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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모친의 말에 배경천은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배경천은 입을 살짝 벌렸다가 다물었다. 심연희와 혼인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했다.“경천아, 왜 그러는 것이냐? 혹 경원이 그놈이 너를 괴롭혔느냐?”송정희는 아들의 모습에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평소 배경천에게 혈통에 따라 귀천을 가르는 사상을 주입해 왔다.그래서 나중에 금영의 생모가 몸종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자연히 금영을 자기 아래로 여겼다.하여 서자인 배경원이 세자가 된 것도 몹시 못마땅해했다.배경천은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어머니, 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괴롭히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다. 배경원이 진정한 세자로 존중받는 것도 모자라, 그를 눈에 두지도 않는 것만으로도 배경천에게는 충분히 굴욕적이었다. 그는 오직 신설향에게서만 안심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경천아, 네가 심연희와 무사히 혼인한다면, 처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리되면 굳이 세자가 아니더라도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 게다가, 세자라는 자리는 언제든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송정희는 이 일을 계기로 영안후부로 돌아가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영안후부는 배금영과 배경원, 그 천것들에게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명월도…’송정희는 비록 이곳에 있지만, 배명월이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결국 자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배경천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계속 이곳에서 고생하게 두지 않겠습니다.”송정희가 더 이상 이곳에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그는 심연희와 혼인해야 했다. 배경천의 말에 송정희는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까지 맺혔다. “네 큰형이 자리에 없어 네가 이렇게 수고하는구나.”두 사람은 그야말로 모자간의 우애가 깊었다.그렇게 이틀이 지났다.혼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배경천은 여전히 평온했고, 진정으로 심연희와 혼인할 기세였다.그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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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황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곁에 있던 손복안이 웃으며 한마디했다.“현청전에서 소녕전으로 오시는 길에 폐하께서 우연히 자형화를 보시고, 친히 몇 가지를 꺾으셔서 마마께 드리려고 하셨답니다.”위명은 문 앞에 서서 손복안이 하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간신이 따로 없구나! 어디에나 나서는구나!’금영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감동한 기색이 역력했다.금영이 손을 내밀어 꽃을 받으려 하자, 황제는 웃으며 오히려 손을 들어 올렸다. 금영이 눈을 깜빡이며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에게 주시는 게 아니었사옵니까? 어찌 안 주시는 것이옵니까?”황제가 웃으며 분부하셨다.“물을 담은 백자병을 가져오거라.”황제는 말을 덧붙였다.“가시에 찔리면 큰일이다.”“너의 손은 특히나 섬세하게 가꿔야지.” 황제의 뒷말에 금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타올랐다.‘폐하께서, 일국의 군주로서 어찌 저런 말을 태연히 내뱉는단 말인가?’화가 난듯한 금영의 얼굴에 황제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그녀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차렸다. ‘금영이 설마 그런 뜻으로 여긴 것인가?’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가볍게 짚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저 금영이 가시에 찔릴까 봐 걱정했을 뿐이었다. 행복하기 위해 입궁한 그녀였기에, 그녀를 어떤 위험에도 내놓고 싶지 않았다.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며 나긋하게 말했다. “짐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면, 믿겠느냐?”금영은 마치 털을 곤두세운 작은 짐승처럼 황제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니, 그것이야말로 무슨 뜻이옵니까? 폐하께서 이미 그리 말씀하셨으면서, 어찌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시는 것이옵니까?”손복안은 백자병에 물을 채우러 밖으로 나갔다가, 문 앞에서 기둥처럼 서 있던 위명과 마주쳤다.위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손복안을 붙잡았다.“폐하와 원비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위명은 함부로 성심을 헤아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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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금영이 황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친정집이 조금 그리워졌사옵니다.”