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터질 지경이었다.그녀는 두 남자의 대화를 애써 무시하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어젯밤 술 마신 일이 들켜버리다니. 오늘 아침 정지안 앞에서 끝까지 잡아뗐건만 바로 이렇게 들통나버린 걸까?이해리는 차오르는 굴욕감을 꾹 참고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워크숍 장소에 마련된 피트니스센터로 향했다.오후가 되면 대부분 돌아갈 터, 그녀는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이왕 온 김에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이 피트니스센터에 최신식 운동 기구들이 갖춰져 있다는 말에 그녀는 꽤 흥미를 느꼈다.하지만 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 앞에 펼쳐진 끝없는 기구들을 보고는 멍하니 얼어붙었다.본격적으로 헬스장에 다녀본 적 없는 이해리는 매 기구의 사용법을 모르다 보니 러닝머신밖에 알아보지 못했다.“어디부터 운동해보려고?”별안간 등 뒤에서 맑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해리는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정지안이 여기까지 따라올 줄이야. 그녀는 퉁명스럽게 고개를 돌려 다른 기구로 발걸음을 옮겼다.헬스장에서까지 이 남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이해리가 기구에 막 앉으려 할 때, 그의 체온이 바로 등 뒤에서 느껴졌다.둘 사이에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이해리는 마치 뜨거운 불길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정지안이 살짝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이건 어깨랑 등 근육 강화에 좋은 거야. 내가 무게 조절 도와줄게. 처음이니까 너무 무리하진 마.”이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정지안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눌렀다.운동 기구는 생각 밖으로 재미있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어느새 정지안에게 운동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다만 이들의 자세가 상당히 오묘해 보인다는 사실을 이해리는 인지하지 못했다.운동하는 동안, 몇몇 남자들이 번호를 따보겠다고 이쪽으로 다가왔으나 정지안의 싸늘한 눈빛에 되돌아가기도 했다.한밤중, 이해리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며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머릿속에는 온통 정지안이 자신에게 자상하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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