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apítulo 121 - Capítulo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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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말도 안 돼. 강하율이 우리 집에서 살게 됐을 때부터 나는 걔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다 알고 있었어. 그런데 낯선 남자라고?”“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같이 손을 잡고 차에 탔다고 합니다.”장천우가 솔직하게 대답하며 곁눈질로 정다인을 살폈다.정다인은 기회를 틈타 배윤제의 손을 잡으며 강하율의 편을 드는 척했다.“윤제 씨, 하율 씨가 괴로운 마음에 아무 남자나 만나서 윤제 씨를 자극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 일은 여자 쪽이 더 크게 손해를 보는 법인데...”“점점 더 선을 넘네.”배윤제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한 번 다녀와야겠어. 나는 강하율이 왜 거기로 갔는지 알아.”정다인도 따라서 일어섰다.“저도 같이 갈게요. 이런 일은 여자가 말리는 게 나을 거예요.”“그래. 하율이가 너의 반만큼만 말을 잘 듣고 분별력이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배윤제는 그렇게 말한 뒤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남정구의 양옥집이 늘어선 오래된 거리.강하율은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발치에 떨어진 나뭇잎을 내려다보면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어머니는 아버지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녀는 앞에서 걸으며 낙엽을 줍고 있었다.“엄마, 아빠. 이 나뭇잎 치마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잠시 뒤에 집에 도착하게 되면 엄마를 위해 가장 예쁜 낙엽 원피스를 디자인해 줄게요. 엄마는 제가 디자인한 원피스를 입고, 아빠는 성태 아저씨가 새로 만든 정장을 입으면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가 디자인한 원피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쁠 거야.” 아버지가 웃으며 칭찬했고, 어머니는 그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자꾸 그러면 애 버릇 나빠진다니까. 입을 거면 당신이 입어봐요. 걸어 다닐 때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꼴 좀 보게.”아버지는 팔을 문지르며 다정하게 웃었다.“좋아, 내가 입지 뭐.”강하율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배윤호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죄송해요. 잠깐 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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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네? 아... 아니요.”강하율은 순간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배윤호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지난번에 그에게 보냈던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부정하지 않아도 돼. 커플끼리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하율아, 치수를 다시 재야겠어. 너 예전에도 나 대신 네 아빠 치수를 쟀었잖아.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눈이 침침해. 마침 내 조수도 자리를 비운 상태라 네가 대신 해주렴. 이번에는 틀리면 안 돼. 몸매가 이렇게 좋은데 말이야.”“아저씨, 그게 아니라...”강하율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손에 줄자가 쥐어졌다.강하율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배윤호의 앞으로 걸어갔다.“오빠, 팔 좀 들어줘요.”“그래.”배윤호가 약간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하율은 자신이 흑심을 품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지금 이 상황이 난감하기만 했다.어깨너비를 잰 뒤에는 팔 길이를 재야 했고 그 뒤에는 가슴둘레를 재야 했다.강하율은 발꿈치를 들고 두 팔로 배윤호의 몸을 둘렀다. 강하율의 뺨이 당장이라도 배윤호의 가슴에 붙을 듯한 모습이었다.강하율이 코어에 힘을 줘서 버티려고 했으나 자꾸만 뺨에 옷이 스쳤다.정수리 위에서 내려앉는 호흡이 거칠어지자 강하율은 귀 끝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더 빨리 움직였다.강하율은 자를 쥐고 배윤호의 허리를 둘렀고 배윤호는 본능적으로 배에 힘을 주었다.강하율은 자기도 모르게 역시 허리가 남다르다고 감탄했다.허리둘레를 잰 뒤 강하율이 자를 쥐고 수치를 적는데 이때 배윤호에게 전화가 왔다.배윤호는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양승아가 대답했다.“대표님, 배윤제 씨가 두 분 쪽으로 오는 걸 봤습니다.”그 말에 강하율이 들고 있던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알겠어.”배윤호는 전화를 끊은 뒤 강하율을 지긋이 바라봤다.“어떻게 하고 싶어?”배윤호는 강하율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했다.강하율은 지금 이 상황을 피하고만 싶어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가 피하고 싶은 건 그녀와 배윤제 사이의 애정이 아니었다. 