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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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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주시언은 하원영의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오늘도 일은 내가 하 회장한테 설명할게. 네가 클레임 받는 일은 없게 할 거야.”“...”그 말을 듣고 나서야 하원영의 안색이 조금은 풀렸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원영은 주시언이 운전하면서 가끔씩 팔을 만지는 걸 보고, 아까 그가 다친 것 같다는 걸 떠올렸다.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입가에서 한참 맴돌기만 할 뿐 끝내 나오지 않았다.됐다, 자기 일이 아니었다. 그 정도 잔상처로 죽는 것도 아니니까.애초에 그녀는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매정한 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하원영이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시언은 차를 근처의 24시간 약국 앞으로 몰고 갔다.남자가 차에서 내려 약을 사러 가는 걸 보자, 하원영은 괜히 긴장됐다.‘설마 그렇게까지 심하게 다친 건가?’그런데 주시언이 돌아오자마자, 하원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이거.”하원영은 잠시 멍해졌다. 남자가 사 온 건 다른 약이 아니라 숙취해소제 한 병이었다.“전 괜찮아요.”하원영의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조금 누그러졌다.‘설마 나를 걱정한 걸까.’“다 토해 내긴 했어도, 혹시 모르니까.”주시언의 말에 하원영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더럽혀 놓은 그의 셔츠를 한 번 바라봤다. 그녀는 더는 사양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한 뒤 약을 먹었다.그러고는 다시 말했다.“셔츠는 제가 물어드릴게요. 안세영 씨 쪽에서도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내가 이미 걔랑 파혼했다고 말한 거 못 들었어?”주시언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말을 하면서도 하원영 쪽은 보지 않았고, 얼굴에도 아무 표정이 없었다.하원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럼 이번 일은 제 탓하면 안 돼요. 제가 보기에는 그 안세영 씨도 만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주시언 씨가 감당 못 할 타입이니까 빨리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내가 누구랑 어울리는지는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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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예전에도 주시언은 하원영에게 자주 물었다.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하원영은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하원영은 죽어도 센 척하는 사람이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황이어도 남에게 빚지는 건 싫어했다.특히 주시언에게는 더 그랬다.하원영은 예전부터 늘 그에게 말했다. 누구에게 빚을 지든, 유독 그에게만은 빚질 수 없다고.그래서 주시언은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자신을 버리고 떠났는지.그토록 오랜 정이 있었는데, 자신을 사랑할 수는 없어도 정말 눈 뜨고 그가 죽는 걸 지켜볼 수는 있었던 걸까?하원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차에서 내렸다.주시언의 마음에도 아주 옅은 파문이 스쳤지만, 그것도 금세 밤빛에 녹아들듯 소리 없이 사라졌다....사흘 뒤, 아침.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햇살은 맑고 선명했다.주상 그룹 사옥 안은 이제 막 아침 업무가 시작된 참이었다.주단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반짝이는 뾰족한 구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현의 사무실 문 앞에 멈춰 섰다.그는 손가락 두 개를 가볍게 구부려 문을 두 번 두드린 뒤에야 문을 밀고 들어갔다.“좋은 아침.”강지현은 상대가 찾아온 걸 딱히 놀라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주단우가 몸을 들이밀며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이미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시간 있어? 이따 중요한 협력 프로젝트 하나 있는데, 협력사 쪽 사람이 와. 같이 검토할래?”“좋아요.”주단우는 잠시 멈칫했다.“무슨 프로젝트인지 묻지도 않네요?”“굳이요? 주 대표가 직접 보는 프로젝트면 분명 괜찮은 프로젝트겠죠.”강지현의 말은 너무 가볍고 편안해서, 오히려 주단우가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자기 앞에서는 늘 뻔뻔한 사람처럼 굴지 않았나.하지만 주단우는 별생각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나가 버렸다.조금 뒤 협력 얘기를 하러 올 사람은 이도운이었다. 그는 벌써부터 두 사람이 마주했을 때 눈빛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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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주단우는 도저히 이 분을 삼킬 수가 없었다. 