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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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뜨겁고도 강렬한 그의 입맞춤은 서은주의 아픈 마음을 잠시 잊게 해주고, 불안을 달래주었다.입술에 닿는 열기는 마치 황야를 태우는 듯 온몸으로 퍼져 서은주를 감쌌다.병실은 너무 조용해서 서로의 거친 숨소리와 제어할 수 없는 심장 박동까지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입맞춤이 끝나자, 서은주는 그의 품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낮게 말했다.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위험하게 울렸다.“나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온 거야.”순간, 서은주의 심장이 또다시 요동쳤다.이대로라면, 정말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죽을 고비를 넘긴 뒤 느끼는 감정 때문인지, 서은주는 평소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그 모습에 육강민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서은주의 등을 토닥였다.“여긴 병원이야. 자제 좀 해. 퇴원하면 얼마든지 받아줄게.”얼굴이 빨개진 서은주는 그를 밀어내고, 몸을 홱 돌려버렸다.“화났어? 꼭 애 같군.”서은주는 답하지 않았다.“저녁 안 먹었지? 배 안 고파? 지성에게 죽 사 오라고 했으니까 금방 올 거야.”“안 먹어요.”하지만 잠시 후 음식을 들고 들어온 육지성 덕분에 병실에 고소한 쌀 냄새가 가득 퍼졌고, 그 순간 서은주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말았다.“내가 심했다는 걸 인정할게, 그러니 일어나서 좀 먹어.”육강민은 오늘 유난히 인내심을 발휘하며 서은주를 어르고 달랬다.서은주도 못 이기는 척 몸을 일으켰다.그러다 육강민은 급한 업무 전화를 받았고 육지성과 함께 병실을 떠났다.병실은 순식간에 적막해졌다.먹음직스러웠던 음식조차 서은주의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몸이 아직 쑤시고 아팠던 서은주는 음식을 정리한 뒤, 조명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꿈속에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부모님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서은주는 부모님을 차에서 끌어 내리려 애썼지만, 손끝은 차량에도, 부모님에게도 닿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숨을 거두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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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서은주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아침 여덟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병실 침대는 원래 좁았고, 서은주와 육강민은 한 침대에 함께 누운 탓에 서로의 몸은 가까이 닿아 있었다.서은주가 몸을 살짝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순간, 다리에 뭔가 묵직하게 닿는 느낌이 들었다.그 존재를 깨달은 서은주는 순간 얼어붙었다.서은주의 허리를 감고 있던 육강민의 팔은 갑자기 조여왔고, 뜨거운 숨결이 서은주의 얼굴에 스쳤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자극하는 거야?”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그는 눈을 뜨고 서은주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아침이면 더 예민한 법인데 하필 그의 품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으니, 불씨를 건드리고 만 것이다.육강민은 이미 며칠째 굶주린 상태였다.어젯밤엔 서은주의 몸과 마음을 돌봐야 했기에 초능력을 발휘해 본능을 억제한 것이지 아무런 느낌이 없을 수는 없었다.“그러려던 게 아니에요.” 서은주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화장실 가려던 것뿐이에요.”“불 지피고 도망가겠다는 거야?”육강민이 키스하려 했지만, 서은주는 살짝 고개를 돌려 피했다.“어젯밤엔 적극적이더니, 아침 되니까 모른 척이네?”말투는 마치 서은주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들렸다.“아니, 그냥 양치 안 했잖아요.”“….”육강민도 무척이나 착해진 자신의 모습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그는 어느새 침대에서 내려 양치하러 갔다.서은주도 그 옆에서 이를 닦았다.거울 속 두 사람은 제법 어울려 보였다.육강민은 서은주의 손목과 발목에 남아 있는 멍 자국들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그는 어젯밤 잠시 병실을 떠나 경찰서에 다녀왔었다. 경찰들은 놈들을 밤새 심문했지만, 그들은 돈만 받고 일했을 뿐, 배후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저 상대가 서은주를 짓밟고 일이 끝나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라고 했고, 영상을 확인하게 되면 지정한 계좌에 약속한 금액을 송금할 예장이라는 것만 실토했다. 서은주가 강성에서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진백현은 최근 자금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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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서은주는 뜻밖의 관심에 깜짝 놀라면서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지금 검사받으러 가야 해서요. 