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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チャプター

제211화

“저 지금 유나 씨 만날 시간 없어요.”이해리는 마음속으로 뇌까렸다.‘윤유나 너 뭐 돼? 네가 만나자고 하면 아무 때나 만나줘야 하는 거니?’한편 윤유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중요한 얘기에요!”“그래봤자 또 나한테 화풀이하거나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겠죠, 늘 그래왔듯이.”윤유나가 ‘중요한 일’이라며 이해리를 찾을 때마다 결국에는 불쌍한 척하며 이해리에게 이혼을 재촉하는 게 전부였다.그녀는 그런 윤유나의 수법에 진저리가 났다.“유나 씨 유치한 장난에 어울려 줄 시간 없어요. 회사에서 무슨 일 겪었는지 다 알겠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만나서 얘기해요. 도원 씨 근황 안 궁금해요?”이 한 마디에 이해리가 멈칫했다.정도원이 요즘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지안의 조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윤유나가 이 일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컸다.어쩌면 윤유나를 통해 더 많은 증거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정지안의 도움으로 이미 모든 증거를 깔끔하게 정리했고 변호사에게 넘긴 상태니까.이때 윤유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조건이 더 있는데 만나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결국 이해리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장소를 회사 근처의 카페로 정했다.윤유나는 오늘 박시한 핏의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이해리가 무심코 그녀의 배를 훑어보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여자 모두 가짜 임신을 알고 있는 상황, 윤유나는 이토록 민감한 주제를 먼저 꺼내기엔 망설여졌던 모양인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해리 씨도 알다시피 오늘 여기로 부른 이유는 최대한 빨리 이혼해주길 바라서예요. 이제 정씨 가문에서도 저를 다 받아들였으니 태교에만 전념하면 될 것 같아요. 서경 그룹 상태만 안정되면 해리 씨와는 철저히 끝이에요!”말할수록 점점 거만해지는 그녀, 이를 살펴보던 이해리는 피식 웃었다.“난 또 뭐 바라는 거라도 있어서 부른 줄 알았더니,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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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이해리의 연이은 행동에 윤유나는 완전히 분노했다.“오늘 저랑 만나기로 한 게 대놓고 꼽주기 위해서였어요?”윤유나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째려봤다.만약 오늘 만남이 없었다면 이해리는 인터뷰를 수락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윤유나의 말을 들은 그녀는 놀란 척하더니 두 손으로 뺨을 감싸 쥐고 눈웃음을 지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람 너무 나쁘게 몰아가면 안 되죠...”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근데 내가 한 말 틀린 것도 없을 텐데? 새장에 갇힌 새 주제에 왜 이렇게 겁 없이 덤벼드는 거지?”윤유나는 연 며칠 이런 식이었다.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 건지 매번 이해리 앞에서 도발을 일삼았다.그래봤자 변변찮은 것들로 이해리와 맞서려는 그녀.이에 이해리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몇 번이나 날 괴롭히려다 결과가 어땠는지 다 잊었어요? 정씨 가문 사람들이 언제 한번 유나 씨를 편들어주던가요? 인간이 어떻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지?”그녀의 팩트 폭격에 윤유나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내가 어떻게 잊어? 몇 번이고 너한테 도발했지만 좋은 결과를 본 적이 없잖아. 네가 항상 더 강력한 반격으로 날 궁지에 몰아넣었으니까.’특히 이번에는 임신 사실까지 밝혔음에도 이해리에게 또 한 번 밀려났다. 심여진은 이해리가 회사에 계속 투자해주길 바라면서 단호하게 윤유나를 시골로 보내 태교에 전념시켰다.가짜 임신이었으니 망정이지 윤유나는 심여진과 끝까지 맞섰을 것이다.다만 이해리 앞에서 감히 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혹시라도 들통나면 이해리가 홧김에 심여진을 찾아가 고자질할지도 모르니까.그녀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해리 씨는 도원 씨랑 사랑하지도 않잖아요. 두 분 결혼 생활을 질질 끄는 건 서로를 괴롭히는 꼴밖에 더 돼요? 좀 깔끔하게 손 놓아주면 안 되나요? 도원 씨가 저를 좋아하는 거 해리 씨도 진작 알았죠? 아무 감정 없는데 옆에 그렇게 오래 둘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저 지금 회사에서 쫓겨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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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이해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미 늦었어요. 