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apítulo 131 - Capítulo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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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엄마, 사람을 시켜서 계속 조사해요. 그 여자도, 윌른 호텔도 다 조사해야 해요.”“바로 그게 문제야. 만약 윌른 호텔을 조사한다면... 리스트에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해.”정다인의 엄마가 말했다.정다인은 이를 악물고 말을 내뱉었다.“강하율이요?”“그래. 그 점만 본다면 강하율일 가능성이 가장 커. 하지만 걔는 배씨 가문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냈어. 그러니 강하율이었다면 배윤제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어.”정다인의 엄마가 의문을 제기했다.하지만 정다인은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강하율의 이름만 들어도 속이 뒤틀렸기 때문이다.“걔가 맞든 아니든 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해요. 엄마, 저한테 협조할 사람 좀 찾아줘요.”“알겠어.”전화를 끊은 정다인은 휴대폰 갤러리를 클릭한 뒤 사진을 바라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다음 날, 강하율은 평소처럼 짐을 챙겨 정류장으로 향했다.버스에 탄 그녀가 잠깐 눈이라도 붙이려는 순간 가방 안에서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화면을 켜보니 안혜슬에게서 온 메시지들이 보였다.[하율아, 아저씨 왜 저렇게 된 거야?][아저씨 사진이 왜 인터넷에 다 퍼진 거야?][하율아, 왜 아저씨한테 케이크를 먹였어?]케이크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강하율은 잠기운이 사라지며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곧바로 SNS로 들어가 보니 핫한 게시글이 보였다.[인과응보. 강진철 수감 생활 녹록지 않아...]밑에는 강하율 아버지의 사진이 다섯 장 있었다.강하율의 아버지는 입가에 생크림을 가득 묻히고 있었다.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나선 모양으로 그려지거나 수염 모양으로 짜인 생크림,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저항하는 듯한 모습의 강진철. 누가 봐도 농락당한 게 틀림없었다.강하율은 사진을 보는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머릿속도 텅 비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으나 두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차 세워요.”그녀의 힘없는 목소리를 운전기사는 외면했다. 오히려 근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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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강하율은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손을 바라봤다. 희고 길쭉한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가자 핏줄이 살짝 도드라졌다.등 뒤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날 선 기운이 가까워지는 순간, 강하율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그는 바로 배윤호였다.강하율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자 배윤호는 더 단단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고, 곧이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자신을 탓하지는 마.”그 말을 듣는 순간, 강하율은 코끝이 찡해서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풀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강하율은 천천히 돌아서서 그를 바라봤다.“오빠.”배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대기실로 가자.”배윤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강하율을 데리고 대기실로 향했다.강하율은 바깥에 있는 기자들이 신경 쓰여 급히 고개를 돌려봤는데 조금 전까지 밖에 서 있던 취재진 차량들이 전부 보이지 않았다.대기실 안으로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대표님께서 오셨는데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하군요.”“본론만 얘기하세요.”배윤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장은 강하율을 힐끗 보더니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사진들을 삭제하겠습니다. 그런데 상대측에서 손을 좀 쓴 듯해서...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그 말은 강하율이 듣기에도 명백한 시간 끌기였다.상대가 손을 썼다는 것도 그저 핑계일 것이다.그렇다면 사진이 인터넷에 퍼진 건 배윤제 때문일지도 몰랐고,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정다인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면 배윤제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배윤제는 그저 정다인을 사랑해서 모든 걸 묵인했을 뿐이다.병실 안에서 정다인이 강하율의 아버지를 농락할 때 옆에서 그 모습을 그저 지켜봤던 것처럼 말이다.게다가 배윤제는 배윤호의 동생이라 병원장은 배윤호가 배윤제를 저격할 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그러니 이 사건도 흐지부지 마무리될 것이다.강하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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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눈을 떴을 때, 강하율의 눈빛은 한층 더 차가워져 있었다.“병원장님, CCTV가 정말로 고장 났나요?”병원장은 감히 강하율도, 배윤호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이를 악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필이면 그때 고장이 났습니다.”“그래요. 그러면 더 강요하지 않을게요.”그 말을 듣자 병원장은 눈에 띄게 안도했다.그러나 강하율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저한테 녹음 파일이 있거든요. 저는 증거를 제공할 테니 병원장님은 사진을 처리하세요. 저는 저희 아버지를 위해, 병원장님은 병원의 명예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니 병원장님도 이 제안을 굳이 거절하실 이유가 없겠죠. 아니면 제가 다른 두 부원장님과 함께 얘기를 나눠볼까요? 아니면 배 대표님께 부탁해 이 문제를 처리해달라고 할까요?”정신병원에는 부원장이 두 명 있었는데 기회만 있다면 그들은 당연히 병원장이 되려고 할 것이다.그러나 병원장이 가장 두려운 건 배윤호가 이 일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었다.엄청난 압박에 병원장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강하율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준비성이 철저할 줄은 몰랐다.