몇 가지는 공복이어야 해서 검사 끝나고 먹을게요.”“그럼, 강민이랑 같이 가.”“괜찮아요. 전에 이 병원에서 근무했어서 익숙합니다.”“전에?” 한주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지금은 그만뒀습니다.” 서은주는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때 육강민이 갑자기 끼어들었다.“박사과정 준비 중이에요.”“박사 좋지. 우리 가문에 박사가 한 명 더 늘겠구나.” 서은주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뭐지?’ 저번과는 완전히 다른 한주미의 태도에 서은주는 혼란스러웠다.육강민은 헛기침을 하고는 서은주에게 말했다.“먼저 검사받으러 가.”그는 사실 어머니와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다.서은주가 막 자리를 떠나자, 한주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둘째야, 너는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를 거다. 지난번엔 너무 엄하게 굴었을까 봐, 오늘은 일부러 말투를 바꿔봤는데 좀 다정해 보였니?”“은주가 당황하잖아요.”육강민은 두통이 밀려왔다.한주미도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아들의 결혼 문제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나도 알아봤는데 참 안쓰러운 아이더구나. 너희가 어떤 계기로 함께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이 있다면 민찬이도 곧잘 따르기도 하니 진지하게 만나 거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괜히 질질 끌지 말고 놓아줘. 괜히 상처 주지 말고.”“우리 가문은 집안은 안 따져.”“너는 능력도 있으니, 결혼으로 무언가를 굳힐 필요 없다. 난 너랑 네 형이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만 바랄 뿐이다.”진심이 담긴 한주미의 말에 육강민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됐다. 이제 그 아이 곁으로 가. 납치까지 당했는데도 혼자 검사받으러 다니고 있잖아. 얼마나 씁쓸하겠어..”한주미는 딸이 없어서인지, 서은주의 신세와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동정심을 보였다.‘사람 인생을 망치려 들다니! 대체 누가 이렇게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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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육강민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비록 성세 그룹의 대표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서은주의 반응만으로도 그 정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품위가 넘치고 절제된 분위기, 훤칠한 체격에 잘생긴 이목구비는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던 엄명한은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왜 왔어요?” 서은주가 물었다.“오면 안 되나?”육강민은 그 말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그의 존재가 둘 사이를 방해라도 하고 있다는 뜻인가?육강민은 정작 자신의 말투에 얼마나 짙은 질투심이 묻어 있는지조차 몰랐다. “사모님 곁에 계셔야 하는 줄 알았어요.” 서은주는 말을 이어가며 엄명한을 소개했다.“이쪽은 엄명한 선배예요. 경성 의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계세요. 그리고 이분은… 육강민 씨예요.”서은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제 친구예요.”육강민은 무언가에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친구?!’엄명한은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처음 뵙겠습니다.”“안녕하세요.” 육강민도 기꺼이 받아들였다.두 사람은 아주 빠르게 악수를 나눈 뒤, 금세 손을 뗐다.서은주가 보기에도 너무나 형식적인 악수였다!“얼마나 더 기다려야 돼?” 육강민이 서은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저는 125번이고, 지금 78번이에요.”채혈 대기 인원이 오늘따라 많았다.“다리도 아프다면서, 앉아서 기다리지 그래?” 육강민이 제안했다.그렇게 1분 뒤. 서은주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왼쪽에는 육강민, 오른쪽에는 엄명한이 자리하고 있었다.주변 공기가 기묘할 정도로 어색했다. “선배, 너무 늦지 않았나요? 비행기 시간 놓치겠어요.”서은주가 먼저 침묵을 깼다.“일정을 바꿨으니, 잠깐 정도는 문제없어요.” 엄명한이 웃으며 답했다.“전에 준 복습 자료는 봤어요?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요.”서은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육강민은 턱 근육을 살짝 깨물었지만,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때, 전광판에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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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괜찮아요.” 