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도 밝혀졌으니, 엄중히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여기가 지금 어떤 곳입니까? 작산 행궁 안에서도 이런 불길한 짓을 저지르다니, 간덩이가 부은 것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습니다!”배경천이 이를 악물며 상황을 결론짓듯 말했다.최근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자비 자리에 금영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일을 겪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왜 배명월이 저주술을 이용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현 황제 때문이었다. 황제는 저주술을 매우 혐오했다. 작산 행궁에서 벌어졌던, 밖에서 벌어졌던, 중요하지 않았다. 금영이 저주술을 이용해 동생을 해치려 했다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황제는 바로 혼례 교지를 거뒀을 것이다.금영은 입가에 옅은 비웃음을 띠었다. 배명월이 자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누구의 소행으로 끝나든지 간에, 두 사람 모두 영안후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이건 한 명의 명성만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소문이 퍼지는 순간, 모두가 함께 가라앉게 되는 수가 있었다.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꼴이었고, 금영을 해치기 위해 스스로 흙탕물에 빠진 셈이었다.“주인어른, 부디 저희 아가씨의 억울함을 밝혀 주십시오.”진주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그런데 막 영안후가 입을 열려던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송정희가 다급하게 들어서며 금영을 불렀다.“금영아.”그러더니 슬픔과 걱정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말했다.“대인, 경천아, 너무 금영이를 다그치지 마세요. 명월이가 쓰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일이 금영이와 연관되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금영아, 두려워하지 마라. 어미가 여기 있으니,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송정희는 그렇게 말하며 금영의 손을 부여잡았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차갑게 그 손을 바라봤다. 그 다음,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착한 딸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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