그는 강하율과 배윤호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강하율은 병원장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몸을 돌리자, 검게 가라앉은 눈빛을 한 배윤호와 시선이 마주쳤다.배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강하율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는데 왠지 모르게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내 권력을 쓴 기분은 어땠어?”강하율은 책상을 짚은 채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병원장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난 데에는 배윤호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배윤호는 한 손으로 책상을 짚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이제는 오해받는 게 두렵지 않나 보지?”숨결이 닿자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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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강하율은 멍한 상태로 그 메시지를 오랫동안 바라봤다.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가다가 마지막에 그녀와 배윤제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순간이 떠올랐다.당시 뭔가가 교통사고와 함께 산산이 부서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마지막 파편마저도 흔적 없이 사라진 느낌이었다.넋을 놓고 있는 사이, 강하율의 휴대폰이 계속해서 진동했다. 온갖 욕설과 비난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집어삼키고 부서뜨렸다.강하율은 그 자리에 홀로 서서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열네 살 이전까지 강하율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잣집 딸로 살았으나 열네 살 이후에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그녀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모든 걸 홀로 감당해야 했다.그동안 강하율은 자신이 사람들의 비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녀는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강하지 않았다.아주 잠깐이지만 강하율은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절대 자신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는 걸 그저 지켜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고운 손 하나가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가로막은 뒤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화면을 껐다.그 순간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배윤호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이게 바로 사람들이 원하는 거잖아.”강하율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배윤호의 말이 맞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의 뜻대로 되게 할 수는 없었다.또 아버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배윤제에게서 전화가 왔다.배윤호는 화면을 힐끗 보더니 휴대폰을 쥔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받아.”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배윤제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율, 5분 줄게. 당장 녹음 파일을 삭제하고 다인이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강하율이 곧바로 말했다.“싫다면요?”“명예훼손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알지? 내가 원한다면 너는 감옥에 가게 될 거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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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너무 우스웠다.강하율은 그들의 사랑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직설적으로 말했다.“저 신고할 거예요. 부디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 정다인 씨가 공개 사과를 했으면 좋겠네요.”배윤제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말이 안 통하네. 그렇게까지 다인이를 물고 늘어지고 싶은 거야?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뚜뚜뚜...싸늘한 목소리에 강하율은 잠시 멍해졌다.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본 순간, 강하율은 배윤제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깨달았다.강하율과 박도윤 사이에 있었던 일이 인터넷에 아주 구체적으로 올라와 있었다.그리고 박도윤이 그 게시물에 미소 짓는 이모티콘을 댓글로 남겼다.박도윤은 박씨 가문의 후계자였을 때도 배윤제의 말에 절대복종했으니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더욱더 배윤제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그렇게 강하율의 모든 노력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고 그녀는 남자를 이용해 실적을 올리는 여자가 되어버렸다.배윤제는 그녀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지난 4년, 아니, 청춘 시절의 모든 추억이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강하율이 눈을 힘껏 깜빡이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을 때 그녀의 앞에 물이 담긴 컵이 하나 놓였다.컵에 손끝이 닿는 순간 손바닥을 통해 힘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그리고 배윤호와 시선이 마주치자 몸에서 열기가 올라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마워요.”“그래.”배윤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담담했다. 그 무엇도 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강하율은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며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기 일 때문에 피곤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강하율은 잠시 감정을 추슬렀다.만약 신고한다면 아주 고된 싸움이 될 테니 반드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강하율은 몰랐다. 