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저택.계연수가 돌아온 이틀 사이, 그녀는 외할머니의 뜻대로 화리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꺼내지 않았다. 어제 한번 어머니를 뵙고 온 뒤, 아침에는 밖에 있는 춘화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얼마 전까지는 추운 날씨 때문에 종일 방 안에만 있어 병세가 조금 나아졌는데 날씨가 따뜻해지자 밖에 산책을 나갔다가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고 했다.고씨는 독약을 먹은 이후로 몸상태가 좋아진 적이 없었다. 몸이 허하여 작은 병증도 고씨에게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큰 병이었다.계연수는 문앞에 서서 춘화의 보고를 들었다.“아가씨, 걱정 마세요. 부인은 잠을 좀 오래 주무시긴 하지만 어제보다 밥을 반 공기나 더 드셨어요. 두통은 예전부터 있었으니 며칠 요양하면 괜찮아질 거예요.”계연수는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그녀는 용춘을 시켜 처방 받은 약재를 춘화에게 건네며 작게 말했다.“의원은 어머니가 몸이 허약하시어 소화가 힘들다고 하니, 평소 적게 드시더라도 강요하지 말거라.”춘화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아가씨. 명심할게요.”계연수는 정원을 둘러보고는 외할머니가 마련해 준 춘의원으로 향했다.춘의원은 저택 동쪽에 있는 처소였는데 예전에 고씨 가문의 장녀가 살던 곳으로 위치가 꽤 괜찮았다.가는 길에 계연수는 오늘 서신이 온 게 없느냐고 물었다. 용춘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소인이 가서 확인해 봤는데 온 게 없다고 합니다.”사씨 가문에서 돌아온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보내오지 않았다. 계연수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에게 가장 급선무는 하루라도 빨리 사옥현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거였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나중에 또 무슨 일로 엮일지 알 수 없었다.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대문을 지키던 문지기가 서신 한통을 들고 왔다.계연수는 다급히 서신을 펼쳤다. 임씨 어멈이 보낸 서신이었다.임씨 어멈은 쓸 줄 아는 글자가 적어 서신에 간략하게 내용만 전달했다. 사옥현이 이미 깨어났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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