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121 - Chapter 130

632 Chapters

제121화

경매장에서 서은주가 그의 뺨에 입을 맞췄을 때보다도 훨씬 큰 충격이었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붉게 물든 서은주의 얼굴은 사랑에 젖어 한없이 사랑스러워 진백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병실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육강민을 겪어본 진백현은 함부로 움직였다간 수년간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사업이 단숨에 무너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여기엔 어쩐 일이지?”육강민은 문 앞을 완전히 가로막은 채, 안으로 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지인 병문안때문에 왔습니다.”진백현은 감히 그 사람이 서은주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그렇군.”남자들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 일었다.육강민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미소 지었다.“지인 보러 왔다면서 안 가고 뭐해?”“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진백현은 그대로 돌아섰다.그날 밤, 그는 서은주와의 신혼집으로 갔다.요즘은 거의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머릿속에는 계속해서 서은주와 육강민의 달달한 장면이 떠올라 그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진백현은 손에 들고 있던 장미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그러다 가시에 찔려 손바닥에 피가 흥건히 번졌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서은주는 원래 자신의 여자였다.그때 약혼을 깨지 말았어야 했고, 서은주가 봉변을 당할 뻔했을 때, 외면해서도 안 됐다.그는 육강민이 정말로 서은주와 결혼할 거라 믿지 않았다.그래서 기다릴 생각이었다.서은주가 언젠가 육강민에게 버려질 날에 다시 자신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다.**다음 날, 서은주는 퇴원했다.한주미는 서은주를 직접 위미든까지 데려다주며 각종 보양식과 영양제를 한가득 사주었다.“너무 말라서 꼭 챙겨 먹어야 해.”“감사합니다, 어머님.”한주미의 강력한 권유에 서은주는 결국 호칭을 바꿨다.한주미가 돌아간 뒤, 서은주는 집을 말끔히 청소하고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잔뜩 사 왔다.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저녁을 막 차렸을 즈음, 육강민이 도착했다.식사를 마친 뒤, 육강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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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서은주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육강민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마도 침대 위에서야 비로소, 이성의 통제를 잃고 감정에 휩쓸린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서은주는 여전히 그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와 함께 경성으로 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었다.“왜? 싫어?”육강민이 품에 안은 서은주를 내려다보았다.“아니에요.”서은주는 고개를 저었다.“아마 일주일 정도 뒤에 출발할 거야. 준비해 둬.”그가 떠난 뒤, 서은주는 거실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서은주는 그가 좋았다.그와 함께 가고 싶었고, 이 관계가 언젠가는 제대로 된 결말을 맞이하길 바랐다.하지만 이렇게 애매한 방식으로만 이어지는 관계는 원하지 않았다.예전의 서은주라면, 언젠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담담하게 돌아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단순히 그의 곁에 머무는 것 이상으로 더 확실한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손리정이었다.전화받자마자, 귀가 아플 정도의 고함소리가 쏟아졌다.“서은주! 내가 친구이긴 해? 납치당해서 입원까지 했으면서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한 거야? 나 진짜 화났어!”손리정은 요즘 논문 때문에 밤샘이 일상이어서 외부 소식에는 거의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엄명한이 메시지를 보내 서은주의 상황을 지켜보라고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논문에 파묻혀 있는 사이 이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진 줄도 몰랐을 것이다.“나 이제 괜찮아.”“아직 병원이야? 내가 지금 갈게.”“나 퇴원했어!”“그럼 주소 보내.”“……”손리정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찾아왔다.한주미가 챙겨준 것들까지 합치니 집이 비좁아 보일 정도였다.“이건 다 누가 준비한 거야?”손리정은 값비싼 보양식들을 보다가 자신이 들고 온 우유 봉지에 괜히 민망해졌다.“육강민 어머니.”“뭐야, 너희 왜 이렇게 빨라? 벌써 부모님까지 만난 거야? 그분은 어때? 까다롭진 않으셔?”“물음표 살인마야?”“난 그냥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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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물 한 컵을 다 마신 뒤에야 서미진은 서은주를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난 늘 너를 질투했어.”“네가 나를 질투했다고?”서은주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처음 너를 봤을 때 꼭 공주님 같았어. 똑똑하고 예쁜 네가 하늘의 별을 따 달라고 해도 큰어머니와 큰아버지는 기어이 따다 주실 사람들이었지.”“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늘 그렇지는 않지.”서은주가 작게 웃었다.“그분들이 돌아가셨을 때, 솔직히 말하면 나 좀 기뻤어. 너도 더 이상 콧대 높은 공주가 아니게 됐으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나랑 너를 비교했어. 나는 너만큼 착하지도, 똑똑하지도 못했지."“학창 시절 내가 좋아하던 남자애들조차 전부 너 때문에 싸우더라. 도대체 왜? 내가 너보다 뭐가 그렇게 부족한데!”서미진은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쏘아붙였고 옆에 있던 경찰이 제지했다.“진정하세요.”서미진은 숨을 고른 뒤,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우리 부모님이 나 버린 거 알아?”“알아.”서은주는 차분했다.“변호사조차 안 붙여줬어. 이대로 사라지라는 거지.”서은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이런 얘기 들으려고 여기 온 거 아니야.”