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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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시하야.”이때 아연이가 성시하에게 다가왔다.연지아가 아연이를 보니 다행히 상태가 꽤 좋아 보였다. 아연이는 다가가 성시하의 손을 잡았다.“시하야, 이리 와봐. 내가 그린 그림 보여줄게.”그러자 강진연이 말했다.“아연아, 저녁 먹고 나서 봐.”아연이가 아쉬운 듯 대답했다.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성시하가 온다는 소식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정성껏 차려진 상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성시하와 아연이는 거실에서 함께 놀았다.성시하가 오늘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에 대해 설명해주자 평소 성시하의 말을 잘 따르던 아연이는 곧장 공책을 챙겨 숙제를 하러 방으로 들어갔다.성시하는 또래 아이들과 있을 때면 확연히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고 그 말투에도 제법 무게가 실려 있었다.강진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다행이야. 앞으로 아연이를 시하가 잘 이끌어줄 테니 나도 마음이 놓이네.”연지아가 거들었다.“시하야, 네가 아연이 옆에서 숙제하는 것 좀 도와줄래?”“네.”두 아이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각자의 할 일에 집중했다. 강현수는 강진연, 연지아와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서재로 향했다.거실에 남은 강진연과 연지아는 TV를 보며 한가롭게 수다를 떨었다.“지금 계속 시하를 데리고 있네. 성유원 대표는 아직 출장에서 안 돌아왔어?”강진연이 물었다.“돌아왔어. 하지만 그 사람이 왔든 안 왔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시하 곁에 있고 싶어.”“너 정말 시하한테 푹 빠졌구나. 하긴, 어느 엄마라도 그럴 거야.”그녀 역시 엄마였기에 아이를 향한 연지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뼈와 살이 이어진 듯한 그 모정은 누군가 쉽게 끊어내거나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강진연의 말에 연지아는 부정할 수 없었다.그때 그녀는 배난화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연지아는 오늘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배난화에게 연락했던지라 오늘 밤은 성시하를 데리고 이곳에서 묵기로 한 것이다. 필요한 물건은 아연이의 것을 빌려 쓰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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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그 순간 연지아와 강현수의 시선이 얽혔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공기도 지금 순간 멈춘 것처럼 이상했다.강현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거두었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어느덧 아홉 시가 다 되었다. 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쉬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조금 이따가 자료 보낼 테니 다시 한번 검토해봐.”강현수가 말했다.“알았어요.”성시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고 강진연이 잊지 말라는 듯 덧붙였다.“내일 아침에 시하 데리고 올라와서 같이 아침 먹는 거 잊지 마.”“응, 그럴게”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후 성시하를 데리고 위층 집으로 돌아왔다.자주 머무는 곳은 아니었지만 가사 도우미가 수시로 와서 청소해둔 덕분에 집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따로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연지아가 성시하를 씻기기 위해 따뜻한 물을 받아두었을 때 거실에서 아이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빠!”깜짝 놀란 연지아가 서둘러 욕실 밖으로 나갔다.성시하가 현관으로 달려가 성유원에게 문을 열어주고 있었던지라 연지아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경악 섞인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성시하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 성유원의 손에는 쇼핑백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안에는 성시하의 소지품이 들어 있는 듯했다.연지아가 다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여긴 왜 왔어?”성유원이 그녀의 눈에 서린 불쾌함을 읽어내고 입을 떼기도 전에 성시하가 먼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에블린 이모, 아빠한테 전화가 왔길래 제가 이모랑 여기서 잘 거라고 했더니 아빠가 옷을 가져다주셨어요.”성시하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연지아가 화를 낼까 봐 전전긍긍하는 기색이었다.찰나의 순간 연지아의 마음이 완전히 누그러졌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시하야, 우리 먼저 씻으러 가자.”연지아가 화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성시하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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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연지아는 조심스럽게 침실을 나와 소파에 앉아 있는 성유원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그에게 다가가 손에 든 벨벳 상자를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거 가져가. 목걸이는 필요 없으니까.”성유원은 탁자 위의 상자를 서늘한 눈길로 훑더니 그녀를 보며 대꾸했다.“필요 없거나 마음에 안 들면 시하한테 직접 말해. 내가 대신 전해줄 필요는 없으니까.”연지아는 침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참으로 그다운 악질적인 방식이었다.그녀는 옆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그래, 알았어. 얼마야? 지금 바로 이체해 줄게.”성유원이 말했다.“내일 시하한테 잘 설명해 봐. 