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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1화

여비의 말에 현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비는 영리한 여인이었다. 여비가 선을 넘지 않는 이상, 굳이 자식이 없는 그녀와 대치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황후마마께서 금족령을 받으셨다지?”금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현비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수단이 참으로 대단하시구려.”금영은 맑은 두 눈을 반짝이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다. “현비마마, 농이 지나치시옵니다. 황후마마께서 금족령을 받으신 것에 관해 저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옵니다. 하나 이 일은 황후마마의 자업자득이지,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사옵니다.”현비가 황급히 말을 거두어들였다. “그래, 내 잠시 실언했네.”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황제가 이쪽으로 다가왔다.검은 곤룡포를 입은 황제에게서 군주의 위엄과 고귀함이 서려 있었다.금영과 현비, 그리고 여비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그 뒤로는 안빈 같은 비빈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앞으로 다가온 황제는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금영에게만 모든 시선을 쏟았다. “금영아.” 금영이 예를 갖추려 하자, 황제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제지했고, 다른 후궁들은 여느 때처럼 예를 올렸다.이어 황제는 친히 금영을 부축해 주석에 앉힌 뒤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모두 일어서라.”황궁에서는 예로부터 법도를 중시했다. 하여 연회가 열릴 때마다 서 황후가 자리에 있는 한, 황제의 곁 주석에 함께 앉는 이는 반드시 황후여야 했다.이는 황제의 총애와는 별개로 결코 어길 수 없는 예법이었다.만약 금영을 주석에 앉히고 황후를 그 아래 자리에 앉혀둔다면, 많은 소란이 일 것은 물론이고, 전조의 탄핵과 민간의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을 것이다.그러나 황후는 지금 금족령으로 인해 처소에 갇혀 있었고, 황제는 자연히 마음에 두는 이와 함께 앉고자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금영은 원비로 책봉되었다. 겉으로는 다른 세 명의 비와 동등한 품계였으나, ‘원’ 자가 지닌 무게감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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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연회는 시작되었다.황제가 금영에게 연근대를 집어 주며 조용히 말했다. “이 계절엔 연근이 덜 여물었지만, 연근대도 아주 맛있단다. 한번 맛보지 않겠느냐?”황제가 금영에게 음식을 집어 주는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황제의 그녀에 대한 총애가 점점 더 공공연해지고 있었다.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충동적으로 그러지 마십시오!” 이황자 소종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고, 곧이어 태자가 이쪽으로 걸어왔다.현비가 이황자를 바라보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원비의 탄일에 이 무슨 소란이란 말이냐? 얼른 사죄하지 않고 뭣 하는 게야?”이황자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폐하, 원비마마를 뵈옵니다.”금영이 영비가 되었든, 원비가 되었든 이황자에게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때, 태자가 성큼성큼 걸어와 앞에 서더니 금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봄날의 탐스러운 복숭아꽃처럼 눈을 떼지 못하게 예뻤다.태자의 시선이 금영의 손에 고정되었다. 금영의 손목에 감긴 옥팔찌를 발견한 태자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금영이 내가 선물한 팔찌를 차고 있구나!’예전에도 태자는 해마다 금영의 탄일에 맞춰 탄일 선물을 보냈었다. 금영이 회양에 있을 때조차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그러나 올해만큼은 그녀가 자신의 선물을 받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가 보낸 선물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차고 있었다. 예전의 모든 탄일처럼, 그가 준 선물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때는 이런 것들을 몸에 지니는 것이 미래 태자비의 신분을 드러내기 위함이라 여겼는데, 어째서 지금도… 이미 황제의 후궁이 되었으면서, 내가 준 팔찌를 하고 있다니, 무슨 뜻일까?’태자의 심장은 봄날 북소리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금영을 한 번만 보고 시선을 돌리려던 태자는 그녀의 손목에 감긴 팔찌 때문에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황제가 불쾌하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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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태자가 말을 이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께서는 비록 잘못을 저지르셨지만, 결코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제가 말을 끊었다. “닥쳐라!”더 볼 것도 없었다. 태자는 서 황후를 위해 간청을 온 것이었다.“황후는 중궁의 주인으로서 이간질과 말썽을 일삼았다. 짐이 황후의 권한을 빼앗고 금족령만 내린 것도 이미 너그러운 처분이거늘, 태자는 짐의 처분에 불만이 있는 것이냐?”황제가 냉랭하게 말했다.황제는 서 황후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 책임을 태자에게까지 묻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태자가 금영의 탄신 연회까지 와서 서 황후를 변호하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것에 불과했다.황제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네 효심을 참작하여, 방금 한 말은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다. 다시는 꺼내지 말거라.”태자가 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영…”황제의 경고 어린 눈빛에 태자가 서둘러 변명했다. “소자가 실언하였사옵니다. 영비마마가 아니라 원비마마였지요.”태자가 말을 이었다.“원비마마, 어마마마께서 평소에 마마를 잘 대해주셨사옵니다. 