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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Auteur: 풍월
“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서진우는 분노에 차 팔을 다시 올리려 했다.

“때려요!”

서미진은 도리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큰아버지 유산을 가로채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은주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냐고요! 난 할 수 있어요!”

“오늘 내가 한 말 중 단 한 마디라도 거짓이 있다면, 차에 치여도 좋아요! 기꺼이 죽을 테니까!”

서미진은 단호했다.

반면 서진우는 말끝을 흐리며 우물쭈물했다.

희멀겋게 질린 그의 얼굴은 누가 봐도 구린내가 났다.

“너무 오래 갇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정신을 차린 이순옥이 끼어들었다.

서미진의 정신 상태로 화제를 돌리려는 속셈이었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니?”

“말이 안 되긴요.”

서미진은 비웃듯 받아쳤다.

“큰어머니가 남긴 보석 목걸이, 엄마가 가져간 것도 다 기억하거든요? 혹시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지금까지 한 번도 못 하고 다녔잖아요.”

이순옥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은주 부모님이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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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5화

    허진강 부부는 어이가 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꼭 파리라도 삼킨 듯 속이 더부룩하고 찝찝했다.“경빈아, 너 저 모녀를 사람들 앞에서 아예 고개도 못 들게 만들 작정이구나?”허진강이 아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건 저 사람들이 자초한 일이죠. 아버지는 그 말에 깔린 뜻을 못 들으셨어요? 그날 밤 제가 하채린과 관계를 맺어 임신시킨 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저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라는 소리잖아요.”허경빈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말하는 걸 들어 보면 하채린이 저한테 시집오는 게 엄청 손해인 줄 알겠더라고요.”그는 품속의 고양이를 느긋하게 쓰다듬었다.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랑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른하게 두어 번 울었다.“제멋대로 착각하면서 남을 바보 취급하잖아요.”허경빈의 손끝이 부드러운 털을 천천히 쓸어 내렸다.“그러니 원하는 대로 잠깐 놀아 줘야죠.”허진강은 그 이야기를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아들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남아 있던 잇자국은 이제 거의 사라져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경빈아, 너도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잖아. 그 아가씨가 널 물었으면 너도 다시 물어야지 않냐?”허경빈은 잠시 얼어붙었다.“다시 물어요? 어떻게요?”“그러게. 그게 문제네.”허진강은 턱을 쓸어내리며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를 물어야 할지 생각하는 눈치였다.허경빈은 할 말을 잃었다.아버지는 갱년기에 접어든 뒤로 머리가 잘 돌아갔다가도 가끔 이렇게 이상해지곤 했다. 이러다 몇 년 뒤에는 정말 치매라도 오는 게 아닐까 걱정될 지경이었다.“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요?”사정을 모르는 허경빈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그게 말이야, 경빈이 손에 있던 잇자국 있잖아…”허진강이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이야기를 꺼냈다.허경빈은 더 듣고 있을 생각이 없어 하랑이를 품에 안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고작 잇자국 하나일 뿐인데, 아버지에게 맡겨 두면 장문의 이야기가 하나쯤은 거뜬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4화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조금만 더 기다려 보려고.”허경빈이 느긋하게 웃었다. 눈치 빠른 하이석은 그 한마디만 듣고도 곧장 속뜻을 알아차렸다.“미끼를 던져 놓고 기다리겠다는 거야?”“저 모녀가 저렇게 거리낌 없이 나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나를 굴복시킬 만한 증거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하는 모양인데, 그게 대체 뭔지 한번 보고 싶어.”*며칠이 지나도록 허씨 집안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하채린은 하루가 다르게 초조해졌다. 임신 시기를 따져 보면 더는 마냥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이대로 며칠만 더 지나면 불러오는 배를 감추기 어려워질 터였다.결국 박윤희는 다시 한번 허씨 집안을 찾아갔다.마침 그날은 허경빈도 집에 있었다.하랑이라는 작은 고양이가 그의 품에 느긋하게 엎드려 있었다. 허경빈이 부드럽게 털을 쓸어 줄 때마다 고양이는 기분 좋게 눈을 감고 가르랑거렸다.박윤희가 허경빈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찬찬히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허씨 집안에서 아들을 참 반듯하게 잘 키웠군.’외모도, 집안도, 능력도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제 딸과 짝을 이루기에 충분한 남자였다.“아주머니,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허경빈이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허진강 부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박윤희를 지켜보고 있었다.“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허씨 집안에서는 대체 어쩔 생각이죠? 아이를 낳게 할 건지, 우리 채린이와 결혼할 건지, 적어도 확실한 대답은 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박윤희는 여전히 턱을 꼿꼿이 세운 채 거만한 태도를 고수했다.“설마 우리 모녀가 기댈 데 없는 처지라고 만만하게 보는 건가요?”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오늘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는다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요!”허경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태연히 웃었다.“그런데 저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요. 그런 저더러 대체 무슨 답을 드리라는 겁니까?”박윤희는 그가 그렇게 나올 줄 이미 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3화