밖에서 손리정이 기다리고 있어 오래 머물 여유는 없었다.“왜 우리 엄마가 너한테 잘해줬다고 생각해?”서미진이 물었다.“이미지 관리하려고?”서은주는 담담히 말했다.“그것만은 아니야.”서미진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너를 입양할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경찰서 로비에서 손리정은 해가 기울 때까지 기다렸고 노을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서은주는 모습을 드러냈다.“은주야! SNS 보니까 근처에 괜찮은 맛집이 있던데, 우리 거기 가자!”웃으며 달려가던 손리정은 서은주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서은주는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은주야…”손리정이 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어디 아파?”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서은주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인간이 어찌 그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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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상처받아 괴로워하는 서은주의 모습에 육강민도 심장이 바늘로 찔린 듯 아파왔다. 육강민은 서은주를 품에 꼭 껴안았다.“서진우 부부에게 버림 받은 상황에서 형량 줄이려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으니까. 서미진 말이라고 해서 전부 믿을 필요는 없어.”육강민은 서은주의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었다.“대신 알아봐 줄 수 있어요?”확실히, 서미진의 말만 듣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육강민은 서은주를 더 깊숙히 끌어안았다.“내가 알아볼게.”그날 밤, 서은주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서씨 가문에서 지냈던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만약 서미진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절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육강민 역시 잠을 설쳤다.서은주가 아파하는 것만큼 육강민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육지성의 일 처리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고 다음 날 아침, 바로 조사 결과를 들고 왔다.부자들의 성공 이력 중에는 떳떳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 조금만 파헤쳐도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는 사람마저 민망한 경우가 많았지만 서진우처럼 친형과 형수의 유산을 밑천 삼아 회사를 일군 경우는 드물었다.더 문제인 건, 누군가의 부모덕에 성공을 이루고도 유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평소에 서은주는 하대 받고 집안이 위기에 처하자, 아예 ‘팔아넘기기’까지 했다.이런 삼촌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정말 인간 말종과 다름없었다.육지성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진짜 역겨움에 치가 떨리는 집안이네!”서미진이 이 사실을 털어놓은 건, 용서를 구해 형량을 줄이거나 선처 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씨 집안의 가장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 버렸다. 조사 자료를 손에 쥔 서은주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미진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육강민이 서은주의 손을 조용히 잡아 주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억울해요.”서진우 부부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편하게 살아가는 걸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어떻게 하고 싶은데?”육강민은 서은주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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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남았고, 은주를 혼자 두긴 불안해서 그래요.”서진우 부부가 저지른 일은 서은주에게 큰 충격이었다.육강민은 혹시라도 서은주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컸다.“일 핑계로 나를 부려 먹겠다는 거냐? 나는 네 엄마야, 부하 직원이 아니라고.”한주미는 생각할수록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그래도 마음 한편엔 늘 며느릿감 생각뿐이라 아들한테 불만이 가득해도, 결국 매일같이 찾아오고 마는 이유였다.아들의 결혼 문제로 한주미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전화를 끊었을 때, 육강민의 차는 이미 낡은 다세대 주택 앞에 멈춰 서 있었다.육지성이 5층을 가리켰다.“대표님, 5층입니다.”“잡아.”육강민은 502호 앞에 섰다.노크하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문을 연 남자는 그를 보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황급히 문을 닫으려 했지만, 육강민이 먼저 발을 들어 문을 걷어찼다.문짝은 그대로 박살 나고, 남자는 충격에 바닥으로 나자빠졌다.그 소리에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대, 대표님…?”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비대한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오랜만이네.”“어, 어떻게 여길 찾은 겁니까?”그날 서은주를 겁탈하려다 실패한 뒤, 8억을 날리고 육강민까지 적으로 돌린 그는 그날 밤 바로 도망쳤다.그렇게 두 달 가까이 아무 일 없었고 서은주도 신고하지 않았다.이미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던 고철주는 몰래 강성으로 돌아왔다.그런데 육강민이 줄곧 그를 찾고 있을 줄이야!고철주에겐 육강민은 악마가 따로 없었다.고철주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육강민은 그를 내려다보았다.군주가 벌레 보듯, 그 눈빛엔 경멸과 냉소뿐이었다.“경찰서 가서 자수하랬더니, 도망쳤더군?”“제발,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고철주는 바닥을 기어 육강민 앞에 무릎을 꿇고 연신 빌었다.“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그의 목소리는 영혼을 거두러 온 사신처럼 차갑고 섬뜩했다.**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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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기자회견장.