강하율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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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배윤제는 강하율이 어떤 남자로 자신을 자극하려고 했는지 볼 생각이었다.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레트로 음악이 흘러나왔고 주변 인테리어도 의외로 분위기가 있었다.넓은 작업대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도면을 그리고 있던 중년 남성은 인기척이 들리자 허리를 펴고 안경을 고쳐 쓰며 인사를 건넸다.“어서 오세요. 정장을 맞추러 오셨나요?”배윤제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강하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하율은요?”윤성태는 잠시 멈칫하더니 가까이 다가가서 배윤제의 얼굴을 살폈다.“누구시죠?”배윤제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옅게 웃었다.“강하율 친구입니다. 하율이가 이곳에 사람을 데리고 왔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어요.”말투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윤성태를 떠보는 게 확실했다.윤성태는 정중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하율이 친구였군요. 반가워요. 그런데... 좀 늦으셨네요. 이미 정장을 챙겨서 떠났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같이 온 것 같지는 않던데요.”배윤제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런데 배윤제가 대꾸하기도 전에 정다인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말도 안 돼요. 저희가 오는 길에 물어봤는데 여기에 남자랑 같이 왔다고 했어요. 여기 반대편 출구는 지금 공사 중이라 이곳을 떠났다면 분명히 저희랑 마주쳤을 거예요. 그러니까 거짓말하지 말아요!”윤성태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이 가게에 오신 분들은 다 제 손님이에요. 제가 손님을 속여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게다가 강하율 씨 친구라면서요? 친구라면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면 되잖아요.”“그건...”정다인은 말문이 막혀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다.몇 초 고민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윤제 씨,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진짜 간 걸지도 모르니까요.”탈의실 안, 강하율은 정다인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하자 허둥지둥 휴대폰을 찾았다.그녀는 무음 모드로 바꿔두는 걸 깜빡했다.그러나 탈의실 안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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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강하율은 눈앞에 바짝 다가온 배윤호의 입술을 바라봤다. 배윤호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의 입술이 이마에 닿을 것 같아 강하율은 차마 더 쳐다보지 못하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혀 더 묘한 자세가 되어버렸다.이때 뜨거운 숨결이 더 가까워졌고, 거의 귀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배윤호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강하율,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야. 자꾸 움직이면...”“...”강하율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얼굴이 화끈거렸으나 다행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배윤호는 보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그녀의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는 걸.배윤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품 안에 갇힌 강하율을 바라보았다. 강하율이 조금 전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보여 배윤호는 눈을 감고 주먹을 쥐며 감정을 억눌렀다.강하율은 고개를 숙여 서로 몸을 붙이고 서 있는 자세를 바라보다가 문득 배윤제가 안으로 들어오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강하율은 비록 피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배윤제가 예전에 자신을 비난하던 걸 떠올리자 짜증이 치밀어올랐다.배윤제가 헤어지자고 해서 받아들였는데 왜 헤어진 마당에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면 안 된단 말인가?한때 친했던 사람과 사귀면 안 된다고 하는 건 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헤어지면 그동안 쌓아왔던 정까지 전부 끊어내야 하니 말이다.그런데 그들은 또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는 사이였다.배윤호는 그런 강하율의 속내를 꿰뚫어 본 건지 배윤제가 들어오기 몇 초 전 그녀의 손을 잡고 탈의실로 몸을 피했다.“무언가를 증명하려고 억지로 버티지는 마.”평소처럼 담담한 어조였지만 그의 말은 늘 그렇듯 정확히 핵심을 찔렀다.그리고 강하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밖에서 정다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음악 좀 꺼주세요. 이러면 어떻게 전화를 해요?”“알겠어요.”윤성태가 느릿느릿 음악을 껐다.