서은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종종 연락해요.”엄명한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마음 같아선 서은주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육강민과 특별한 관계란 걸 알기에 서은주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뭐가 남은 거지?” 육강민이 서은주 옆으로 다가갔다.“아까 소변 검사는 했으니 위액 내 약물 농도만 확인하면 돼요.”서은주는 의사였기에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고 에테르를 많이 흡입하긴 했지만 종합검신할 정도는 아니었다. 위액 검사는 또 다른 층에 있었다.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 둘은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계단을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상구에 들어선 순간, 육강민이 갑자기 손을 뻗어 서은주를 끌어안았다.그리고 다른 손은 서은주의 머리를 고정하고 그대로 입술을 맞추었다.마치 뭔가에 자극받은 듯, 그의 키스는 다소 거칠었다.“읍—”서은주가 아파하며 신음을 흘려서야 육강민의 움직임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봄바람처럼 살며시 스며들며, 다정하게 서은주를 품었다.밖에서는 여전히 시끌벅적했고, 서은주는 누군가 갑자기 들어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래서 더 강렬한 입맞춤이기도 했다.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 때에도 서은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육강민 품에 안겨 있었다.겁이 난 서은주는 육강민의 허리에 꼭 매달렸고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서야 육강민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무서워서 이렇게 숨는 거야?”“난 당신만큼 뻔뻔하지 못해요.”“걱정 마, 아무도 널 못 보게 할 거야.”육강민은 머리를 숙여 코끝으로 서은주의 코를 살짝 비볐다.“지금, 이 모습은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으니까.”서은주는 그가 농담하는 건지, 진심인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증거는 없었다.위액 검사가 끝나고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육강민이 불쑥 물었다. “아까 나를 친구라고 소개하던데?”서은주는 잠시 멈칫했다.“그럼, 어떻게 소개해야 하죠?”육강민의 속마음을 서은주로서는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그는 단 한 번도 확실한 명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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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어머니의 한마디에 육강민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 했다. 방주헌도 그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형, 어디 가?”“술 마시러.”“아침부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지?”육강민이 차가운 눈빛을 던지자, 방주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차를 몰고 강가로 향했다.다리 위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육강민을 지켜보던 방주헌은 그저 어이없었다. ‘이 무더위에 이게 바람 쐬는 거야, 햇볕 쬐는 거야?’육강민은 담배 한 갑을 꺼내 하나를 입에 물고, 다른 손으로 라이터를 켰다.불을 붙여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자, 연기가 퍼지는 사이로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갑게 굳어졌다.“형수랑 무슨 일 있었어? 어젯밤까지는 분위기 괜찮았는데 오늘은 좀 이상하네?”방주헌은 모태 솔로지만, 눈치는 빨랐다.“어떤 남자 앞에서 나를 친구라고 소개했어.”“라이벌?” 방주헌의 눈이 반짝였다.“형수에 대한 루머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참 온화하고 다정한 분이더라. 내가 장담하는데 형과 엮이지 않았다면 남자들이 줄 섰을 거야.”“형이 공식적으로 관계를 인정한 것도 아닌데 친구라고 한 게 뭐가 문제야? 설마 잠자리 파트너라고 말하길 바라는 거야?”육강민은 담배를 세게 빨아들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질투하는 거지?” 방주헌은 장난기 가득 웃었다.“아니.”육민찬의 약간의 까칠함은 아마 형에게 배운 듯했다.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도 절대로 인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방주헌은 웃음을 터뜨리며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육강민은 방주헌이 이럴 때마다 한 대 쥐어박고 강에 처넣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런데 형수와 이모 단둘이 있어도 괜찮아?”방주헌이 노래를 흥얼거리던 중 갑자기 물었다.“누구를 괴롭힐 분이라 생각해?”“그러고 보니 이모는 그저 며느리만 데려오면 소원이 풀리는 분이지. 설령 그럴듯한 여인의 탈을 쓴 자라도 좋아할걸. 하물며 형수는 완전 미인이잖아.”