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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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태자는 답하는 대신 배명월이 똑바로 보는 앞에서 한 쌍의 옥팔찌를 상자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이윽고 그는 팔찌가 담긴 상자를 배명월에게 내밀었다. 배명월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전하?” 굳이 가까이에서 보지 않아도, 옥팔찌의 빛깔은 아주 훌륭했다. ‘전하께서 내게 하사하시려는 것일까?’배명월은 정교한 화각이 새겨진 나무 상자를 받아 들기 위해 조심스레 손을 뻗으며 교태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은혜를 베풀어주시어 감사하옵니다.” 배명월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차갑게 죽어 버렸던 심장이, 이 짧은 찰나에 다시 세차게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태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영비의 탄일이나, 내 친히 영비를 찾아갈 수 없으니 대신 이 팔찌를 탄일 선물로 전하거라.”태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동생이 언니에게 선물을 전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니.”화사한 미소를 짓던 배명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말했다. “전하, 지금 신첩더러 이것을 배금영에게 바치라는 말씀이옵니까?”태자가 안색이 어두워졌다. “배금영이라니? 엄연히 맏언니가 아니더냐! 앞으로 예를 갖추거라!”태자가 대놓고 금영을 두둔할 줄은 몰랐다. 전에는 그저 약간의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있는 것에 불과했으나, 사냥터에서 돌아온 이후로 배금영을 향한 태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 같았다!태자는 배명월을 빤히 응시하며 안색을 굳혔다. “명월아, 속히 걸음을 옮기거라. 늦으면 아니 되니!”거절하려던 배명월을 향해 태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명월아, 거절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으나, 그 나직한 어조에는 위협이 깃들어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배명월은 태자의 경고 따위는 가볍게 무시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친정집에는 그녀를 비호해 줄 사람이 없었고, 배경원과 그리 친하지도 않았으며, 시모인 서 황후도 그녀의 편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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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처음에는 금영의 이상을 자신의 기우쯤으로 여겼던 황제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누구라도 금영이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이 원사를 들라 하라!”황제가 사납게 외쳤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원사가 당도하여 금영의 맥을 짚었다.“마마의 맥상을 살피건대 옥체에 뚜렷한 병은 발견되지 않사옵니다. 하오나 마마께서 이토록 심신이 피폐해지신 것은 필시… 근심과 사심 때문으로 추정되옵니다.”이 원사가 고했다.“당장 짐에게 고하라! 어찌 된 것이냐?” 황제는 근심 어린 목소리로 금영을 추궁했다. 금영은 쥐어짜내는 듯,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폐하의 이토록 과분한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금영의 억지스러운 미소는 너무도 부자연스러웠고, 황제는 한눈에 그것이 거짓임을 간파했다. “신첩, 아무 일도 없사옵니다.”금영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누가 봐도 근심이 많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고문을 하여 진상을 캐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황제의 시선은 금영에서 해수에게로 옮겨갔다. “네 주인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알고 있을 터이지?”해수는 슬그머니 금영의 안색부터 살폈다. 황제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 금영이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며 신호를 보내는 것을 포착한 해수는 잔뜩 주저하는 얼굴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께서 이리도 행차하셨을 때만 해도 영비마마의 기분은 좋으셨사옵니다. 하오나 어찌 된 영문인지, 황후마마께서 물러가신 직후부터, 마마의 기분이 좋지 않으셨사옵니다.”금영의 마음을 완벽하게 헤아릴 수 없었던 해수는 감히 전말을 다 까발리지 못하고, 그저 금영의 눈짓만 살피었다. 황제는 다시 고개를 돌려 금영을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 “황후가 너를 괴롭히기라도 한 게냐?”금영은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옵니다! 황후마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사옵니다! 