정다인은 다급히 다시 강하율에게 전화를 걸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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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배윤제는 짧게 대꾸한 뒤 몸을 돌려 윤성태의 앞으로 걸어갔다.“강하율은 왜 이곳에 온 거죠?”배윤제의 눈빛이 조금 어두웠다. 한눈에 봐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윤성태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대답했다.“예전에 주문했던 정장을 찾으러 왔었죠.”그 말을 듣고 배윤제는 가볍게 웃어넘겼다.시기를 따져보니 그를 위해 주문한 정장일 것이다.역시 강하율이 정신병원에서 했던 말들은 모두 홧김에 한 소리였을 뿐이다.‘나를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배윤제는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자신이 그녀에게 조금 심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왠지 모르게 강하율이 매우 보고 싶어졌다.그러고 보면 그들은 꽤 오랫동안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배윤제는 윤성태를 향해 인사를 하며 말했다.“알겠어요. 환불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 있는 정장들은 계속 판매하셔도 돼요. 입어 보고 잘 맞으면 앞으로 사람을 시켜 정기적으로 모시겠습니다.”“네.”윤성태는 배윤제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옷도 계속 팔 수 있다는 건 알았다.말을 마친 배윤제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정다인이 못마땅한 듯 물었다.“윤제 씨, 더 조사 안 할 거예요?”배윤제는 처음으로 정다인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다인아, 말조심해. 조사라니. 강하율은 내게 친여동생이나 다름없는 애야.”정다인의 몸이 굳었다. 그녀는 화가 났지만 감히 티를 낼 수는 없었다.“윤제 씨,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하율 씨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혹시 일부러 윤제 씨를 속이려는 건 아닐까 해서요...”그녀는 강하율이 분명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믿었다.하지만 배윤제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강하율은 어려서부터 우리 엄마 밑에서 컸어. 그런데 우리 엄마가 낯선 남자를 함부로 만나고 다니라고 가르쳤을 것 같아?”말을 마친 뒤 그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나갔고, 정다인은 분노로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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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윤성태가 말하는 동안 강하율은 자신을 향한 또 하나의 시선을 느끼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를 보게 되었다.강하율은 머리털이 쭈뼛 섰지만 일부러 못 본 척했다. 그녀가 겉옷을 벗자 와인 얼룩으로 더러워진 치마가 드러났다.“아저씨, 이거랑 똑같은 원피스를 다시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윤성태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가까이에서 원피스를 살폈다.“이건 네 아버지가 예전에 네 어머니를 위해 맞췄던 원피스지? 이 원단은 진작에 단종됐어.”“아저씨, 원단을 다시 구할 수는 없을까요? 돈은 더 드릴게요.”강하율이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하율아, 내가 도와주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 원단에 저작권이 걸려 있어서 그래. 우리도 디자이너한테서 살 수밖에 없는데 그 디자이너가 2년 전에 심장병으로 돌아가셨어. 그 때문에 이 원단도 단종됐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윤성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고 강하율도 굳이 그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알겠어요. 그러면 제가 돌아가서 한 번 더 세탁해 볼게요.”윤성태는 강하율이 입은 원피스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그는 강씨 가문 일들을 알고 있었기에 강하율이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윤성태는 강하율의 부모님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강진철이 사람을 죽였다는 걸 믿지 않았다.그는 한숨을 쉬었다.“이 원단은 세탁하기가 까다로운 원단이야. 게다가 와인은 원래 씻기도 힘들어서 원상 복구는 거의 불가능해. 비슷한 패턴의 원단으로 새로 만드는 건 어때?”강하율도 새로 만들어보려고 했었다.예전에 원피스가 물에 젖은 적이 있어 비슷한 디자인의 원피스를 입고 아버지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아버지는 상태가 심각해져서 그녀에게 의자를 던지려고 했었다.보호사는 이런 난폭한 상태가 지속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면서 면회를 중단시켰다.당시 배윤제는 강하율의 곁에 있었다.그는 강하율과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고 그녀를 지켜줄 거라고 했었는데 지금은...강하율은 치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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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대표님, 틈을 노리실 생각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강하율 씨가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말 안 한 거라고 하셨어야죠.”