저번까지만 해도 유나 씨가 내뱉은 말을 지키고 몰래 저를 도와줬더라면 지금쯤 우린 아마 깔끔하게 이혼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동안 도원이가 시키는 대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데 일조한 거 맞죠?”윤유나와 정도원이 뒤에서 이런저런 계략을 꾸몄기에 이해리의 이혼은 이토록 어려워졌다.정지안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말을 마친 이해리는 더 이상 윤유나의 표정을 살필 여유도 없이 몸을 돌려 식당을 나섰다.윤유나가 또다시 도발해온다면 그땐 정말 가차 없이 더욱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이었다.식당을 나온 이해리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요즘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두꺼운 코트를 여몄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한기가 올라왔다.방금 그 인터뷰를 수락했으니 이제 곧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이혼 전에 회사 주가를 회복시키는 것은 이해리에게도 당연히 유리한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며 이해리는 즉시 이 소식을 정도원에게 문자로 보냈다.정도원은 언제 인터뷰를 수락했느냐고 칼답장을 보내왔다.그녀는 더 설명하기도 귀찮았다.“걱정 마. 관련 질문에 답변까지 싹 다 보내줄 테니 그때 가서 답변만 외워. 우린 계속 금실 좋은 부부 연기만 잘하면 돼.”어차피 두 사람은 대중들 앞에서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만 잘하면 회사 평판과 이미지까지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정도원이 더 붙잡고 뭐라고 말을 걸려고 했지만 이해리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인터뷰 질문들에 대한 답변 준비에 몰두했다.이번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는 상대측에서 모든 과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질문 또한 미리 준비된 것들로만 받겠다는 조건 때문이었다.이해리에게 이 정도 준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노트북 앞에 앉아 오롯이 답변 작성에 집중했다.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정지안이 돌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옆에서 남자의 기운이 느껴져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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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이 질문에 관해서 정지안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서재로 들어가기 전, 이해리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내일이면 알게 될 거야.”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 남자가 무슨 속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급선무는 질문과 답변을 모두 정리하는 일이었다.이해리는 계속 노트북에 매달려 모든 답변을 작성한 뒤 정도원에게 보냈다.[답변은 모조리 다 외우고 내일 표현 잘해. 이번 인터뷰가 우리 둘의 마지막 연기가 될 거야.]이제 곧 이혼 절차를 밟을 테니까. 이해리는 더 이상 정도원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오늘 인터뷰를 수락한 것은 윤유나를 약 올리려는 의도도 있었다.그동안 계속되는 도발에 이해리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딱히 큰 데미지가 없는 인터뷰를 받는 것은 오히려 잠시 숨을 고를 여유가 될 수 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이해리는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했다.대기실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쉬고 있는 남자를 보고 그녀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누구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왜? 아직 잠이 덜 깼어?”정지안이 태연하게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그러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지안 씨가 왜 여기 있어요?”함께 방송국에 가주겠다더니 정말로 올 줄이야!정지안은 웃으며 말했다.“난 네 상사잖아. 인터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여기서 모조리 지켜봐야지.”이해리는 눈을 깜빡이며 무언가 더 물으려 했지만, 옆에 있던 어시가 다급하게 다가와 말했다.“이제 메이크업 받으셔야죠.”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이해리는 뒤늦게 알아챘다. 정지안이 어젯밤 방송국 지분을 매입하여 이제 이 방송국의 실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정지안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메이크업을 받는 동안에도 옆에 앉은 이 남자가 끊임없이 시선을 던지는 게 느껴졌다.그 시선 때문에 이해리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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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문이 닫히기 바쁘게 이해리가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야, 정도원! 