방주헌은 오늘따라 계속 육강민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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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경찰관님, 서미진은 감옥에 가게 되나요?”서은주가 물었다.최근 한주미는 계속 강성에 머물고 있었기에 서씨 집안의 일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서미진이 서은주의 사촌인데도 이렇게 잔혹한 짓까지 할 수 있다니, 한주미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서은주가 질문을 던지자마자, 한주미가 바로 단호하게 나섰다.“반드시 감옥에 보내야 합니다! 경찰관님,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돼요!”“이번 사건은 수단이 매우 악랄하고, 서미진이 주모자이기 때문에 10년 이상 선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건 명백한 형사 사건입니다.”서은주가 따로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서미진을 그냥 놔둘 일은 없었다.경찰이 떠난 후, 서은주와 한주미만 남았다.병실의 공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특히 한주미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어, 서은주는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방금 강민이가 뭐라고 했지?” 한주미가 물었다.“아니요.” 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 녀석은 어릴 때부터 심술궂었어.” 한주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들을 나무랐다.“네가 이렇게 착하니, 너무 봐주다 보면 가끔은 괴롭힐지도 몰라.”“그런 게 아닙니다. 이번 일도, 강민 씨가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겁니다.”그때를 생각하면, 서은주는 아직도 등골이 오싹했다.한주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남자가 자기 여자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서은주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한주미는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벌써 12시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내가 사 올게.”“방금 아침을 먹어서, 아직 생각이 없습니다.”“그래도 밥은 제때 챙겨 먹어야 해. 강민이 아버지도 그렇게 무리하다가 위병을 얻었지 뭐야.”한주미의 친절을 서은주는 거절할 수 없었다.한주미가 나간 뒤, 병실에서 잠시 머물던 서은주는 검사결과 받으러 갔다.요즘은 매우 편리했다.의료보험 카드나 바코드로 자동 발급기에서 편리하게 받을 수 있었다.에테르 과다 흡입으로 다리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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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지나가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하나둘씩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 시작했다.“은주야, 우리 집안이 널 볼 면목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십 년 넘게 키워줬는데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 거야? 미진이 이제 겨우 스무 살 좀 넘었는데, 감옥 가면 인생 다 끝장이란 말이다.”이순옥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도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했다.“무릎은 꿇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일어나서 해요.”“숙모가 이렇게 부탁할게.” 이순옥은 무릎을 꿇은 채 서은주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고 연신 간청했다.“미진이는 네 친사촌이잖아?”“죄송하지만, 저에겐 사촌이 없습니다.”만약 육강민이 없었다면, 인생이 송두리째 뽑힐 사람은 서은주였을 것이다.서은주는 단호하게 다시 손을 뿌리쳤고, 이순옥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주변 사람들이 놀라 소리쳤다.서은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이상하게 변했다.“어쨌든 이십 년을 키워줬는데,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나!”겉으로 보기에는 서은주가 일부러 밀어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아마도 등에 업은 육강민때문에 이러는 거겠지.”“자신을 그리도 애지중지했던 분이 무릎 꿇고 빌어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다니, 정말 무서운 여인이군!”서은주는 강성에서 워낙 유명한 인물이었다.사람들은 속사정도 모르면서 서은주를 배은망덕하다고 여겼다.“은주야, 나 너랑 이야기 좀 하고 싶어.” 흐느끼며 눈물을 닦고 있는 이순옥의 모습은 정말 불쌍해 보였다.하지만 서은주는 그저 헛웃음이 났다.이제야 더 선명하게 깨달았다.서씨 집안에서 가장 교활하고 사악한 사람은 바로 이순옥이었다.두 얼굴을 가진 이순옥은, 서미진보다도 더 역겨웠다.서은주가 이순옥의 가면을 벗기려는 순간, 가볍지만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주미는 포장된 음식을 들고 다가오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이순옥을 내려다보았다.“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당신은 또 누구야?” 