현다영을 잘못 본 건 완전히 그의 방심이었다. 여자한테 이렇게 한 방 먹은 것도 처음이었다.주단우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치고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중간쯤 갔을 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강지현에게 가로막혔다.“주 대표, 곧 협력사 사람들 만나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어디 그렇게 급히 가는 거예요?”강지현은 흑백 체크의 레트로 샤넬풍 원피스를 입고, 오 센티쯤 되는 검은 레드솔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긴 머리는 깔끔하게 묶어 올렸고,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시원하고도 눈길을 끄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풍겼다.그런데 분명 웃는 얼굴은 다정하고 무해해 보이는데도,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기세도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주단우는 강지현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방금 좀 일이 있었어. 근데 네 말이 맞네. 곧 회의 시작할 텐데, 그건 이따 처리하면 되지.”말을 마친 두 사람은 나란히 예약해 둔 회의실로 들어갔다.주단우가 잡아 둔 회의실은 꽤 넓었다. 그런데 하필 공용 구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방음이 좋지 않았다.조금만 소란이 나도 금세 회사 전체에 소문이 퍼질 만한 자리였다.강지현은 모르는 척 웃었다. 주단우는 참 속셈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현다영 퇴사했다면서?”주단우는 먼저 자리에 앉아 시계를 한 번 봤다. 이경 그룹과 약속한 시간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아 있었다.“네. 그런 뜻은 있었어요. 아직 제가 승인하진 않았고요.”강지현은 휴대폰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직원이 퇴사하겠다고 하면, 이유는 분명히 물어봐야 하잖아요.”“현다영은 얌전한 애예요. 일도 열심히 하고 실적도 좋고요. 아무 이유 없이 퇴사 얘기를 꺼낼 사람은 아니에요. 주상 그룹은 직원 퇴사를 꽤 중요하게 봐요. 규정상 직원이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윗선에 괴롭힘을 당했거나, 아니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의심되면 내부 조사를 요청할 수 있거든요. 인사팀에서도 엄중하게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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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주단우는 강지현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강지현, 그러고 보니 넌 진작부터 이경 그룹이 우리 회사랑 협업하는 걸 알고 있었네?”강지현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몸을 돌린 뒤, 다시 주단우 앞으로 걸어왔다.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회사 협업이 한두 개도 아닌데, 제가 그렇게 한가해서 매일 모든 회사의 협업 프로젝트만 들여다보고 있겠어요? 그래도 주 대표가 한결같이 저를 집요하게 쫓는 정신만큼은 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강지현은 뼈 있는 말로 주단우를 몇 마디 비꼬고는 휴대폰을 꺼내 몇 번 누르더니, 파일 하나를 그에게 보냈다.주단우는 알림음을 듣고 의아한 얼굴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가, 순식간에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강지현, 너 나 조사했어?”“피차일반이죠.”강지현은 부정하지 않았다.오늘 그녀는 주단우와 정면으로 얘기할 생각이었다.같은 주씨 가문 사람이고, 그가 오랫동안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도 굳이 각박하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주단우의 끝도 없는 잔수작은 더 이상 참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주단우는 엄경미의 앞일과 뒷일을 다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강지현이 손에 넣은 건 그저 크지 않은 약점 몇 가지뿐이었지만, 더 파고들면 일이 커지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적어도 주단우의 주상 그룹 내 입지를 흔드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주단우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이 자료를 강지현 혼자 힘으로 확보했을 리는 없었다. 틀림없이 김씨 가문이 움직였을 것이다.주단우는 고개를 들고 일부러 침착한 척 강지현을 바라봤다.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었다.“강지현, 이런 얕은 수로 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김씨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김씨 가문이 없어도 저는 주숭호의 친딸이에요. 게다가 김태하는 제 남편이잖아요. 제가 김씨 가문의 힘을 빌리는 게 뭐가 이상해요.”