이번에는 언행이 지나치시긴 했으나, 결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옵니다. 부디 지난날의 정을 생각하셔서, 어마마마께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황제가 금영 때문에 서 황후를 벌했다고 여기는 태자였다. ‘금영은 아직 내게 옛정이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저 팔찌를 하고 있을 리 없다. 내가 부탁하면 금영도 반드시 들어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금영은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해, 서 황후를 궁지로 내몰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서 황후를 위해 간청을 하라고? 꿈도 꾸지 마라!’금영이 황제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태자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황후마마께서는 그저 언행이 지나쳤을 뿐이지, 큰 잘못을 저지르신 것은 아니옵니다. 신첩은 단지 뱃속이 불편하여 태기가 놀랐던 것뿐이옵니다. 이 때문에 종일 근심하고 우울해하였으나, 태교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옵니다.”금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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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이황자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폐하와 원비마마께서 소자를 너무 나무라지 마시옵소서!”금영은 사실 이황자와 동갑이었다. 하여 이황자가 모비 대우를 하며 극진히 예를 갖출 때마다 금영은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황자가 태자를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임을 알고는 오히려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금영도 미소를 살짝 지었다. “나무랄 것이 있나요.”이때 황제가 냉랭하게 태자를 쳐다보았다. “일어나거라!”황제도 금영의 탄일 연회에서 태자를 벌해 경사스러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태자는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에 앉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황제와 나란히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옥팔찌는 햇빛 아래에서 맑고 투명한 빛을 반사하며 그의 눈을 아프게 했다.‘금영아, 너는 본래 나의 여인이었어야 했다!’그때, 황제의 차가운 눈빛이 태자에게 향했고, 그 속에는 태자를 향한 경고가 서려 있었다.“태자.”태자가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답했다. “아바마마, 모두 소자의 잘못이옵니다. 소자가 어마마마를 잘 타일러, 잘못을 깨닫고 고치도록 하겠사옵니다.”이 말에 황제는 다소 누그러진 얼굴로 무심하게 말했다. “너는 태자로서 법도를 중히 여기고 바르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황후처럼 언행을 가벼이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탐내서는 안 될 사람을 탐내지 마라!’만약 황제가 직접 태자와 금영의 혼인을 내리지 않았다면, 태자가 이렇게까지 금영에게 미련 두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태자는 황제의 이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반 시진이 흘렀고, 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 먹었느냐?”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황제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모두 물러가거라.”말을 마친 황제는 몸을 일으켜 금영의 손을 잡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리를 떴다.“황제폐하, 원비마마를 배웅하옵니다!”사람들이 함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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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금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나는 오직 나만의 것이다.’하지만 금영의 말에 황제의 눈빛은 오히려 어두워졌다. 그가 다시 물었다.“태자와의 혼인을 파하고 후궁으로 입궁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느냐?”금영은 비로소 황제가 평소와 다른 연유를 깨달았다.오늘 태자가 무슨 바람이 들어 갑자기 서 황후를 변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태자의 행동은 다소 어리석어 보일 수는 있으나, 이 또한 지혜롭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태자가 서 황후를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냉정하다는 인상을 주어 황제의 의심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태자가 변호하러 왔기에, 황제는 크게 노하셨지만, 태자가 정을 중시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설령 태자가 서 황후를 변호한다는 말이 퍼져도 사람들은 태자가 효를 중시한다고 여길 것이다.그럼에도 황제가 이처럼 평소와 다른 까닭은, 바로 태자가 연회 내내 금영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금영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자신을 향하는 태자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금영도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태자는 그저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여 그녀가 먼저 지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히 말을 꺼내면 오히려 그녀만 억지로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런데 황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금영의 맑은 두 눈이 밝게 빛났고, 목소리에는 확고함이 가득했다.“신첩은 후회하지 않사옵니다!”그녀는 진심으로 후회하지 않았다!게다가 후회가 무슨 소용이랴.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그녀는 이 길을 택할 것이다.당시 상황에서 이것이 그녀의 유일한 길이었다. 서 황후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황제가 금영을 꿰뚫어 보듯 바라보며 물었다.“진심이냐?”황제가 의심할 줄은 몰랐던 금영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여 눈을 깜빡이며 웃음을 띠었다. “폐하, 만일 신첩이 거짓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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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말을 어찌 전부 믿을 수 있겠는가? 