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권지헌의 손이 허설아의 허리를 받쳐주었다.원래 오늘 무대의 주인공은 권서진이었다.팬들의 열정을 이기지 못한 허설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카메라 앞으로 걸어 나갔다.화장기 없는 맨얼굴이었지만 안색이 좋아 보였다. 등장하자마자 많은 팬들이 허설아가 배를 감싸는 걸 알아채고 순식간에 난리가 나버렸다. [서풍이 왜 안 나오나 했더니, 임신이었구나!][임신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지? 너무 아름다워!][저 얼굴이 노 메이크업이라고요? 우리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예요?]허설아는 라이브 방송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여러 곳 오픈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앞으로 매장을 오픈할 때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니, 이번에 사전예약을 놓치신 분들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혹시 지난번처럼 저희 금 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또 나온다면 여러분이 계신 도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확인받으셔도 됩니다.""저희 브랜드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날은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봄바람을 나누고 싶습니다."라이브 방송에서 몇 가지 질문에 더 답한 뒤 발표회는 마무리되었다. 행운 시리즈는 판매 오픈 2분 만에 재고가 전부 소진되었다. 권서진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설마 내 디자인이 벌써 이렇게 품절 대란이 될 정도야?"그때, 김지유가 말했다."찬물 끼얹고 싶진 않은데 그건 온라인 재고가 적어서 그래요. 생산된 물량 대부분은 유금각에 보냈거든요."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카메라가 꺼지고 나서야 허설아는 권서진의 손을 잡았다."서진 씨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 충분해요. 판매량은 중요하지 않아요." 권서진이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진짜 판매량이 중요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엔 디자인 안 하고 나가서 놀아도 돼요?""꿈도 꾸지 마요."행사장 안에 유쾌한 웃음소리가 퍼졌다.돌아다니느라 조금 지쳤는지 허리가 아팠던 허설아는 김지유를 바라보았다."지유야, 노 대표님 모시고 공장 견학 좀 시켜드려. 앞으로 후속 협업 팔로잉도 너한테
보통은 주얼리에 깃든 스토리가 더 마음을 사로잡곤 했다. 주얼리 세트는 스토리가 더해지는 순간, 이미 빛나던 주얼리는 더욱 특별한 의미와 색채를 얻게 되었다. 생방송 시청자들은 권서진의 이번 디자인 영감이 바다에 추락한 사고였다는 걸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권서진이 위로의 댓글들을 바라보았다."다들 저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구사일생이라는 걸 직접 느꼈으니까요!""우리 브랜드는 불을 견디고 바닷물을 경험했으니 물과 불 모든 시련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죠."주얼리의 단련에는 원래 불과 물이 필요하다.지금의 봄날은 디자이너와 브랜드 모두 함께 성숙해지고 있었다.댓글에서 누군가 권서진이 어떻게 구조됐는지 물었다.권서진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사고가 난 뒤 가족들이 구조대를 많이 불러줬어요. 여기서 김아림 씨한테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어요. 저를 구한다고 얼음장 같은 바다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는 게 정말 감동이었어요.""그때 구조대가 저를 못 찾은 건 제가 해류를 따라 조금 헤엄쳐서 몇 평 안 되는 작은 섬, 아니 암초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버텼기 때문이에요.""다음 날 아침 기절했는데 양준우 씨가 저를 구해주었어요. 이번 사고에서 다시 살아난 뒤, 양준우 씨와 여생을 함께하고 싶어졌어요. 지금은 법적으로 제 남편이기도 하답니다."돌아오기 전에, 권서진과 양준우는 먼저 혼인신고를 마쳤다.혼인신고서를 양현성 손에 쥐여주었더니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는지 몰랐다. 다 보고 나서는 혼인신고서를 자물쇠로 잠가버렸다.가족들 모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댓글창에서 바로 권서진과 양준우의 스토리를 묻는 사람이 있었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어요. 처음 알게 된 건 추돌 사고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주선한 맞선 상대였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좀 더 만나다 보니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하지만 정말 결혼을 결심한 건 이번에 생사의 기로를 겪고 나서