서은주의 등장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서진우와 이순옥 부부는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이순옥이 단상에서 뛰어 내려와 서은주의 손을 잡았다.“은주야,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니. 미진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번엔 절대 감싸지 않을게. 반드시 네 억울함을 풀어줄 거야.”“은주야, 삼촌이 정말 미안하다.”서진우도 급히 말을 보탰다.이순옥은 눈물을 훔치며 서은주를 끌어안았다.사람들은 이제 곧 눈물겨운 가족 드라마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때, 서은주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 옷을 더럽히셨군요.”눈물은 훔치던 이순옥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이순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은주를 바라보았다.“미진이 일에 대해 우리한테 사과받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니니?”서진우가 다급히 끼어들었다.“걱정 마라. 이미 그 애와는 연을 끊기로 했다.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으니, 차라리 내가 직접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구나.”서은주는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한두 번도 아니면서 그런 말 할 자격 있나요?”서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모두가 충격에 빠졌고, 현장은 정적에 잠겼다.“으, 은주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바로 옆에서 서 있는 이순옥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나는 네 숙모야. 네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너를 거둔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제 부모님 유산으로 키우셨겠죠.”서은주의 그 한마디에 회견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무슨 소리냐!”급소를 찔린 서진우는 분노에 차 소리쳤고,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다.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모두 진실인걸요!”사람들 시선이 일제히 한 곳에 집중되었다.그곳에는 서미진이 서 있었다.서미진 뒤에는 사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임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다.“미진아?”이순옥은 딸을 보자마자 급히 달려갔다.“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엄마 얼굴 좀 보자… 살이 왜 이렇게 빠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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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서진우는 분노에 차 팔을 다시 올리려 했다.“때려요!”서미진은 도리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큰아버지 유산을 가로채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은주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냐고요! 난 할 수 있어요!”“오늘 내가 한 말 중 단 한 마디라도 거짓이 있다면, 차에 치여도 좋아요! 기꺼이 죽을 테니까!”서미진은 단호했다.반면 서진우는 말끝을 흐리며 우물쭈물했다.희멀겋게 질린 그의 얼굴은 누가 봐도 구린내가 났다.“너무 오래 갇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정신을 차린 이순옥이 끼어들었다. 서미진의 정신 상태로 화제를 돌리려는 속셈이었다.“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니?”“말이 안 되긴요.”서미진은 비웃듯 받아쳤다.“큰어머니가 남긴 보석 목걸이, 엄마가 가져간 것도 다 기억하거든요? 혹시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지금까지 한 번도 못 하고 다녔잖아요.”이순옥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은주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두 분은 장례보다 먼저 그 집부터 털러 갔잖아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한 지붕 아래 살던 서미진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고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부부의 치부를 까발려 얼굴이 화끈거렸다. 친딸에게서 이런 폭로를 당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을 것이다.“유산을 빼앗고도 모자라 학대까지 했다니, 진짜 가관이네.”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서미진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그렇지 않고서야 서진우가 왜 반박을 못 해.”웅성거림이 커질수록,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밀며 서진우 부부를 향해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분노가 극에 달한 서진우는 한쪽에 앉아 있는 서은주를 발견하게 되었다. 입가엔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노골적인 조롱이 담긴 눈으로 이 광경을 관망하고 있는 서은주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서진우는 이 모든 것이 저 썩을 계집애가 꾸민 짓이라 생각했다.서미진이 저지른 건 중대한 형사 범죄였기에 보석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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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육강민의 등장은 회견장을 다시 한번 완벽한 침묵속으로 몰아넣었다.흰 셔츠에 검은 바지, 지극히 단순한 차림이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마치 한여름의 열기 속으로, 서늘한 한기가 그대로 밀려드는 듯했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조차 그를 중심으로 굽어드는 느낌이었다. “서 사장, 참 대단하네요.”육강민이 낮게 웃었다.낮게 깔린 묵직한 목소리는 깊은 바다처럼 고요하지만 소름 끼치도록 서늘했다.“육 대표님?”등골이 오싹해진 서진우는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서은주 저 계집애가 어떻게 육강민과 엮인 건지, 번번이 서은주 편을 들어주고 있었으니, 서진우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 옆에는 잘생긴 외모에 제멋대로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육강민이 차가운 달이라면, 그 남자는 눈 부신 태양 같았다.게다가 계속 서은주를 향해 윙크를 보내고 있었다.방주헌.