전생에 그렇게 태자를 믿었건만, 어찌 되었는가?’황제는 그제야 화가 풀렸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다. 금영은 침상 위에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고, 옥팔찌를 낀 두 손은 여전히 황제의 가슴팍에 붙잡혀 있었다. 금영은 황제의 뜨거워지는 숨결과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황제가 목멘 소리로 말했다. “금영아.”금영이 그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금영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황제가 질투심에 그녀와 다투다가, 어느새 그 일은 잊은 듯 두 사람은 옷깃이 흐트러진 채 정을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는 여전히 금영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손을 붙잡아 자기 몸에 갖다 댈 뿐이었다. 그녀의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에 걸린 옥팔찌 때문에 황제의 욕망이 더 치솟았다. 금영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온몸을 황제의 품에 파묻었다. 황제의 가슴팍이 들썩였고, 간혹 옥팔찌가 황제의 검은 옥반지와 부딪혀 맑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다행히도 황제는 옥팔찌의 출처를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아마 오늘 밤 소녕전에서 화병으로 눈을 감았을 것이다.물론 금영도 몰랐다. 알았다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절대 착용하지 않았을 것이다.태자도 금영이 이 팔찌를 차고 황제와 정을 나눌 줄은 몰랐을 것이다.*한편, 태자는 이미 태자부로 돌아와 있었다. 금영을 위한 연회 자리에서 실수를 할까 봐 태자는 감히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다. 그래서 태자부로 돌아오자마자 사람을 시켜 술을 가져오게 했고, 한잔 두잔 끝없이 들이켰다. 배명월이 들어왔을 때는 태자가 이미 만취한 뒤였다. 배명월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때는 그렇게 인품이 맑고, 고결하며 군자다웠던 태자가, 이렇게까지 실의에 빠져 초라해질 줄은.“전하, 그만 드십시오.”배명월이 한마디 권하자, 태자는 짜증스럽게 그녀를 밀쳤다.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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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금영아, 나를 떠나지 말아다오.” 태자는 배명월을 껴안았다. 마치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을 놓칠까 봐 두려운 것처럼 꼭 붙잡았다.배명월은 오랜만에 태자와 이렇게 가까이했다. 이것은 그녀가 꿈에도 바라던 것이었다.그녀는 태자와 다시 화해하고, 전처럼 그의 품에 기대어 그의 다정한 말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지금, 이 광경은 그녀가 바라던 것과 대개 비슷했다. 다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은 금영이었다.탐욕스럽게 태자의 품에 기댄 배명월의 눈에 뒤틀린 증오가 서려 있었다.그녀는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태자비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 태자는 배명월을 자기 몸 아래로 눌렀다. 그녀의 옷고름을 풀려는 순간, 태자는 배명월의 두 눈을 보았다. 배명월의 눈도 나름 예쁘기는 했지만, 금영의 환하고 맑은 눈에는 미치지 못했다.태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배명월을 바라보았다.“분명 자매인데, 어찌 이리 다른 것이냐? 금영의 아름다움에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하구나!”배명월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한 기분이 들었다. 술에 취한 태자는 그녀를 금영으로 착각한 것도 모자라, 금영을 닮지 않았다며, 금영의 미모에 미치지 못하다며 비난까지 했다. 눈물을 머금고 몸을 일으키려던 배명월을 태자가 거칠게 밀치더니 차갑게 말했다. “꼴 보기도 싫으니 당장 꺼져라!”‘배명월만 아니었다면, 나와 금영은 진작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금영이 폐하의 후궁이 되는 일도 없었을 테지!’배명월이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전하…”이 한마디는 참으로 순수하고 측은했다. 예전 같으면 그의 마음도 진작 약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태자의 머릿속은 옥팔찌를 찬 금영이 황제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극도로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배명월을 바라보았다.“불쌍한 척은 그만두어라! 이미 태자비가 되었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단 말이냐?”배명월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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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이어 황제가 금영의 손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금영아, 오늘 수고했다.”그 말에 금영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이게… 이게 무슨 수고라고!’황제가 금영의 부끄러움을 알아채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웃지 마십시오!” 금영이 두 눈을 크게 뜨고 황제를 노려보았다.황제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어린 소녀가 어찌 이리 억지가 심한 것이야? 짐은 황제다. 한데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단 말이냐?”금영이 중얼거렸다.“아이까지 가졌는데, 폐하께서 아직도 신첩을 어린 소녀로 부르시면, 남들이 비웃을 것이옵니다.”황제는 이 말을 듣고 조심스레 금영의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이가 있어도, 너는 언제나 짐의 어린 소녀다.”황제는 금영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니, 금영은 그에게 영원히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금영은 이른 아침 눈을 떴다. 그녀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소녕전을 나섰다.서 황후가 금족령을 받았던 탓에, 금영은 황궁의 공기가 한결 맑아진 것 같았다.이 원사가 적당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기에, 금영은 곧장 어화원으로 향했다.