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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풍월
육가희의 차량이 발견됐을 때, 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차는 남아 있었지만, 사람은 사라졌다.

폭설이 내린 탓에, 주변의 모든 발자국과 흔적은 눈 아래 완전히 묻혀버렸다.

도망칠 때를 대비해 일부러 CCTV가 없는 길을 골랐기에 육가희는 마치 이 세상에서 증발이라도 한 사람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육광진은 이성을 잃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딸을 찾을 수 없었다.

아들은 미쳤고, 딸은 행방불명.

대대로 혈통과 자손을 그 무엇보다 중시해 온 그에게, 설마 이대로 대가 끊기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가 밀려왔다.

*

육가희가 서은주를 밀친 사건은 명확한 CCTV 증거가 있었기에 경찰은 서은주의 회복을 방해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사흘간 몽롱한 상태로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그녀의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임신 중이었기에 쓸 수 없는 약이 너무 많았다.

결국 그 고통은 오로지 그녀가 견뎌야 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서은주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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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5화

    허경빈은 제 얼굴을 슬쩍 만져 보았다.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방주헌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소리 내어 웃었다.“봤지? 쟤는 너만 보면 그때 생각부터 나는 거야. 그런데 넌 어릴 때 왜 그렇게 쟤를 괴롭힌 거야?”왜 괴롭혔느냐고?초등학생 때의 일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는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마침 자선 경매가 시작되면서 허경빈의 관심은 곧 단상 위의 경매품으로 옮겨 갔다.*경매가 시작되자 서은주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경매품 목록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오늘 나온 물건은 모두 참석자들이 기부한 것으로, 종류도 가치도 제각각이었다. 그중 서은주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독특한 형태의 금 목걸이였다. 은은하게 빛나는 황금 위에 화려한 에나멜 장식이 더해져 있어, 딸의 생일 선물로 잘 어울릴 것 같았다.그녀가 한 페이지에 오래 시선을 두자 육강민이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낮게 물었다.“이게 마음에 들어?”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걸로 하지.”보통 자선 경매에서는 누군가가 특정 물건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면 굳이 경쟁하거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특히 육강민이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경매에 참여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들고 있던 번호표를 내려놓았다.마지막까지 육강민과 경쟁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하이준.“저 두 사람, 또 맞붙은 거 아니야?”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수군거림이 번졌다.하이준이 갑자기 목걸이 가치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을 부르자, 경매장 곳곳에서 놀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액수 자체가 그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보아도 물건이 탐나서라기보다는 육강민에게서 빼앗으려는 의도가 훤히 보였다.육강민이 다시 번호표를 들려 하자 서은주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됐어요. 이제 별로 갖고 싶지 않아요.”육강민이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안 사도 돼?”“이런 목걸이는 금은방에 가도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요. 세상에 하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4화

    하채린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한편 허경빈은 조금 전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따갑게 달라붙는 시선을 따라 주변을 훑어보던 그는 문득 하채린과 눈이 마주쳤다.허경빈은 뜻밖이라는 듯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돌렸다. 그 모습만 보면 마치 허경빈이 먼저 그녀에게 추파라도 던진 것 같았다.허경빈은 영문을 몰라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뭐지?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왜 저렇게 보면서 웃어?’*이름난 집안의 어른들은 대부분 휴게실에 머물다가 경매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하나둘 행사장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그들 사이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행사는 명목상으로는 자선을 위한 자리였지만, 동시에 인맥을 넓히기에도 좋은 사교의 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안 어른의 손에 이끌려 나와 처음 인사를 나누는 젊은 남녀가 곳곳에 보였다.어른들이 자리를 비우고 나면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았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 가는 모습에서는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그 광경을 바라보던 강희진이 웃으며 말했다.“자선 경매가 아니라 단체 소개팅이라도 하나 봐요.”온유란도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시각, 허경빈은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오늘 성과는 좀 있냐?]허경빈은 어이가 없었다.성과라니?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설마 연애와 결혼도 사업처럼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곧이어 아버지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경빈아, 네 주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창 중에도 벌써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사람이 많잖아. 너도 좀 보고 배워.]허경빈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아빠, 제 동창 중에는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된 애도 있는데요. 그것도 보고 배워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네가 정말 출가하고 싶으면 산 하나 골라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3화