강지현은 주단우가 일부러 자신을 긁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더 담담하고 느긋하게 말했다.“하지만 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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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제가 주 대표를 조사한 것도 맞고, 이간질하려는 것도 맞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두 사람 사이를 흔들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이런 건 주 대표가 저보다 더 익숙하지 않아요? 주 대표가 이경 그룹에 투자한 것도 결국 저를 곤란하게 만들고, 저와 김씨 가문 사이를 흔들려는 거였잖아요?”강지현의 말에는 조금의 숨김도 없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그 모습 때문에 오히려 주단우의 화는 더 치밀어 올랐다.그는 난생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제대로 멘탈이 흔들리고 있었다.주단우는 결국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말 몇 마디 툭 던지고, 증거도 하나 없이 내가 우리 엄마를 의심할 거라고 생각해? 강지현, 너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강지현은 웃기만 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주단우가 저 말을 자꾸 되풀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이 없다는 뜻이었다.주단우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와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차라리 대놓고 압박하는 편이 더 빠르고 확실했다.“주단우 씨, 더 이상 저를 건드리지 마요.”강지현은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원래도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였지만, 지금 그 안에는 서늘한 냉기가 맴돌고 있었다. 낮게 깔린 그 한마디만으로도 사람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주단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강지현이 그의 곁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경 그룹은 위험 등급이 아주 높아요. 공식 공문까지 이미 내려왔고요. 저는 그 자료를 이미 이사회에 보고해 뒀어요. 제가 미리 말 안 했다고 원망하지는 마요. 주상 그룹이 투자금만 날리고, 이경 그룹까지 무너지면 주 대표도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잖아요. 그때 되면 주 대표 어머니도 꽤 화나시겠죠?”말을 마친 강지현은 힐끗 주단우를 바라봤다. 그의 손이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주단우는 차갑게 강지현을 한 번 도려내듯 노려봤다. 가슴이 몇 번 크게 오르내리더니, 곧장 성큼성큼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그는 걸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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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현다영은 원래 강지현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했고, 또 주단우가 자기 가족에게 보복할까 봐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미 양심 쪽에 서기로 마음먹은 이상, 강지현이 오해하는 것도 원치 않았기에 결국 모든 일을 다 털어놓았다.그녀가 강지현 사무실에 들어간 건, 그저 주단우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실제 데이터도 넘기지 않았다.현다영은 차라리 엄마와 남동생을 데리고 해원시를 떠날지언정, 강지현의 뒤통수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강지현은 당연히 현다영을 믿었다. 다만 이 아이가 이렇게까지 미련할 정도로 혼자서 주단우의 협박을 감당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것 역시 사람 마음을 쥐고 흔드는 주단우의 영악한 방식이었다.현다영이 강지현에게 도움을 청하게 만든다는 건, 결국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모든 걸 강지현에게 떠넘기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원래부터 강지현과 주단우는 회사 안에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다. 그런데 현다영 일까지 얽혀 강지현이 영향을 받고, 주단우와 정면충돌하게 된다면...그건 현다영이 강지현을 지키고 싶어 했던 처음의 마음과도 어긋나는 일이었다.설령 자기 몸은 괜찮더라도 마음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한쪽은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은인이었다. 현다영은 도무지 이 선택을 할 수 없었다.다행히 강지현이 먼저 솔직하게 말을 꺼내며 예민하게 굴던 현다영의 마음을 달래 줬다.주단우가 현다영에게 보복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강지현 역시 그녀를 끝까지 지켜낼 생각이었다.그녀들은 같은 편에 선 사람들이었다. 서로 기대고 돕는 건 짐이 되는 게 아니었다.강지현은 현다영이 자신을 온전히 믿었으면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며 깎아내리지도 않았으면 했다.