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Kapitel 71 – Kapitel 80

336 Kapitel

제71화

금영은 맹운산과 헤어진 후, 다시 침상에 누워 병든 척 연기했다. 살기 위해선 최대한 존재감을 낮춰야 했다. 서 황후가 찾는 인물이 그녀라는 것을 들키는 순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침상 옆에는 어김없이 검게 우려진 탕약이 놓여있었지만, 금영은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플 때도 입에 대지 않던 탕약을 멀쩡한 지금 마실 이유는 없었다.다음 날 아침, 서봉전.거울 앞에 단정히 앉은 서 황후는 궁녀가 머리를 빗겨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마침 환옥이 들어왔고, 서 황후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찌 되었느냐?”환옥의 답이 돌아오기 전에, 서 황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 아이도 참 팔자가 사납지. 본궁(신분 높은 궁중 여성이 자신을 가리키는 호칭)도 그 아이가 며느리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 됐구나. 본궁도 그 아이의 죽음에 매우 애통해했다고 전하거라. 영안후부에도 장례를 후하게 치르라고 전하고.”하지만 이상하게도 황후의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환옥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렇게 한참 망설이던 그녀는 서 황후의 눈치를 보며 어렵게 입을 뗐다.“마마....”그제야 서 황후의 시선이 환옥에게 향하자, 환옥이 다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마마, 배금영이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다고 합니다.”서 황후가 고개를 돌리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머리카락 몇 올이 끊어졌고, 머리를 빗던 궁녀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송구하옵니다, 마마.”서 황후는 그런 궁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환옥에게 물었다.“약은 제때 보냈느냐?”서 황후가 표정 관리를 하며 물었다.“마마, 약이 좀 약한 듯합니다. 다시 손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옆에 있던 궁녀 조씨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서 황후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낮게 말했다.“일단은 멈춰라.”한 번 손을 썼는데, 통하지 않았다면 똑같은 수법은 쓰지 않는 것이 그녀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손을 쓴 것이 들통났을 상황도 배
Mehr lesen

제72화

황제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황후는 짐이 어떻게 상을 내렸으면 좋겠는가?”서 황후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태자가 폐하를 구가한 것은 응당한 일이니, 굳이 상을 내리실 필요가 없지만... 다른 이가 있었다면, 응당 공을 치하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황제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그대가 말한 다른 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황제는 어쩌면 황후가 금영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상치 못한 질문에 서 황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황후도 몰랐기에 일부러 황제를 떠본 것이었지만, 그는 그 여인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서 황후는 황제가 일부러 그녀를 비호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오해였다. 사실 황제도 자신의 곁에 있던 여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이름을 언급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서 황후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신첩이 분수가 넘쳤습니다. 구가 공로는 응당 폐하께서 결정하셔야 할 일인데, 제가 함부로 끼어들었습니다.”황제는 그제야 서 황후 또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눈빛에 옅은 실망감이 스쳤다.잠시 뒤, 황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 아직 상처가 남아 있는데 기온 찬 작산 행궁에 머무는 것보다는, 다시 도성으로 몸을 돌보는 것이 어떤지요?”황궁으로 돌아가면, 그 여인도 언제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을 수는 없을 터였다. 서 황후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황제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짐은 행궁이 고요해서 마음에 드니, 좀 더 머물 생각이네.”서 황후는 잠시 할 말을 잃고 황제를 바라봤다. 그의 결정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황후는 짐의 판단에 이견이 있는가?”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 황후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닙니다. 폐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그 시각, 금영은 자신이 큰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사색에 빠져 있었다.그런데 갑
Mehr lesen

제73화

금영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손옥청은 화들짝 놀랐다. 주변에 있던 귀녀들 또한 복잡한 시선으로 금영을 바라봤다.그중에는 노골적으로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한때 모두가 그녀를 변경 최고의 귀녀라 부르며, 태자와의 혼인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옥청처럼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는 매우 드물었다. 게다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이 있다면, 되려 어리석다며 질타받았었다. 서녀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금영의 목소리에는 서늘함이 담겨 있었다.“제가 태자비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쪽이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저에 대해 수군대는 것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황실의 체면이 걸린 일인데, 이리 함부로 입을 놀리시다니... 뒷감당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이렇게 합시다. 황후마마를 뵙게 되면, 직접 여쭤보세요. 태자 전하와 저의 혼인이 아직 유효한지 아닌지 말입니다!”금영은 누군가가 정말로 이 문제를 언급하더라도, 두렵지 않았다.서 황후가 아무리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겉으로 보이는 체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절대로 자기 입으로 혼인을 무를 수 없을 것이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손옥청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다급해진 손옥청은 도움을 요청하듯 유진설을 바라봤다.“진설 아가씨...”하지만 유진설은 무심한 얼굴로 눈을 흘길 뿐이었다.“나는 왜 불러? 내가 꺼낸 얘기도 아닌데.”유진설이 선을 긋자, 손옥청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바로 그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명월 아가씨, 오셨어요.”“무슨 일이에요?”배명월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러다가 면사를 쓴 채, 병약한 모습을 한 금영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언니도 오셨어요?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은 것 같은데, 더 안 좋아지면 어쩌려고
Mehr lesen

