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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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금영은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낡은 갑옷을 입은 채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한 청년이 말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하지만 그가 영안후부로 들어오려고 하자, 문지기가 앞을 가로막으며 대뜸 꾸짖었다."멈춰라! 여기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 줄 아느냐!"그러자 청년의 걸음이 멈췄다.금영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문지기는 지금 일부러 트집을 잡고 있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가 문지기에게 호통쳤다."눈이 어디에 달렸느냐! 네가 모시는 집안의 셋째 공자도 못 알아보고!"그리고는 문지기가 반박하기도 전에 한마디 더 쏘아붙였다."입을 열기 전에 먼저 잘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네가 이런 식으로 셋째 오라버니를 난처하게 했다는 것이 밖에 알려져 부인의 명성에 흠집이라도 난다면...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문지기는 이 말에 할 말을 잃었다.금영은 그제야 청년을 향해 가볍게 예를 올렸다."금영이 셋째 오라버니를 뵙습니다."청년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영안후부의 또 다른 서출 출신 셋째 아들, 배경원이었던 것이다.배경원은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도, 심지어 배명월이 혼인하던 때에도 집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다. 아니, 돌아왔으나 오늘처럼 문지기에게 가로막혔을지도 몰랐다.회귀 전에 그녀가 유일하게 그의 소식을 접했던 것은 황제가 붕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송정희가 지나가듯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입에 올렸을 때뿐이었다.배경원은 의외라는 듯 금영을 바라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금영아."그러더니 그녀에게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건넸다.금영이 가죽으로 감싼 것을 펼쳐보니, 안에 푸른 보석이 박혀 있는 비녀 하나가 드러났다. 그녀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한 번도 가까이 지낸 적 없던 셋째 오라비가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왔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때, 영안후가 사람을 보내 금영에게 얼른 식사 자리에 나오라고 재촉했다. 금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배경원과 함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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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금영은 그런 유진설을 바라보며 미소 지은 채 대답했다."그런 일로 속상해하지 않아요.""그렇다면, 얼른 일어나서 기운찬 모습을 보여줘야지! 저 망할 년놈들에게 네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알려야지!"유진설은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금영도 어쩔 수 없이 안성당을 나섰다.영안후부 후원에는 이따금 손님들이 나와 봄 경치를 감상하곤 했다.금영이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심지어 몇몇은 낮게 수군거리기도 했다."저 사람, 저 집의 큰 여식 아니야?""어떻게 밖에 얼굴을 들이밀 생각을...""내가 보기엔 이번에 파혼을 청한 것도 자신이 황후가 될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진짜 운명의 주인에게 돌려준 것이 아닌가 싶어."이제 금영은 더 이상 미래의 태자비가 아니었다.변경 제일 귀녀라는 금영의 명성에 눌려 있던 사람들도 더 이상 그녀를 존중할 이유가 없었다.그들의 목소리는 그리 작지 않았고, 금영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유진설은 그 모습에 살짝 후회했다. 그저 바람이라도 쐬게 해주려던 것이, 오히려 금영의 속을 더 긁어버린 것 같았다."금영아, 이제 가자. 굳이 이런 더러운 말 계속 듣고 있을 필요 없어!"유진설은 이 말과 함께 수군거리던 사람들에게 한마디 쏘아붙인 뒤, 금영의 손을 붙잡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런데 막 몸을 돌린 순간, 뜻밖에도 태자가 보였다.태자의 시선도 금영에게 향했다.금영은 더 이상 면사를 쓰지 않았고, 밝은 햇빛 아래에 얼굴이 한층 더 돋보였다.하지만 어째서인지 평소와 달리 꽤 기운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태자는 마음이 살짝 누그러졌다. 곧 자신의 혼례식이니, 속상해서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금영에게 말을 건넸다."금영아... 요즘 잘 지냈느냐?"금영은 법도에 맞게 그에게 예를 올리긴 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태자의 옆을 지나쳤다.이제 그는 보기만 해도 불쾌했으니, 최대한 함께 있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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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배명월이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인지는 언니가 더 잘 아시잖아요."금영은 배명월의 느닷없는 시비에 불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은 널 상대할 기분이 아니다."유진설과 함께 후부 안을 한 바퀴 돈 탓인지, 몸이 상당히 지쳤다. 금영은 빨리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하지만 그녀가 안성당으로 다시 발걸음을 뗀 순간, 배명월이 차갑게 경고했다."더 이상 태자 전하를 붙잡고 늘어지지 않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아니면..."끝까지 말하지는 않았으나, 말속에 담긴 협박은 분명히 전해졌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태자 전하를 붙잡고 늘어졌다고?"눈이 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금영은 배명월을 보며 분명히 말했다."그 말은 너에게 다시 돌려주마. 너나 태자 전하 간수나 잘하거라. 더는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일이 없도록."금영이 막 안성당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황제가 사람을 보내, 후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뒤, 조용히 거처를 빠져나갔다.