허설아는 그제야 기억났다. 학교 다닐 때, 허설아는 권지헌한테 자주 화구 정리를 시키곤 했었다.그때 버려진 스케치들도 많았는데 아마 그걸 챙겨서 보관해둔 모양이었다. 우연히 한 번 본 노현우는 허설아의 화풍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눈앞의 대형 일러스트들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본 것이다. 노현우가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나중에 협업을 추진하게 되면 허 대표님이 일러스트 몇 장 그려줄 수 있나요?""물론이죠, 다만 제 그림 꽤 비싸요."노현우가 웃으며 안경테를 올렸다."허 대표님 작품의 홍보 효과는 유명 스타 여러 명을 기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니 가격은 당연히 제대로 드려야죠." 권지헌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 추세면 우리 게임 홍보팀 아예 없애고 매번 허 대표한테 맡겨야겠네."노현우가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아깝지 않으면 그렇게 해도 돼!"당연히 아까울 것이었다. 그저 농담일 뿐이었다.노현우는 곧 출시될 신제품만 보고도 이미 허설아 회사와 협업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전에 권지호가 봄날을 견제한다고 가연 시리즈를 거절했던 게 떠오른 노현우는 피눈물이 나는 기분이었다.그게 얼마짜리 수익인데!바보 같은 권지호! 하지만 이건 권씨 집안 내부 싸움의 결과이고 뒤에 어떻게 될지는 노현우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노현우는 부임하면 반드시 회사에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거라 다짐했다. 노현우는 지금 당장 계약서에 서명하고 싶었다.허설아가 막아서며 말했다. "이번 일부 신제품은 유금각과 협업한 제품이라 다른 회사와 추가 계약은 어려워요. 저희랑 협업하고 싶으면 다음에 논의해요."노현우는 더 마음이 아팠다.발표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권서진이 생방송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순식간에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일부는 살아 있는 권서진을 보고 감격했다.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봄날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며 비판했다.사람이 바다에 빠진 사건을 마케팅 소재로 쓰다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도덕
오후에는 봄날 신제품 발표회가 열렸다.주주총회를 통해 권율 그룹 주주들 대부분이 오늘 봄날의 신제품과 향후 발전 방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봄날의 성장세가 매우 이상적이란 걸 알 수 있었다.미래가 무궁무진했다.게다가 두 회사는 각자 독립적이면서도 관계가 끈끈하니 왕래가 잦을수록 좋았다. 권서진 남매가 지금은 그룹 주얼리 라인의 주력 인사가 아니지만 앞으로 받게 될 지분은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얼마 더 지나면 주주들이 권서진의 업무 보고를 듣는 날도 올 것이다. 봄날 신제품 발표회는 시작도 전에 벌써 많은 예약 선주문이 들어왔다.전부 내부 주문이었다. 주주총회가 끝난 후, 주주들은 너도나도 혹시나 한 발 늦을까 봐 안달나 있었다. 아직 공개도 안 됐는데 판매량이 벌써 상당했다.업계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권서진은 주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대외적으로는 흠 잡을 것 하나 없었다. 새로 이전한 사무실은 권율 그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아예 노현우를 데리고 새 사무실로 향했다.오후 발표회도 이곳 사무실 건물에서 열렸다.들어가자마자 노현우는 한창 세팅 중인 전시장을 발견했다. "허 대표님 정말 검소하네요. 외부 매장 공간을 따로 쓰는 줄 알았는데 사무실 건물에서 생방송 하는 건 처음 봐요."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돈은 꼭 필요한 곳에 써야죠. 오프라인에서도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매장도 여러 곳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금 순도 논란은 허설아에게 깨달음을 주었다.이전까지 봄날의 판매 채널은 온라인에만 집중되어 있었다.오프라인 매장은 전시용에 그쳤고 판매량도 많지 않았다.금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직접 착용해보길 더 선호했기에 전문 검사 장비도 갖추었다.매장에서 금을 구매하면 현장에서 바로 검사 보고서를 발행해주었다.금 순도를 보증하기 위해서였다.허설아가 설명을 마치며 말했다."이 부분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당분간은 발표