    하씨 가문 대저택.집에 도착하자마자 온유란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하이석이 간단히 먹을 것을 만들어 주려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따라붙었다. 임신한 뒤로 부쩍 어리광이 늘어, 때로는 아이처럼 사랑스러웠다.“나가 있어. 주방은 기름 냄새가 많이 나.”하이석이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지만, 온유란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하채린 뱃속의 아이 말이에요. 아마 우리 결혼식 날 생긴 것 같아요.”“그걸 어떻게 알아?”“그러고 보니 예전에 임신 검진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마주친 적이 있거든요. 누가 볼까 봐 얼마나 꽁꽁 숨기고 다니던지. 그때 은주 씨가 그러더라고요. 연예인도 저렇게까지 숨기지는 않겠다고.”하이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온유란은 하채린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얼마나 뻔뻔하게 나올 생각인지 직접 보고 싶어 하이석과 함께 만나러 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하채린은 제 뱃속의 아이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몰라도, 하이석에게는 온유란과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궁지에 몰린 하채린이 흥분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고, 자칫 온유란에게까지 해가 미칠 수도 있었다.결국 하이석은 혼자 하채린을 만나러 갔다.약속 장소는 외부의 시선이 철저히 차단된 조용한 찻집이었다. 은은한 찻향이 감도는 방 안에서 그가 차를 반 잔쯤 마셨을 무렵, 문이 열렸다.하채린은 혼자가 아니었다. 어머니 박윤희도 함께였다.“여기 과일차가 괜찮습니다. 한번 드셔 보시죠.”하이석이 권했지만 박윤희는 딱 잘라 거절했다.“됐어.”그녀는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밖에서 내놓는 음식이나 음료에는 손도 대지 않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이석아, 오늘은 어쩐 일로 갑자기 채린이를 보자고 한 거니?”박윤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채린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하이석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하이석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모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는 두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2화

    하이석과 온유란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모두 결혼식 날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허진강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하채린이 그날 밤 누군가와 관계를 가진 건 분명해. 상대를 너라고 착각했으니 그렇게 당당하게 우리 집까지 찾아와 책임지라고 한 거겠지.”허경빈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이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시네요.”룸 안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이 일이 하채린과 관련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자연스럽게 모두의 관심은 경매가 있던 그날 밤으로 향했다.허경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호텔 지배인이 객실 카드를 가져왔을 때, 저는 그냥 옆에 던져 두고 계속 카드놀이를 했어요. 다들 카드를 아무렇게나 올려놔서 나중에는 전부 뒤섞였고요.”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잘 시간이 돼서 아무 카드나 하나 집어 들고 올라갔어요. 제가 방에 들어갔을 때는 안에 아무도 없었고, 잠들기 전에는 문도 안에서 잠갔어요.”하이석이 바로 핵심을 짚었다.“그럼 호텔에서 원래 네게 배정한 방에 묵은 게 아니었네?”“객실이 다 똑같이 생겼잖아. 다들 별생각 없이 아무 데서나 잔 거지.”“그날 네 방에는 누가 들어갔는지 알아?”허경빈은 고개를 저었다.하이석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내일 하채린을 만나서 직접 얘기해 볼게.”허진강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이석아, 부탁하마.”“별말씀을요.”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허경빈의 말을 믿었다.하지만 그날 밤 일 가운데 숨긴 부분이 더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했다. 허경빈이 단호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부정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에 남은 잇자국으로 향했다.정작 허경빈은 누가 물었는지 한사코 밝히지 않았다.사람들이 아무리 캐물어도 입을 열지 않자 허진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경빈아, 내가 사람을 좀 만나 보라고 해도 싫다면서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겠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1화