아이가 동의하면 그때 보내든지.”“...”‘이 개자식이 일부러 사람 속을 뒤집어놓고 있네.’“성유원, 시하 핑계 대지 마. 우린 곧 이혼할 사이고 난 당신 돈이 한 푼이라도 들어간 물건은 필요 없으니까.”연지아는 정말이지 그와 싸우며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성유원은 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평온한 얼굴 위로 서늘한 미소를 띠며 그가 말했다.“그럼 이혼하는 날 보내주든가.”연지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았다. 가슴이 턱 막혀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썼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 변호사가 사적으로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조율하고 싶은 거야?”성유원은 태블릿 PC로 시선을 옮기더니 싸늘한 옆모습으로 답했다.“그 기회를 당신이 거절했잖아. 이제 합의 기간은 끝났어.”합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자 연지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좋아, 그럼 법정에서 봐. 이제 그만 나가줄래?”성유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여유롭게 대꾸했다.“내일 아침 일찍 시하를 데리고 건강검진을 가야 해.”결국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에 연지아는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내일 아침에 다시 데리러 오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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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강 대표님.”성유원이 먼저 입을 열어 아는 체를 했으나 입가에는 비웃음인 듯 아닌 듯 묘한 조소의 곡선이 걸려 있었다.강현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응시했다. 두 사람은 키가 거의 비슷해 서로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아빠.”이때 성시하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팽팽하던 대치 상황이 깨졌다.연지아가 성시하를 데리고 현관으로 나오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교수님.”“아저씨!”성시하가 반갑게 부르자 강현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더니 연지아를 보며 말했다.“아침 식사 준비됐어.”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숙여 아이에게 말했다.“시하야, 오늘은 아빠랑 먼저 건강검진 다녀와.”성시하가 물었다.“그럼 에블린 이모는 같이 안 가요?”연지아는 아이의 부탁을 거절했다.“이모가 조금 이따가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같이 갈 수가 없네.”성시하는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영특한 아이답게 떼를 쓰지는 않았다.“알았어요!”성유원은 연지아를 바라보며 낮게 코웃음을 치고는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연지아는 그의 비웃음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대체 무슨 뜻일까? 지금 나를 비웃는 건가?’짐을 챙긴 성유원이 성시하를 품에 안고 집을 나섰다.“에블린 이모, 시하 뽀뽀해주세요.”성시하가 연지아에게 뽀뽀를 졸랐다. 연지아가 다가가자 성시하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었고 연지아는 아이의 작은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성유원은 성시하를 안고 떠났지만 성시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연지아를 계속 뒤돌아보았다.마침내 성유원이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나서야 연지아는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강현수가 그녀를 돌아보며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말했다.“가자.”“네.”연지아는 짐을 정리하고 문을 잠근 뒤 강현수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성시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강진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시하는?”연지아가 설명했다.“오늘 아침에 건강검진이 있어서 성유원이 데리고 갔어.”강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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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성유원은 숨기지 않고 김미현에게 털어놓았다.“그 여자가 저랑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김미현은 깜짝 놀랐다. 성유원이 연지아와 이혼하지 않고 버틴 이유가 주로 성시하 때문이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성시하 앞에서는 그 누구도 아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말이다.하지만 성시하도 이제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고 워낙 영리한 아이라 남들이 말해주지 않아도 조만간 스스로 상황을 깨닫게 될 터였다.김미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생각보다 참 모진 엄마구나. 그래서 유원아, 네 생각은 어떠니?”성유원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성시하마저 모른 척하겠다면, 절대 그 여자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해줄 순 없죠.”김미현은 제 손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 네 일은 네가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그러다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주의를 주듯 덧붙였다.“네가 진심으로 시하를 위해 가정을 지켜주고 싶다면, 너도 행실을 좀 조심하거라.”성유원이 답했다.“알고 있습니다.”오후 2시 무렵 연지아는 성유원이 보낸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았다. 아이의 검진 결과는 꽤 상세했는데 알레르기 항목만 주의하면 될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연지아는 보고서를 다 읽고 나서야 연지아는 마음을 놓았다.