“안성당에 있는 자형화 한 그루도 조부님께서 직접 심으신 것이옵니다.” 금영이 계속해서 말했다.황제는 금영이 선대 영안후를 언급하며 친정집이 그립다고 하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이어 황제가 금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금영이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폐하? 어찌…”황제가 호탕하게 웃었다.“친정집이 그립다고 하지 않았느냐? 짐이 데려가 주마.”금영이 언제쯤 황궁을 집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입궁한 이상 궁 밖에서 혼인한 여인들처럼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처지인 것에 황제는 늘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금영은 자신의 두 마디 때문에 황제가 정말로 영안후부로 데려가 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친정집에 가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설령 가지 않더라도 배경원을 만나고 싶었다. 그에게 직접 전해야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영은 황제에게 이끌려 궁을 나가는 마차에 오를 때까지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폐하, 이는 법도에 맞지 않사옵니다. 신첩은 후궁인데, 어찌 마음대로 궁 밖에 나갈 수 있겠사옵니까?”황제가 가볍게 웃으셨다.“네가 입궁하기 전부터 짐은 네게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옥패를 주지 않았느냐? 이제 입궁까지 한 너를 전보다 못하게 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확실히 금영은 입궁한 후 성격이 많이 어두워졌다. 최근에야 조금 활발해지긴 했으나, 황제는 그녀를 너무 억압하고 싶지 않았다. “법도라니? 네가 법도를 그리 중시했다면, 직설전에서… 짐이 누군지 알면서도…” 황제가 말을 멈추고 금영을 흘깃 쳐다보았다.금영은 황제가 자꾸 직설전의 일을 떠올리는 것을 발견했다.보아하니 직설전에서 그녀가 황제를 이용하고 도망친 일이 황제에게 꽤 큰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다.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황제가 금영을 품으로 끌어당기며 물었다.“만약 그날 직설전에 있던 사람이 짐이 아니었다면 어쩌려고 했느냐?”‘어쩌려고 했느냐고?’금영은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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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벽 위에는 드넓은 사막에, 한 여인이 말을 달리고 있는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유난히 자유로워 보였다.그림으로 볼 때, 금영은 천성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었다.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궁 생활이 자유롭지 않다고 여기지 않느냐?”금영은 시선을 떨구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눈빛은 맑고 또렷했다.“궁중은 규율이 많으니, 당연히 궁 밖만 못하옵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신첩은 한 여인으로서, 이미 천하의 모든 여인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 올랐사옵니다.”선택사항이 더 있었다면, 그녀도 이 길을 택하지 않았겠지만, 이미 선택한 이상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망설이고 후회해 봤자, 자신만을 괴롭힐 뿐이었다. “폐하, 마마, 영안후 세자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손복안이 들어와 아뢰자,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들여보내라.”배경원이 들어와 공손히 예를 올리고 금영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조용히 곁에 서 있었다.금영이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함께 어머니께 향을 올리러 가는 것이 어떠하옵니까?”말을 마친 금영은 황제의 의견을 묻듯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가 반대할 리가 없었다.다만 황제가 친히 영안후부의 사당에 가서 금영의 생모에게 향을 피우고 절을 할 수는 없었다.금영도 잘 알고 있었기에,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신첩, 금방 돌아오겠사옵니다.”태자가 웃으며 말했다.“서두를 것 없다. 조심히 움직이거라.”그러고는 배경원을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원비를 잘 보살피게. 무슨 사고라도 생긴다면,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니!”배경원이 재빨리 손을 모아 아뢰었다.“소신, 분부를 받들겠사옵니다.”금영을 따라 안성당에서 나온 배경원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마마, 어찌 갑자기 여기까지 오신 것이옵니까? 소신에게 친히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사옵니까?”금영은 똑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을 좋아했다.그녀는 곧장 배경원에게 물었다. “오라버니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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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금영이 한참을 웃다가 말했다.