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천천히 눈을 들어 올렸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여기 계신 분들께서 이미 고전과 전고를 깊이 살펴 정밀하게 풀이해 주셨습니다. 말씀도 충분히 두루 갖추어져 있어 저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을 뿐입니다. 그러니 더 보탤 만한 의견은 없습니다.”그녀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다만 문득 옛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서재를 정리하던 중, 남강의 유서를 필사해 둔 사본 한 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 금곡의 연회와 유람을 언급한 시구가 있었는데 표현이 매우 소박해 다른 글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연수는 담담히 덧붙였다.“아마 시대의 풍조가 무엇을 숭상하느냐, 또 문장을 가려 뽑는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분들께서 말씀하신 것 역시 모두 훌륭한 의견이라 생각합니다.”말이 끝나자, 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특히 ‘시대의 풍조가 무엇을 숭상하느냐, 또 문장을 가려 뽑는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느냐’라는 말은 마치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처럼 울렸다.게다가 남강의 유서 같은 것은 극히 드문 학문이었다. 평범한 과거 응시자들조차 알기 어려운 것이니 규방의 아가씨들이라면 더더욱 접하기 힘든 것이었다.그만큼 계연수의 학문이 얼마나 폭넓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계연수에게로 모였다.방 한쪽 가장 구석에 앉아 있던, 수수한 차림의 그 여인.마치 깊은 골짜기에 홀로 피어난 난초 같았고 먼지가 덮여 있던 진주가 빛을 드러낸 듯, 사람들로 하여금 새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자세히 보면 그녀의 차림새는 평범한 치마저고리에 가까웠고 장신구도 간소했다.그런데도 묘하게 서로 어울려 몸가짐에서는 단정한 기품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가느다란 몸선은 균형이 잡혀 있었고 눈썹과 눈매는 그림처럼 또렷했다. 꾸미지 않아도 타고난 아름다움이었다.그 가운데 임태부의 손녀 임장월은 계연수를 알아보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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