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이 남편으로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390 챕터

제181화

“내가 이렇게 사라져 버리면 회사에도 좋을 리 없잖아.”정도원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오늘은 다 같이 워크숍 나왔으니 굳이...”하지만 이해리는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약속할게. 금방이면 돌아와. 게다가 이 시간에 내가 어딜 가겠어? 네가 주최한 워크숍에서 지안 씨 찾으러 갈까? 그럼 네가 이따 동네방네 소문 퍼뜨릴 거고 난 또 죄인이 되는 거겠지? 이혼 얘기는 물 건너가겠네 그럼?”이해리는 취기가 살짝 오른 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도원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잠시 넋을 잃었다. 오랜만에 보는 다정한 모습인지라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긴! 이혼 생각 없을 줄 알았어. 그동안 날 시험했던 거네?”“그렇지 않고서야 왜 너랑 이렇게 오래 함께했겠어... 나 이만 간다. 금방 돌아올게.”이해리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정도원을 달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가 더는 쫓아오지 않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일부러 호텔 직원을 찾아갔다.“이 호텔에 특별한 무도회가 열린다거나... ‘전문 배우’를 섭외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이해리는 직원을 구석으로 끌고 가 주머니에서 현금 몇 장을 꺼내 보였다.“타이국에서 온 배우들 좀 찾아봐 주세요. 술 취한 척 연기하면서 이 방으로 들여보내면 됩니다.”직원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이해리가 건네는 현금을 손에 쥐며 물었다.“손님, 정말... 그렇게 하실 건가요?”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수습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이해리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제가 책임질게요.”오늘 워크숍 중에 그녀는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정도원이 해코지하려 할 때, 그녀가 피한 것까지 모조리 기록되어 있었다.설령 오늘 정도원과 같은 방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일이 커지면 그는 모든 책임을 이해리에게 떠넘기지는 못할 터였다.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에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나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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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이해리는 몰래 씩 웃고 나서야 그쪽으로 향했다.눈앞의 광경을 본 그녀는 마치 방금 도착한 것처럼 연기했다.“다들 여기서 뭐 하세요?”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보자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주었다.이해리는 방금 호텔 직원을 찾아가며 구석에 있던 터라 CCTV에 찍히지 않았다.한편 직원이 섭외한 트랜스젠더 배우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이해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동요 없이 정도원의 팔을 잡고 억울한 듯 말했다.“오빠가 저 부르셨잖아요... 내일 공연도 보러 오신다고 해놓고 이렇게 소리 지르면 어떡해요? 다들 구경 나왔잖아요!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구경꾼들의 표정이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이해리는 마치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난 그래도 네가 윤유나 사건 이후로 변했을 거라 여겼어. 어떻게 또 이런 식이냐...”정도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니야, 해리야! 내 말 좀 들어봐. 이 사람 그냥 길을 잘못 든 것뿐이야. 맞잖아, 말해 봐! 나 이런 서비스 부른 적도 없거든. 그쪽이 방을 잘못 들어온 거야!”하지만 그 트렌스젠더는 여전히 정도원의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오빠가 날 불렀잖아요. 변명 좀 그만해요!”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에 이해리는 한숨을 쉬며 뒤돌아섰다.“됐어. 난 그냥 따로 방 잡고 잘게.”오늘 워크숍 중에 정도원은 계속 그녀에게 집적거렸다.지금 둘이 한방을 쓰면 정말이지 무슨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오늘 밤은 편히 잠들 수 없을 것이다.전에 정도원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지었던 흉측한 표정, 거기에 약물 사건까지 떠올리니 이해리는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대시할 때까지만 해도 이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적어도 정직하고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역시 인간은 변하는 법.정도원이 외로움을 달래겠다고 그녀를 닮은 윤유나를 찾아서 대체품으로 삼을 때, 그때라도 이해리는 확실히 깨달았어야 했다.이해리가 떠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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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러려면 나한테 뭐라도 좀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안 그러면 비밀 지킨다고 장담 못 해.”정지안의 말을 들은 이해리는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보상 얘기는 돌아가서 하죠. 그나저나 아까 밖에서 그 소란이 일었는데 진짜 안 나가보셨다고요? 너무 태연하시다.”정지안은 고개를 저었다.“난 너만 안전하면 돼.”사실 오늘 일은 정지안도 꽤 놀랐다.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가느라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돌아오니 이해리가 정도원에게 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접했다.부랴부랴 쫓아가던 와중에 이해리가 다급하게 호텔 직원을 끌고 구석으로 들어가 무언가 상의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곧이어 그 소란이 벌어졌다.이해리는 그에게 또다시 물었다.“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구경하러 안 나왔대요?”아까 만약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억지로 화난 척할 일도 없으니 계속 남아서 구경할 게 뻔하다.트렌스젠더가 방을 잘못 찾아갔다는 일 자체가 흔하지 않았다.