"서진아. 괜찮은 거야? 그동안 어디 있었어?""연애하러 갔었어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올해 제 결혼식에 초대할게요!"권서진이 눈부시게 웃었다."그리고 피해자 자격으로 권지호 씨를 살인 미수 혐의로 고발합니다!""그날 저는 발을 헛디뎌서 추락한 게 아니라 권지호 씨가 저를 밀어뜨린 거예요!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경찰이 조사해보면 알 거예요."그 구역은 오랫동안 보수하지 않은 방치된 관광지였다.그동안 양준우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끔 그 구역에 들러 둘러보곤 했다. 권서진 찾는 걸 포기하지 않은 척 계속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다 한쪽 구석에서 CCTV 하나를 발견했다. 게다가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영상에는 마침 그날의 장면이 찍혀 있었는데 화질이 매우 흐리긴 해도 권지호가 밀었다는 건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 증거가 충분히 갖춰졌다.의자에 앉아 있는 권지호는 식은땀이 멈출 줄 몰랐다. 권지헌이 차분하게 말했다."권지호 씨의 황금 밀수, 공금 횡령 사건들은 회사 차원에서 이미 조사를 마쳤습니다. 명백한 경제 범죄 혐의가 있는 데다 곧 출고될 주얼리에 위조 제품을 섞고 이 모든 걸 봄날 브랜드에 뒤집어씌우려 한 정황까지 모두 확보된 상태입니다."주주들은 놀라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권지호가 이렇게 대담하게 내부 횡령까지 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권지호는 의자에 앉아 한참이 지나도록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경찰에게 연행될 때도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권지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허설아는 왠지 홀가분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권지헌이 발표했다. "주얼리 그룹 측에서는 권서진 씨를 디자이너로 영입해 그룹 주얼리 디자인 업무에 합류시킬 것입니다. 또한 노현우 씨를 영입해 경영 업무를 맡길 예정입니다." 노현우라는 이름은 주얼리 업계 관리층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자리에 있는 주주들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노현우를 초청했다는 소식에 다들 좋은 선택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권지헌이 자기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오후가 되면 다 알게 되실 거예요, 함께 공개할 거니까요."허설아 옆에 앉은 한 여성 대표가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정말 못 찾은 거예요? 이 한겨울에 정말 안 좋은 소식이라 해도 저희한테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오늘 주주총회에서 여러분 모두 원하는 답을 얻게 되실 거예요."뭐라도 캐내려던 사람들은 허설아가 한마디도 흘리지 않는 걸 보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권지헌 아내인지라 나이는 어려도 생각이 깊었다.어떤 질문을 해도 전혀 말려들지 않았다.이번 회의의 내막을 알고 있는 일부 오랜 주주들은 하나같이 흔들림 없었다.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다, 물어봐도 소용없다고 얼굴에 쓰여 있는 듯했다. 다른 주주들도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주주총회가 시작되었다.권지헌의 시선이 권지호에게 향했다. "네가 소집한 회의니까 네가 먼저 진행해."권지호가 권지헌과 눈을 마주쳤다.그 순간, 권지호의 마음속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차올랐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권지호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양복 깃을 여민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먼저 계약서 하나를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권지호가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나눠주었다.허설아한테도 전달되었다.자세히 보니 권서진이 자발적으로 주얼리 그룹 지분을 포기한다는 동의서였다.공증 서류에 도장이 찍혀 있고 뒤에는 서명이 되어 있었다.언뜻 보아도 권서진의 필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직 허설아만 권서진이 절대 이 서류에 서명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권지혁이 맨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건 진짜일 리 없어! 어디서 조작한 건지 누가 알아!"권지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이건 서진이가 사고 났던 날 직접 서명한 거야. 당시 셋째 삼촌이 남겨둔 계약서들과 함께 있었는데 거기엔 미처 서명을 못 한 채 남아 있어." 허설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날 권지호가 왜 기어이 권서진에게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