너 대체 왜 이래? 인터뷰 수락하고 답변까지 다 써줬는데 왜 내 말대로 안 하냐고?”정도원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이해리의 날카로운 기세에 그는 마치 속마음을 들킨 듯한 기분이었다.하긴 틀릴 것도 없었다. 방금 한 답변 중 상당수가 정도원이 일부러 판을 깔아둔 것이었다.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정도원은 전적으로 그녀의 과실임을 인정하게 만들려 했다.그렇게 되면 이해리는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는 측으로서 이혼하고 회사를 떠나더라도 이 회사에 그리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세울 작정이었다.마지막까지 자신을 이용하려 드는 정도원의 모습에 그녀는 진저리나는 역겨움을 느꼈다.“네가 무슨 수작인지 전혀 모를 것 같아?”그녀가 정말 화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정도원은 최근 그녀의 행동을 되짚어 보며 더 이상 정면으로 부딪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생각을 마친 정도원은 대충 얼버무렸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를 그렇게까지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네가 준 답변을 깜빡했을 뿐이야. 시간이 너무 빠듯했잖아. 전날에 인터뷰 있다고 통보하더니 밤늦게 그렇게 많은 답변을 보내면 어떡하라는 거야? 대충 보고 잠들었어.”정도원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카메라 앞에서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이해리가 빠르게 반응하여 작전에 걸려들진 않았지만, 정도원의 몇 마디는 그가 의도했던 효과를 어느 정도 보았을 것이다.이해리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우린 서로 좋게 헤어질 수는 없는 거니?”이 상황까지 왔으니 이미 ‘좋게 헤어진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도원이 또 대충 둘러댔다.“나중에, 해리야. 회사에 볼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어...”그때, 정지안이 불쑥 나타났다.“방금 인터뷰는 생방 아니고 사전 녹화야. 두 사람 다시 할 기회 있어. 답변을 못 외워서 그랬다고 했지?”그는 곧장 정도원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아직 시간 있으니 이 답들을 전부 외우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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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정지안은 동생 정도원이 무슨 말을 이어갈지 대충 짐작이 갔다.예상대로 정도원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형, 우리야말로 가족이라니까.”사실 두 형제가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집에서도 평소에는 서로 거들떠보지 않았으니까.어머니 심여진이 정도원을 편애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집안에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나중에 정도원이 이해리와 사귀면서도 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 정지안은 밖에서 지낸 터라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지금 정지안은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정도원이 대뜸 이리로 불러내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그는 싸늘한 눈길로 정도원을 쏘아보았다.결국, 정도원이 민망해하며 시선을 피하고 나서야 정지안도 비로소 입을 열었다.“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대체?”정도원은 자신의 도덕적 압박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방금 그 말을 내뱉었을 때 정지안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으니까.그런데 지금 역으로 자신에게 문제를 떠넘기다니!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곱씹고 임박한 이혼, 그리고 회사가 재산 분할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까지 떠올리자...정도원은 이 모든 상황에 더 좋은 해결책이 있으리라 생각했다.만약 형을 자기편으로 만든다면 적어도 이해리가 이혼 시 재산을 많이 가져가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훨씬 안심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정지안의 태도가 너무나도 종잡을 수 없었다.궁지에 몰린 정도원이 다급하게 외쳤다.“형은 내 편이어야잖아! 전에 해리랑 스캔들 났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두 사람 관계에 어떻게 그런 스캔들이 나? 우린 결국 가족이잖아. 그러니 형도 그런 말이 안 되는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 믿어.”정지안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지금 나 일부러 추켜세우는 거야? 왜? 내가 정말 해리랑 바람피울까 봐 걱정돼?”사실 그는 정도원 앞에서 자신과 이해리의 관계를 솔직히 인정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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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이 말은 마치 무거운 망치가 되어 정도원의 심장을 훅 내리쳤다.