    분명 심각한 이야기였는데, 허경빈이 몇 마디 떠들고 나자 어느새 한바탕 희극처럼 변해 버렸다.허진강은 회초리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도 허경빈은 눈치 없이 아버지 곁에 털썩 앉았다.“아빠, 이건 의학계의 엄청난 발전이라니까요.”그는 몹시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아빠도 늘 제가 집안을 빛내길 바라셨잖아요. 몇십 년 뒤에는 아들 이름이 의학 교과서에 실릴지도 몰라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지 않아요? 우리 허씨 가문 이름도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고요!”허경빈은 능청스럽게 홍차를 들어 아버지에게 내밀었다.“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화나셨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차부터 한 모금 드세요. 목 좀 축이시고요.”허진강은 찻잔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도 허경빈은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왜요? 너무 뜨거워요? 제가 식혀 드릴까요?”“꺼져!”허진강이 회초리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누가 앉으랬어? 당장 일어나서 똑바로 서! 나는 지금 농담하는 게 아니야. 실실 웃으면서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그는 분을 삭이며 말을 이었다.“그 여자들이 혈액검사 결과지를 네 엄마와 내 앞에 내던졌어. 임신한 것 자체는 사실인 것 같더라.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우리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릴 수 있겠어?”허경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두 손을 펼쳤다.“그 검사 결과로 하채린이 임신했다는 건 알 수 있겠죠. 그런데 뱃속 아이가 제 아이라는 증거는 아니잖아요.”그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라도 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하루아침에 남의 애 아빠가 됐으니, 누명 쓰고 죽은 사람도 저보다는 덜 억울하겠어요. 전 이제 이 억울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허경빈은 서러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빠는 아들을 못 믿어요?”그러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렇게 된 이상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도 말리지 마! 그냥 죽게 내버려 둬!”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린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0화

    모녀는 허씨 저택에서 완벽한 연극 한 편을 펼치고 나왔다.차에 올라탄 하채린은 뺨에 남은 눈물을 닦으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이 방법이 정말 통할까요?”박윤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딸의 손을 토닥였다.“넌 아무 걱정 말고 집에서 기다리기만 해. 조만간 허씨 가문에서 청혼하러 찾아올 테니까.”*허경빈은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 시각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지방 출장을 다녀온 방주헌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대부분 현지에서 사 온 특산품이었다. 육씨 집안에는 아이들이 있어 따로 작은 장난감까지 몇 개 챙겼다.방주헌은 출장지에 소원을 잘 들어주기로 유명한 절이 있다며 연주에게 줄 염주 팔찌도 내놓았다. 아이를 무사히 낳게 해 준다는 말에 일부러 구해 온 것이었다.“내가 대신 고맙다고 전할게.”그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연주를 대신해 육남혁이 선물을 받아 들었다.방주헌이 다시 팔찌 하나를 꺼냈다.“이건 형수님 거예요.”그가 절에서 받아 온 염주 팔찌는 모두 세 개였다. 두 번째 팔찌는 임신 중인 온유란의 몫이었다.“고마워요.”온유란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받아 찬찬히 살펴보았다.마지막으로 방주헌은 남은 팔찌 하나를 허경빈에게 내밀었다.“그리고 이건 네 거.”허경빈은 팔찌와 방주헌을 번갈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것도 있다고?”“응. 이건 좋은 인연을 불러온대.”허경빈은 질색하며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방주헌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 그는 억지로 허경빈의 손을 붙잡아 팔찌를 채웠다.그러다 허경빈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남아 있는 선명한 잇자국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방주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이거 누가 물었어?”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내가 물었어!”허경빈은 다급하게 대답했지만, 눈동자는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렸다.누가 보아도 거짓말이었다.사람들이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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