“본궁에게 원하는지, 원치 않는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금영이 잠시 뜸을 들였다.“제 신분을 신경 쓰지 마세요. 무엇보다, 저는 오라버니께서 행복하셨으면 합니다.”금영은 이미 원비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마치 오라비를 걱정하는 누이처럼 진심으로 배경원을 생각했다.배경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목소리에 진지함이 더해졌다.“소신, 혼인을 원하옵니다.”금영이 배경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진정으로 원하십니까?”그녀는 배경원이 대국을 위해 마음에도 없이 선택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배경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예전 같으면 감히 심 소저 같은 분과 혼인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지금 그분과 혼인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소신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복이옵니다.”“다만, 심 소저는 어찌합니까? 소신은 억지로 혼인을 강요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배경원의 말에 금영은 곧장 신설향의 주소를 알려주었다.금영에게 모든 진실을 들은 배경원은 눈앞의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금영이가 직접 영안후부에 돌아온 걸 보니,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벌써 다 생각해 둔 게 분명하구나.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된 나이에, 저리 순수하고 해맑은 얼굴로 이렇게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꾀를 짜내다니…’배경원은 금영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원비마마, 감읍하옵니다.”금영은 사람을 보내 전갈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직접 영안후부까지 와서 그에게 말했다. 그녀가 오라비인 그를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금영도 사람의 마음이란 계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그녀와 배경원은 전조와 후궁에서 서로 의지해야 할 터이니, 이익 외의 것도 조금씩 쌓아가야 했다.이 일은 이렇게 결정되었다.이 일이 배경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금영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어차피 배경천도 금영을 신경 쓴 적이 없었으니, 그녀가 미안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금영이 모친에게 향을 올리고 나서야 다시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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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지금의 금영은 황제와의 관계에서 조금은 요령이 생겼다.아무리 충성스럽고 순종적으로 굴어도, 황제는 가시 돋친 꽃을 더 선호했다.정말로 도망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때때로 가시를 세워 황제의 마음을 살짝 찔러, 그가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총애를 얻게 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황제는 금영의 말에, 품속의 금영을 더욱 꼭 안으며 이를 악물었다.“배금영, 짐이 너를 너무 총애한 것이냐? 네 담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구나!”금영은 조용히 생각했다. ‘사실 담력이 커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담력 같은 것이 없었기에 태자의 약혼녀라는 신분으로 폐하께 접근한 것이옵니다.’금영이 영안후부에 돌아온 목적은 배경원과 이 일을 직접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황제가 따라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쨌든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영안후부에 머물 필요도 없었다.두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함께 영안후부 밖으로 나갔다.영안후부 문 앞에 이르자, 마침 밖에서 돌아오던 배경천과 마주쳤다. 금영이 이곳에 있을 줄 몰랐던 배경천은 잠시 당황했다. 황제와 금영을 배웅하러 나온 영안후가 배경천을 보며 호통을 쳤다.“멍하니 서서 뭣 하는 것이냐?”배경천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황제와 금영에게 예를 갖췄다.“폐하와 원비마마를 뵈옵니다.” 배경천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황제가 입을 열려는 순간, 금영이 황제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폐하,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초수 하나를 사고 싶사옵니다.”황궁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그러나 금영의 입에서 초수가 나오자, 황제는 그날 금영과 주작거리에서 먹었던 연화 초수가 떠올랐다. 황제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좋다.”금영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황제는 배경천을 일어서게 하는 것도 까먹었다.