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는 거지, 피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다치더라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수많은 일을 함께 버텨 오지 않았나. 고작 주단우 하나가 뭐가 그렇게 무섭단 말인가?강지현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현다영은 며칠째 자신을 짓누르던 불안과 음침한 기분에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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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현다영은 그 말을 듣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겁을 먹은 탓에 곧바로 강지현을 바라봤다.주단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속이 더 들끓었다.‘이 여자가 배짱이 큰 거 아니었나? 감히 나를 건드려 놓고 이제 와서 훌쩍거리다니, 어디서 가련한 척이야.’“현다영, 할 수 있으면 소송으로 나 고소해. 그리고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정신 똑바로 차려. 안 그러면 강지현이 너 잠깐은 지켜줘도 평생 지켜주진 못해.”주단우는 대놓고 현다영을 협박하고 있었다. 그의 이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냉기는 현다영의 뼛속까지 씹어 부술 것만 같았다.현다영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 강지현은 주단우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주 대표, 제가 회의실에서 한 말 벌써 잊었어요?”“강지현, 너 진짜 끝이 없네?”주단우는 지금 이 상황에서 괜히 강하게 맞설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강지현 손에는 엄경미 대신 처리해 온 자기 쪽 더러운 자료가 조금 쥐어져 있었다.강지현이 진짜 마음먹고 물고 늘어지면, 적어도 가죽 한 겹은 벗겨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자기 자존심을 짓밟은 사람은 여태 한 명도 없었다.특히 현다영이 되레 자기를 물어뜯고 나온 일은 더 그랬다.“사과해.”강지현이 차갑게 두 글자를 던졌다.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은 듯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사람을 압도했다.인사팀 직원은 원래 끼어들어 말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지현과 주단우가 이미 정면으로 부딪친 걸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는 걸 보자 현다영이 먼저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몰래 손을 뻗어 강지현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아니면... 그냥 그만하자고 하고 싶었다.“그래, 미안하다.”마침내 주단우가 기가 차서 웃었다. 그는 눈매를 휘며 현다영을 향해 잠긴 목소리로 세 글자를 내뱉었다.하지만 그 세 글자는 현다영의 마음을 조금도 편하게 해 주지 못했다.“사과는 진심이 있어야죠. 최소한 누구한테 사과하는지는 알아야 하고, 상대가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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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주단우의 말투는 무척 부드러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인사팀 직원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그녀는 그대로 무릎이 풀릴 뻔하며 간신히 몸을 가눴다.하필 왜 이런 일은 자기가 맡게 된 건지, 정말 재수도 없었다.“그런 뜻은 아니에요, 부대표님... 사실 저는 이 일도 오해였던 것 같고요, 부대표님도 이미 사과하셨으니 이걸로 처리된 셈이라고 생각해서...”“알아서 해.”주단우는 상대의 말을 끊었다. 눈까지 닿지 않은 그 웃음에 사람 머리끝이 서늘해질 정도였다....저녁, 강지현은 주상 그룹 일을 미리 정리해 두고 김태하를 배웅하러 공항에 갔다.김태하는 일주일 동안 출장을 가야 했고, 오늘 밤 바로 떠날 예정이었다.전용기로 이동하는 거라 편했고, 강지현이 굳이 고생하며 배웅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강지현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어차피 일주일 동안 얼굴도 못 보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런데 강지현이 오지 않았으면 몰라도, 막상 그녀가 오고 나니 김태하의 떠나는 기분은 오히려 더 가라앉았다.두 사람은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함께했고, 강지현은 시간을 맞춰 보다가 이제 출발해야 한다고 그를 재촉했다.김태하는 강지현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참 뒤 그녀의 손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서 반짝이는 다이아 반지를 바라보며 물었다.“나 이제 가야 해.”“응. 가야지. 안 그러면 이따 길 막혀.”강지현의 머릿속은 온통 김태하의 출장 일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지금 그의 감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말을 마친 뒤에는 그에게 챙겨 준 약이랑 출장용 물건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최동윤이 분명 다 준비해 뒀을 거라는 건 알았다. 그래도 자기가 직접 챙겼다는 데 의미가 달랐다.