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안에서 몇 마디 희미한 질책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여자의 짧고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문이 열린 거실 안에서는 여러 사람이 서성이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이해리는 차 안에 앉아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안 그래도 이 집을 어떻게 처리할까 구상하던 중인데 어리석은 저 여자가 이런 이벤트를 해줄 줄이야. 따지고 보면 윤유나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그녀가 여기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정도원에게 어떻게 요구를 제기해야 할지도 몰랐으니까.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정도원은 이해리를 달래기 위해 무슨 요구든 다 들어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해리는 눈웃음을 지으며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곧이어 정도원이 먼저 밖으로 나왔다.관리실 직원들은 그가 이 집 주인임을 알아보고 더 이상 밀치지 않았다.단정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는 어디다 버려둔 것인지 옷깃이 살짝 느슨해졌다.정도원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자신을 붙잡고 있던 경비원들을 밀치며 쏘아붙였다.“너희들 딱 기다려! 관리소장 찾아가서 싹 다 컴플레인 걸 거야! 한밤중에 어딜 감히 무단침입하고 있어? 너희가 깡패야?”그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호통쳤다.“놔! 유나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윤유나가 거실에서 도망쳐 나왔다.헐렁한 남성용 흰 셔츠를 입고 밑단은 겨우 허벅지를 가릴 정도였다. 단추 하나가 잘못 잠겨 목덜미도 훤히 드러났다.그녀는 공포와 굴욕감에 휩싸인 채 필사적으로 옷자락을 여미며 자신을 향한 노골적인 시선들을 피하려 애썼다.그 시각, 별장 단지를 산책하던 주민들과 늦게 귀가한 소유주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들어 웅성거리며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쯧쯧, 저 사람 정 대표잖아.”“여자는 누구지? 사모님 같지는 않은데.”“현장을 잡혔나? 완전 자극적인데?”“저 여자 좀 봐. 옷도 제대로 못 입었어...”다들 쉬쉬거리자 정도원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윤유나는 곧 울음이 터질 기세였다. 입술을 꽉 깨물고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이해리가 마침내 액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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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윤유나는 가련하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웬만한 사람도 마음이 약해질 정도였다.옆에서 정도원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이해리는 두 남녀의 몰골을 보고 있자니 속이 더 울렁거렸다.그녀는 태연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윤유나를 똑바로 응시했다.“갈 곳도 없고 입을 옷도 없었어요? 지금 입은 흰 셔츠는 또 뭐죠?”별안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확 바뀌었다.정도원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상황에서 섣불리 입을 열기 어려우니까.그럼에도 이 인간은 윤유나를 째려보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그의 시선을 마주한 사람들은 저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이해리는 마음속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사나운 바람이 몰아쳤다.이 지경이 되어서도 윤유나를 감싸려고 하다니.윤유나가 셔츠 자락을 끌어당기며 해명했다.“아까 나오려다가 옷이 다 젖어서 도원 씨가 셔츠를 빌려줬어요.”곧이어 화제를 돌려 은근히 비난의 뉘앙스를 담아 이해리에게 말했다.“그나저나 해리 씨는 어떻게 바로 관리실에 전화해서 경비원들을 여기까지 들이닥치게 할 수 있어요? 저야 뭐 이 난장판이 돼도 상관없지만, 도원 씨는 어떡해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바닥을 쳤는데 남편 생각은 전혀 안 하시네요!”정도원도 돌연 미간을 구기고 불만과 책망이 섞인 눈빛으로 이해리를 쳐다봤다. 마치 본인은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상황이 된 건 오롯이 이해리 때문이라고 뒤집어씌우는 기세였다.이해리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윤유나와 마치 아내가 눈치 없게 행동한다고 꾸짖는 듯한 정도원의 몰골을 번갈아 보며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야유 조로 물었다.“그러니까 윤 팀장이 부부싸움을 하고 말도 없이 내 신혼집에 쳐들어왔고 또 마침 옷이 더러워졌다는 건가요? 본인이라면 이따위 핑계를 믿으시겠어요?”