금영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무심코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경천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이때 금영이 몸을 돌려 배경원에게 한마디했다.“셋째 오라버니, 본궁은 좋은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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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배경천은 예전에 금영에게 매우 잘해 주었지만, 후에 배명월에게 홀려버렸다.배명월만 아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그는 배명월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금영을 멀리한 것도 모자라 그녀를 깎아내리기까지 했다.“영안후께서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노하셔서, 이공자께 가법을 내리셨는데, 몽둥이 하나를 부러뜨리셨답니다! 노비가 보기엔, 자업자득이옵니다!” 해수가 이어 말했다.금영은 이 말에 웃으며 말했다.“자업자득이지.”“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금영이 화제를 돌렸다.그녀는 사실 배경천의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지금의 배경천은 낯선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해수가 말했다.“바로 그때, 삼공자께서 심가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나서셨고, 자신이 심 소저와 혼인을 올리겠다고 하셨다 하옵니다.”금영은 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셋째 오라버니께서 이런 영웅적인 구출 작전을 꾸밀 줄이야. 둘째 오라버니와 달리 훨씬 똑똑하구나.’금영은 본래 자신의 신분을 내세워 사혼할 생각이었으나, 이제 와서 보니 그녀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 “하여 심가는 어찌했느냐?”해수가 재빨리 답했다. “혼인 상대가 이공자에서 세자로 바뀌었으니 좋은 일이긴 하나, 심가는 얼마나 청렴한 집안입니까? 처음에는 영안후부에 모욕을 당했다고 여겨, 다시는 혼인을 맺지 않으려 하셨으나, 다행히 심 소저께서 나서서 혼인을 원한다고 하셨답니다.”하여 영안후부와 심가는 마침내 혼인을 맺게 되었다.금영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후궁에서는 이 일을 두고 수많은 의심과 추측이 오갔다.현비가 경춘궁에서 나와 곧장 서봉전으로 향했다.서 황후는 밖으로 나올 수 없었지만, 현비는 후궁의 일을 묻는다는 핑계로 그녀를 찾아갈 수 있었다.지금은 현비가 서 황후를 대신해 후궁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현비가 서 황후를 찾았을 때, 서 황후는 마침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현비는 부처님 앞에 무릎 꿇은 서 황후를 바라보며 예를 갖췄다.“황후마마, 송구하옵니다. 요즘 신첩이 후궁의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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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서 황후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하지만 현비의 말도 일리가 있다. 배금영은 참으로 야심이 크구나!”서 황후는 전에 금영이 오직 미색으로 황제를 현혹했기에, 설령 훗날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대세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황제의 자리에는 태자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오늘 금영이 심가를 끌어들인 일은 서 황후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서 황후 같은 사람은 늘 위험이 싹을 트기 전에 잘라 버리는 것을 좋아했다.서 황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배금영 그것이 아이를 낳든 말든 그건 나중 일이고, 적어도 본궁 눈앞에서 세력을 키우는 건 좌시하지 않겠다.”서 황후의 뒤에는 서가가 있었다. 배금영이 아무리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도, 서 황후에게 맞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금영이 세력을 키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 황후의 표정이 더욱 음울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마마, 영안후부는 어쨌든 태자비의 친정이옵니다. 배경원은 원비의 오라비일 뿐만 아니라, 태자비의 오라비이기도 합니다. 만일 태자비께서 영안후부의 세자와 잘 지낸다면, 굳이 이 혼사를 깨뜨릴 필요도 없지 않겠사옵니까?” 조씨가 다른 각도에서 이 일을 바라보며 말했다.서 황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에 일리가 있다. 명월에게 전갈을 보내라. 영안후부에 자주 드나들라고…”영안후부 하나는 신경 쓸 가치도 없지만, 심가까지 얽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 황후는 배명월이 친정과의 인연을 이어 나가며, 영안후부의 소식을 계속 전달해 오길 바랐다. 어느덧 유월이 되었고, 금영의 배는 조금 더 불러왔다.그녀가 회임한 지도 벌써 다섯 달이나 되었다.금영은 식욕을 완전히 되찾았다. 더 정확히는 하루 세 끼를 먹어도 항상 배가 고팠다.금영이 한가로이 소녕전에 앉아 있을 무렵,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해수가 이내 안으로 들어왔다.“현비마마께서 또 내무부에 명하여 마마께 각종 음식을 보내셨사옵니다.”