“그게 그거 아니야?”“...”양승아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두 사람이 과연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양승아는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그들이 코너를 돌아 나가자 마침 다른 차가 아파트 단지 쪽으로 들어왔다....배윤제는 가게에서 나온 뒤 강하율을 찾지 못했다.그는 우선 정다인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는데 가는 내내 마음이 뒤숭숭했다.설마 강하율이 정말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던 걸까?거듭해 고민하던 배윤제는 결국 강하율을 직접 만나 보기로 했다.그녀가 입고 있던 원피스가 더러워진 게 떠오른 그는 친히 백화점으로 가서 원피스를 사기로 했다.그는 매장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었고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비슷한 디자인은 많습니다만, 이 원단은 맞춤 제작인 것 같습니다. 저희 매장에는 없어요.”배윤제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없으면 찾아오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줘야 합니까?”직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 한참 뒤에야 겨우 원단의 출처를 알아냈다.“이 원단을 만든 디자이너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예전 동료 말로는 가족에게 원단을 남겨주긴 했는데 그쪽에 연락해서 원단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리고 더 이상 생산이 불가능한 원단이라 가격도 아마 상당히 비쌀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도 협의가 필요해서...”배윤제는 얼굴을 찡그렸다.‘뭐가 이렇게 성가셔.’“됐어요. 그냥 비슷한 걸로 하나 골라주세요.”어차피 그가 주는 선물이면 강하율은 다 좋아할 테니 상관없었다.직원은 그나마 색감이 가장 비슷한 원피스를 골라 포장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윤제는 원피스를 들고 강하율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그때 강하율도 막 건물 아래에 도착한 참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앞에 불쑥 나타나자 강하율은 겁을 먹고 종이백으로 상대방을 때리려고 했는데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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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강하율은 쑥스러워하지 않고 기대 가득한 얼굴로 종이백을 받아서 들었다.배윤제만 아니었어도 정다인이 어머니의 원피스를 망가뜨리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그러니 배윤제가 배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강하율이 종이백을 여는 순간 배윤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신병원에 연락해서 내 이름 다시 등록해 놔. 다음에는 너랑 단둘이 아저씨 뵈러 갈게. 그때 이 원피스를 입고 가면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그는 강하율의 창백해진 얼굴은 전혀 보지 못한 채 명령조로 말했다.강하율이 원피스를 들어 보였다.“대표님, 이게 똑같은 거라고요?”색도 다르고 패턴도 다르고 디자인도 달랐다.굳이 같은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길이였다.배윤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색감이나 패턴이 비슷하면 됐지. 네가 입은 건 너무 옛날 스타일이야. 일부러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골랐어.”“그래도 괜찮았다면 제가 왜 매달 같은 옷을 입고 아버지를 보러 갔겠어요?”강하율이 소리를 지르자 배윤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강하율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강하율, 네 아버지는 정신병자야! 아저씨가 네가 무슨 원피스를 입었는지 기억이나 하겠어? 다 네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야!”“...”강하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정신병자.예전에 배윤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하율아, 무서워하지 마. 너희 아버지는 그저 조금 아프실 뿐이야. 치료만 잘 받으면 돼. 나한테 아저씨는 정신병자가 아니라 영원히 내가 알던 그 아저씨야.”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배윤제는 강하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으나 강하율은 곧바로 그를 밀어낸 뒤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이 치마가 어떤 치마인지 정말 몰라요? 대표님은 정말...”그녀는 고개를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정말 잊은 거예요? 우리 엄마랑 아빠에 대한 모든 걸?”배윤제는 잠시 멈칫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그만해! 강하율. 계속 나를 떠보려고 하지 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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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잘 아네.”배윤제가 차갑게 말했다.