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고 성민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점심 무렵에 그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었다.“좋은 오후네. 지아야.”성민우는 인사를 건네며 다가와 들고 있던 간식 상자를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뤼스국에서 온 거야. 지아 네가 제일 좋아하는 맛으로 준비했어.”연지아가 상자를 확인하고는 손을 뻗어 받으며 웃어 보였다.“고마워. 내가 지금 단 게 당기는 줄 어떻게 알았어?”성민우는 책상 모서리에 비스듬히 기댄 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연지아 너를 잘 아니까.”연지아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상자를 열어 쿠키 하나를 맛보았다. 평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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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연지아는 비서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성민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아래로 내려가 자리를 떴다.“이혼 소송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방금 강현수가 했던 말을 성민우 역시 들은 터였다.연지아가 대답했다.“나도 모르겠어. 일단 가서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어.”연지아는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30분 후 성민우가 운전하는 차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곽창민 변호사의 사무실에 도착했다.“교수님, 곽 변호사님.”강현수가 성민우를 쳐다보자 두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눴다.“일단 이리 와서 앉아.”연지아가 다가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강현수는 외국어로 된 자료 한 부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것부터 한번 봐.”연지아가 자료를 받아 들고 찬찬히 살피니 그것은 닌스의 지분 구조도였다.강현수가 설명을 덧붙였다.“이번에 닌스를 인수한 회사는 고은 자산관리 회사인데, 그곳의 법인 대표가 성유원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지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뭐라고요?”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성유원. 어째서 그 사람인 걸까?’그 말인즉슨 이제 구율의 최대 주주 역시 그가 되었다는 뜻이었다.강현수가 말했다.“그래서 앞으로 진행될 너희 이혼 소송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을 것 같아.”연지아는 손에 쥔 서류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창백하게 질려갔고 곽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이제 두 분의 재산 분할 문제가 얽히게 되는데 상대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처리 기간이 훨씬 길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피고 측에서 법원에 제출한 관련 자료는 제 쪽으로 넘어온 게 없으니 내일쯤이면 소식이 있을 겁니다.”성민우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성유원이 갑자기 닌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건 아닐 거야.”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 인수 건은 거의 1년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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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성민우는 떠나가는 연지아의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고성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이곳에 누군가 대기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고성주는 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곧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연지아가 별장에 도착하자 유미연과 오미란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며 다가서려던 두 사람은 연지아의 창백한 안색과 서슬 퍼런 기운에 압도되어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연지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연결되었다.“무슨 일이지?”연지아가 말했다.“오늘 시하 당신 어머니 댁으로 보내요. 당신이랑 할 말이 있으니까.”성유원 역시 이미 상황을 짐작한 듯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전화가 끊기자 연지아는 휴대폰을 그대로 소파 위로 던져버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와인 저장고에 도착한 그녀는 와인 랙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레드와인 두 병을 꺼내 들었다.오후 4시쯤 연지아는 성시하의 전화를 받았다.“에블린 이모, 저 오늘 할머니 댁에 가요.”연지아는 감정을 추스르며 목소리에 이상이 느껴지지 않도록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그래, 시하야. 가서 숙제도 착하게 잘하고 있어야 해.”“그럼요. 오늘 선생님이 저랑 아연이 숙제 칭찬해 주셔서 예쁜 칭찬 스티커도 받았는걸요.”“응, 우리 시하가 최고네.”성시하는 연지아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모녀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저녁 6시가 되자 거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문 앞에서 줄곧 대기하던 유미연과 오미란은 차에서 내리는 성유원을 보고 얼른 마중을 나갔다.“오셨습니까, 도련님.”성유원은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 가방을 유미연에게 건네며 말했다.“가서들 할 일 봐요.”“네.”