황제는 마차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훤칠하고 단정한 외모, 입가에 걸린 은은한 미소까지, 궁에 사는 그 위엄 넘치는 황제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터였다.금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황제가 두 팔을 벌렸다.하지만 그녀는 바로 그 품에 안기기 망설였다.그러자 황제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리 오거라."그제야 금영은 작은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황제는 금영을 품에 끌어당기며 웃음을 터트렸다."왜 이리 어색한 표정이냐? 고작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짐과 멀어진 것이냐?"금영은 황제의 품에 안긴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폐하."그 목소리에 황제는 단번에 마음이 녹아내렸다.그는 고개를 숙여 품 안에 있는 작은 여인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며칠 만에 왜 이리 수척해졌느냐? 설마 집에서 누가 괴롭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며칠 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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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배명월이 짜증스레 입을 열었다."무엇을 보았다는 것이냐?"그러자 전칠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헤헤, 소인이 목이 너무 말라서 그런데, 혹시 술이라도 한 병...""무엄하다!"취옥이 차갑게 꾸짖었다."감히 아가씨께 먼저 상을 달라 지껄이다니, 간덩이가 부었느냐!"하지만 그는 조금도 겁먹은 기색 없이 능청스럽게 다시 말을 이었다."아이참, 깐깐하시기는. 하여간 오늘도 큰아가씨를 따라 밖으로 나갔는데... 아주 수상한 광경을 목격했지 뭡니까?"그제야 배명월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계속 말해보거라. 쓸 만한 정보면 제대로 상을 내려주마.""후부 밖 뒷문 쪽에, 조금 인적이 드문 골목 있지 않습니까? 오늘 큰아가씨께서 그쪽으로 향하기에, 조심스럽게 따라갔는데... 아니 글쎄 웬 사내가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둘이 퍽 가까워 보였습니다."전칠의 말에 배명월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사내를 만났다고?"하지만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추궁했다."상을 받으려고 꾸며낸 말은 아니겠지?"금영이 사사로이 외간 남자를 만났다니, 믿기지 않았다.배명월은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누구를 만났느냐? 설마 태자 전하였느냐?"배명월이 물었다. 이미 파혼한 마당에, 금영은 여전히 태자의 곁을 알짱거렸다. 뒤에서 또 무슨 짓을 꾸몄을지 알 수 없었다."멀리 떨어져 있어서 얼굴은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태자 전하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태자 전하같이 기품이 철철 넘치는 분이 어디 흔합니까? 소인이 못 알아봤을 리 없습니다."전칠이 이렇게 말하자 그제야 배명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태자가 아니라면, 남은 가능성은 맹운산뿐이었다.그녀는 다시 물었다."그럼... 얼마나 가까웠는데, 어디 한번 흉내 내 보거라."그러자 전칠이 양팔을 벌리고 이리저리 몸짓으로 자신이 본 상황을 설명했다."이렇게... 그다음에 이렇게 했습니다. 사내가 양팔을 벌리자, 큰아가씨께서는 아주 반갑게 그의 품에 안기더군요.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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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배명월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언니께도 감사 인사를 안 드릴 수가 없군요. 덕분에 제 운명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걱정 마세요, 언니. 저는 절대로 예언을 욕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단정히 서서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태자 전하 납시오!"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자 취옥이 웃으며 말했다."태자 전하께서 친히 아가씨를 맞이하러 오시다니, 가문의 영광 아닙니까?""맞습니다. 법도대로라면, 친히 오실 필요까진 없으실 텐데요."홍비가 뒤이어 말했다.황제가 지금의 황후를 맞이할 때도 직접 나가지는 않았었다.그러자 또 누군가가 뒤이어 칭찬을 쏟아냈다."전부터 두 분 사이가 아주 끈끈하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소문이 헛되지 않았군요!"배명월이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후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대문에 도착하자, 마침 태자가 말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금영은 원래 배웅 따위 하고 싶지 않았으나, 지금 빠져나가게 되면 또 괜히 그녀가 마음 상해 자리를 떠난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어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태자 전하를 뵙습니다."모두가 동시에 예를 올렸다."모두 일어나게."태자는 그렇게 말한 뒤 성큼성큼 배명월에게 걸어왔다.금영은 붉은 혼례복을 입은 태자를 보자, 회귀 전 귀신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던 때가 떠올랐다.그녀는 저 금비녀에 묶인 채, 지금 같은 상황을 더 생생히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해야만 했었다.그때까지만 해도 금영은 아직 태자를 완전히 마음에서 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죽고 다른 여인을 신부로 맞이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태자는 배명월에게 걸어가다가 말고, 살짝 시선을 돌려 금영을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를 회상하듯 흐릿했고, 눈가도 촉촉해져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다른 여인을 태자비로 맞이하게 된 것에 큰 슬픔을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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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그렇게 입궁한 뒤였다. 금영을 제외한 영안후부 사람들은 모두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다.하지만 어디에도 배경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나 마나 송정희의 짓이었다.