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기도 하지.’엄경미는 지금 한창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주단우가 집에 돌아가 봤자 현관 앞에서 밤새 무릎 꿇고 있어야 할 판이었다.그런데 하필 오늘 강지현이 했던 말들이 자꾸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아무 데나 좀 머물고 싶었고, 누군가 옆에 있어 줬으면 했다.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막상 곁에 있어 줄 친구가 필요해지는 순간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주변 사람들은 죄다 이익을 바라거나, 욕정을 품거나 둘 중 하나였다.속마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다.적어도 현다영은 자기를 싫어하니까, 그 앞에서는 차라리 화라도 낼 수 있었다.“남을 해치려다가 결국 대가를 치른 거죠. 저는 그냥 회사에서 조용히 일만 하고 싶었어요. 부대표님이 지현 언니를 겨냥하지도 않고, 저를 협박하지도 않고, 또... 저를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부대표님답게 지내셨으면 저도 존중해 드리고 그 빚도 갚았을 거예요.”현다영은 주단우가 그날 밤 기회를 틈타 자기를 희롱했던 일, 심지어 둘이 관계까지 했다고 속였던 일까지 떠올리자 마지막 남은 측은한 마음도 싹 사라졌다.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주단우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끝내 열어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여지를 안 남긴 건 아니어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한참 뒤 문밖이 조용해지자 현다영은 나가 볼까 싶었다. 그런데 문구멍 너머는 새까맣기만 했다.‘이미 간 거겠지?’현다영은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었다. 막 안도하려던 순간, 남자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쓰러지며 그대로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주... 부대표님?”복도 센서등이 켜지고 나서야 현다영은 상황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주단우는 자기 집 문 앞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 상태였다.주단우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옷차림도 흐트러져 있었다. 손에는 겉옷까지 꼭 끌어안고 있었다.현다영은 바닥에 떨어진 그의 다른 손을 보자마자 눈길이 멈췄다. 손바닥의 흉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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