윤유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결연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이유가 뭐가 됐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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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정도원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한편 말을 마친 이해리는 더 이상 이 인간을 쳐다볼 가치가 없다는 듯 몸을 홱 돌려서 차 쪽으로 걸어갔다.정도원이 조수석에 앉아 함께 떠나려 했지만, 그녀가 망설임 없이 액셀을 밟고 쏜살같이 가버렸다.정면으로 들이닥치는 매캐한 배기가스 냄새에 남자는 황급히 얼굴을 가리고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정말 이 일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단지 집만 팔아치우려는 생각일까?“도원 씨...”윤유나가 바람에 몸을 떨며 고양이처럼 나직이 그를 불렀다.정도원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차가 코너를 돌 때, 이해리는 룸미러로 뒤를 흘긋 보았다.정도원은 관리실 직원들을 엄하게 질책하며 물러가게 했고 이어서 윤유나에게 자신의 외투를 걸쳐주었다.이해리는 차갑고 서늘한 시선을 거두었다.다음 날, 그녀는 정도원의 서명을 받고 순조롭게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또한 다른 사람이 사는 걸 막으려고 일부러 가격을 시장가의 두 배로 책정해 두었다.오후가 되자 중개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한없이 들뜬 목소리였다.“해리 씨, 팔렸어요. 세상에! 이번 건 정말 대박 났어요. 해리 씨가 부르신 가격 그대로 흥정 한번 없이 바로 팔렸다니까요!”이해리는 입꼬리를 올렸다.“잘됐네요. 구매자가 오초아 씨 맞죠?”“아닌데요.”중개인이 대답했다.“익명의 신비한 구매자예요.”그녀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익명이라뇨?”“그게 실은 재산 정보 노출을 꺼리는 부자들이 익명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중개인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된 채 축하 인사를 건넸다.이해리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진짜로 집을 팔 생각이 아닌데...정도원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자신의 재산을 떼어내기 위한 과정일 뿐인데...대체 누가 몇십억을 손해 보면서까지 별장을 사간 걸까?이해리는 전화를 끊고 즉시 컴퓨터를 켜서 상대방의 정보망을 해킹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거래 내역이든 개인 신원이든 그녀의 모든 공격은 방화벽에 막혀 되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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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해킹해 봤는데 방어벽이 보통 수준이 아니야. 세계상으로도 손꼽힐걸. 특수 암호화가 되어 있어 겨우겨우 세 번째 단계까지 뚫었어. 아직 두 단계가 더 남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이해리는 빨간 입술을 꼭 깨물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오초아가 얼른 그녀를 달랬다.“진정해, 해리야. 해결해 줄 사람 바로 네 옆에 있잖아.”이해리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누구?”“너희 아주버님 정지안! 그 정도 레벨의 금융계 거물이라면 수중의 해킹 자원도 어마어마할 거야. 그분한테 부탁하면 구매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걸.”오초아는 그녀를 안심시키듯 말을 이었다.“그분 귀국했다고 하던데 그냥 찾아가. 네 부탁이라면 무조건 들어줄 거야.”“정지안 씨를 찾아가라고...”이해리는 이 방법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다.아주버님께 찾아가서 부탁드린다면 당연히 도와주겠지.어쩌면 구매자에게 연락해 집을 되찾아 줄지도 모른다.하늘이 무너졌지만, 아직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정지안은 별안간 그녀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로 거듭났다.이해리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알았어. 그럼 그분 찾아갈 방법 한번 생각해볼게.”“그래. 너무 조급해하진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오초아가 당부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초아 씨, 이제 수액 갈아야 해요.”이해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초아야, 너 어디 아파?”“아니. 어제 네 얘기 듣고 속이 뒤집혀서 화병 도졌나 봐. 수액 맞으면 금방 괜찮아질 테니 걱정 말고 네 일 봐.”그녀는 억지로 홀가분한 척하며 말했다.이해리는 죄책감에 마음이 찡했다.이제 막 출장에서 돌아와 시차 적응 중인데 자신 때문에 화병이 나서 링거 투혼까지 하다니. 그 와중에도 사려 깊게 위로를 건넬 줄이야.감동과 자책감에 휩싸인 이해리는 즉시 오초아의 병실 번호를 물어 문병을 하기로 했다.