금영 또한 그와 같은 서출 출신이긴 했지만, 오랜 세월 적녀로서 교육받고 송정희를 어머니라 부르며 지낸 시간이 있었다. 그런 그녀조차 친딸이 나타나니 헌신짝 버리듯 내쳤는데, 배경원은 더하면 더했지 덜할 수가 없었다.금영은 입궁한 뒤로 홀로 남겨졌다. 모두들 그녀를 무슨 역병 피하듯 경멸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금영아!"이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그녀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다름 아닌 맹운산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고 경쾌했다."금영아! 오랜만이야!"그를 바라보는 금영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청량한 분위기, 그것이 청년 맹운산의 매력이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그의 모습이 평소와 사뭇 달랐다. 늘 붉은 계열의 옷만 고집하던 그가 웬일인지 푸른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것도 금영의 의복과 공교롭게 겹치는, 선명한 푸른빛이었다.모르고 봤으면 한 쌍의 연인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정도였다.금영이 그의 옷차림을 보자 맹운산이 입을 열었다."오늘은 태자 전하의 혼례식이잖아. 괜히 붉은 옷을 입고 와 시선을 빼앗으면 안 되잖아. 그런데 너도 푸른 옷을 입고 왔을 줄은 몰랐어!"맹운산은 이 말을 하면서 아주 기쁘다는 듯 크게 미소 지으며 뜬금없는 감상을 내뱉었다."이런 걸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우리를 묶어두었다고 하는 걸까? 약조한 적도 없는데, 같은 빛깔을 가진 옷을 입고 오다니, 우린 천생연분인가 봐!"금영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맹운산은 그녀가 웃자 더욱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금영이 불쾌해하지 않고 웃어줬으니, 자신의 말에 동감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긴 것이다.맹운산은 전장에서는 누구보다도 병사들을 잘 이끌고 효과적으로 적을 물리칠 줄 아는 장수였다. 하지만 이런 감정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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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금영은 일단 영안후부의 사람이었고, 송정희 등과 같은 줄에 자리가 배치되었다."황제 폐하, 황후마마 납시오!"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금영은 슬쩍 고개를 들어 황제를 살폈다.그는 평소와 달리 좀처럼 입지 않던 황색 용포를 착용하고 있었다.안 그래도 뛰어난 외모에 화려한 옷을 몸에 걸치게 되자, 더욱 고귀한 분위기가 배어 나왔다.서 황후도 황제와 같은 색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얼굴에는 그림으로 그린 듯 완벽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몸가짐에는 황후다운 단정함이 저절로 배어 나왔다."모두들 일어나라."황제의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렇게 그와 서 황후가 상석에 앉은 뒤에야, 하나둘 다시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혼례를 주관하는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태자 전하와 배명월 아가씨께서 드십니다!"그 말과 동시에 태자와 배명월이 나란히 붉은 비단을 잡은 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배명월은 금으로 장식된 궁선으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하늘에 제를 올리십시오!"내관이 다시 외쳤다."폐하와 황후마마께 예를 올리십시오! 이제 부부의 맞절이 있겠습니다!"배명월은 오래도록 이날만을 기다려왔다.그녀는 애써 긴장된 마음을 억누른 채, 평소와 달리 무척 정숙한 태도로 모든 의식을 순조롭게 치러 나갔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황제와 서 황후에게 인사를 올리는 순간이 다가왔다."부황, 모후를 뵙습니다!"배명월은 황제와 서 황후를 부황과 모후로 호칭하며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태자비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금영이 다시는 자신을 함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짓밟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고귀한 신분이 되었는지 제대로 알게 할 작정이었다.곧이어 황제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낮게 덕담을 건넸다."이제 너희 둘은 부부가 되었으니, 서로를 공경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서로를 잘 격려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뒤이어 서 황후도 온화한 목소리로 몇 마디를 이었고, 이로써 의식은 마무리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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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연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기운 없이 앉아 있던 금영을 바라보던 맹운산이 갑자기 연회 중앙에 나가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맹운산이 상석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폐하, 일전에 신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약조하셨던 거, 기억하십니까? 오늘 마침 태자 전하의 혼례일이니, 잠시 이 기쁜 날을 빌려 신도 혼사를 청하고자 합니다."원래는 금영이 승낙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하지만 영안후부에서 사람을 보내 그의 청혼을 거절해버렸다.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황제에게 혼사를 내려주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황제의 허락만 있다면, 금영을 곁에 두고 지켜줄 확실한 명분이 생긴다.이 말을 들은 황제는 표정이 단번에 가라앉았다.다른 이들은 모를 수 있지만, 황제는 맹운산이 누구와의 혼사를 요청할지 예상하고 있었다.금영은 황제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고 가는 것을 느꼈고, 가슴이 서늘해졌다.그는 분명 분노하고 있었다.그런데 황제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서 황후가 먼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맹 소장군은 누구와의 혼사를 청하려는 것이냐?"맹운산이 곧바로 대답했다."황후마마께 아뢰옵니다. 신은 영안후부의 배금영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습니다."