특히 호텔 직원이 섭외한 그 트랜스젠더는 연기력도 출중해서 정도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이해리는 생각할수록 웃음이 터져 나왔다.“뭐야? 나쁜 짓 하나 성공했다고 그렇게 신났어?”정지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제야 그녀는 아까 일들을 계속 떠올리며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당연히 신났죠. 사실 이건 즉흥적으로 생각한 거였어요.”이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오늘 오는 길에 이 리조트의 특별한 점들을 검색해 보았는데 마침 트랜스젠더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정도원이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복수할 리가 없겠지.정지안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만큼 네가 머리가 좋다는 거야.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잖아.”어느덧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칭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왠지 모를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아 이해리는 헛기침하며 말을 끊었다.“됐어요. 이만 가서 잘래요. 내일도 종일 워크숍 일정일 텐데...”정도원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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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정도원은 통화 내내 짜증이 섞인 말투였다.한편 그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이해리는 몹시 불쾌한 듯 손목을 가볍게 문질렀다.이혼을 결심한 후로는 정도원과 사소한 신체 접촉만 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통화를 마친 정도원은 이해리에게 다급하게 말했다.“회사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어. 넌 여기 남아서 직원들 케어해. 처리하고 바로 올게.”말을 이어가던 남자가 별안간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해리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회사 일에 마음이 급했는지 서둘러 자리를 떴다.그때 이해리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알았어. 회사 일부터 챙겨야지. 걱정 마. 여긴 나랑 아주버님이 직원들 잘 챙기고 있을게.”그녀는 말을 마치며 정지안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그렇죠, 아주버님?”사실 어젯밤, 이해리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두 사람이 일부러 거리를 두면 오히려 정도원만 신나게 해주는 꼴이었다.또한 회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캔들을 해명하려면 이제 더 이상 애매한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차라리 이 기회에 정지안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모두에게 진실을 흐리는 것이 나았다.두 사람 사이에 어떤 내연의 관계라도 있다면 일부러라도 거리를 두겠지. 다들 그렇게 생각할 때 이해리는 정반대의 행동을 택했다.그 결과, 어제 세 사람의 행동을 보며 은근히 쉬쉬거리던 직원들은 오늘 이해리가 이렇게 나오니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이해리는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정도원을 바라봤다. 씩씩거리면서 떠나가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왜 이렇게 깨고소하고 웃긴 걸까?좀 전에 뭇사람들 앞에서 그 한마디를 했다고 바로 뚜껑이 열리는 저 인간, 다만 그의 분노는 오히려 이해리에게 즐거움만 선사했다.다른 직원들이 각자 할 일을 찾아서 하자 이해리는 그제야 오늘이 정말 워크숍이라는 걸 떠올렸다.하지만 정도원이 제안한 부서별 미팅은 그가 떠난 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다들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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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특히 정도원이 줄곧 이해리의 곁을 지켜준 이유가 사실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만 이해리 본인만이 그걸 모르고 지냈을 뿐이다.곱씹을수록 명확해지는 생각, 정지안은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줄곧 남몰래 지켜봐 왔을 것이다.이해리는 해맑게 눈웃음을 지었다.“아무튼 그래서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 계획이에요?”다른 직원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정지안과 단둘이 이야기하면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다.“도원이가 이 많은 직원들을 데리고 워크숍에 온 이상 분명 일정표가 있을 거야. 이따가 다른 직원들한테 일정표를 구해서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건 어때?”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계획을 망칠 수는 없었다.이해리리도 그의 말이 나름 일리가 있었다. 어차피 혐오하는 사람은 떠나고 없으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정도원이란 인간은 이제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그녀는 이혼 절차가 부디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묵묵히 기도했다.모두가 원래 계획대로 워크숍을 진행하려 할 때, 갑자기 맑고 청량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모두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하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그녀는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를 깔끔하게 늘어뜨리고 있었다.앞머리는 내리지 않았고 주먹만 한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자리 잡고 있어 누가 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여신’ 스타일이었다.하얀 재킷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했고 늘씬한 다리에 검은색 하이힐까지 장착했다.위풍당당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 여자, 이해리는 그녀가 문희정임을 단번에 알아봤다.지난 분기에 회사에 새로 합류한 임원 중 한 명이었다.지난 분기에 회사에는 세 명의 신규 임원이 왔었는데 문희정이 그중 유일한 여성이었다.