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강하율이 우리 집에서 살게 됐을 때부터 나는 걔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다 알고 있었어. 그런데 낯선 남자라고?”“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같이 손을 잡고 차에 탔다고 합니다.”장천우가 솔직하게 대답하며 곁눈질로 정다인을 살폈다.정다인은 기회를 틈타 배윤제의 손을 잡으며 강하율의 편을 드는 척했다.“윤제 씨, 하율 씨가 괴로운 마음에 아무 남자나 만나서 윤제 씨를 자극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 일은 여자 쪽이 더 크게 손해를 보는 법인데...”“점점 더 선을 넘네.”배윤제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한 번 다녀와야겠어. 나는 강하율이 왜 거기로 갔는지 알아.”정다인도 따라서 일어섰다.“저도 같이 갈게요. 이런 일은 여자가 말리는 게 나을 거예요.”“그래. 하율이가 너의 반만큼만 말을 잘 듣고 분별력이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배윤제는 그렇게 말한 뒤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남정구의 양옥집이 늘어선 오래된 거리.강하율은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발치에 떨어진 나뭇잎을 내려다보면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어머니는 아버지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녀는 앞에서 걸으며 낙엽을 줍고 있었다.“엄마, 아빠. 이 나뭇잎 치마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잠시 뒤에 집에 도착하게 되면 엄마를 위해 가장 예쁜 낙엽 원피스를 디자인해 줄게요. 엄마는 제가 디자인한 원피스를 입고, 아빠는 성태 아저씨가 새로 만든 정장을 입으면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가 디자인한 원피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쁠 거야.” 아버지가 웃으며 칭찬했고, 어머니는 그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자꾸 그러면 애 버릇 나빠진다니까. 입을 거면 당신이 입어봐요. 걸어 다닐 때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꼴 좀 보게.”아버지는 팔을 문지르며 다정하게 웃었다.“좋아, 내가 입지 뭐.”강하율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배윤호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죄송해요. 잠깐 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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