이른 아침의 어화원은, 오가는 궁인들을 제외하면 꽤 조용했다.오월이 되니, 복숭아꽃과 살구꽃, 서부해당은 모두 떨어졌고, 몇 그루의 백일홍만이 활짝 피어 있었다.금영이 다가가 꽃을 감상하려는 순간, 화려한 예복을 입은 여비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해수가 이 광경을 보고 얼른 금영에게 고개를 돌렸다.“마마?”해수는 계속 나아가야 할지, 자리를 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바로 방향을 돌리면 마치 금영이 여비를 피해 도망가는 듯한 느낌을 줄 터이고,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제정신이 아닌 여비가 또 어떤 불길한 말을 내뱉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금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여비가 금영을 흘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이게 누군가, 원비가 아닌가? 소녕전에서 태교나 하고 있을 것이지, 왜 나온 것인가? 이러다가 낙태라도 하면 어찌하려고?”금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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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여비가 말을 이었다. “앞날이 어찌 될지 누가 알겠나! 이번에 아이를 잃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에도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게!” 여비가 살짝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설령 그 아이를 무사히 낳는다 해도 반드시 잘 자란다는 보장은 없지 않겠는가!”여비의 이 말에 금영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회임 중이었던 금영은, 이런 불길한 말을 계속 듣고 있을 수 없었다.금영은 눈앞의 여비를 바라보았다. 여비의 눈에 담긴 혐오는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수원과 마차 사건으로 여비에게 고마운 감정만 들지 않았어도, 아무리 성격 좋은 금영이라 할지라도 지금쯤은 화를 냈을 것이다.그러나 계속된 여비의 악담에 금영도 화가 치밀었다. ‘내가 오해한 것인가? 이런 사람이 내게 넌지시 알려줬을 리가 없다.’금영은 여비에게 직접적으로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지만, 표정은 이미 차가웠다. “감사 인사를 받아들이든 말든, 본궁은 이미 인사를 드렸사옵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다른 일은…”금영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본궁은 이 아이를 무사히 낳을 것이고, 반드시 잘 키울 것이옵니다.”여비가 비웃으며 말했다.“본궁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니, 절대 실망하게 하지 말게!”여비는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떠났다.여비의 몸종 자운이 곁에서 한마디 보탰다.“마마, 원비마마께서는 폐하의 총애를 한 몸으로 받고 계시온데, 이리 맞설 필요가 있었사옵니까?” 여비는 그 말에 대한 답을 하는 대신, 자신의 평평한 배를 쓰다듬었다.이어 여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비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구나… 본궁은 회임했을 때의 느낌을 거의 잊어버렸는데.”‘이제는 뱃속의 아이가 움직이겠구나.’그렇게 생각하며 여비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평소의 광기나 비아냥 대신, 억눌린 고통만이 드러나 있었다. 금영과 여비가 다툰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후궁 전체에 퍼졌다.금족령으로 서봉전에 갇힌 서 황후는 평소보다 더 음울해져 있었다.서봉전의 궁인들은 감히 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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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조씨가 한참 동안 설득한 끝에, 서 황후는 겨우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며칠 후, 소녕전에서 황제를 배웅한 금영은 화장대 앞에 앉아 단장하고 있었다.해수가 금영의 부드럽고 검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웃었다.“마마, 전보다 살도 좀 오르시고, 얼굴도 더 환해지고 예뻐지셨사옵니다. 폐하께서 마마를 총애하시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금영도 미소를 지었다. 무릇 사내라면 아름답고 어린 여인을 좋아하기 마련이다.금영은 황제의 이런 총애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여 미래를 위한 길도 닦아두어야 했다. 서 황후나 현비 같은 이들은 황제의 총애 없이도 후궁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었다. 이는 황제의 후사를 낳아서가 아닌, 가문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여비 또한 뒤에 어떤 세력을 등에 업고 있었다.그러나 금영은 황제의 총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금영은 절대 간사한 것이 아니었다. 전생에 한 번 죽음을 맞이해본 사람으로서, 간사하지 못했더라면, 황제의 총애도 입지 못했을 것이고, 진작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금영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영안후부는 요즘 별일 없느냐?”전생의 흐름대로라면, 배경천과 심연희의 혼례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즈음, 배경천이 난리를 피우며 혼인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혼례를 앞두고 바깥에 둔 첩실을 집으로 들이려고도 했다. 전생에 영안후부는 이 일을 감쪽같이 덮었고, 시집을 온 심연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를 내며 친정으로 돌아갔다. 심가는 청렴한 집안으로, 심연희의 부친은 국자감에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심연희 또한 학식이 높고 예의 바르게 자랐다.금영은 진심으로 심연희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여인이 배경천에게 시집간다면, 그야말로 백옥에 흠집이 나는 격이었다. 물론 심연희가 마냥 아까워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금영도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배경원과 금영은 한배를 탔고, 심연희가 그런 배경원에게 시집간다면, 심가는 보물 같은 여식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배에 탈 것이었다. 예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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