한주미를 알지 못했던 이순옥은 그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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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납치’라는 단어가 나오자, 구경하던 사람들의 호기심이 순식간에 폭발했다.“당신 딸이 스스로 인생을 망친 건데, 남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강제로 납치하라고 사주라도 했다는 건가요? 이십 년 넘게 키웠다고 해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할 자격은 없어요. 만약 당신 딸이 납치됐다면, 아마 칼 들고 달려가서 죽였을걸요! 당신은 결국 은주를 진심으로 아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슴없이 무릎을 꿇고 빌 수 있었던 거죠. 은주의 입장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전에 은주에게 잘했던 것도 다 보여주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고 스스로에게 현명하고 자상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려던 거죠.”한주미는 정말 대단했다.이순옥의 교활한 술수 따위 한주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고 시원하고 통쾌했다.그렇게 이순옥이 오랜 세월 유지하려 애썼던 ‘선량한’ 가면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이순옥은 분노로 몸이 떨렸다.당장이라도 저 여인의 입술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눈앞의 여인은 고급스럽고 기품이 넘쳐 거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감히 덤빌 수도 없었다.한주미는 이순옥의 기죽은 태도를 보고 차갑게 비웃었다.“아까는 울고불고 난리 시더니? 나한테 덤빌 용기는 없나 보죠? 그저 힘없는 어린 소녀를 괴롭히는 게 무슨 재주라고.”서은주는 자신을 지켜주는 한주미를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했고 어느새 눈가가 붉어지고 코끝마저 시큰거렸다.서은주가 냉정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유를 듣고 나니 그들의 시선은 모두 이순옥에게 쏠렸다.“납치라니, 간도 크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라더니, 서미진도 일전에 육강민을 꼬시려다 잡혔다지요.”“역시 집안 자체가 문제가 있던 게야.”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이순옥은 얼굴이 화끈거렸다.부끄럽고 또 분해서 참을 수 없었던 이순옥은 서은주를 바라보다 맥없이 물러났다.“됐어요, 이제 점심시간이니, 다들 식사하러 가시죠.”병원 경비원들이 달려와, 구경하던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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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금방 한술 뜬 서은주는 그만 한주미의 말에 목이 막혀 연신 기침했다.육강민은 재빨리 다가와, 서은주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이리도 조심성이 없어서 어떡해?”한주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육강민은 어머니를 힐끗 바라보았다.‘보면 몰라요? 어머니 때문이잖아요!’한주미는 살짝 웃었다.‘타격감이 아주 좋군.’서은주는 숨을 가다듬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받을 수 있는 농담이 아니네요.”실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한주미는 웃으며 덧붙였다.“내 평생 운도 없어 아들만 둘을 낳았어. 강민을 임신했을 때 매운 걸 좋아해서 딸인 줄 알았는데, 결국 또 아들이더라고. 그래서 딸 하나 갖고 싶었던 거야.”“내 말은, 내 딸이 되어줄 수 있겠냐는 말이야.”순간 육강민 얼굴이 시커멓게 굳었다.“싫어요!”“싫다고?” 한주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도 참아야지!”육강민은 어머니한테는 속수무책이라는 걸 서은주도 깨닫게 되었다.서은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말했다.“강민 씨, 점심 먹었어요?”“아니.”차가운 얼굴엔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한주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난 이 인분만 샀으니, 네가 직접 가서 사 오든지.”그렇게 육강민이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오자, 한주미는 이미 호텔로 돌아가고 없었다.서은주는 경찰서에서 결려온 전화를 받았다.“서은주 씨, 서미진 씨가 이미 자백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서로 오실 수 있을까요? 체포된 놈들 중 몇명은 협조를 하지 않아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자, 육강민이 말했다.“서미진이 잡히면서, 서씨 집안은 많이 기울 거야.”“알아요.”그래서 이순옥이 무릎까지 꿇고 부탁했을 것이다.“최근 그들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번 사건으로, 정말 위태로울 거야. 서진우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미진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계획을 하고 있어. 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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