    “엄마, 허경빈은 오늘 안 오나 봐요.”하채린은 한참 동안 연회장 안을 둘러보았지만 허경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딸의 목소리에 박윤희가 손등을 가볍게 토닥였다.“조급해하지 마. 오늘 못 만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그래도…”하채린은 불안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시간이 하루씩 늘어날수록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임신 사실이 언제 들통날지 몰라 하루도 편히 지낼 수 없었다. 게다가 허경빈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매일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모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방주헌과 강희진이 연회장에 들어섰다.그 뒤를 이어 하이석과 온유란이 나타났다. 두 사람을 발견한 하채린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어머니 뒤로 몸을 숨겼다.하지만 하이석은 이미 그녀를 본 뒤였다. 그의 입가에 싸늘한 비웃음이 떠올랐다.결혼식에서 그런 일을 겪고도 저토록 화려하게 치장하고 돌아다니다니. 하채린이 이토록 낯 두꺼운 사람인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그때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하이석 부부에게 인사를 건넸다.뜻밖에도 온유란을 쫓아다니며 온갖 소동을 일으켰던 동 대표였다.그는 한때 온유란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다가 숱한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급기야 지구대에 끌려간 적까지 있었고, 하이석이 보낸 사람들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뒤로는 더 이상 온유란을 괴롭히지 못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은 탓인지 한동안 정신까지 온전치 못했다.결국 동씨 가문은 그를 외국으로 보내 요양하게 했다. 온유란과 하이석이 무사히 결혼식을 올린 뒤에야 귀국을 허락했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보니,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졌다.동 대표가 처음부터 하이석이 온유란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무리 간이 컸어도 감히 그녀를 쫓아다니지는 못했을 것이다.누가 하이석더러 속마음을 그토록 철저하게 감추라고 했단 말인가.“오, 오랜만입니다. 결혼 축하드려요.”동 대표가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2화

    ‘솔로인 게 뭐 어때서? 뭐 보태준 거라도 있어? 왜 그렇게 참견이야!’허경빈은 속으로 툴툴거렸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짝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못내 부럽기는 했다. 그나마 같은 처지인 연위성에게 다가가 서로의 외로움이나 달래 볼 생각이었는데, 정작 그는 손범진의 사진을 몇 장 찍어 누군가와 한창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허경빈이 누구와 대화하느냐고 묻자 연위성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내 심리 상담사.”허경빈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도대체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건지, 친구를 사귀러 다니는 건지 묻고 싶었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넓은 세상에 홀로 남은 솔로는 자신뿐인 듯했다.게다가 요즘은 일이 끝난 뒤 함께 밥을 먹거나 술 한잔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 누구는 집에서 아이를 달래야 한다고 했고, 누구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심지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방주헌마저 요즘 몸을 관리한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나중에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나.허경빈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결혼도 안 한 놈이 무슨 임신 준비야!*손범진의 한 달 잔치는 그리 성대하게 치러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만큼은 더없이 따뜻하고 흥겨웠다. 환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축하의 말과 음식 향이 뒤섞여 잔칫날다운 온기를 자아냈다.손리정은 임신하기 전부터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면 곧바로 논문 심사를 받을 수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반년 남짓은 서은주와 학교에 함께 다닐 수 있었다.손리정의 어머니는 아이를 돌봐 주기 위해 경성에 남았다. 육지성도 따로 보모를 고용한 데다 손범진은 유난히 손이 적게 가는 순한 아기였다.그래서 서은주는 종종 감탄하듯 말했다.“어떤 애들은 부모 속 썩이려고 태어난다는데, 우리 범진이는 진짜 효도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손리정도 제 아들이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1화