지난번 김태하가 나갔다가 과로로 몸살이 났고, 또 목에 염증도 잘 생긴다는 걸 강지현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 관리에 좋은 특효약까지 한가득 챙겨 놓았다.몸에 좋은 음료랑 보양식도 이것저것 넣어 뒀다.“주상 그룹 일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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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강지현은 귓불까지 뜨거워져 김태하를 한 번 밀었다.“빨리 가, 김 대표.”40분이 넘는 거리였는데도, 그 시간은 한순간처럼 짧게 지나갔다.가는 길에 강지현은 먼저 김태하를 끌어안았다. 이제는 정말 아쉬워졌다. 고작 일주일일 뿐인데, 정말 일주일뿐인데도, 마치 아주 긴 이별을 앞둔 것만 같았다.그녀는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파묻고, 그에게서 나는 맑고 좋은 향을 욕심내듯 들이마셨다.“김태하.”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너 엄청 보고 싶을 거야.”“그럼 나 안 갈게.”김태하는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고, 턱으로 그녀의 머리 꼭대기를 가볍게 문질렀다.그가 그렇게 말하자, 강지현의 눈빛에는 정말로 잠깐 흔들림이 스쳤다.하지만 김태하는 농담으로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로 당장 차를 돌릴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안 돼. 일이 더 중요해.”그를 일주일이나 보내는 일정이라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녀가 괜히 떼를 쓸 수는 없었다.“정 안 되면 나 미래 그룹 대표 안 할 테니까, 네가 나 먹여 살려.”김태하는 일부러 강지현을 놀리듯 말했지만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진지했다.남자가 일부러 장난치는 걸 알면서도, 강지현은 곧장 진지한 얼굴로 그의 눈을 바라봤다.“그건 돼.”김태하는 낮게 웃었다. 깊게 깔린 목소리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다정함이 섞여 있었다.“강지현, 나도 너 엄청 보고 싶을 거야.”차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서로 얽히는 숨소리만 고요하게 맴돌았다.강지현은 김태하의 턱 가까이 다가갔고 자연스럽게 그의 차가운 입술에 닿았다.두 사람의 입맞춤은 무척 부드러웠다. 천천히, 조금씩, 서로의 입술을 오가며 가볍게 깨물었다. 사람 마음을 어지럽힐 만큼 애틋한데도,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 다 풀어내지 못한 그리움이 그 안에 숨어 있었다.앞쪽에 앉아 있던 최동윤은 그 장면을 보고 얼른 두 눈을 가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공항 VIP 통로 앞에 부드럽게 멈췄다. 최동윤이 먼저 내려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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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공항 프라이빗 VIP 라운지 안에서는 김태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인 채 이번에 논의할 프로젝트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떠나기 전 강지현이 자기를 바라보던 눈빛이 남아 있었다.“몇 시야?”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옆에 있던 최동윤에게 물었다.최동윤은 시간을 확인했다.“아홉 시입니다, 대표님.”남자가 무슨 뜻으로 묻는지 알았던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곧 오실 것 같습니다.”이번에 미래 그룹이 맡게 된 건 비중이 매우 큰 국가 프로젝트였다.프로젝트 지역은 서남쪽 국경 지대였다. 두 나라 산맥이 맞닿아 있는 외딴 구역에 자리하고 있었고, 양국이 공동으로 자금을 댄 사업이었다. 미래 그룹이 무려 3년 동안 공들여 따낸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했다.김태하가 이번 출장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였다.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상업 개발과 민생 공익이라는 두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양국은 각각 한 명씩 ‘공익 대표’를 보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전 과정을 따라 기록하게 했다. 양국의 우정을 전하고, 손잡고 산간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김태하도 이 사실은 뒤늦게 통보받았다. 윗선에서 정한 대표 역시 해원시에 있었고, 출발부터 동행하며 기록을 남기길 원한다는 얘기였다.겸사겸사 이동하는 동안 김태하와 인터뷰도 진행해서 미래 그룹 홍보 자료로 쓰겠다는 계획도 있었다.김태하는 원래 최동윤을 보내 사람을 데려오게 하려 했다. 그런데 연락 과정에서 상대측 비서는 그 제안을 거절했고, 시간과 장소만 확인한 뒤 정시에 도착하겠다고 했다.최동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VIP 라운지 문도 열렸다. 서지아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여자를 보는 순간, 김태하의 눈빛에는 아주 미세한 놀라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것도 금세 깊은 물처럼 잔잔한 평정으로 가라앉았다.이번 공익 대표가 서지아일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서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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