부임하자마자 ‘신임 임원의 칼바람’이라 불릴 만큼 많은 일을 해냈고 특히 여러 위기에 처했던 프로젝트들을 다시 살려내 성공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덕분에 정도원의 사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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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문희정의 말솜씨는 탁월했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면서도 정지안을 향한 존경과 긍정의 표현을 잊지 않았다.“진작부터 뵙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네요. 정말 인연인가 봅니다.”정지안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이해리에게 향하던 시선을 무심하게 거두었다.다른 사람 앞에서 둘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은 이해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가 있으니까.하지만 조금 전 문희정이 그렇게 물었음에도 이해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였고 이에 정지안의 마음이 움찔거렸다.자신은 이해리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란 말인가? 딴 여자가 먼저 다가와 호감을 보여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일까?정지안은 가볍게 웃으며 문희정에게 인사를 건넸다.이해리는 그제야 깨달았다. 문희정이 방금 다가와 정지안에 관해서 질문을 건넨 것은 단지 그녀를 발판 삼아 이용하려는 의도였다.정지안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 그게 아니면 직접 이 남자와 말을 걸고 다른 얘기도 나눌 수 있을 터였다.자신을 도구처럼 이용했다는 사실에 이해리는 몹시 언짢아졌다.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는 틈을 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이참에 가서 주스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이해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까이에 있는 음료대 근처로 향했다.워크숍은 소규모 연회처럼 꾸며져 있었고 그곳에는 먹을거리와 마실 거리가 즐비했다.이해리가 막 주스 한 잔을 들고 돌아왔을 때, 문희정이 정지안 바로 옆에 서서 마치 그의 품에 안길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웠다.문희정이 입고 있던 하얀색 재킷은 어느새 단추가 풀려 있었고 안에는 깊게 파인 민소매 차림이었다.어쩌면 실내 난방이 너무 강해서 그랬는지 그녀는 일부러 재킷을 살짝 내려 새하얀 어깨를 드러냈다.누가 봐도 곁에 있는 정지안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이 장면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이해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나 지금 질투하는 거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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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이것은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은근하고도 묘한 질투의 감정이었다.이해리가 막 그쪽으로 다가가려 할 때, 옆에서 직원들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문 이사님 남자친구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이사님이 하도 바빠서 전 남친이랑 헤어졌다는 얘기도 들어본 것 같아요.”“두 분 진짜 잘 어울리세요! 능력도 비슷하신 데다 문 이사님 사업 열정이 넘치시잖아요! 두 분 그냥 사귀시는 게 어때요?”주변의 분위기에 문희정은 오히려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저야 뭐 다 괜찮죠. 마침 옆자리도 비었고요. 그렇다고 아무나 받아줄 수는 없어요.”이 말은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한마디에 사람들은 더 신나서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다.다들 정지안과 문희정에게 한번 만나보라고 부추겼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둘에게 러브샷 제안까지 했다.한바탕 웅성거림 속에 이해리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방금 들고 온 주스마저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녀는 더 이상 저들을 쳐다보지 않고 구석으로 향했다.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홀로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술을 들이켰다.술을 마시며 과거를 떠올리는 이해리, 전에 술 마실 때면 정지안이 항상 곁에 있어 주었다.어떤 사고가 발생하든, 혹은 누가 그녀를 괴롭히든 옆에는 늘 정지안이 함께했다.하지만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이해리의 언짢은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이해리는 생각할수록 더 속상해졌다.술을 두 잔 마시고 취기가 올라오자 스스로 머리를 두드리며 그만 마시자고 단속했다.술을 마시면 항상 일이 터지는 법, 그녀는 오늘 혼자 여기 있어야 한다. 정도원이 곁에 없지만 정지안도 자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이해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방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아직 서로를 붙잡고 있는 듯했고 이해리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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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이해리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정지안의 노크 소리와 걱정 섞인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하지만 전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그저 나만의 휴일이라 여기고 싶은 마음, 답장도 하기 싫고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어젯밤 문희정과 정지안이 복도에서 애틋하게 대화를 나눈 장면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문희정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는 끈적한 액체처럼 이해리의 심장을 옭아매고 있었다.그 사소한 기억 하나조차 도무지 떨쳐낼 수가 없었다.하여 정지안이 문밖에서 끈질기게 자신을 부르고 있음에도 이해리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이해리!”별안간 남자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아픈 거면 호텔 직원 불러서 문 열어달라고 할 거야.”