서 황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금영을 바라보았다.'참 재주도 좋지.'모두가 보는 앞에서 태자와 파혼한 것도 모자라, 그 혼례식에 맹운산이 혼인 교지를 청하게 만들었다. 이건 태자를 욕보이게 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서 황후가 난처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봤다."폐하... 이 일은...""폐하, 부디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맹운산이 다시 한번 말했다.그러자 황제가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허락이라..."그의 반응에 서 황후가 끼어들었다."너와 금영이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으니, 죽마고우로서 정이 깊은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금영이 태자와 파혼한 것도 너 때문인 것이냐?"황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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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금영이 다실 안으로 들어오자, 황제는 곧바로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의 눈빛엔 옅은 취기가 묻어 있었다.태자의 혼례인 만큼 그도 평소보다 술을 몇 잔 더 하게 된 것이었다. 그만큼 이 혼사는 그에게도 나름 중요한 행사였다."금영아, 이리 오거라."황제가 위엄 있는, 하지만 은은한 술기운이 섞여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은 천천히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품에 갇히고 말았다."조금 전, 대전에서 한 말, 진심이냐?"금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모르는 척, 애써 얼버무렸다."무... 무슨 말씀이십니까?"황제가 기가 찬 듯 웃음을 터트렸다."거짓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반응은 이렇게 했지만, 진짜 화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다시 금영에게 말했다."오늘 보니, 영 식욕이 없어 보이더구나. 혹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느냐? 그렇다면 짐이 네 음식 시중을 들어주마."그러더니, 갑자기 젓가락으로 반찬을 들어 직접 금영의 입에 가져다주었다.금영은 그의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졌다."폐, 폐하?"당황한 그녀가 입술을 벌린 틈에 연근 한 조각이 쏙 입에 들어왔다.원래도 연근을 좋아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황제가 직접 먹여준 탓에 긴장한 것인지, 속이 메스꺼운 것도 잊고 맛있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금영은 자신이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사람들이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고, 황제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다실을 나와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장평군주와 마주치고 말았다."장평군주를 뵙습니다."금영이 예를 올렸다.그러자 장평군주가 직접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금영을 바라보는 장평군주의 눈빛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애틋함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한참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던 장평군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왜 맹운산의 청혼을 거절한 것이냐?"금영은 장평군주가 이토록 직접적으로 이 질문을 할 줄 몰랐고, 조금 머뭇거렸다.그러자 장평군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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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장평군주를 보던 황제가 문득 한마디를 툭 던졌다.“예전에 궁에서 지낼 때, 짐은 늘 그대를 친누이처럼 존중했었지. 그러니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저 아이를 곁에서 잘 돌봐주게.”장평군주는 꽤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황제의 말을 받아들였다.이 일은 어차피 오래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황제는 굳이 수고스럽게 숨기는 것보다 분명히 말해두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비를 책봉하는 일에 따라올 필연적인 반발이었다. 황제는 장평군주가 자신의 편에 서서 금영을 지지해주길 바랐다.장평군주는 황제를 만난 뒤부터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한편, 서 황후는 아랫사람들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같은 날에 영지라는 여자가 입궁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일찍부터 사람들을 배치해 연회에 참석한 모든 귀녀들은 물론 신하들의 부인들까지, 샅샅이 행적을 살피게 했다."오늘 자리를 비운 귀녀가 몇몇 있긴 했습니다만, 대부분 행적에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영 아가씨도 그중에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어딜 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이전이 신중히 보고를 올렸다.그렇게 금영이 막 연회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서 황후가 빤히 그녀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금영아, 어딜 갔다 온 것이냐?"물론 서 황후도 금영이 그 영지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은 확실하게 해 두는 편이 좋으니, 한 번쯤은 물어봐야 했다.금영은 서 황후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가슴이 조여왔다. 그런데 어떻게 얼버무려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장평군주가 뒤에서 끼어들었다."황후마마께 아룁니다. 좀 전엔 제가 대화를 나누고 싶어 금영을 잠시 불렀습니다."그러자 서 황후가 장평군주를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알겠네."'역시 내 생각이 지나쳤군.'*태자 부부의 신혼 첫날 밤이었다.배명월이 어여쁜 얼굴로 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전하, 이제 합근주를 마셔야 합니다."그런데 배명월의 팔이 감겨 온 순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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