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441 - Chapter 450

508 Chapters

제441화

마차 안, 태자와 배명월은 마주 앉은 채 영안후부로 향했다.그런데 마차에서 내릴 때가 되자, 태자가 돌연 배명월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명월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배명월은 입안에 비릿한 핏맛이 번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으나, 겉으로는 단정한 태도로 답했다."네, 전하."태자는 그녀에게 금영을 태자부로 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영이 절대로 태자비 자리를 흔들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약조했었다. 하지만 그 같은 약조는 전에 금영에게도 했었던 것이다. 인과응보라고, 배명월은 결국 자신이 했던 대로 되돌려받게 되었다.오늘은 배명월이 친가에 돌아오는 날이었다. 금영이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밤 또 악몽을 꾼 탓에 금영의 안색은 썩 좋지 않았다.곧이어 태자와 배명월이 탄 마차가 후부의 정문에 멈춰 섰다. 당연히 태자의 눈에도 금영의 수척해진 모습이 들어왔다. 금영은 원래도 아름다웠는데, 살짝 수척해진 모습에 처연미까지 더해져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그리고 태자는 원래도 연약하고 가련한 것에 눈을 떼지 못하는 편이었다. 처음 배명월에게 흔들렸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배명월은 태자의 시선이 오로지 금영에게만 향해 있는 것을 보고 소매 안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태자 전하와 태자비마마를 뵙습니다!"사람들이 일제히 예를 올렸다. 금영도 그 안에 속했다. 하지만 몸을 숙이는 순간 살짝 휘청거렸다. 태자는 그 모습에 저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금영은 몸이 불편해 보이니, 예는 올리지 않아도 된다."영안후와 송정희가 동시에 의아한 얼굴로 태자를 바라봤다. 곧이어 금영이 말했다."그럼 신녀는 몸이 불편하니,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이건 꾸며낸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았고 의원을 불러 진맥을 받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안성당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태자가 금영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는 막 쉬려던 참이었는데
Read more

제442화

태자는 정말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 그녀는 한시도 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금영은 구토가 치밀어 올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그런데 막 나가려던 순간, 태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금영이 짜증스레 따졌다."이게 무슨 짓입니까!"태자가 또다시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금영아, 너도 이제 그만 튕기거라."그러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금영은 태자가 뻔뻔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녀는 힘껏 태자를 밀쳤다. 하지만 상대가 남자인 만큼, 힘이 부쳤다. 그녀는 제대로 반항하지도 못하고 태자의 품에 갇히고 말았다."금영아,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있거라."태자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곧 다시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달래듯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넌 내가 책임질 것이다. 오늘 너에게 당당히 태자부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마."금영은 다시 한번 차갑게 대꾸했다."당장 저를 놓으십시오, 태자 전하."태자는 그녀가 계속 반항하자, 위엄 있는 목소리로 명령했다."나는 이 대량의 태자이다. 네가 함부로 거절하고 싶다고 해서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금영은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차갑게 웃더니,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를 하나 뽑아 자신의 목덜미에 겨누었다.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의 굴레에 갇힌 것만 같은 암담함이 찾아왔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그녀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제에게 몸을 맡겼지만, 다시 과거의 굴레를 반복할지언정 태자에게는 절대로 자신을 허락할 수 없었다.태자는 금영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예상치 못한 듯,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배금영,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그는 그저 금영과 조금 가까이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결하려 들다니, 전혀 예상치 못했다."놓으십시오!"금영이 태자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태자는 덜컥 겁이
Read more

제443화

그러더니 영안후가 계속 말을 이었다."아, 너는 모를 수도 있겠구나.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폐하께서 나에게 경고하신 적이 있으시다. 너에게 들어온 청혼을 모두 물리라고, 따로 정해두신 혼처가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한번 황실과 인연을 맺었던 네가 다른 집에 시집가는 것을 꺼리셨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니 태자 전하의 뜻에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영안후는 황제를 앞세워 금영을 설득하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코웃음이 나왔다."폐하의 뜻이라고요? 정말 그리 확신하십니까?"그러더니 조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정녕 제가 모를 줄 압니까? 아버지께서는 지금 저를 혼수품처럼 태자 전하께 바쳐 환심을 사려는 것뿐이잖습니까!"배명월이 차갑게 비웃으며 끼어들었다."적당히 하세요, 언니. 아닌 척하지만, 뒤에서 태자 전하를 얼마나 유혹했는지 제가 모를 줄 압니까?"아직은 금영이 밖에서 외간 남자를 만난 것을 까발릴 때가 아니었다. 지금 그 일을 꺼내면 도리어 자신이 금영을 모해하려 일부러 말을 지어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그러니 먼저 금영을 태자에게 보내어 자신의 너그러움을 보여준 뒤, 가장 치명적인 시기에 이 얘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그러면 금영은 황실을 능멸한 죄로 완전히 설 곳조차 없어질 것이다."지금 제가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태자부에 들어오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언니에게 있을 것 같습니까!"배명월이 아주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금영에게 어서 엎드려 감사 인사를 하지 않고 뭐 하냐는 듯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그러자 영안후도 옆에서 부추겼다."금영아, 더는 고집 부리지 말거라. 태자비마마의 말대로 너에게도 결코 나쁜 길은 아니다.”송정희도 차갑게 콧방귀를 끼며 끼어들었다."이게 얼마나 과분한 대우인데, 제 분수도 모르고!"마침 이때, 배경연과 배경원이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그리고는 금영이 먼저 입을 열기도 전에 배경연이 나서 말했다."터무니없는 주장이십니다!"금영은 조금
Read more