이 모든 것은 신첩의 부질없는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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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금영은 결국 가슴을 짓누르던 일을 털어놓았다. 이리 뱉어내고 나니, 도리어 통쾌해졌다.사건의 내막을 전해 들은 황제는 분노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금영에게 그 봉호를 주지 않기 위해, 이토록 비열한 이야기를 지어내는구나!’“해괴망측한 망언이다!”황제의 서늘한 눈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를 찾아가려던 황제는 금영의 애처로운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이 자리에서 명백하게 해명해 주지 않는 것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하며 잠에 들지 못할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짐이 과거 육가의 장녀와 혼약을 맺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나,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게다가 짐이 어찌 그 여인의 아명을 알겠느냐?”황제의 이마에 굵직한 핏대가 요동쳤다. 두 사람 사이에 맺어졌던 정혼에는 어떤 사사로운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이 대면한 것도 고작 두 번 뿐이었고, 말 몇 마디 섞어본 것이 다였으니, 친밀하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무엇보다 그 시절, 그녀에게는 은애하는 정인이 따로 있었고, 그의 마음에는…그녀가 파혼을 요구했을 때, 흔쾌히 파혼을 받아 들인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황후가 네게 그 봉호가 넘어가는 꼴을 볼 수 없어, 이리도 추잡한 짓을 벌였구나!”황제는 이내 살벌한 비웃음을 흘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들어 하던 봉호를 갑자기 이상한 핑계를 대며 거부한다 했더니, 다 그것 때문이로구나!’금영이 소성원을 들먹이며 봉호를 거부할 때부터 황제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오늘이 그녀의 탄일이었던 만큼 가급적으로 그녀의 뜻대로 해주려 했었다. 이제 차분히 되짚어보니, 소성원은 그저 그녀의 근심을 가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소성원 같은 인간이 어찌 금영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는가? 혹 내가 준 봉호가 그 여인과 연관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황제는 몸을 돌려 명황색 비단 두루마리를 집어 들고는 금영에게 다가섰다. “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다시 한번 선포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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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필시 배금영 때문에 폐하께서 저리 진노하신 거야.’배명월은 서둘러 소녕전으로 들어갔으나, 금영을 마주하기도 전에, 곁을 지키던 궁녀에게 가로막혔다. 해수가 배명월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태자비마마, 걸음을 멈추어 주시옵소서.”배명월은 불쾌하게 쏘아붙였다. “언니를 만나러 온 것도 번거롭게 고해야 한단 말이냐?”해수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곳은 엄연히 궁입니다. 태자비마마께서 저희 마마를 뵈러 오셨으니, 고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옵니다.”배명월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금영은 호기심이 생겼다. “안으로 들라 하라.”이러나저러나 여기는 엄연히 자신의 영역인 소녕전이었고, 배명월조차 그녀를 꺼리지 않는데, 그녀가 꺼릴 이유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온 배명월은 침상에 기대어 있는 금영을 발견하고, 억지로 예를 갖추었다. “영비마마를 뵙니다.”금영도 굳이 배명월에게 자신의 봉호가 원비로 바뀐 것을 교정해 주지 않았다. 금영은 덤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것이냐?”배명월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경사스러운 탄일인 만큼, 선물을 전하고자 이리 걸음 하셨사옵니다.”배명월은 곁에 서 있던 취옥에게 눈짓했고, 취옥은 붉은 나무 상자를 받쳐 들고 금영에게 직접 전하려 했으나, 곁에 서 있던 해수가 얼른 그 손을 가로막았다. 해당이 자신을 경계하는 기색을 보이자 배명월은 냉소했다. “해수에게 주거라.”어찌 되었든 배명월은 태자의 분부에 따라 선물을 금영에게 전해주었다.할 일을 마친 배명월이 다시 한마디했다. “한데 근심이라도 있는 것이옵니까? 방금 들어오던 길에 폐하와 마주쳤사옵니다. 폐하의 심기를 건드리신 것이옵니까?”배명월의 목소리 속에는 은근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군주를 모시는 것은 굶주린 호랑이를 곁에 두는 것과 같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니 언니가 누리는 그 호사도, 실상은 겉만 번지르르한 신기루일지 어찌 알겠사옵니까?” 배명월이 은근히 비웃었다.