    하이석과 온유란이 도착했을 때도 연우진은 여전히 볼이 잔뜩 부어 있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웃음소리가 모두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는지, 조그만 얼굴에는 좀처럼 서운한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온유란은 아이 곁으로 몸을 낮추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보송보송한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우진이, 누가 괴롭혔어?”연우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토라진 마음만큼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온유란이 웃으며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자, 아이의 두 뺨이 금세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육남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아들은 또래보다 유난히 조숙해 한번 마음이 상하면 좀처럼 달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온유란을 좋아해서, 그녀가 눈을 맞추고 방긋 웃어 주기만 하면 금세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정말이지, 육남혁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온유란은 곁에 있던 손범진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포대기 속에 폭 싸인 작은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두둑한 돈 봉투 하나를 아기 곁에 놓아 주었다.그때 뜻밖에도 하이석이 아이를 한번 안아 보고 싶다고 나섰다.그는 얼마 전부터 임산부와 신생아를 돌보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에 등록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육남혁의 추천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초보 아빠 교실에 등록한 동기이기도 했다. 가끔 만나면 그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방법이 유용했는지를 제법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서로의 학습 성과와 경험을 나누곤 했다.마침 오늘은 하이석에게 배운 것을 직접 실습해 볼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아기를 품에 안고 그동안 익힌 솜씨를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그러나 수업 시간에 안아 본 것은 어디까지나 차갑고 가벼운 모형 아기뿐이었다. 따뜻한 체온과 옅은 젖내를 품은 진짜 아기를 처음 안아 보니, 팔에 전해지는 무게부터 보드라운 감촉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조그만 몸이 혹시라도 불편할까 봐 하이석의 움직임도 평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0화

    “엄마, 그 사람은 사촌 오빠와 절친한 친구잖아.”하채린은 아무래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그게 뭐가 문제니? 네가 어디가 부족해서 그래. 엄마가 벌써 사람을 시켜 네 드레스도 맞추고 있어. 네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라도 네 치맛자락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거야.”*그 시각, 허경빈은 집에서 하랑이를 품에 안고 여유롭게 털을 쓰다듬고 있었다.그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예전만 해도 부모님은 아들의 연애나 결혼을 조금도 재촉하지 않았다. 아직 젊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육강민을 비롯한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둘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에 이어 아이까지 낳자 허씨 부부도 차츰 마음이 급해졌다.허경빈은 벌써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아직 급할 거 없다니까요.”그러자 아버지가 억울하다는 듯 되물었다.“나도 예전에는 급할 것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방주헌도 그렇게 좋은 아가씨를 만났는데, 내 아들이 아직도 혼자라고? 나는 도저히 인정 못 해!”“아버지, 주헌이한테 너무하시잖아요.”허경빈이 멋쩍게 웃었다.“틀린 말도 아니잖아. 물론 내 눈에는 우리 경빈이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지. 잘생겼지, 성격 좋지, 게다가 이렇게 마음까지 따뜻하잖아. 너 같은 괜찮은 남자를 대체 어디서 또 찾겠니?”그의 아버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칭찬을 이어 갔다.“경빈아, 너한테 부족한 건 딱 하나야. 네 매력을 제대로 보여 줄 기회가 없다는 거지. 며칠 뒤에 자선 경매가 열린다더구나. 가서 바람도 쐬고 사람들도 만나 봐. 운이 좋으면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만나서 내 며느리로 데려올 수도 있잖아.”그제야 허경빈은 아버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어쩐지 낯간지러울 만큼 칭찬을 늘어놓는다 했더니, 결국 이 말을 하려고 밑밥을 깔아 둔 것이었다.아버지는 아들이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허경빈의 품에서 하랑이를 냉큼 데려가 다정하게 끌어안았다.“하랑아, 할아버지한테 오렴. 할아버지가 데리고 자 줄게.”허경빈은 기가 막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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