제444화

의원이 말을 더듬자 금영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최근 몸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더는 기절한 척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태자는 금영이 깨어난 것을 보고 얼른 곁에 다가오더니, 아주 애틋한 눈빛으로 안심시키듯 말했다."걱정 말거라. 어떤 결과가 있든 너를 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그러더니 의원을 향해 매섭게 꾸짖었다."어서 말하지 못하겠는가! 대체 무슨 병인가!"의원은 태자의 명을 거스를 수 없어 억지로 용기를 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큰아가씨께서는... 아무래도 회임하신 것 같사옵니다!"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듯,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회임이라고?'금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처음엔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과거를 되짚어보던 금영의 눈빛에 살짝 이채가 어렸다.상원절, 황제와 하룻밤을 보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한 번도 그동안 자신이 임신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삼황자가 태어나는 것을 마지막으로 황실에는 거의 십 년 넘게 후사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황제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리라 여겼었다.물론 금영의 입장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무조건 회임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고작 두 번 만에 뱃속에 황제의 핏줄이 자리 잡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금영은 멍한 얼굴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반면, 다른 사람들 또한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다.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영안후가 드디어 적막을 깨뜨리고 금영에게 말했다."금영아, 네 뱃속의 아이... 설마..."거기까지 말한 영안후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태자를 바라봤다.만약 아이가 태자의 핏줄이라면, 함부로 금영을 꾸짖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송정희는 참지 않았다."이런 망측한! 배금영, 어찌 이런 부끄러운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이냐!"격분한 송정희와 달리, 배명월은 오히려 상당히 침착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부
Read more

제445화

의원은 식은땀을 닦은 뒤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맥이 잡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회임한 지 한 달 남짓은 되어 보입니다. 구슬이 줄지어 흐르듯한 이 맥은 틀림없이 회임의 징조입니다. 제가 잘못 진맥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그럼에도 태자는 쉽게 의원의 말을 믿지 못했다.'임신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그는 금영을 건드린 적이 없었다. 게다가 금영은 누구보다 단정하고 예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인 만큼, 함부로 몸을 굴렸을 리 없었다.그의 시선이 배명월에게 향했다. 싸늘한 것이 단번에 그녀를 의심하는 듯했다.배명월은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말했다."정 마음에 놓이지 않으시다면, 다른 의원을 불러 다시 보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신귀안, 가서 태자부의 의원을 불러오거라."어의가 아닌 태자부의 의원을 부른 것은, 자칫하면 잘못된 소문이 궁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신귀안은 일 처리가 매우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자부에서 오랫동안 상주해왔던 의원을 데려왔다.태자가 금영을 온화한 미소로 바라보며 말했다."금영아, 다시 한번 진맥을 받아보자. 걱정 말거라. 절대로 네가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태자는 자기 사람이 직접 확답해주지 않은 이상 절대로 믿지 않을 기세였다.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금영도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태자부의 의원이 진맥하도록 내버려두었다.태자부의 의원은 여느 어의에 비해서도 절대로 의술이 뒤지지 않았다. 그는 금영이 임신한 날짜까지 명확히 짚어냈다."금영 아가씨께서 임신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시기로 보아... 상원절 무렵인 듯하옵니다."배명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상원절이라고? 상원절엔 전하께서 줄곧 저와 함께 있지 않았습니까?"그러자 태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배명월은 서둘러 말실수한 척 입을 가렸다."앗, 제가 괜한 말을 한 것입니까?"태자는 배명월을 상대하지 않은 채, 금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배금영, 너에게 해명할 기회를
Read more