금영은 배명월의 얄팍한 주둥이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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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서 황후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마중을 나갔다. “폐하!” 안으로 돌진하듯 걸어 들어 황제는 앞을 가로막은 황후 때문에 걸음을 멈추었다. 서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굽혀 예를 갖춘 후, 친밀하게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급히 걸어오느라 삐딱해진 황제의 패옥을 정리해 주려 했다.그러나 서 황후의 화려한 금화 호갑투를 낀 손가락 끝이 미처 황제에게 닿기도 전에, 황제가 안색을 사납게 구기며, 팔을 들어 서 황후를 가차 없이 밀쳐 버렸다. 황제의 강한 힘에 서 황후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장신구들이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며 소음을 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잠잠해졌다. 서 황후는 하얗게 질려 버린 얼굴로 한참을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폐… 폐하?” 그동안 황제는 그녀를 무심하게 대했을지언정, 손을 댄 적은 없었을뿐더러, 이토록 무지막지한 힘을 쓴 적도 없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조씨는 놀란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서 황후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서 황후는 요동치는 심장을 가라앉힌 후, 간신히 평온함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폐하!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신첩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이옵니까?”황제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대가 금영에게 육가에 관한 일을 말한 것인가?”서 황후는 살짝 굳은 얼굴로 황제에게 따졌다. “폐하, 대체 무슨 말씀이옵니까? 금영에게 무슨 헛소리를 들으신 것이옵니까?”“헛소리? 짐이 오늘 금영에게 따져 묻지 않았다면, 그 아이 홀로 수치심을 삼켰을 것이다!”“신첩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신첩이 언제 금영에게 수치심을 줬단 말이옵니까?”서 황후의 반박에 황제가 서늘하게 웃었다. “정녕 육가의 여인을 언급하지 않았느냐! 정녕 짐과 그 여인이 정혼한 사실을, 원이라는 글자를 죽은 자가 사용했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황제는 설령 서 황후가 대놓고 그 사실을 금영에게 알리지 않았을지언정, 그녀에게 내린 그 봉호의 뜻을 금영에게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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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황제는 여전히 오리발을 내미는 서 황후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실소했다. “황후, 갈수록 짐을 눈에 두지 않는 것이로구나! 진상이 다 까발려졌는데도 발뺌을 하다니?” “설령 몇 마디 지껄였다 해도, 그것이 곧 대역죄이고, 황후의 성정상 고작 몇 마디에 그쳤을 리 만무하지 않겠느냐?”황제가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의 황제는 서 황후보다 금영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서 황후는 애당초 은밀하게 말문을 터놓아 유언비어를 퍼뜨린 후, 만에 하나 이 비사가 황제의 귀에 들어가 자신에게 화가 미치더라도, 그저 무심결에 튀어나온 실언이라 핑계를 댈 생각이었다. 유약해 보이던 금영이 기회가 찾아오자마자 자신을 구렁텅이로 내밀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 황후를 대역죄로 몰아갔다. 서 황후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손 상궁과 환옥이 신첩의 증인입니다! 신첩은 진정으로 무심결에 실언을 했을 뿐입니다! 고의로 영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의도는 없었사옵니다!”“무심코? 참으로 기가 막히구나! 네 증인이라는 자들은 너의 사람이니, 진상을 토할 리 없지 않겠느냐?”황제가 싸늘하게 비웃으며 서 황후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서 황후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금영이 황제에게 어떤 감언이설을 했기에, 황제가 그녀의 말만 믿고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영이 말한, 황제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곧 가장 큰 뒷배가 되는 것이다. 어떤 증좌도, 모략도 필요치 않았다. 황제야말로 이 황궁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다. 황제라는 검으로, 서 황후의 가슴을 찌르는 것이야말로 금영의 복수이자 그녀가 내리는 형벌이었다! 서 황후가 물었다. “폐하, 배금영을 그리도 믿사옵니까?”“그 아이를 믿지 않는다면, 그대를 믿으란 말인가?”황제가 차갑게 말했다. “하오면 신첩을 어찌 처분하실 정이옵니까?”서 황후가 뻔뻔하게 황제를 쏘아보았다. 어쨌든 그녀는 훗날 황제가 될 태자를 낳은 몸이었다.