제74화

귀녀들을 훑던 서 황후의 시선이, 유독 용모가 돋보이는 몇 사람에게서 멈췄다."이름이 무엇이냐?"서 황후가 그중 한 명에게 물었다."신녀 온숙이라 하옵니다.""온씨라면, 호부시랑(재정을 담당하는 고위 관직)의 여식이겠구나. 인상이 단정하고 얌전한 것이, 아주 보기 좋구나."서 황후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뜻밖의 칭찬을 받은 온숙은 기쁨에 몸 둘 바를 몰랐다.그 뒤로도 서 황후는 몇몇 귀녀들에게 말을 건넸다. 겉보기엔 한없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모습이었지만 금영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자리는 결코 이런 가벼운 대화나 나누려고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어 보였다.이때, 밖에서 태감의 통성이 들려왔다."황제 폐하 납시오!"그 말을 들은 순간, 서 황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귀녀들을 불러 모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황제가 다 낫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나타났다. 어쩌면 황제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한편, 금영은 전각 입구를 바라봤다. 황제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부상당한 줄도 몰랐을 정도로 매우 멀쩡한 모습이었다."폐하를 뵙습니다."금영과 귀녀들이 일제히 몸을 낮추며 예를 올렸다.황제는 서 황후 곁에 선 다음, 자리에 모여 있던 귀녀들을 훑어보며 물었다."이건 무슨 자리인가?"그러자 서 황후가 설명했다."태자비 자리는 정해졌으나, 측비 자리는 비어 있지 않습니까? 이에 출신이 분명한 귀녀들 가운데 몇을 골라 태자부로 들일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불러보았사옵니다."그 말을 듣자, 귀녀들의 눈빛이 한층 더 밝아졌다.태자비가 아니라, 측비만 되어도 충분히 탐낼 만한 자리였기 때문이다.태자가 황제로 즉위하게 되면, 측비 역시 황제의 고위 후궁으로 격상되어 지위와 권세를 함께 얻게 된다.황제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무심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한쪽켠에 면사를 쓰고 고개를 숙인 금영이 보였다. 수수한 옷차림에, 병색
Mehr lesen

제75화

황제는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는 서둘러 표정 관리를 하며 금영을 다시 바라봤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말을 잇고 있었다.황제가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먼저 앉거라.”금영이 낮게 대답했다.“송구하옵니다, 폐하.”황제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가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짐은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다.”황제는 말을 마치는 동시에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들어올 때도 그랬듯이,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모습이었다.상황은 흐지부지되었고, 남은 귀녀들은 황후의 명령에 따라 각자가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환옥이 찻잔을 내밀며 말했다.“마마, 차 드시지요.”하지만 황후는 단번에 그 찻잔을 쳐냈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도자기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전각에 울려 퍼졌다.환옥은 그녀가 분노한 이유를 알고 있었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도 잘 알았다.지금 입을 여는 건 더 화를 부를 뿐이었다. 환옥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흩어진 도자기 조각을 치웠다.한편, 금영은 서봉전을 나와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뜻밖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다름아닌 그는 맹운산 하산길에 있는 작은 조망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배금영!”금영은 그 모습을 보고 조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맹운산이 그녀를 훑어보며 물었다.“이 추운 날씨에, 왜 밖에 있어?”금영이 짧게 받아쳤다.“너도 밖에 있으면서.”그러자 맹운산이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난 멀쩡한데, 뭐가? 너야말로 골골거리면서 밖에 좀 돌아다니지 마. 그러다가 정말 골로 가는 수가 있다?”금영이 그를 흘겨보며 짜증스레 말했다.“그 나이 되어도, 말하는 건 참 밉상이야.”그 모습을 본 맹운산은 속으로 매우 흡족해했다. 단정하고 얌전한 귀녀의 모습보다는 거침없이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훨씬 생기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맹운산은 자신의 망토를 풀어
Mehr lesen