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렸을 때 배윤호가 고개를 들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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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강하율은 배윤제와 오래 알고 지냈기에 그가 첫수를 둘 때 이미 후환을 없애려고 두 번째 수까지 다 준비해 둔다는 걸 알았다.첫 번째 수는 그녀의 이미지를 망쳐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고, 두 번째 수는 그녀가 가진 유일한 증거를 없애서 명예훼손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었다.그렇게 되면 강하율은 배윤제가 원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그에게 애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강하율은 배윤제가 똑똑하면서도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걸,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거스르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예전에는 순진해서 사랑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배윤제의 자기중심적인 면모도 사실은 비즈니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에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배윤제는 자신에게 상당히 잘해주지 않았는가?하지만 강하율은 사실 그저 배윤제가 쳐놓은 덫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었다.다만 그녀는 지금껏 배윤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린 적이 없어서 그의 다정한 연기에 속았을 뿐이다.배윤제의 마지노선은 바로 정다인이었다.그러니 배윤제가 그녀가 정다인의 약점을 잡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리고 강하율이 기꺼이 증거를 내놓게 하는 방법은 경찰인 척 연기하는 것뿐이었다.경찰은 속내를 들키게 되자 더는 연기할 생각도 없는 건지 웃으며 말했다.“강하율 씨, 정다인 씨를 모함하자마자 경찰까지 모함하려는 겁니까? 첫 번째 경고입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시죠.”“저한테서 증거를 빼앗으려는 건가요?”강하율이 따져 물었다.“두 번째 경고입니다.”경찰의 목소리는 엄숙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고도 제 분수를 모르는 것에 대한 비웃음이었다.강하율도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당신들은 저를 도우러 온 게 아니라 증거를 몰래 없애러 온 거죠?”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렇다면요? 세 번째 경고입니다. 지금부터 강제로 집행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남자는 팔을 뻗어 강하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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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배윤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강하율, 이러니까 얼마나 좋아.”예전처럼 강하율은 무슨 일이 생기든 결국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강하율은 그를 사랑하니까 말이다.이게 사랑의 증거라고, 배윤제는 생각했다.강하율이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더 할 말 있어요? 없으면 끊을게요.”“공개 사과 잊지 마.”“안 잊어요. 대표님도 약속 잊지 말고요.”누가 사과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강하율은 전화를 끊었고 경찰도 자리를 떴다.하지만 강하율은 안심할 수 없었다. 녹음 파일만으로 정다인이 처벌받게 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정다인이 끝까지 부인하고 배윤제가 뒤에서 손을 써 준다면 일이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컸다.“강하율.”낮고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네.”무심코 대답한 강하율은 옅은 담배 냄새를 맡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들었다.배윤호는 창가에 서 있었는데 햇빛을 받아 분위기 있어 보였다.비록 표정은 차가웠지만 눈이 부시게 잘생긴 모습이었다.배윤호가 말했다.“강하율, 나한테 부탁해도 돼.”분위기가 잠시 조용해졌다. 다음 순간 배윤호의 서늘한 기운이 가까워졌다.강하율은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오빠, 그래도 돼요?”배윤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치 그녀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된다고 해주는 것 같았다.강하율의 심장이 두근댔다.30분 뒤, 경찰은 녹음 파일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정다인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곧바로 억울하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정다인이 영상을 올린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CCTV 영상이 온라인에 빠르게 퍼져 나가며 정다인을 순식간에 궁지로 몰아넣었다.녹음 파일은 가짜라고 주장할 수 있어도 CCTV 영상은 가짜라고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영상 속 정다인이 한 말들이 강하율이 녹음한 것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당황한 정다인은 바보처럼 황급히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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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만나자고?’강하율은 배윤제와 할 말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거절하기도 전에 배윤제가 제멋대로 먼저 결정을 내렸다.“우리 얘기 좀 나누자. 너 지금 정신병원이지? 나 금방 도착할 거야.”“싫...”뚝.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강하율은 배윤제의 의도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자신을 도와준 배윤호와 이제 막 위험에서 벗어난 아버지가 있었다.강하율은 자신과 배윤제 사이의 일로 또다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결국 한참을 고민한 끝에 강하율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윤호를 찾았다.“오빠, 먼저 돌아가세요.”이제 막 일을 처리하고 들어오던 양승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강하율을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다 이용해 놓고 바로 손절하네?’강하율은 당황해 서둘러 설명했다.“배윤제가 여기로 온대요. 오빠가 저랑 같이 있는 걸 보면, 오빠가 일부러 자기를 겨냥했다고 오해할까 봐서 그래요.”“걔가 너를 이용해서 날 상대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배윤호의 말투는 늘 그렇듯 담담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검은 눈동자는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재벌가의 권력 다툼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배윤호가 짧게 말했다.