제446화

금영은 관자놀이에 핏줄이 선 영안후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제가 좀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아이는 태자 전하와 같은 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배명월은 기가 막힌 듯 실소를 터트렸다."좀 전에 태자 전하께서 당신을 음탕하고 경박한 여자라 욕한 건 들리지 않았나 봐요? 전하와 동침한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요?"그리고는 차갑게 말했다.“아버지, 언니가 사사로이 외간 사내와 정을 통하고 아이까지 가졌으니, 분명 흔적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부디 철저히 조사해주십시오! 어쩌면 안성당 안에서 무언가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곧이어 영안후가 명을 내렸다."게 누구 없느냐! 안성당을 샅샅이 수색하거라!"그는 이 낯부끄러운 일을 밖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수색을 명령한 동시에, 안성당을 빈틈없이 애워싸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취옥이 방 한쪽에서 붉은 콩이 그려진 그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붉은 옷을 입은 금영의 초상화며, 다양한 그림이 연달아 발견되었다.배명월이 그 그림들을 펼쳐 영안후에게 내밀었다."아버지, 이것 좀 보십시오!"글자는 없었지만, 이건 누가 봐도 사내가 선물한 것임은 틀림없었다. 증거들이 발견되자, 금영이 외간 사내와 사통했다는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참으로 염치도 도리도 없구나!""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다니!""내 어찌 너 같은 딸을 두었단 말이냐!""금영아, 이건... 선을 넘었다!""어떻게 나를 이렇게도 실망시킬 수가 있느냐!"영안후부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금영은 차가운 눈으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과거의 그녀였다면, 이러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얻은 생에서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금영이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영안후는 더욱 화가 나 차갑게 다그쳤다."배금영, 도대체 누구와 사통한 것이냐!"금영이 담담히 말했다."저는 그 누구와도 사통하지 않았습니다."상
Read more

제447화

또한 금영이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이들이 믿어줄지도 미지수였다.송정희가 영안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대인, 명월이가 태자비가 된 지 채 며칠도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금영이 저지른 이 파렴치한 일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후부의 명성에도 큰 흠집이 날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그러자 영안후가 차갑게 말했다."여봐라! 당장 배금영을 사당에 가두어라! 내 허락 없이는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주지 말고,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거라! 아이의 아비가 누구인지 알아낸 뒤에, 결정을 내리겠다!"그가 곧바로 아이를 처리하지 않은 것은, 아이가 혹시라도 맹씨 가문의 핏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는 자칫 잘못했다가 맹 장군의 분노를 사게 될까 두려웠다.맹 장군은 그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역시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조롱하듯 영안후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외간 남자의 핏줄을 가졌음에도, 영안후부 사람들은 서둘러 그녀를 죽이려 들지 않았다.역시 이들에겐 정절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배명월의 앞길이 자신 때문에 막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선이었다.영안후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소매를 떨치며 자리를 떠났고, 송정희도 곧바로 그 뒤를 따르며 옆에서 주절거렸다."대인, 노여움을 푸십시오. 저 아이는 천한 계집이 낳은 아이 아닙니까? 애초에 명월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지요. 그러니 이런 천지 분간 못할 짓을 저지른 것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하지만 배명월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금영을 조롱하듯 말했다."스스로 불구덩이에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수고는 덜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배명월은 원래 이 일을 어떻게 들춰내야 자신에게 가장 이득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영이 아이까지 가진 것을 들켜버렸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다만 좀 아쉽네요. 이토록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제가 황후의
Read more

제448화

송정희는 이 말에 답하지 않고, 표정을 찡그린 채 말했다."그래도 몇 해 동안 너를 친딸처럼 기른 입장으로서, 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만 않구나."그러자 금영이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부인, 이제 와서 자비로운 어미 행세는 그만두시고 솔직해지시지요. 절 어떻게 처분할지 결정하셨습니까?"송정희가 금영을 바라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영안후부엔 너같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하는 존재는 필요치 않다! 이 끈을 줄 테니, 스스로 자결하거라!"송정희가 뒤에 서 있던 노파를 힐끗 바라보자, 노파가 흰 비단 끈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금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결국 또 이 상황이군.'송정희는 사람의 신분이 이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정해진 것처럼 굴었다.이때, 옆에 있던 해수가 큰소리로 꾸짖었다."이런, 무례한! 아가씨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누구의 핏줄인 줄은 알고 이러시는 것입니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신다면, 그 후환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그러자 송정희가 해수를 바라보며 차갑게 호통쳤다."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이 천한 것의 편을 들다니! 좀 있다가 너도 길동무로 보내주마!"이 말을 들은 금영은 과거가 떠올랐다. 회귀 전에도 그녀가 자결하던 시각이 오시 삼각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했다.금영은 손안에 있는 옥패를 꽉 움켜쥔 채, 때를 가늠했다. 곧 황제가 도착할 시각이었다.원래 황제와 오시에 만날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후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그는 원래도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만약 본인이 오지 못할 경우 위명을 통해서라도 소식을 전했을 테니, 금영은 그가 혹시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두렵지 않았다.아니, 설령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옥패가 있는 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터였다.*그리고 예상대로 금영이 나타나지 않자, 황제가 싸늘한 눈빛으로 영안후부에 들이닥쳤다.갑작스러운 방문에 영안후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폐하께서
Read more

