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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Author: 서린화
금영은 어이없다는 듯 태자를 바라봤다.

태자는 지금 그녀가 그저 토라져 심술을 부리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가 다시 금영을 보며 웃었다.

"다 전해 들었다. 네가 폐하께 나를 근신에서 풀어 달라고 청을 올렸다며?"

금영은 입만 매서울 뿐, 속은 여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위해 직접 나설 리 없다고 태자는 여겼다. 게다가 그토록 오랜 세월 자신을 마음에 품어 왔는데, 이제 와 그 마음이 바뀌었을 리도 없었다.

금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나가 주세요. 저도 옷 갈아입어야 합니다."

금영은 감히 큰 소리로 사람을 부르지 못했다. 이 광경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훗날 태자비가 아닌 다른 신분으로 궁에 들어올 여지마저 사라질 터였다.

태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만큼 달래 주었는데도 금영의 태도는 조금도 누그러질 기색이 없었다.

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는 장차 황위를 이으실 분입니다. 그런데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은 처녀의 방에 이리 눌러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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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2화

    황제는 금영에게서 림 소의라는 이름을 들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어둠 속에서 황제의 눈에 웃음기가 번졌다.“금영이가 누구라 하면 그 사람으로 하자꾸나.”금영은 작게 웃었다.“폐하께서는 이리도 신첩 뜻대로 다 해 주시는 것이옵니까?”황제의 웃음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때로는 금영을 한없이 응석받이처럼 떠받들며 혼군 노릇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뿐이었다.황제는 금영을 사랑했고, 이 나라의 만백성 역시 소중히 여겼다.그러니 오늘 이 일을 허락한 것도 단순히 금영의 뜻을 받아 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림 어사의 딸이라면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는 나았다.비록 림 어사가 근래 몇 년 사이 예전의 기개를 많이 잃기는 했지만, 어사의 자리에 있는 동안 맡은 바 소임만큼은 성실하게 해 왔다.큰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었고, 다른 이들과 파벌을 이루어 사사로운 이익을 꾀한 적도 없었다.예부터 황제라면 누구나 후궁의 비빈과 조정의 신하들이 한패가 되어 세력을 키우는 것을 꺼리는 법이었다.황제 역시 황위에 오르기 전에는 다른 이들과 손을 잡아 세력을 모은 적이 있었다.그렇기에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아직 한창때인데 벌써부터 신하들이 무리를 짓고, 심지어 후궁과 조정이 서로 손을 잡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황제가 권세를 다루는 방식이었다.누구든 이 자리에 앉으면 결국 같아질 수밖에 없었다.황제가 말했다.“설령 짐이 혼군이 되고 싶다 해도, 금영이는 허락하지 않을 것 같구나.”금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자신에게 계책도 있고 수단도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설령 그런 수단을 모두 써서 황제를 자신에게 푹 빠지게 만든다 한들, 나라를 어지럽히는 짓만큼은 결코 할 수 없었다.조부는 그녀에게 난세와 흉년이 닥쳤을 때 백성들이 집을 잃고 떠돌며 배를 곯고, 길마다 굶어 죽은 시신이 널리는 참상을 이야기해 주었다.또한 전장에서는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1화

    금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차라리 웃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금영이 웃음을 터뜨리자 황제의 낯빛은 더욱 어두워졌다.금영은 황제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나직이 말했다.“신첩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이번만큼은 봉급을 깎지 말아 주시옵소서. 이러다가는 훗날 장가갈 돈조차 남지 않겠사옵니다.”위명은 감격한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귀비마마, 마마께서는 참으로 좋은 분이시옵니다! 앞으로 소신은 절대로 속으로 마마의 흉을 보지 않겠사옵니다!”마침 손복안도 뒤따라왔다.그 말을 들은 손복안은 참지 못하고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금영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표정이 사라졌다.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그냥 벌하시옵소서. 신첩이 다시 생각해 보니 한 달로는 부족할 듯하옵니다. 차라리 두 달 치를 깎으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위명은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여인이 독해지면 무섭군!’그렇게 또 두 달 치 봉급을 잃게 되었지만, 정작 위명은 이번에는 그다지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이미 몇 번이나 당한 일이니 이제 와 한두 달 더 깎인들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설마 다음 생에 받을 봉급까지 미리 깎을 수야 있겠는가.하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따로 있었다.위명은 머리를 긁적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손복안을 바라보았다.“내가 조금 궁금한 것이 있소. 방금 내가 한 말은 하나같이 진심이었고, 틀린 말도 없었는데 어째서 폐하와 귀비마마께서 모두 기분이 상하신 것이오?”손복안이 곧바로 정정했다.“폐하와 귀비마마께서는 위 총령을 벌하고 나니 이미 기분이 풀리셨소.”복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위 총령만 궁금한 것이 아니오. 나도 궁금한 것이 하나 있소.”위명이 물었다.“무엇이 궁금하시오?”손복안은 한마디만 남긴 채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사람이 어찌 저토록 구제할 길 없이 어리석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오.”황제는 자신이 늙지도 않았고 몸도 여전히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했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0화