“그것도 내가 원해야 가능한 거지.”“...”강하율이 그 말의 의미를 다 이해하기도 전에 배윤제가 도착했다.그는 차에서 내리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네이비색 정장에 사파이어 커프스단추를 한 그는 완벽한 재벌가 도련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강하율을 보자 그는 시선을 살짝 들어 올리며 웃음기 어린 눈빛으로 강하율을 바라봤다.“아저씨는 뵀어?”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몇 시간 전 그녀가 온 세상의 조롱을 받게 만든 사람 같지 않았다.강하율은 대답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옆에 선 남자를 힐끗 바라봤다.그제야 배윤제의 시선이 배윤호에게 닿았다. 순간 배윤제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나무라는 듯한 눈빛으로 강하율을 바라봤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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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강하율은 오랫동안 세일즈팀에서 일하며 자신이 꽤 뻔뻔한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장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싶을 만큼 민망했다.감히 배윤호를 바라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강하율이 더 이상 반항하지 않자 배윤제는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난처함은 눈치채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형은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잖아. 그래서 그동안 내가 늘 하율이 곁에 있었어. 하율이는 전에 나한테 삐진 게 있어서 일부러 그런 거야. 형은 여자 마음 잘 모르잖아.”배윤제는 강하율과 무슨 비밀스러운 관계라도 되는 듯이 굴었다.물론 한때는 그런 관계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배윤호는 눈빛이 어두워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침 장천우가 차를 세우고 그들의 앞에 왔다.“가자, 하율아.”배윤제는 그렇게 말한 뒤 강하율의 의견은 묻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를 끌고 차로 걸어갔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강하율은 배윤제가 몸을 돌린 순간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가 알아서 걸어갈 거예요.”강하율은 배윤제와 자꾸 얽히는 게 싫어 일부러 그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면서 선을 그었다.배윤제는 순간 흠칫하더니 손에 더 힘을 주었으나 그러면서도 미소를 유지했다.“타.”그의 목소리에서 음산함이 느껴졌다.강하율은 순순히 차에 탔다. 어차피 배윤제와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배윤제와 아버지에 대해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녀는 배윤제가 아무리 자신을 혐오한다고 해도 아버지까지 피해를 보는 건 싫었다.차가 떠날 때 강하율은 창밖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잠시 정신이 팔려 배윤제가 옆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한편, 양승아는 떠나는 차를 바라보며 조금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강하율 씨 그냥 저렇게 배윤제 씨랑 떠나는 거예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배윤호는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대꾸했다.“아까 그랬잖아. 대표님이라고.”그 말을 듣고 양승아는 멍해졌다.“대표님... 저 조금 헷갈려요. 사랑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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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화 풀라고?’배윤제가 말이 끝맺자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연애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꽃다발을 말이다.사실 예전에 강하율은 배윤제에게 기념일에 꽃 한 송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배윤제는 번번이 잊었고, 끝내 강하율도 꽃을 선물해달라는 말을 더는 꺼내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정다인의 SNS를 통해 강하율은 배윤제가 정다인을 만나러 갈 때마다 흰 장미를 한 송이씩 사 가는 걸 보았다.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배윤제는 그녀의 말을 잊은 게 아니라 그저 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걸 말이다.그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연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평생 남몰래 만나야 하고, 그러면 배윤제는 언제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발을 뺄 수 있었다.이때 레스토랑 안은 화려한 조명 아래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흐르고 있었고 강하율의 눈앞에는 예쁜 흰 장미가 놓여 있었다.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았다.예전의 강하율이라면 아마 들뜬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꽃을 받아 들며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코와 입을 가리며 말했다.“저 흰 장미 알레르기가 있어요.”사실 그런 알레르기는 없었다.배윤제도 아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배윤제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치워요.”“...”강하율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자조했다.배윤제는 정말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었다.배윤제에게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강하율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대표님, 이번에 대표님께서 조금 과격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언제쯤 정다인 씨더러 저와 제 아버지에게 사과하게 하실 생각이죠?”배윤제는 멈칫하더니 애써 인내심을 유지하며 말했다.“다인이는 네 아버지 같은 환자가 궁금했을 뿐이야. 조금 선을 넘은 건 맞지만, 악의는 없었어.”“살인범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있어도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어요. 실수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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