지금은 현비가 중궁의 권한을 맡아 후궁의 내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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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하오면 마마, 음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이 아니면, 아까는 왜 그러신 것이옵니까?” 해수의 질문에 금영이 답했다. “이 음식들은 겉보기에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본궁이 조절하지 않고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 것이다.”금영이 잠시 뜸을 들였다.“몸매가 망가질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난산으로 우리 둘 다 목숨을 잃을 테지.”금영은 전에 교습 상궁에게 궁중에는 음식을 계속 보내는 것으로 황제의 총애를 잃게 하는 수단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또한 금영이 말한 대로였다.음식을 많이 먹은 후궁은 배에 주름이 생기고 몸매가 망가지면서 황제의 총애를 잃을 것이다.더 심한 경우, 아이가 너무 크는 바람에 난산으로 둘 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설령 산모와 아이 중 하나가 살아남더라도 그 후의 삶은 쉽지 않을 것이다.금영은 현비의 속내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스스로 그 함정에 빠질 수는 없었다.배가 고파도 참는 것이, 출산할 때 위험을 피하는 길이었다.해수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마마께서 현명하시어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만약 그대로 보양식을 드셨다가 문제라도 생긴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일이지요!”“평소 그렇게 조용하고 온화해 보이시는 현비마마께서 이런 수단을 쓰실 줄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해수가 감탄하며 말했다.금영이 웃으며 말했다.“이것이야말로 흔적 없이 살인하는 방법이란다.”“본궁이 조절하지 않고 함부로 먹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것은 오로지 본궁의 책임이다. 좋은 뜻으로 음식을 보낸 현비마마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금영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이 후궁에서 살아남은 사람 중에 단순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황후마마와 현비마마,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여비마마라 할지라도… 모두 자신만의 속내가 있는 법이다.”해수가 금영을 가엾게 바라보았다.그러나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셋째 오라버니를 위한 축하 선물은 어찌 되었느냐?”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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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배명월은 취옥을 가볍게 꾸짖었다.“취옥아!”말을 마친 배명월은 배경원을 바라보며 나직이 읊조렸다.“오라버니, 괜찮습니다. 오라버니께서 좋아하신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아프지 않습니다.”그러면서 배명월은 그 백자납복도를 배경원 앞으로 내밀었다.배경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심한 듯 말했다.“예전에는 이런 솜씨가 있으신 줄 몰랐사옵니다.”배명월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예전에 배경천에게 손수 만든 물건을 수없이 선물하며 남매의 정을 다져왔다.심지어 나중에 돌아온 배경연에게도 빠뜨리지 않고 선물을 보냈다.그러나 배경원에게는 한 번도 준 적이 없었다.배명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오라버니, 혹 제가 태자전하와 혼인할 때 오라버니를 소홀히 대해 화가 나신 겁니까?”배명월이 눈썹을 내리며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오라버니께서 이리 화내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혼인 준비로 너무 바빠, 그만 오라버니를 소홀히 대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배명월은 금영처럼 단아하고 빼어난 미모는 아니었지만, 외모가 사랑스러운 편이었다. 특히 항상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척하는 태도는 사람들의 연민을 사기에 충분했다.배경원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다.“당치 않사옵니다. 소신은 그런 일을 마음에 담은 적이 없사옵니다.”“오라버니, 어찌 저와 이리 거리를 두는 것입니까? 저는 태자비이지만, 오라버니마저 저를 태자비마마라고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 누이나 명월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배명월의 말에 배경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법도에 엇나옵니다.” “태자비마마의 축하 선물은 감사히 받겠사옵니다.”배경원이 손을 들어 그 선물을 받아들였다.내일이 혼삿날이었던 배경원은 배명월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태자비마마께서는 앞으로 이렇게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배경원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이리 복잡한 수예품을 직접 수놓으려면, 가장 숙련된 수녀라도 두 달은 족히 걸릴 것이옵니다. 마마께서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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