강하율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배윤제는 본인의 시선이 그렇게 값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오늘 일을 겪고 나니 강하율은 말을 더 모질게 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대표님, 제가 예전에 대표님을 많이 좋아했던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람피운 쓰레기를 다시 받아줄 생각은 없어요. 더구나 그런 인간쓰레기랑 바람을 피울 생각도 없고요. 그러니까 설령 기억이 돌아온다 해도 저는 대표님이랑 안 만나요. 더 확실하게 얘기해 드릴까요?”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배윤제가 못 알아 들을 리 없었다.정신을 차리니 배윤제가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나랑 안 만나면 누구랑 만나려고? 오늘 너를 데리고 간 그 남자? 그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야?”‘말도 안 돼.’배윤제는 강하율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그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남자랑 만나려고 하는 걸까?‘그동안 나한테 품었던 감정이 이렇게나 얄팍했다고?’원래도 자기중심적이던 배윤제는 그런 생각이 들자 목에 핏줄이 불거질 만큼 흥분하면서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그는 강하율을 노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감히 인정한다면 세원시를 전부 뒤집어서라도 그 남자를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야.’강하율은 통증을 참으며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그 말은 제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표님이 말하는 사랑은 뭐죠? 대표님이 저를 그렇게 대했으니까, 저도 똑같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바람을 피운 것도, 기억을 잃은 척한 것도 모두 배윤제였다.배윤제의 사랑은 뭐 얼마나 고상하단 말인가?말을 마치자마자 강하율은 배윤제에게 끌려갔고, 배윤제는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강하율은 아파서 눈시울이 빨개졌다.배윤제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서 말했다.“너 왜 이렇게 천박해? 남자가 그렇게 고파? 얘기해 봐.”강하율은 그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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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강하율은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평생 쌓아온 교양을 총동원해 간신히 턱끝까지 치민 욕설을 삼켰다.마음이 조금 가라앉자 그녀는 오히려 등골이 서늘해졌다.조금 전 그녀의 말을 듣고 배윤제는 정말로 그녀를 죽여버릴 듯한 살기를 내뿜으며 음산하게 그녀를 노려봤다.설령 배윤제가 진짜로 그녀를 죽인다 해도 배씨 가문이라면 손쉽게 그 사실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니 적어도 아버지의 재심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일을 더 키울 수가 없었다. 지금은 권력도, 여론도 모두 배씨 가문의 편에 설 테니 말이다.강하율은 지금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정장 한 벌 잃은 게 대수인가 싶은 마음이 들어 강하율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그녀가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다인이 옆 동에서 걸어 나왔다.정다인은 멀리서도 배윤제가 강하율에게 보인 집착 어린 감정을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정다인이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부류의 감정이었다.정다인이 배윤제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정다인은 애초에 그에게서 특별 대우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그리고 사실 그녀는 그를 구한 적이 없었다.모든 건 우연이었을 뿐이다.배윤제는 몰랐다. 그가 비밀리에 은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마침 정씨 가문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마침 모든 시간대가 정다인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도 말이다.당시 정씨 가문은 자금줄이 끊겨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태였기에 위험한 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정다인의 부모님이 사건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을 때 배윤제가 그들을 찾아왔다.그는 지나치게 흥분했는지 사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얘기했고 정다인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부모님이 알아낸 것들을 그에게 얘기하며 자신이 은인인 척 연기했다.그리고 배윤제는 그녀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하지만 그때 그녀는 너무 어려서 쉽게 들통날 수 있었고 또 허점투성이였다. 그래서 정다인의 부모는 그녀를 해외로 유학을 보내서 시간을 끌었다.비록 어리긴 했지만 정다인은 이미 두 번 연애를 했었고 남자를 다루는 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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