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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춘귀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725 챕터

제561화

심씨 노부인은 말없이 백씨와 함께 장막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계연수는 곧바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가 들어오자 의자에 앉으며 덤덤하게 말했다.“너는 돌아가거라. 이 일은 네 큰 형수에게 맡기겠다.”계연수는 심씨 노부인을 바라보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조용히 말했다.“어머님, 저는 나 소실의 처벌이 조금 부당한 것 같아요. 차라리 큰 대감께서 돌아오신 후, 그와 함께 어떻게 처벌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 어떻든, 둘째 도련님의 생모 아닙니까? 가족의 화목이 가장 중요하잖아요.”계연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또한, 저는 백합에게 단독으로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계연수는 사실 서둘러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첫 번째로 집안의 화목을 말했는데, 화목은 앞마당뿐만 아니라 뒷마당에도 중요한 일이다.둘째 도련님 심영호는 비록 서출이지만, 젊은 나이에 급제하고 지금은 한림원에 재직 중이며, 앞으로도 미래가 밝은 인물이었다. 그러니 나 소실을 처벌할 일이 있다고 해도 그의 마음에 들도록 처리해야 마땅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원한을 살 수도 있을 테니까.나 소실을 처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약 그 일이 나 소실의 소행이라면, 그녀는 분명히 처벌받아야 할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억울하게 끌어들인 게 될 것이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는 아직도 그녀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네가 돌아온 날, 오직 그녀만이 너를 찾아가서 헛소리를 했고, 그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하인들도 그것을 인정했단 말이다. 이 일은 바로 그녀가 퍼뜨린 것인데 물어볼 게 또 뭐가 남아있단 말이냐?”계연수는 심씨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나 소실을 범죄자로 확정지은 터라 계연수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백합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심씨 노부인은 다시 눈을 비비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이 일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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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잠시 숨을 고르던 계연수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곁에 선 백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은 몸이 좀 불편해서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형님께서는 먼저 일 보세요.”백씨는 계연수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분명 나이도 어리고, 겉보기엔 강단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손아귀에 넣고 다룰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전혀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하지만 계연수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백씨는 결국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계연수가 자리를 뜨자, 백씨는 소매를 여미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가늘고 유연한 몸선, 바람에 흔들리듯 고운 자태. 그러나 그 속내는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맑고 순한 모습만은 아닐지도 모른다.오늘 일만 보아도 그랬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 소실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을 때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엄하게 벌했을 것이다.하지만 계연수의 얼굴에는 끝내 큰 동요가 없었다. 나 소실을 향한 원망조차 읽히지 않았다. 그건 분명 평범한 반응이 아니었다.적어도, 그녀의 생각이 남들처럼 쉽게 흔들리는 종류는 아니라는 뜻이었다.*한편, 계연수는 용춘을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하인들이 머무는 방 옆의 작은 뜰로 향했다.조금 전 관사 어멈에게서 들은 그곳이었다.이번 일 전체를 되짚어보며, 계연수는 한 가지 이상한 ‘우연’을 떠올리고 있었다.자신이 돌아온 바로 그날, 공교롭게도 백씨가 병을 핑계로 드러누웠고, 나 소실이 차를 들고 오게 되었다.어쩌면… 백씨가 나 소실보다 먼저 자신이 돌아온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혹시 무엇인가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건 아닐까.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발걸음이 저도 모르게 빨라졌다.하인방에 다다르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형틀에 매질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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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계연수는 먼저 손을 씻고, 눈앞의 작은 접시에 놓인 찹쌀 과자를 내려다보았다. 한 입 베어 물었지만, 눈을 깜빡이는 순간 떠오른 것은 백합이 죽어가던 그 장면이었다.백합에게 특별한 연민을 느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엾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 것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사방이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채 보이지 않는 물결이 들끓는 거대한 집안이라는 사실이었다.그 담장 안에서는 잔혹함과 음습한 기류가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고, 발밑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스며 올라왔다.그녀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심부라는 곳이 예전의 계부나 사부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을.계부는 언제나 화목했고, 하인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런 가혹한 벌을 내린 적은 없었다. 