제76화

“그렇다면 전하, 멀리 가지 않겠습니다.”맹운산이 두 사람을 배웅하며 말했다.금영은 이 상황이 못마땅했으나, 괜히 여기서 말을 더 꺼냈다가 맹운산에게 불똥이 튈까 가만히 있었다.그렇게 불편한 동행이 시작되었고, 금영은 산길로 접어든 뒤에야 태자의 손을 뿌리쳤다.“전하, 이게 무슨 짓입니까?”금영이 태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묻자, 태자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너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냐?”금영은 시큰거리는 손목을 가볍게 흔들며 담담히 말했다.“무슨 말씀인지 알아듣게 말씀하시지요, 태자 전하.”태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넌 미래의 태자비이다. 그런데 외간 남자와 가까이 지내다니, 네 본분을 잊은 것이냐?”그 말을 듣자, 금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맹운산과 저의 사이를 의심하시는 것입니까?”“네가 나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차분히 너와 얘기를 나누고 있겠느냐?”태자가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난 너와 다투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태자비가 될 여인으로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규범을 잘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네 체면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손가락질받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금영은 여전히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할 뿐이었다.“전하께서 혼약을 물리시면 될 일입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행동하든, 전하께 영향이 미칠 리 없지 않겠습니까?”태자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혼약을 물리라고? 나에게 화가 나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맹운산 때문이었구나?”어느새 태자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이 상황에 매우 분노한 모습이었다.금영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맹운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금영은 맹운산이 이 상황에 휘말리지 않길 바랐다. 실제로 그와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그와 무관하다면… 도대체 누구 때문이냐?”태자가 금영 앞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Mehr lesen

제77화

“우리라고요?”금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태자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명월은 명백한 영안후부의 적녀이지 않느냐? 원래라면 태자비 자리는 그녀의 것이었겠지. 그러니 너와 내가 맺어진 이상, 우린 그 아이에게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다.”금영은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조부는 처음부터 그녀가 진짜 적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아껴주었고, 금영도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노력했다.조부가 병환에 시달릴 때, 방방곡곡 의원을 찾으러 다녔던 것도 그녀였다. 금영은 늘 조부의 곁을 지켰고,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웠다. 그래서 조부도 일부러 그녀를 위해 혼인 교지까지 받아주었던 것이다.그런데 태자는 마치 그녀가 고의로 배명월의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금영이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그렇다면 더욱 잘됐네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배명월에게 돌려주세요. 전 어떤 미련도 없습니다.”그녀의 말투는 망설임도 없이 아주 단호했다.태자의 얼굴이 굳었다.“배금영, 대체 언제까지 투정을 부릴 셈이냐!”금영이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전하께서는 아직도 제가 투정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그렇게 말한 다음, 그녀는 거칠게 태자의 망토를 벗어 바닥에 내던진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태자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그런데 금영이 사라지자마자, 뒤에서 배명월이 나타났다.배명월은 조심스레 바닥에 떨어져 있던 망토를 주워 태자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는 성가시다는 듯, 그 손을 뿌리쳤다. 그 힘에 배명월은 비틀거리며 뒤로 밀렸고, 놀란 얼굴로 조용히 그를 불렀다.“태자 전하…”그제야 태자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배명월은 눈가를 붉힌 채, 몹시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태자는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미안하다. 너인 줄 몰랐다.”배명월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언니랑 또 다투셨어요?”태자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Mehr lesen