영양제를 챙겨 들고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가 친구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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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두 분 실례할게요.”덤덤한 표정에 의미심장한 말투, 정도원은 한창 윤유나에게 음식을 먹여주다가 숟가락을 쥔 손이 움찔거리면서 죽이 그대로 윤유나의 옷 위에 쏟아졌다.윤유나는 너무 뜨거운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려고 했다.하지만 정도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이해리에게 해명하려 했다.“해리야, 그게... 유나가 어젯밤에 너무 놀라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어. 어쨌든 우리가 원인 제공을 했으니 회사 대표로 문병 온 거야. 음... 링거를 맞고 있어서 손이 불편하다 보니 내가 잠깐 먹여주고 있었어.”옆에서 윤유나가 휴지를 쥐고 느릿느릿 옷에 튄 죽을 닦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대표님, 너무 고마워요.”이해리는 그런 그녀를 쓱 훑어보았다.“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윤유나 씨 남편은 대체 정체가 뭐예요?”이 말이 떨어지자 윤유나와 정도원 모두 동시에 멍하니 넋을 놓았다.이에 이해리는 코웃음을 쳤다.“어젯밤에 실수로 도원이한테 전화 걸고, 부부싸움 했다고 우리 둘 신혼집에 뛰쳐 들고 지금은 또 입원까지 했는데 남편은 병문안도 안 와요? 회사 대표도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는데 유나 씨 남편 진짜 쓰레기네요!”그녀는 걱정하는 척 다가가며 훈계를 시작했다.“도원이 봐봐요.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유나 씨 남편은 진짜 못돼 먹었네요! 자기 아내가 아파서 입원했는데도 오지 않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벼락 맞아 죽거나 길 가다 차에 치여 죽어야 마땅해요. 아니다, 차라리 찬물 마시고 체해서 죽는 게 낫겠네...”정도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황급히 이해리를 붙잡았다.“됐어, 해리야. 너 너무 흥분했어.”이해리는 두 사람의 똥 밟은 듯한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나도 윤유나 씨가 안쓰러워서 그러지. 남편이 곁에 없으면 죽은 거나 다름없잖아?”정도원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맞아, 네 말이 다 맞아. 그나저나 갑자기 병원에는 왜 왔어?”“초아가 몸이 안 좋아서 잠깐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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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해리는 말이 없어졌다.그녀는 정도원이 정지안 이야기를 꺼내는 걸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인제 보니, 정도원은 자신이 정지안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꽤 큰 열등감을 가진 것 같았다.그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했을 뿐인데, 정도원은 바로 기분이 상해 버렸다.세상 무서울 것 없던 해성 그룹의 대표님에게도 천적이 있긴 한 모양이었다.이해리는 문득 기대됐다.나중에 자신이 떠나면서 정도원의 추악한 일들을 폭로해 그가 완전히 몰락한다면, 그때도 그는 정지안을 평생 따라잡지 못할 높은 산처럼 여기게 될지.그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갑자기 윤유나의 그 카톡 계정을 그냥 남겨두기로 했다.정도원의 중혼죄 증거를 모아야 했다.윤유나가 매번 도발하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의 불륜 증거였다.이해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알았어. 나 먼저 갈게.”“잠깐, 내가 데려다줄게.”정도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밥을 먹여주던 장면을 들킨 게 찔렸던 걸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요즘 네가 좋아하는 그 브랜드, 가람 주얼리에서 한정 신상이 나왔다더라. 목걸이랑 반지인데, 오늘 밤에 사람 시켜서 런칭 물량 챙기라고 했으니 너 사줄게.”이해리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바라봤다.그녀는 이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었다. 원래 직접 대기해서 사려고 했는데, 대신 사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좋아.”대충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정지안의 행방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민 중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을 내서 본가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하필 그때, 정도원이 길에서 전화를 받았다.“형이 왜 회사에 온다는 거야? 됐어, 형은 늘 내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잖아. 회사 실적이 별로라고 여기는 거지. 와서 관심 가져준다는데 내가 잘 대접해야지.”‘정지안?’이해리는 귀를 쫑긋 세웠다가 통화를 끝낸 정도원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우리 형 말이야.”