많아야 팔아버리는 정도였지, 손가락을 죄고 혀를 자르는 따위의 형벌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잔혹함이었다.백합의 죽음은, 자신 또한 이 음모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섬뜩한 자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사부 역시 대가였고, 사람도 많았지만 각 방은 각자의 일을 맡아 다스릴 뿐이었다. 싸워도 기껏해야 서로 말 속에 숨은 날을 세우는 정도였다. 오늘처럼 온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겨우 반 그릇 남짓 먹었을 뿐인데 입안의 음식은 처음으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특별히 그녀를 위해 끓여준 탕조차 두어 숟갈 뜨고는 손을 놓았다.입을 헹굴 때, 곁에 서 있던 방 어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오늘 음식이 부인 입맛에 맞지 않으셨습니까?”계연수는 입을 정리한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냥… 먹히질 않는구나.”방 어멈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더는 권하지 못했다. 정말 입맛이 없는 기색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계연수는 내실로 들어가 귀비탑에 몸을 기대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따라 들어온 방 어멈을 바라보았다.“나 소실은 평소 어떤 성정이었느냐?”방 어멈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큰방 쪽 첩실이라, 제가 평소에 접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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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심서준은 그 대목을 듣고서야, 돌아오는 길에 수행하던 하인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들었던 걸 떠올렸다.요 며칠 그는 도찰원 일에 매달리느라 바빴고, 위오의 일까지 겹쳐 집안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그 또한 그의 과실이었다.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 줄조차 눈치채지 못했으니.넷째 형의 말을 듣고 나니, 그는 문득 계연수를 떠올렸다.본래 성정이 부드러운 사람인데, 집안 안에서 이런 말들이 오갔다는 걸 알게 되면 그 마음이 어떨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또 어떤 심정일까.이번 일은 애초에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녀에게는 이유 없는 재앙이었을 뿐이다.심서준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그는 다시 형의 붉어진 눈가를 바라보다가, 더는 형의 후원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그저 두 손으로 형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이 일은 저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형님, 그러지 마십시오. 제 입장만 본다면, 당연히 형님 뜻을 따르고 싶습니다. 헌데 이번 일로 억울함을 겪은 건 제 부인입니다. 제가 대신하여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그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염려됩니다. 돌아가 연수의 뜻을 물어본 뒤 말씀드리겠습니다.”심태숙은 그 말을 듣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여인은 비록 집안일을 맡는다 해도, 남자가 결정을 내리면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생겼다면 더욱 그러했다.그런데 심서준이 동서의 뜻을 묻겠다고 하다니.더구나 그는 심서준을 어려서부터 지켜봐 왔다.겉보기에는 담담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본성 또한 그러했다.어릴 적부터 총명하여 늘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고, 주변에서는 그를 받들었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모르게 그에게 맞추며 좋은 평판을 얻으려 했을 정도였다.그런 사람은 자연히 자신의 기준과 감정이 중심이 되기 마련이었다. 타인의 기색을 살피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도 않는다. 관직에 나아가서도 사람을 잡고 심문할 때, 뒤에 얽힌 인간관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많은 이들의 원망을 샀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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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심씨 노부인은 더 말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괜히 말을 보태다가 아들과 마음이 멀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발 물러서듯 말했다.“네 뜻은 알겠다. 나도 그 아이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네게 물어본 것뿐이다.”심서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요한 방 안에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께서는 평생 많은 일을 보아 오셨으니, 무엇이 유언비어인지쯤은 분별하실 줄 아셔야 합니다. 만약 그런 것을 그대로 믿으신다면, 결국 남의 말에 끌려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가 이런 소문을 퍼뜨렸든, 어떤 의도가 있든, 계연수는 제가 갓 맞아들인 부인입니다. 이유 없이 이런 말이 돌고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오히려 그 근원을 철저히 조사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심씨 노부인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아들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말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심서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그녀는 이런 억울함을 겪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저는 더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그녀를 보러 가야 하니,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던 순간, 심씨 노부인이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묻겠다. 그 나 소실이 하인이 피 묻은 옷을 들고 있는 걸 봤다고 한 건 또 무슨 말이냐?”그 질문의 뜻은 분명했다.계연수는 그것이 붉은 가루라고 했지만, 그녀는 심서준의 입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심서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붉은 가루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애매한 일을 굳이 따지셔야겠습니까?