태자가 있는 한, 서가가 있는 한,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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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황제는 비록 서 황후에게 서봉전을 떠나지 못하는 벌을 내렸으나, 다른 이들이 황후를 찾아오는 것까지 금하지 않았다. 특히 태자와 태자비는 예외였다. 그 덕에 배명월은 무사히 서봉전을 들어설 수 있었다. “황후마마!”만면에 미소를 띠고 들어온 배명월은 속히 소녕전에서 목격한 일을 서 황후에게 알리지 못해 안달이 난 기색이었다. 초췌한 기색으로 앉아 있던 서 황후는 배명월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배명월을 힐끗 바라보았다. 공을 세울 생각에 잔뜩 들떴던 배명월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황후마마, 신첩이 방금 소녕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아시옵니까?”안색이 차갑게 가라앉은 서 황후는 배명월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싸늘하게 물었다. “무엇을 보았느냐?”배명월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소녕전에서 나오시던 폐하와 마주쳤사온데, 불같이 화내시면서 자리를 뜨신 거로 보아, 배금영이 필시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힌 듯하옵니다!”배명월에 말에 서 황후가 홀연히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배명월을 응시했다. 서 황후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던 배명월은 오늘 배금영의 불행한 소식을 가져왔으니, 자비를 베풀 거라 여겼다. 배명월은 이제 어떻게든 서 황후의 비위를 맞춰야만 했다. 서 황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명월아, 이리 오너라. 본궁의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서 황후가 미소를 짓자, 곁에 있던 환옥과 조씨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숨소리를 낮추었다. 하지만 배명월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사뿐사뿐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금 더 가까이 오너라.” 서 황후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배명월이 앞으로 몇 걸음 더 다가섰고, 거리는 적당했다. 앉아 있던 서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리를 굽히거라.” 배명월은 영문도 모른 채 살짝 허리를 숙였고, 서 황후는 손을 뻗어 배명월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잔머리를 정돈해 주었다.서 황후가 자신에게 이토록 친근하게 대해줄 줄은 몰랐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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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태자가 배명월을 부인으로 맞이해야만, 비로소 하늘의 뜻을 이어받은 정통성을 만천하에 증명할 수 있는 법이었다. 서봉전을 나선 배명월은 태자부로 돌아가지 못했다. 태자가 당부한 일은 실패한 데다 서 황후의 진노까지 샀으니, 이대로 돌아갔다간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여 배명월은 발길을 돌려 영안후부로 향했다. 배명월이 갑작스레 찾아올 줄 몰랐던 영안후는 깜짝 놀랐다. 비록 지금은 후작의 작위를 보존하고 있으나, 허울뿐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셋째 배경원이 조정에 입문한 이후로, 황제는 배경원을 각별히 중용하는 듯했고, 영안후부 안팎의 대소사는 물론 조정의 중대사까지 모두 그에게 맡겼다. 정작 가문의 수장인 영안후에게는 그 어떤 소식도 전달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조정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영안후부는 세자 책봉 문제로 인해 전만큼 활기가 돌지 않았다.배경연은 황명을 받들어 머나먼 변방의 관직으로 떠났고, 배경천은 곁에 남아 있기는 하나 온종일 무얼 그리 바쁘게 돌아다니는지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으며, 심지어 외박을 일삼았다. 배경원은 친아비와 정을 나누기는커녕 오히려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두 딸마저 모두 시집을 가버렸으니, 겉보기에는 아직도 번듯한 영안후였으나 실상은 그저 외로운 독거노인과 다름없었다. 배명월이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와 문안을 올리자, 영안후는 내심 반가우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곧 배명월의 뺨에 선명하게 새겨진 붉은 상처를 발견하고는 안색을 굳혔다.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배명월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대답했다. “밖을 거닐다가 부주의로 나뭇가지에 긁혔사옵니다.” 영안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심 걱정스레 말했다. “부디 몸조심하거라. 만약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향후 어찌 국모의 자리에 오르겠느냐?” 