    황제가 어찌 금영이 그대로 무릎을 꿇게 두겠는가.그는 얼른 손을 뻗어 금영을 붙잡아 일으켰다.그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짐이 네가 잘못했다고 한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려 하느냐?”금영은 입술을 살짝 다문 뒤 말했다.“두 자리를 미끼로 세 사람을 다투게 만들려 했는데, 신첩이 일을 그르친 듯하옵니다. 이제 남은 두 자리는 모두 황후마마 쪽 사람이 차지하게 될 것 같사옵니다.”말을 마친 금영의 얼굴에는 이미 될 대로 되라는 듯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깨달은 사람처럼 황급히 말했다.“신첩이 실언하였사옵니다!”지금 황제가 대놓고 서 황후를 상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니었다.그러니 조금 전 금영의 말은 분명 실언이라 할 만했다.하지만 금영이 정말 생각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을 리 없었다.실언이라니.애초에 일부러 한 말이었다.황제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황제는 금영을 나무라기는커녕 웃으며 물었다.“금영아, 어찌 남은 두 자리가 모두 황후에게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느냐?”금영이 대답했다.“이제 남은 사람은 가빈과 옥빈뿐이옵니다. 두 사람 모두 비의 자리를 반드시 얻으려 할 터인데, 그렇다고 신첩이 소의 하나를 갑자기 끌어올려 두 사람을 뛰어넘게 할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황제가 소리 내어 웃었다.“오늘 조회에서 정국공이 서용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 짐이 서용의 관직을 거두었는데, 네가 서용이 누구인지 아느냐?”금영이 어찌 모르겠는가.가빈의 친정이 바로 서가였다.서 황후가 후궁 안에서 계책을 꾸미는 동안, 현비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이다.현비의 성은 사씨였다.하지만 사가와 주가는 혼인으로 이어진 사이였다.선대 정국공은 현비의 외숙이었고, 지금의 정국공은 현비의 외사촌 오라버니였다.황제가 웃으며 말했다.“금영이는 이리도 총명하여 말 몇 마디로 일을 풀어냈으니, 사내로 태어났다면 장수가 되든 재상이 되든 크게 쓰였을 것이야.”황제는 문득 생각했다.눈앞의 금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39화

    황제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태도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황제는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은 채 사람에게 죄를 묻는 성정이 아니었다.오늘 내관과 궁비들의 증언이 있었다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조사할 수 있었다.그런데도 이토록 서둘러 처분을 내린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근래 황제에게 새로운 비를 들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던 조정 대신들 가운데 유빈의 친정 가문이 유난히 앞장서고 있었다.그들의 손이 지나치게 멀리 뻗어 황제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건드린 것이다.현비나 서가처럼 세력이 큰 집안이라면 황제도 함부로 손대기 어려웠다.하지만 유빈의 친정처럼 작은 가문은 달랐다.유빈 하나만 폐하면 그들은 곧 궁 안의 의지처를 잃게 될 터였다.그렇게 되면 다시는 감히 황제의 뜻을 거스르며 날뛰지 못할 것이다.금영은 본래 세 사람이 서로 다투다가 자리가 비기를 바랐다.그래야 림 소의를 그 자리에 올릴 수 있었으니까.이제 한 사람이 사라졌으니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이렇게 되면 남은 두 사람은 모두 서 황후의 사람이 아닌가.이래서야 둘이 또 싸울 수 있겠는가.어느새 달은 하늘 한가운데 높이 떠 있었다.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았다.한참 동안 호숫바람을 맞은 탓에 금영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황제가 입을 열었다.“일도 끝났으니 돌아가자꾸나.”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사옵니다.”황제와 금영이 떠난 뒤, 서 황후와 현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서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현비가 이번에는 한 수 뒤처졌군.”현비는 그 말을 듣고도 온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황후마마께서 과한 말씀을 하시옵니다. 유빈이 냉궁에 들어가게 된 것은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인데, 그것이 신첩과 무슨 상관이 있겠사옵니까?”말을 마친 현비는 다시 반듯하게 예를 갖추었다.“시간도 늦었사오니 신첩은 이만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현비가 떠난 뒤에야 서 황후는 환옥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뭘 멍하니 서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38화