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제 부인이며, 어머니의 며느리입니다. 그런데도 첩의 말만 믿고 아들과 며느리의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장차 마음이 멀어지는 것도 어느정도 예상하셔야겠지요.”심씨 노부인은 순간 말을 잃었다.아들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단했고, 그 한마디에 더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한참 후,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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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심서준은 돌아오는 길에 수행하던 이들을 물리고, 문하만 곁에 남겼다.문하는 곧장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소인이 문간 쪽을 확인하게 했는데, 이틀 전에 나 천호가 나 소실에게 보낸 편지가 있었습니다.”심서준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냉소를 흘렸고,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방에 들어섰을 때, 계연수는 귀비탑에 반쯤 기대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그 책은 며칠 전, 침상에 누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용춘에게 사 오게 한 것이었다.요즘 가장 잘 팔린다는 화본이라며, 용춘은 한 번에 세 권이나 사다 주었다.그녀가 아무렇게나 집어든 건 바로 ‘이 과부’ 이야기였다.처음에는 그저 심심풀이로 펼쳤지만, 읽다 보니 은근히 재미가 붙었다.문 앞에 줄지어 선 구혼자들. 어느 쪽은 젊은 장군, 또 어느 쪽은 풍류 넘치는 재사.이야기가 잘 팔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물론 이런 책은 남몰래 읽어야 했다.심씨 노부인 같은 규율 엄한 사람이 보았다간, 집안이 뒤집히고도 남을 일이었다.계연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낯설고도 신기했다.그 과부가 과연 누구를 택할지 궁금해, 어제는 용춘과 몰래 속삭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오늘 오후,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백씨가 한 번 다녀갔다.나 소실 일로 몇 마디 나누고, 괜히 마음 쓰지 말라며 위로를 건넨 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그때쯤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지금은 저녁을 막 마치고 몸을 씻은 뒤, 심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책장을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어수선해,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심서준이 들어올 때, 계연수에게 알려주는 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그의 지시였을 것이다.계연수는 얼른 책을 공작 모란 문양이 놓인 둥근 베개 아래로 눌러 숨겼다.그리고 시선을 들어, 다가오는 심서준을 바라보았다.심서준은 들어오기 전, 방 어멈에게서 계연수가 오늘 입맛이 없었다는 말을 이미 들은 상태였다.아마도 오늘 일 때문일 거라 짐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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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계연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결국 이 일은 이쯤에서 접기로 마음먹었다.이 일에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나 소실은 이미 벌을 받았으니 더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큰 대감까지 나서서 부탁한 이상, 앞으로 이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려면 더는 일을 더 키우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무엇보다 나 소실은 큰방 사람이고, 심서준의 입장에서도 깊이 개입하기는 쉽지 않았다.그때 밖에서 하녀가 들어와 전했다.큰 대감이 둘째 도련님을 데리고 사죄하러 왔다는 소식이었다.게다가 둘째 도련님이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나 소실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계연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나 소실이 비록 첩이라 하나, 아들은 효심이 깊고 부군 또한 그녀를 편애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성품이 아주 악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계연수는 심서준을 향해 말했다.“나 소실은 이미 벌을 받았고, 저도 원한이 있는 건 아니에요. 어쩌면 그저 실수였을 수도 있고… 더 이상 이 일을 끌고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 일은 여기서 멈추면 충분해요. 오늘 이 일로 하녀까지 죽었으니, 흉한 기운이 더해지는 것도 좋지 않고요. 게다가 아주버님께서 직접 와서 청하지 않으셨습니까. 애초에 저도 더 따질 생각은 없었습니다.”심서준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표정은 고요했고, 눈은 맑게 빛났지만 원망이나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다.어딘가 담담하고 무심한 듯한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오늘 집안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수행하던 하인에게서 모두 전해 들은 상태였다.부엌에서 차를 가지고 충정을 가려냈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그녀가 총명하고 영리하다는 생각까지 더해졌다.심서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얌전하고 조용했다. 이렇게 큰 일을 겪고도, 울거나 하소연하지 않았다.마치 조금도 억울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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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심서준은 심영호의 손을 가볍게 눌러 내렸다.넷째 형이 왜 그를 데리고 왔는지,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설령 계연수를 위해 공도를 세우려 한다 해도, 심영호에게 손을 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는 남이 아니라 자신의 조카였고, 이번 일에 직접 연루된 것도 아니었다. 잘못이 없는 사람을 벌할 수는 없지 않은가.몇 마디 더 나눈 뒤, 심서준은 큰 대감에게 심영호를 데리고 먼저 돌아가라 했다.떠나려던 참에, 심태숙이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정우가 수현에서 산적을 토벌 중인데, 너는 그 아이를 보았느냐? 애초에 무슨 공을 세우겠다고 나섰다지만, 그 아이가 뭘 할 수 있겠느냐. 겉만 번지르르한 녀석이 산적을 잡겠다니… 그 산적들은 얼마나 흉악한데. 