정도원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갑자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러 온다네. 뭐, 당연히 잘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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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목걸이 하나, 반지 하나.이해리는 숨이 턱 막혔다.보석을 못 구했다며 미안해하던 정도원의 표정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생각해보니, 그는 몇 번이나 이런 식이었다.부하들이 잘못 샀다거나, 일이 바빠서 준비를 못 했다거나 등 이유를 댔었다.‘나에게 사주겠다고 했다가 결국 사주지 않은 것들은 전부 윤유나에게 간 게 아닐까?’예전엔 그녀와 30%쯤 닮았던 대체품이었지만, 이제는 윤유나가 정도원의 마음속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그럼 나는 뭐지? 대체품의 대체품?’이해리는 황당하고도 우스웠다.그녀는 그 기본 라인 보석을 사진 찍어 원가 그대로 중고 사이트에 올렸다....다음 날.누군가 그 보석을 구매하며, 같은 도시라 직거래를 원했다.이해리는 시간을 잡고 나가다가 마침 회사로 향하는 정도원을 만났다.“도원 씨, 나도 회사 갈래.”정도원이 멈칫했다.“왜 네가 회사에 가?”이해리는 눈썹을 올렸다.“내가 가면 안 돼?”가지 않으면 정지안을 만나 집 얘기할 기회도 없었다.정도원은 할 말이 없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회사에 도착한 뒤, 정도원은 꼭대기 층 회의실로 갔다.이해리는 한 바퀴 둘러보다가 재무부서로 향했다.오늘 정지안이 오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재무부 문 앞에 갔을 때, 몇 사람이 윤유나를 둘러싸고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윤유나는 병원에서의 그 약한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목에는 존재감 강한 한정판 목걸이를 걸고 있었고, 약지와 중지에 반지를 각각 끼고 있었다.“와, 윤 팀장님, 남편분이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니에요? 이 브랜드 한정판을 선물하다니. 남편분 엄청 대단한 분인가 봐요? 어느 재벌이에요?”“윤 팀장님, 남편 있다고는 들었는데 한 번도 못 봤어요. 누구신지 좀 알려주세요.”윤유나는 수줍은 척 웃었다.“아, 우리 남편은 신분이 좀 특수해서 함부로 밝히면 안 돼요. 그래도 우리 남편이 정 대표님만큼은 훌륭하다는 건 말해줄 수 있어요.”주변에서 부러움 섞인 탄성이 터졌다.그때 이해리가 들어섰다.“사모님 오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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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정도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자기야, 이런 일로 월급까지 깎을 건 아니지. 다음부터 안 하고 오라고 하면 되잖아.”“회사 규정에 직원은 복장이 단정해야 하고, 회사 분위기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돼 있어. 팀장씩이나 돼서 규정도 안 지키는데 대주주이자 대표 부인인 내가 벌줄 권리도 없어?”이해리의 싸늘한 시선이 정도원을 향했다.그 눈빛에는 옅은 비웃음이 어렸다.정도원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눈빛 사이로 불쾌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낮게 말했다.“자기야, 이건 좀 지나친 것 같아...”“월급 삭감, 할 거야 말 거야?”이해리가 그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말했다.정도원은 몇 초간 침묵했다.미간에는 불만이 서려 있었지만 결국 마지못해 지시를 내렸다.정도원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한마디 말했다.“윤 팀장, 재무부에 가서 보고해. 앞으로 보석 착용 금지, 이번 달 월급도 삭감이야.”윤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이해리는 문득 깨달았다.정도원과 자신의 계좌는 함께 쓰고 있었다.‘그럼 윤유나에게 쓸 돈은 어디서 나온 거지?’그녀는 손을 꽉 쥐었다.“지난 분기 배당 내역 좀 확인할게요. 윤 팀장님, 자료 정리해서 가져와요.”말이 떨어지자 윤유나와 정도원 둘 다 멈칫했다.정도원이 웃으며 황급히 그녀를 잡아끌었다.“갑자기 왜 지난 분기 배당을 봐? 우리 계좌는 이미 분리했어. 다음 분기부터는 네 배당금 전부 네 계좌로 들어가. 이런 얘긴 여기서 하지 말고 그만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그는 그녀를 반쯤 억지로 데리고 나갔다.이해리는 이상함을 감지했다.원래 그녀의 배당금은 정도원과 합쳐져 있었고, 정산일마다 공동 계좌로 함께 입금됐다.매달 돈이 들어오긴 했지만, 자신이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는 계산해본 적 없었다.하지만 방금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면, 배당금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분명했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보석을 산 사람이 메시지를 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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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이해리는 그가 정도원의 외도 사실을 숨겨줬다는 걸 떠올리자 속이 메스꺼워져, 그를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하동연은 멈칫하며 정도원을 바라봤다.