자신과 윤유나의 일, 사실 집안사람들은 모두 눈감아주고 있었다.어쨌거나 정도원이 집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있으니 아무도 감히 그의 앞에서 함부로 말할 엄두가 안 났다.심지어 어머니 심여진조차도 이해리의 이혼 문제로 마음이 심란할 때나 몇 마디 할 뿐이었다.이제 윤유나가 임신까지 하니 모두가 정도원을 나무랄 명분이 더욱 줄어든 셈이었다.정지안처럼 면전에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정도원은 입술을 달싹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그건...”이때 정지안이 말을 이었다.“네가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네 편 들어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게 바람일지라도?”형이 속사포 랩을 때려 박으니 정도원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말을 마친 정지안은 손목시계를 흘긋 보았다.“됐어. 난 방송국에 또 볼일 있으니까 촬영 끝났으면 먼저 가.”그렇게 정도원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대기실 문이 열리자 이제 막 화장을 지운 이해리가 거울 너머로 정지안을 보았다.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이해리는 약간 머쓱해졌다.아까 정도원이 그를 불러냈던 일이 떠올라 주변을 좀 더 살폈지만 끝내 따라오진 않았다.이해리는 그제야 한결 편안해졌다.촬영 중에도 이미 화가 많이 났는데 정도원이 여기까지 따라와 시비를 건다면 그땐 정말 분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정지안에게 인사를 건네고 짐을 챙겨 서둘러 자리를 떴다.대기실은 순식간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두 분 아까 무슨 얘기 하셨어요?”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이해리가 먼저 말을 걸었다.정지안이 동생 험담이라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태연하게 걸어와 그녀의 등 뒤에 서서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런 일은 캐묻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이해리도 거울을 통해 그를 돌아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네. 뭐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안 물을게요.”“말은 잘 들어.”아까 정도원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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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TV를 멍하니 보고 있던 윤유나는 그대로 컵을 바닥에 내던졌다.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중 한 조각이 손등에 튀었다.윤유나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유리 조각이 손등에 상처를 내며 피가 배어 나온 것이다.멍하니 넋 놓고 손등에 배어 나오는 핏방울을 바라보더니 불현듯 차갑게 웃었다.“날 앞에 두고 일부러 인터뷰 수락했지? 그렇다면 똑똑히 보여줄게, 이해리. 도원 씨가 과연 누구를 더 소중히 여기는지 말이야!”윤유나는 정도원과의 감정에 대해 나름 확신이 컸다.그러니 여기서부터 착수하는 수밖에 없다.그날 이해리가 커피숍에서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지만서도...“유나 씨 또래 여자들은 남자들이 툭툭 던지는 빈말이나 약속을 하늘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죠.”“유나 씨는 지금 새장에 갇힌 새 같아요. 결국 좋은 꼴을 못 본다는 뜻이에요.”“처음에 어떻게 도원의 침대에 기어올랐는지 잊지 말아요. 나중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체될 테니까. 애초에 유나 씨는 저의 대체품에 불과했잖아요.”돌이켜보자 윤유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등의 상처가 더 벌어졌음에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30분 후.정도원은 회의를 끝내기 바쁘게 윤유나의 전화를 받았다.발신자 표시를 본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요 며칠 윤유나는 유난히 그에게 집착하며 전화나 문자가 잦아졌다. 가끔 업무가 바빠서 답장을 못 하면 그녀는 금세 화를 냈다.정도원은 미간을 구긴 채로 전화를 받았다.“뭔데?”지금 이 시각이라면 아마도 오늘 방송된 인터뷰 영상을 보고 또 심술이 났을 터였다.휴대폰 너머로 윤유나의 속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나 손 베었어요. 여기 지금 병원인데 잠깐 와줄 수 있어요?”“뭐라고? 어쩌다가 베었어?”“실수로 컵을 깼어요. 실은 베인 것까진 아니고 파편에 긁혔어요...”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서글픈 투로 변했다.정도원은 그녀가 다짜고짜 트집을 잡지 않는 것에 조금 안심했고 이제 다쳤다는 말까지 들으니 갑자기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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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이해리가 사진을 한 장씩 넘겨 보았는데 모두 정도원이 병원에 있을 때 찍힌 사진들이었다.그것도 병실에서 윤유나와 다정하게 찍은 모습들 말이다.