요즘 계속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사람을 시켜 근황을 알아보니, 군영에도 관청에도 잘 들르지 않고, 날마다 사람을 데리고 떠돌며 싸움만 벌이고 있다더구나. 어떻게 지내는지 알 길이 없어 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 아이 어미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날마다 걱정에 잠겨 있다.”어둠 속에서 심태숙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심서준이 입을 열었다.“제가 갔을 때는, 산적 두목의 목을 베어 공을 세웠습니다. 그 정도면 이미 첫 공을 올린 셈입니다. 형님,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일에서도 잘 해냈고, 저도 그 아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더 공을 세울 겁니다.”그제야 심태숙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걱정이 조금씩 풀리며 안도감으로 바뀌었다.“네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제는 공을 세우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니, 그 점이 더없이 기특하구나. 그동안 늘 속만 썩이던 아이가, 이제야 자기 앞날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이제야 조금 철이 든 모양이다.”심서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왔을 때, 계연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고 뒤에서는 어멈이 그녀의 머리를 빗고 기름을 발라주고 있었다.자그마한 수놓인 방석 위에 앉은 몸은 가늘고 단정했고 옆모습은 고요했다.심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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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용춘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날 돌아올 때, 후작께서 미리 길목의 하인들을 다 물리셨어요. 저도 내내 따라다녔는데, 길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리가 없어요.”계연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피곤함이 밀려왔다.방 어멈이 가져온 약을 마신 뒤, 그대로 먼저 잠에 들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등 뒤로 따뜻한 기운이 다가왔다.넓은 손이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천천히 돌려 제 쪽을 향하게 했다.계연수는 이미 깊이 잠에 빠져 흐릿한 의식 속에 있었다. 꿈결 속에서 턱이 살짝 들리고, 곧 촉촉한 입맞춤이 내려앉았다.그녀는 겨우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는 밤빛처럼 차분한 기운을 두른 심서준이 서 있었고, 표정은 담담했지만 시선만은 깊게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하지만 너무 졸렸다. 계연수는 힘없이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다시 돌아눕고 싶어 했다.하지만 심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놓지 않았다.낮게 눌린 숨소리가 그의 목울대를 타고 흘러나왔다.지난번 궁에서의 일은 급히 지나가 버려, 마음을 풀 틈조차 없었다.요 며칠은 더더욱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말에서 떨어진 뒤 몸 여기저기에 잔상처가 남아 있었고, 혹시라도 뼈에 문제가 있을까 염려되어 밤에도 그저 조심스레 품에 안는 정도였다.그래서 겨우, 그녀가 잠든 사이 입맞춤으로나마 마음을 달래고 있을 뿐이었다.계연수는 결국 잠에서 조금 깨어났다.몽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제야 돌아왔어요…?”심서준이 낮게 답했다.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느슨해진 흰 옷깃 아래로 떨어졌다. 희고 고운 피부가 은은하게 드러나 있었고, 속옷 위에 수놓인 목련 자수가 그 위에서 더욱 은밀하게 어우러졌다.그는 목울대를 한 번 삼키고는 몸을 살짝 뒤로 물리며 물었다.“내가 깨운 것이냐?”계연수는 눈을 감은 채, 흐릿하게 답했다.“아니에요…”심서준은 그녀의 허리에 얹었던 손을 거두고 다시 물었다.“몸은 아직 아픈 것이냐?”계연수는 잠결에 나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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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한편, 백씨의 처소.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분을 지우고 있었고 방 안에는 오직 심복 하녀 하나만 남아 있었다.하녀의 말을 들은 뒤, 백씨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분장을 지워낸 뒤 드러난 얼굴에는 희미한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태숙이 나 소실을 위해 심서준에게까지 가서 청을 넣었다는 사실은, 백씨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지 오래라 해도, 가슴 한구석이 여전히 미묘하게 저릿해졌다.장 어멈이 그녀의 낯빛을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혹시 나 소실이 깨어나서… 다시 큰 대감께 무슨 말을 한 건 아닐까요? 듣자 하니 큰 대감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크게 화를 내셨고, 나 소실 처소의 하인들까지 벌을 내리셨다 하던데요.”백씨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계략은 원래 일석이조였다.하나는 나 소실을 큰 대감의 마음에서 점점 밀려나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적 사건을 빌미로 심씨 노부인이 계연수에게 꺼림칙한 감정을 품게 만드는 것이었다.이 계책이 성공한다면 결국 마지막에 이익을 보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하지만 지금 보니, 뜻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나 소실은 생각보다 큰 대감의 마음속에서 더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계연수는 예상보다 훨씬 더 침착하고 냉정했다. 쉽게 휩쓸려 소란을 일으킬 사람이 아니었다.심씨 노부인 역시, 계연수에게 별다른 꺼림칙함을 품지 않은 듯 보였다.백씨는 거울 속 자신을 한참 바라보다가, 장 어멈을 힐끗 보았다.“이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말거라. 백합 건만 깨끗이 처리하면 된다.”장 어멈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부인, 걱정 마십시오. 백합은 스스로 죽은 것입니다.”백씨는 고개를 살짝 젖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괜히 아까운 말 하나를 버렸구나.”장 어멈이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백합은 본래 영국공부 사람입니다. 부인을 위해 목숨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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