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기 바쁘게 이해리가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야, 정도원! 너 대체 왜 이래? 인터뷰 수락하고 답변까지 다 써줬는데 왜 내 말대로 안 하냐고?”정도원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이해리의 날카로운 기세에 그는 마치 속마음을 들킨 듯한 기분이었다.하긴 틀릴 것도 없었다. 방금 한 답변 중 상당수가 정도원이 일부러 판을 깔아둔 것이었다.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정도원은 전적으로 그녀의 과실임을 인정하게 만들려 했다.그렇게 되면 이해리는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는 측으로서 이혼하고 회사를 떠나더라도 이 회사에 그리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세울 작정이었다.마지막까지 자신을 이용하려 드는 정도원의 모습에 그녀는 진저리나는 역겨움을 느꼈다.“네가 무슨 수작인지 전혀 모를 것 같아?”그녀가 정말 화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정도원은 최근 그녀의 행동을 되짚어 보며 더 이상 정면으로 부딪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생각을 마친 정도원은 대충 얼버무렸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를 그렇게까지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네가 준 답변을 깜빡했을 뿐이야. 시간이 너무 빠듯했잖아. 전날에 인터뷰 있다고 통보하더니 밤늦게 그렇게 많은 답변을 보내면 어떡하라는 거야? 대충 보고 잠들었어.”정도원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카메라 앞에서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이해리가 빠르게 반응하여 작전에 걸려들진 않았지만, 정도원의 몇 마디는 그가 의도했던 효과를 어느 정도 보았을 것이다.이해리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우린 서로 좋게 헤어질 수는 없는 거니?”이 상황까지 왔으니 이미 ‘좋게 헤어진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도원이 또 대충 둘러댔다.“나중에, 해리야. 회사에 볼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어...”그때, 정지안이 불쑥 나타났다.“방금 인터뷰는 생방 아니고 사전 녹화야. 두 사람 다시 할 기회 있어. 답변을 못 외워서 그랬다고 했지?”그는 곧장 정도원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아직 시간 있으니 이 답들을 전부 외우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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