그는 두 사람의 소란이 다른 이들에게 들키는 것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결국 참다못한 이해리가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괜찮아요. 그냥 나가기 싫은 것뿐이라고요.”“다들 밖에 나가 있는데 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정지안은 도무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다만 이해리의 말투 또한 차갑게 굳어 있었다.“말했잖아요, 아무 일 없다고. 그냥 혼자 쉬고 싶으니까 더 이상 찾아오지 마세요.”문밖에서 이해리의 대답을 들은 정지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어젯밤부터 그녀의 태도가 왜 이렇게 이상해진 걸까?차갑고 냉랭한 데다 마치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거리를 두려 했다.정지안의 미간이 굳어지며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일단 문부터 열어봐.”예상대로 대답은 없었다.정지안이 다시 노크하려는 찰나, 이해리가 짜증 섞인 얼굴로 다가와 문을 벌컥 열었다.“언제까지 이럴 건데요?”문가에 있던 정지안은 미처 내리지 못한 주먹을 쥔 채 멈춰 섰다.“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정지안은 눈앞의 이해리를 빤히 응시했다. 그의 눈 밑에는 서늘한 냉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한편 이해리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무 일 없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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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뭐라고요?”이해리가 이를 악물었다.“왜 문희정 씨한테 안 가고 나한테 와서 이러는 거예요? 내가 방에 혼자 있는 거 뻔히 알면서.”말을 내뱉기 바쁘게 그녀는 후회가 밀려왔다.은근히 배어 나오는 질투심을 정지안이 과연 못 알아챌까?그럴 리가 없겠지! 방금 이해리의 말과 행동은 남자의 눈에 묘한 서운함으로 비쳤을 것이다.정지안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이해리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남자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혹시 질투하는 거야?”“아니요!”정지안 앞에서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이해리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어제 문희정 씨랑 신나게 대화해놓고 지금 날 찾아오면 어떡하자는 거예요? 그분 오해할까 두렵지도 않아요?”이에 정지안이 웃으며 대답했다.“질투 맞네! 내가 딴 여자랑 같이 있는 걸 보고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거야?”허를 찌르는 이 남자 때문에 이해리는 더욱 어색해졌다.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지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화내는 모습이 조금 귀엽네? 근데 어제 일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긴 해. 실은 문희정 씨랑 함께 있었던 건 다 널 위해서였어.”“뭐라고요?”이해리는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 냉소를 터트렸다.“둘이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이유가 저 때문이라고요?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했던 건 문희정 씨가 지안 씨한테 먼저 접근했기 때문이잖아요!”게다가 그는 거절하는 기색도 없이 문희정을 받아줬으니까.그래 놓고 이제 와서 모든 게 다 이해리 때문이라니! 그녀를 위해서라니!정지안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아직도 질투가 아니라고 잡아뗄 거야?”질투가 아닌데 어젯밤부터 둘의 모든 행동을 주시할 이유가 뭘까?게다가 지금 이해리의 말에서 어제 그가 문희정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줄곧 지켜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해리는 두 눈을 희번덕거리고 남자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더 이상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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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정도원이 인간쓰레기인 건 알고 있었지만 비겁하기까지 할 줄이야.한편 정지안은 고개를 저었다.“이번 달 초부터 대규모로 재산을 빼돌리기 시작했다는 것만 확실히 알 수 있어. 그 전에 이미 재산이나 주식을 건드린 적이 있는지는 확답 못 해. 사람 시켜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이해리의 입꼬리가 축 처졌다.“결국 문희정 씨랑 즐거운 시간만 보냈네요. 제대로 알아낸 것도 별로 없으면서.”그녀의 새침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질투심에 정지안은 더욱 흐뭇해졌다.“이제 그만 인정해. 언제까지 시치미 뗄 거냐고.”그는 장난스럽게 이해리의 입꼬리를 잡아 올렸다.남자의 손힘은 적당했고 이해리는 그의 손목을 잡아서 홱 뿌리쳤다.“시답잖은 수작 부리지 말아요. 나한텐 전혀 안 통하니까.”어젯밤 문희정은 분명 정지안에게 홀랑 넘어갔을 것이다.한편 지금 일부러 굳은 표정을 짓는 이해리는 이 남자의 눈에 꼭 마치 화난 아기 고양이 같아 보였다.“알았어, 말 안 할게. 오늘 다른 일정도 있는데 정말 안 가?”정지안이 묻자 이해리는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참가할 생각 없어요.”“계속 방에 틀어박혀서 삐질 거야? 내가 다 해명했잖아. 문희정 씨랑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 널 위해 정보 좀 캐내려고 그랬을 뿐인데 왜 아직도...”정지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해리가 그를 거칠게 밀어냈다.“나가요 제발!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방 문을 닫은 후, 그녀는 문 뒤에 기댄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간만에 질투라는 걸 해봤는데 하필 그에게 들켜버리다니.이해리는 이 사실이 너무 창피했다. 하지만 남자의 장난스러운 태도를 떠올리자 오히려 그가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왜 아침에 먼저 연락해서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어젯밤에는 왜 찾아오지 않았던 걸까?어젯밤 이해리는 연회장 구석에서 홀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다.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직도 욱신거렸다.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잠시 뒤 마음을 바꿨다. 오늘은 다른 일정이 남아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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