설령 지금 금영이 황제의 총애를 받아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을지언정, 명월은 엄연한 태자비이기에 그녀의 앞날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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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영안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말을 마친 영안후는 곧장 창고로 향했다. 오늘이 금영의 탄일이었기에, 설령 영안후가 이 일에 마음을 쓰지 못했을지라도 배경원은 진작에 축하 선물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황실 후궁의 친정 가문으로서 탄일 선물을 보내는 것이니, 소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하여 배경원이 몸소 고심해 고른 선물 한 가지 외에도, 이미 아랫것들에게 명을 내려 창고에 여러 가지 보물을 엄선해 두었으니, 이참에 함께 들여보낼 심산이었다. 명색이 이 가문의 수장이었던 그는 배명월이 준 선물을 미리 준비되었던 탄일 선물 속에 손쉽게 끼워 넣을 수 있었다. 물건들이 궁으로 출발하기 직전, 배경원은 문제가 생기거나 분수에 넘쳐 불경한 물건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손수 낱낱이 점검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대로 황궁으로 보냈다.*한편, 소녕전에 있던 금영은 해수가 전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폐하께서 서봉전에 가시어 크게 진노하셨고, 그 길로 황후마마께 또다시 근신 처분을 내리셨다 하옵니다!” 말을 마친 해수가 입술을 삐죽였다. “천벌을 받아도 싼 노릇이오나, 노비가 느끼기엔 너무 가벼운 처벌인 것 같사옵니다! 황후의 지위를 박탈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지옵니다!” 해수가 이를 갈았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나직이 타이르듯 꾸짖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니, 말조심하거라.”말을 마친 금영은 한마디 보탰다. “엄연히 입을 잘못 놀려서 비롯된 과오일 뿐이니라. 폐하께서 설령 황후를 벌하고 싶으실지언정, 태자를 고려해서라도 그리 쉽게 폐위하진 못하실 터이지. 하물며… 황후의 뒤에는 서가와 태후가 버티고 있지 않느냐.”서 황후가 쥐고 있는 패는 너무도 많았다. 그러니 황제라 한들 손쉽게 폐위할 수 없을 것이다. 서 황후가 결단코 용서받지 못할 대역죄를 범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 그 결정적인 빌미를 그녀가 완벽하게 거머쥐지 않는 이상 폐위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서 황후는 아주 영민했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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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비록 생모를 그리워하며 살아왔으나, 실상 단 한 번도 생모의 품에 안겨본 적이 없었기에, 간혹 일상에 치이다 보면 낳아준 은혜를 깜빡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배경원을 생모의 적자 명부로 올려준 것 또한, 그저 오라비에게 정당한 신분을 쥐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이토록 지극한 정성을 쏟아부으며, 진심으로 돌아가신 선부인을 섬길 줄은 몰랐다.금영의 시선이 이내 탁자 위에 놓인 자그마한 오목 나무 상자로 향했다. 상자는 결코 새것이 아니었고, 손때가 묻어있었다. 그녀는 과거 조부의 탁자 위에서 그 상자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조부께서 생전에 아끼시던 유품이었다.조심스레 손을 뻗어 상자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투명하고 푸르스름한 광채가 은은하게 감도는 옥팔찌 한 쌍이 있었다. 곁에 서 있던 해수가 옅은 탄성을 내질렀다. “마마, 참으로 아름답사옵니다!” 해수는 금영이 그 팔찌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웃으며 말했다. “손탁, 무얼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맑은 정수를 떠다가 옥팔찌를 깨끗이 씻어 올리지 않고!” 설령 이 물건이 친정인 영안후부에서 보낸 안전한 선물일지라도, 무릇 금영의 입이나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이라면, 해수는 언제나 더 엄격하게 독성 여부를 검수하곤 했다.다행히도 그 팔찌에는 그 어떤 음험한 독도 숨겨져 있지 않았고, 맑은 물로 깨끗이 씻어내자, 더 투명하고 영롱하게 빛났다. 해수는 금영이 평소 차고 있던 백옥 팔찌를 받아내고, 새로 들어온 옥팔찌를 손목에 채워주었다. 마침, 화사한 분홍빛과 백색이 교차하는 고운 비단 저고리를 입고 있었던 금영은 청초한 팔찌까지 손목에 걸치자, 봄날의 만발한 벚꽃과 푸르른 버드나무 가지가 한데 어우러진 듯 눈부시게 빛났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고, 황제는 금영의 탄일을 축하하고자, 어화원에 황실 가연을 베풀었다. 만약 오늘이 단순히 금영의 탄일이었다면, 황제는 오직 그녀와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금영은 정식으로 원비의 책봉 성지를 수령했다. 이토록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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