세상의 온갖 재미를 추구하는 자유분방한 그는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기어코 따라왔던 것이다. 형수님 기 살려 주러 간다는 둥, 명분 하나는 그럴듯했다.방주헌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 때문인지 웃을 때마다 어딘가 더 얄미운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어, 저 사람 방주헌 아니야?”누군가 그를 알아봤다.“저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방주헌이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그냥, 인간이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지 구경하러 왔을 뿐이라서요.”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힌다.그는 특히 사정 봐주는 법이 없었다.서진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굳었지만, 억지로 버텼다.“이건 우리 서씨 집안 문제라서 두 분께서 나설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저도 원래는 끼어들 생각이 없었지요.”육강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하필, 제 눈을 이리도 더럽히시니, 그냥 넘길 수가 없더군요.”육강민은 육지성에게 눈짓을 보냈다.그것은 서은주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고철주.육지성이 그의 옷깃을 잡아끌어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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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짝!”피부 마찰음이 날카롭게 울렸다.서진우의 얼굴이 반쯤 돌아가고, 현장은 숨을 죽였다.서은주는 손목이 저릿해질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이를 악문 그녀는 서진우를 똑바로 노려보았다.“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아직 할 말이 남은 거예요?” “이 천한 계집애가...”서진우가 간신히 입을 열려 하자, 서은주의 반대 손이 다시 한번 날아왔다. “너 미쳤냐!”공개석상에서 맞아본 적이 없었던 서진우는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감히 나를 때려?”서진우가 이를 갈았다.“이건 시작에 불과하죠.”서은주는 그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당신이 내게서 빼앗아 간 것들 모조리 토해내게 할 거거든. 당신 명예까지 박살 낼 거야!”서늘한 서은주의 목소리는 뼛속까지 에일 듯했고, 눈빛은 맹수처럼 사나웠다.서은주에게 칼이라도 쥐여 준다면 당장 휘두를 것 같았다.그동안 서진우는 서은주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새끼 고양이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서은주는 완전히 달랐다.특히 그 눈빛은 어머니와 똑 닮아 서진우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 여인과는 그저 몇 번 스쳐 지나간 것뿐이었지만 품위와 우아함, 그리고 주변을 압도하는 기품은 평범한 집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서진우는 사업 때문에 몇 번 형에게 돈을 빌렸지만 갚지 않은 적이 있었다.세 번째로 부탁했을 때, 형수는 웃으며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봉은 아니라며 형제라도 계산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차용증을 쓰기로 했다. 그 말은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 모욕이나 다름없었다.그때부터 마음 한 켠에 깊은 원한이 생겼다.그래서 두 사람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편으로는 기뻤고 천벌이라 여겼다. 서은주에게 이용 가치가 없었다면 절대 집으로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형수에게 품었던 원한은 고스란히 서은주에게로 향했다.그런데 지금, 점점 더 닮아 가는 그 눈빛을 보자, 마치 형수가 땅속에서 기어 나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겁에 질린 그는 뒤로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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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서진우는 거의 정신이 붕괴 직전이었다.그때 경찰이 들어왔다.“서진우 씨, 타인의 재산을 횡령하고,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범죄 혐의가 있어 법에 따라 소환합니다.”그러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한꺼번에 몰려들었고 셔터를 연신 터뜨렸다.서진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 광경에 이순옥은 급히 서은주에게 달려와 매달렸다.“은주야, 삼촌 좀 살려줘. 제발… 네가 원하는 건 다 줄게. 회사든, 집이든, 주식이든 다 돌려줄게!”“진짜요?”서은주는 고개를 숙여 이순옥을 내려다봤다.“진짜야!”이순옥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명의로 남아 있는 부동산, 채권… 전부 너에게 넘길게.”“진백현이 몰아붙일 때, 파산 직전이라 저를 팔아넘길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서은주가 날카롭게 되물었다.이순옥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설령 회사가 망해도, 자신들 퇴로는 남겨두었기에 전 재산을 내놓을 리가 없었다.서은주는 냉소했다.“모두 내놓겠다고 한 거죠?”“맞아, 전부 네 거야.”“그럼, 받을게요”서은주는 담담히 답했다.이순옥은 경찰이 남편에게 다가가는 걸 보고 눈이 뒤집혔다. “삼촌은 풀어줄 거지?”“풀어준다고 한 적 없어요.”“네가 감히 날 속인 거야!”분노에 이성을 잃은 이순옥은 서은주에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으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막아섰다.이순옥은 서은주가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나는 단지 원래 내 것이었던 걸 되찾는 것뿐이에요. 그쪽 남편이 어떻게 되든, 전부 스스로 자초한 일입니다!”서은주는 담담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참, 어머니께서 남기신 보석도 잊지 말고요. 내 것이었던 건 전부 되찾을 거지만 내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탐내지도 않아요.”이순옥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고 천박한 단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 모습은 예전 서미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역시 피는 못 속였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어머니 가족을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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