셀카까지 찍어대는 이 둘은 지극히 친밀해 보였고 보는 이의 질투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물론 불륜 관계라는 점은 감안해서 말이다.이해리가 조용히 사진을 볼 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윤유나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다만 이번엔 윤유나가 입을 열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내뱉었다.“유나 씨가 보낸 사진 봤어요. 근데 아무래도 촬영 기술을 좀 더 갈고닦아야 할 것 같네요.”이해리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윤유나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만약 과시하고 싶은 거라면 이 사진들의 친밀도 수준은 예전에 이해리가 두 사람의 불륜 현장을 덮쳤을 때보다 훨씬 낮았다.만약 다른 의도가 있다 해도 너무 불분명한 게 아닐까?게다가 두 사람의 얼굴이 너무 선명하게 나와서 행여나 SNS에 공개라도 해버리면 사이버불링을 당하기가 십상이었다.윤유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언성을 높였다.“닥쳐! 네가 뭔데 지적질이야? 그 사진들 다 봤으니 공개해버리면 결과가 어떨지 너도 잘 알 거야!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당장 도원 씨랑 이혼해.”이 말을 들은 이해리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남들은 협박이나 갈취를 할 때 최소한 돈을 목적으로 삼는데 윤유나는 지금 완전 미친 인간처럼 이해리와 정도원의 이혼만 바라고 있었다.이해리는 너무 한심해서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날 카페에서 한 말은 일절 못 알아들었나 봐요? 내가 도원이랑 이혼하는 게 유나 씨한테 그렇게 중요해요?”윤유나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당연하죠. 해리 씨가 이혼을 안 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당당하게 그 자리를 차지하겠어요?”이해리는 한 마디 덧붙이고 싶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던 탓에 윤유나의 거짓 임신이 들통날까 두려운 건 아닌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까발리지는 않았다.“그래서 지금 나 협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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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사실 이해리는 시어머니 심여진이 강경한 태도보다는 부드러운 태도에 더 쉽게 굴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더구나 심여진은 상대가 길길이 날뛰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이해리는 그동안 겉으로나마 평화와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심여진에게 이렇게 난리를 피운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참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윤유나의 방식을 그대로 심여진에게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심여진은 여전히 침대에 앉아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한 장씩 넘겨 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녀 역시 일이 이 지경까지 번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여진은 고개를 들어 창백한 얼굴로 이해리를 쏘아보며 정도원과 윤유나를 변호하려는 듯 말을 꺼내려 했다.“일단 진정해, 해리야... 이 사진들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잖아. 요즘은 뭐 AI이니 뭐니 선진 기술이 하도 많아서...”이때 이해리가 냉소적으로 웃으며 그녀를 조롱하듯 쏘아보았다.“이것들 다 윤유나가 제게 전화해서 도원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라면서 보내준 거예요.”이번엔 심여진도 말을 잇지 못했다.사진을 더 세게 움켜쥐고 침대 맡에 몸을 기댄 채 기운이 쫙 빠졌다.요즘 집안에 하도 많은 일이 발생해서 그녀도 더는 마음을 쓸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나 보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이해리는 일말의 동정심도 느낄 수 없었다.정도원과 결혼한 지난 몇 년간, 심여진이 정도원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그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저희가 정식으로 이혼하기 전까지 윤유나가 이런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단속하겠다고 저랑 약속했잖아요!”이해리는 심여진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그녀는 상대방의 얼굴에서 어떤 후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무력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이대로 계속 소란을 피우면 심여진은 분명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해리 네가 조금만 더 참아주길 바란다’라고 말할 게 뻔하다.하지만 이해리는 그런 식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심여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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