    유빈은 목이 메인 채 다급히 말했다.“폐하, 신첩은 옥빈을 물에 밀지 않았사옵니다!”“옥빈이 스스로…… 스스로 발을 헛디딘 것이옵니다!”유빈은 옥빈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옥빈, 나는 줄곧 그대를 자매처럼 여겨 왔는데, 어찌 이리 나를 모함하시는 것이오?”옥빈도 눈시울을 붉히며 맞받아쳤다.“내가 언제 그대를 모함했다는 것이오? 그토록 악독한 짓을 저질러 놓고, 설마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오? 오늘 운이 조금만 나빴어도 나는 벌써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오!”옥빈은 곧 황제를 바라보며 애처롭게 호소했다.“폐하, 부디 신첩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옵소서!”그러자 유빈 역시 붉어진 눈으로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옥빈이 신첩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사옵니다. 부디 신첩의 결백을 밝혀 주시옵소서.”금영은 황제의 낯빛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이들 앞에 있는 이가 그나마 지금의 황제이니 망정이지, 예전의 어느 폭군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두 여인이 이렇게 서로 물어뜯고 있는 꼴을 보다 못해 아예 둘 다 호수에 던져 버리고 일을 끝냈을지도 몰랐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폐하, 당장 누구의 말이 옳은지 가리기 어렵다면 두 사람을 모두 구금한 뒤 차근차근 심문해 보시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황제가 대답하기도 전이었다.서 황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보기에는 이번 일은 분명 유빈의 소행이옵니다.”금영은 속으로 냉소했다.서 황후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을 보니 옥빈을 지켜 주겠다는 뜻이 분명했다.다만 현비가 그것을 순순히 두고 볼지가 문제였다.그런 생각을 하며 금영은 멀지 않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침 여러 사람이 등롱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을 이끌고 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비였다.현비는 서 황후의 말을 들은 듯 곧바로 말했다.“황후마마, 아무런 증거도 없이 유빈이 옥빈을 물에 밀었다고 단정하시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이옵니다. 중궁의 자리에 계신 만큼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37화

    물론 구경거리를 보러 간다는 말은 그저 농담일 뿐이었다.금영의 진짜 목적은 서 황후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또 이 궁 안에서 무슨 소동이 벌어지려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황제는 당연히 금영의 뜻을 마다하지 않았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는 것도 좋겠구나.”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고 전각을 나섰다.두 사람이 궁 안의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나무마다 등롱이 걸려 있어 주변은 대낮처럼 환했다.황제가 금영을 이끌고 다가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땅에 무릎을 꿇었다.“폐하를 뵈옵니다! 원 귀비마마를 뵈옵니다!”사람들이 모두 엎드리고 나자, 금영은 호숫가에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몸에는 마른 외투를 하나 걸치고 있었지만, 그 아래 바닥에는 이미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바로 옥빈이었다.옥빈은 본래 단아하고 청초한 인상이었으며, 눈길 하나에도 은근한 정이 묻어나는 여인이었다.지금은 억울함을 참지 못한 듯 연신 흐느끼고 있었다.황제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 명한 뒤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대체 어찌 된 일이냐?”서 황후가 먼저 대답했다.“조금 전 신첩이 이미 자초지종을 물어보았사오나, 옥빈이 반드시 폐하께서 오신 뒤에야 진상을 아뢰겠다고 하였사옵니다. 하여 부득이 폐하를 이곳까지 모셨으니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황제는 딱히 서 황후를 탓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그의 시선이 옥빈에게 향했다.서 황후가 옥빈을 바라보며 말했다.“폐하께서 오셨으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대로 아뢰거라. 폐하께서 반드시 네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것이다.”그제야 옥빈이 눈물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폐하! 유빈이옵니다! 유빈이 신첩을 물에 밀어 넣었사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은 대강 사정을 짐작했다.자리는 둘뿐인데 후보는 셋이었다.아니나 다를까.서 황후와 현비가 벌써 서로 물고 뜯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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