쪽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했다.“변호사님이 오늘 저를 부른 이유가 이안영이 아니라 나를 택했다는 건 무슨 뜻이죠?”“결국 본인을 미행하고 집 뒤진 사람이 제가 아닐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요? 제 추측 틀렸나요?”오현준의 침묵은 사실상 인정이나 다름없었기에 지나윤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변호사님. 이안영의 입장에서 자신의 범죄 증거를 쥔 변호사님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예요. 없애려 드는 건 시간문제죠.”“설령 제가 중간에서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해도 변호사님과 이안영은 결국 같은 편으로 끝날 사람들이 아니에요.”오현준은 조용히 지나윤 말을 듣고 있었지만 마음은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지나윤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 책임을 지워버렸다.오현준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지나윤이 계속 자기와 이안영 사이를 흔들고 있었다는 걸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오현준 역시 알고 있었다.지나윤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자기와 이안영 관계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LY그룹은
Read more

제819화

“오 변호사님은 집 나올 때 누가 따라붙는지 제대로 확인 안 하셨어요?”오현준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지금 그런 걸 따질 때예요? 빨리 뛰어야죠!”지나윤이 몸을 돌리던 순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날아온 몽둥이 하나가 그대로 지나윤 등 한가운데를 강하게 내리쳤다.“윽!”지나윤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휘청거렸다.“지나윤 씨!”오현준은 깜짝 놀라 재빨리 지나윤을 붙잡았다.바닥에 떨어진 몽둥이는 이미 두 동강 나 있었고, 그만큼 상대가 얼마나 세게 휘둘렀는지 알 수 있었다.지나윤은 이를 악물며 숨을 몰아쉬었고 식은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그 모습을 본 오현준 마음속에는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들었다.이대로 가다간 정말 도망치지 못할 상황이었다.지나윤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경호원에게 연락했다.“변호사님이 혼자 오라고 해서 경호원은 안 붙였는데, 그래도 아마 멀리 가진 않았을 거예요...”지나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쫓아온 놈들이 이미 두 사람을 포위했다.“패!”누군가 소리치자 남자들은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오현준은 반사적으로 지나윤을 자기 뒤로 감쌌다.그 순간, 지나윤의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뛰어들어 해결사들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상황이 불리해지자 놈들은 재빨리 도망쳤고, 오현준은 곧바로 JY그룹 계열 숙소로 옮겨졌다.그리고 유시진 쪽 사람들이 따로 붙어 보호하기 시작했다.한편 지나윤은 유시진 집으로 데려가졌다.문이 열리자 지나윤은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유시진을 발견하자 여자를 데려온 경호원들은 곧바로 자리를 비웠다.순식간에 집 안에는 지나윤과 유시진 둘만 남게 됐다.지나윤은 현관 앞에 멈춰 섰다.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두 사람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지나윤은 괜히 찔렸는지 본능적으로 먼저 눈을 피했다.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유시진이 저렇게 똑바로 자기만 바라보고 있으니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집 안은 지나치게 조용
Read more

제820화

지나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반항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침실 안 공기는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고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고 뜨거웠다.지나윤은 설마 자신이 이렇게 유시진 앞에서 속옷 차림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유시진 시선은 아래로 향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윤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눈 속 분노 역시 조금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원래 같았으면 지나윤은 당장 유시진에게 변태냐고 화부터 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일 때문에 괜히 마음이 찔렸고 자신감도 없었다.결국 유시진을 탓하는 말 한마디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방 안 온도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상반신이 드러난 상태였지만 지나윤은 춥기는커녕 오히려 숨이 막힐 만큼 더웠다.지나윤이 급히 옷을 다시 챙겨 입으려던 그때, 유시진이 손을 뻗어 여자를 그대로 침대 위로 눕혔다.지나윤은 엎드린 자세가 되었고, 등은 유시진 쪽으로 향하게 됐다.그리고 유시진 눈에 지나윤 등 위 상처가 눈에 들어온 순간, 분노로 가득했던 눈빛 사이로 짙은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유시진은 입술을 몇 번 달싹였고 차가운 숨을 천천히 내뱉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미리 준비해 둔 연고를 집어 들고는 지나윤 상처 위에 조심스럽게 발라주기 시작했다.손끝은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그제야 지나윤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유시진은 단지 약을 발라주려던 것이었다.그 순간 풀어진 지나윤 표정을 유시진이 모를 리 없었다.“왜? 내가 약점 잡고 무슨 짓이라도 할 줄 알았어?”등 뒤에서 유시진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목소리에는 낮게 웃는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예전에도 그런 적 많았잖아...”지나윤은 작게 투덜거렸다.예전에 유시진이 화났을 때 자기 밀어붙였던 장면들이 순간 떠올랐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괜히 얼굴까지 뜨거워졌다.유시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묵묵히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그러다 가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나한테 화났어?”엎드린 채 지나윤이
Read more
PREV
1
...
8081828384
...
8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