제449화

뒤따라오던 영안후는 마침 금영의 마지막 한마디를 듣게 되었다.'방금 누구의 아이라고?'그는 눈을 크게 뜬 채 눈앞에 있는 황제를 바라봤다.금영이 처음 회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하지만 황제는 지금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는 가슴 아픈 얼굴로 금영을 바라보며 다급히 명을 내렸다."당장 태의를 데려오거라!"그렇게 금영은 다시 안성당, 자신의 침상 위에 눕혀졌다.황제는 그런 그녀의 머리맡에 앉아 가볍게 손을 붙잡아주었다. 그런 다음 차가운 눈으로 영안후와 송정희를 노려보았다.배명월은 이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이미 영안후부를 떠난 뒤였다.괜히 이 일로 태자와 배명월 사이가 틀어질까 염려되었던 송정희가 금영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로 결정하기 전, 후부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영안후는 황제의 시선을 받자 식은땀이 등에서 줄줄 흘렀다.이제 굳이 묻지 않아도 금영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명확해졌다.그는 한 번도 금영이 황제의 핏줄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영안후는 곧바로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송정희도 마찬가지였다."폐하, 신은 정말 몰랐습니다. 금영의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설마 황손일 줄은..."해수도 이때 무릎을 꿇었다."폐하, 부디 아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부인께선 아가씨를 죽이려 들었습니다. 소인이 아가씨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황실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렸는데도 말입니다! 아가씨께서도 직접 아이가 소씨 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 심지어 용문양이 있는 옥패까지 꺼내 보이셨는데, 부인께서는 끝까지 아가씨를 죽이려 들었습니다!"해수의 매서운 공격에 금영은 만족스러운 기색을 띠었다.고작 몇 마디 알려주었을 뿐인데, 해수는 알아서 상황을 금영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주었다.함께 입궁할 시녀가 이토록 현명하다면, 앞으로 궁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터였다.해수는 교묘히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말했다.금영은 분명 아이의 성이
Read more

제450화

황제가 손을 뻗어 금영의 목덜미에 난 붉은 자국을 가볍게 쓰다듬었다.금영은 그가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도록 일부러 더욱 몸을 움츠리며 눈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연약함은 때로는 여인의 가장 큰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수법은 배명월이 자주 쓰던 수법이기도 했다.금영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할 줄 모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구태여 이런 비겁한 술수까지 써가며 배명월과 태자 일행과 다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황제의 얼굴빛이 점점 더 서늘해지는 것을 본 송정희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 아닙니다! 제가 그런 것이 정말 아닙니다!"그러나 이미 명백한 증거가 떡하니 눈앞에 있었다.마치 회귀 전, 금영이 죽음으로 몰리던 때와 같았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그 누구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았다.송정희는 몸을 돌려, 자신과 함께 무릎 꿇고 있는 두 노파를 바라보았다."여기 증인이 있습니다. 이들이 진실을 알려줄 것입니다!"금영이 눈을 살짝 내리깔며 낮게 말했다."저들 또한 부인의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 죄를 인정할 리 없습니다."금영은 이 두 노파 또한 무고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둘이 송정희의 곁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한때 영안후부에도 첩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안 좋은 끝을 맞이했다.정말 이 일로 저 둘이 함께 벌을 받는다고 해도, 인과응보일 뿐이었다.황제가 차갑게 말했다."황실의 핏줄을 죽이려 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는가?"그 말에 송정희는 황제가 조금도 자신의 주장을 믿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영안후를 바라봤다."대, 대인... 대인께서는 절 믿어주셔야 합니다."하지만 영안후 또한 송정희를 믿지 않았다.그녀가 오늘 금영에게 향하기 전, 그 결정을 허락한 이가 바로 영안후였기 때문이다.영안후는 차마 송정희를 마주 보지 못했다.송정희는 그런 영안후의 반응에, 더 이상 그에게 기댈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그
Read more
PREV
1
...
4344454647
...
5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