“사모님이 왜 저러시죠?”“나한테 묻지 말고 네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정도원이 코웃음을 쳤다.하동연은 얼른 따라붙었다.“사모님, 뭐 드릴까요? 커피? 아니면 주스?”“아무거나요.”이해리가 담담히 답했다.하동연은 조금 전의 싸늘한 태도가 착각이었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나서 시계를 보며 말했다.“그럼 사모님이 좋아하시는 핸드드립 커피로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대표님, 방금 연락받았는데 한 시간 뒤에 형님께서 회사에 도착하신답니다.”이해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대표 사무실 소파에 앉아 아무 책이나 집어 들었다.정도원은 혀를 차며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진짜 온다고? 알았어. 올해 회사 주요 프로젝트랑 총수익 표 전부 가져와.”하동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리에게 커피를 건넨 뒤 서류를 가지러 서둘러 나갔다.한 시간 후, 정지안이 서경 그룹에 도착했다.시끌벅적한 걸 싫어하는 그는 조용히 찾아왔다. 곁에 있던 개인 비서 허지환이 미리 전화해서 정도원은 물론 그 누구도 내려와 마중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정도원은 회의실에 다과와 차를 준비하고 기다렸다.이해리도 당연하다는 듯 함께 회의실로 갔다.그런데 들어가 보니 주주단 자리에 그녀의 이름이 붙은 좌석은 없었다.그리고 정도원의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그때 회의실 문밖에서 누군가 급히 들어왔다.윤유나였다.그녀는 이미 목걸이를 벗은 상태였는데 들어오자마자 정도원에게 웃어 보이더니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아버렸다.이해리는 걸음을 멈춘 채 어정쩡하게 서 있는 꼴이 됐다.정도원은 끝까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넥타이를 고쳐 매며 윤유나에게 몸을 기울여 무언가를 속삭였다.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진짜 한 쌍의 사이좋은 부부 같았다.윤유나는 이해리의 시선을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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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이해리는 곧바로 미소 지으며 인사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정지안도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형.”정도원이 웃으며 다가왔다.“왔어? 어서 앉아. 다들 형만 기다리고 있었어.”정지안은 회의 테이블의 주인석에 앉으며 담담히 말했다.“난 그냥 잠깐 들르겠다고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형 오는데 당연히 성대하게 맞이해야지.”정도원이 농담처럼 말했다.하지만 정지안은 반응하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앉은 채 문득 시선을 정도원 옆의 윤유나에게 돌렸다.“이분은 누구지?”이해리는 잠시 멈칫했다.윤유나는 뜻밖의 관심에 감격한 듯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회사 재무부 팀장 윤유나야.”정도원이 설명했다.“재무부 팀장?”정지안의 목소리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그럼 그 자리는 원래 저 사람이 앉을 자리였어?”그 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윤유나와 이해리에게 향하며, 그제야 오늘 사모님도 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듯했다.이해리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지만 곧 시선을 내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정지안이 들어오자마자 자리 문제를 짚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정도원은 입을 열었다 닫으며 머뭇거렸다.“형한테 회사 매출 상황을 설명해주려고. 윤 팀장이 재무 담당이라 옆에서 보조 설명하면 좋을 것 같아.”“제자리에 앉아 있으면 입이 막히기라도 하나? 네 회사는 기본적인 회의 예절도 없어?”정지안의 말투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윤유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고, 정도원의 얼굴빛도 변했다.이해리는 그를 흘끗 바라봤다.장남이 아버지 역할을 했던 집안이었다.무능한 정호석은 사실 두 아들을 방치했다.정도원의 금융 및 경영 교육도 모두 정지안이 직접 팀을 붙여 마련해 준 것이었다.지금 정지안은 회사와 아무런 공식적 관계가 없지만, 정도원은 그의 앞에서 마치 업무 보고를 하는 부하 직원처럼 완전히 기세가 눌려 있었다.정지안은 정도원에게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이해리 씨.”갑작스러운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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