제78화

금풍대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의 속에서 가라앉던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배명월은 일부러 태자를 금풍대로 끌고 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설림에서 벌어진 일 역시 배명월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었다.금영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말 다 했어? 다 했으면, 당장 나가.”배명월은 그 말에 상처받기라도 한 듯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금영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붙잡으려는 듯 팔을 뻗었다. 하지만 금영이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그 행동을 저지했다.금영은 배명월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마냥 연약하고 순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잘 위장된 식인꽃처럼 아닌 척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처럼 보였다. 금영은 배명월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배명월은 어색하게 허공에 손을 뻗은 채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다시 갈무리하며, 애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비록 저희가 한배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저는 늘 언니를 제 친언니라 여겨왔어요. 저는 언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어머니도 그걸 바라실 거예요. 그동안 어머니가 얼마나 언니를 각별히 챙겨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아요? 설마 저를 싫어하시는 이유, 태자비 자리가 원래 저의 것이었어야 했다는 소문 때문인가요?”배명월이 서운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그런 근거 없는 말 때문에 절 멀리하지는 말아 주세요. 태자 전하도 괜히 의심하지 마시고요.”금영은 그런 배명월을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배명월, 네가 원하는걸, 모두가 원할 거라 착각하지 마.”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담담했다.“태자비 자리 따위, 난 조금도 탐나지 않아. 네가 정말 그 자리를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태자를 설득해 혼인을 물리게 만들면 돼.”금영은 하루라도 태자와의 혼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배명월은 그 말을 도발로 받아들였다. 황제가 교지를 쉽게 거둘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자
Mehr lesen

제79화

금영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며 차갑게 되받아쳤다.“그 아이가 아픈 게 저와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그러자 진주가 반박했다.“아까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이래도 큰아가씨와 연관이 없다고 하실 수 있으십니까?”그러자 해수가 날카롭게 꾸짖었다.“무례하다! 어디 감히 시종 주제에 우리 아가씨에게 따져 묻는 것이냐!”금영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해수를 바라봤다. 이 상황에 해수가 자신을 위해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로써 상황은 분명해졌다.금영은 영안후를 보며 말했다.“아버지, 명월이가 제 방에 들른 것은 사실이나, 얼마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습니다.”그러자 배경천이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해치고자 마음먹었다면, 시간이 대수였겠느냐?”그 말에 금영은 어이가 없는듯 웃었다.“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에 제가 뭘 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 보시겠습니까?”배경천이 냉정하게 말했다.“하지만 병세가 너무 갑작스럽지 않으냐? 네가 이 방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을 먹인 것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금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러니까 지금, 제가 그 아이에게 독이라도 사용했다는 말입니까?”“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너이다.”배경천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 금영은 비웃었다.“그 아이는 제 방에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로요?”“배금영, 네가 잘 알겠지.”배경천이 단호히 말했다.“사람을 해치고자 했다면, 독만이 방법이겠느냐? 네가 명월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가 있느냐?”금영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에게 죄부터 뒤집어씌우려는 것은 괜찮고요?”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말로만 단정 짓지 말고, 증거라도 가지고 오시지요.”그제야 배경천은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뻐금거렸고, 금영은
Mehr lesen

제80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그 말에 배경천이 노기를 드러내며 따지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조건을 달다니!”좀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기 앞에서 쓰러지자, 그는 좀처럼 이성을 되찾지 못했다.금영은 눈가가 붉어진 채 영안후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아버지,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제 무고함이 밝혀지면, 저를 모함한 이들을 반드시 엄히 다루어 주십시오.”그녀는 배경천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오라버니께서 이토록 분노하시는 것을 보니, 설마 처벌이 두려우신 건 아니겠지요?”배경천이 비웃듯 말했다.“어처구니없는 소리!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느냐?”금영은 그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더욱 제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겠군요.”영안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너의 말대로 하마.”금영은 해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해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한발 물러서며 금영의 옆에 섰다. 그러자 진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금영의 침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때, 금영이 진주의 손을 붙잡았고, 진주가 놀라하며 물었다.“큰아가씨, 왜 이러시는 겁니까?”금영이 차갑게 답했다.“어찌 장담할 수 있겠느냐? 네 몸에 없어야 할 물건을 숨겨 뒀을지.”진주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잠시 굳어버렸다. 하지만 곧 이를 악문 채 팔을 벌렸다.“불안하시다면, 직접 검사해 보시지요.”금영은 해수에게 눈짓했다.그러자 해수가 앞으로 나서며 진주의 몸을 수색했다.전날 해수가 잘 대처해 위기를 넘긴 뒤로부터 금영은 그녀에 대한 의심을 조금 거둔 상태였다.사실 금영은 진주가 몸에 무언가 숨기고 왔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필요한 물건은 진작 어딘가 숨겨뒀을 것이다. 하지만 함부로 자신을 모욕한 대가를 조금은 치르게 하고 싶었다.잠시 뒤, 검사를 마무리한 해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이상 없습니다.”금영이 담담히 말했다.“그럼 시작하거라.”금영은 한쪽에 서서 냉정하게 지켜보았
Mehr lesen
ZURÜCK
1
...
678910
...
34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