두 사람은 감히 더 말을 붙이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성유원이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진한 와인 향이 코끝을 찔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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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연지아의 울분이 섞인 말에 성유원이 무미건조하게 말을 뱉었다.“지금 네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하나는 시하 곁에 남아서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 소송을 계속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줄 용의도 있어.”“다른 하나는 지금 당장 헤리국으로 돌아가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거야. 시하에겐 처음부터 너 같은 엄마는 없었던 셈 치면 그만이니까.”챙그랑!연지아가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병을 바닥으로 세차게 내동댕이쳤다. 깨진 병 조각과 포도주 얼룩이 남자의 바지 끝단에 튀었다. 뒤이어 여자의 한 맺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성유원, 작작 좀 해. 너무 지나치잖아!”성유원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깊은 연못 같은 검은 눈동자로 눈앞에서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여자를 그저 차분하게 응시했다.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마신 뒤 내뱉은 뿌연 연기가 그의 주위를 유령처럼 맴돌았다.뼛속까지 냉혈하고 무정함이 배어 있는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말했다.“화풀이도 정도껏 해. 그것도 다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니까.”연지아는 가슴을 거칠게 들먹이며 그를 노려보다가 문득 헛웃음을 터뜨리며 조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성유원, 당신 정말 시하를 사랑하긴 해?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 자신만 사랑하는 거야?”성유원이 대답했다.“난 시하를 버리지 않아.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서러운 일을 겪게 두지도 않을 거고.”“그래? 그래서 안연청이랑은 결혼 안 할 생각이야? 평생 당신 정부로 살게 둘 거냐고!”연지아가 서늘하게 되물었다.성유원의 검은 눈동자가 한층 더 흐릿해졌다.“그 여자 일까지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연지아는 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을 말아 쥐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감정의 파고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내뱉었다.“좋아. 당신 뜻대로 시하를 위해서라면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해. 당신이 하기 싫다면 내가 직접 하겠어.”사교계에서 안연청과 성유원의 관계를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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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성민우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이번에는 고성주가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지아 씨, 괜찮아요?”“전 괜찮아요.”“저녁도 아직 안 먹었을 텐데 우리 집에 가서 뭐 좀 먹을래요?”연지아가 답했다.“고마워요, 성주 씨.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그냥 돌아가고 싶어요.”고성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돌아가서 푹 쉬어요.”곧이어 성민우가 차를 몰고 왔다. 고성주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그는 연지아를 태우고 별장 단지를 빠져나갔다.가는 내내 연지아는 기운 없이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창밖 풍경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감각하게 굳어 있었다.성민우는 그런 그녀를 힐끗 살피며 속으로 깊이 우려했다. 보나 마나 성유원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게 뻔했다. 그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으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운전에만 집중했다.연지아는 연씨 가문의 본가로 향하지 않고 오션캐슬로 돌아갔다. 지금 같은 상태로 집에 갔다간 가족들 걱정만 끼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차에서 내리자 성민우가 다시 물었다.“지아야, 정말 괜찮겠어? 아니면 오늘 밤에 내가 같이 있어 줄까?”연지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걱정 마, 별일 없을 거야. 그냥 혼자서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너무 마음 쓰지 마.”성민우는 더 고집을 피울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그래, 알았어. 오늘 고생 많았으니 일찍 자고. 다 잘 될 거야.”연지아는 짧게 대답하고는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성민우는 제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찰나의 순간 달려가 그녀를 품에 꽉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이윽고 연지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성민우는 시선을 거두고 차에 올랐다.집에 돌아온 연지아는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집안에는 불조차 켜지 않았다.지평선 너머 마지막 남은 빛 한 줄기마저 어둠 속으로 잠길 때까지 거실은 지독한 침묵과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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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결국 강현수는 손을 거두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강진연은 그냥 돌아온 그를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벌써 왔어? 지아는 뭐라고 해?”강현수가 다가가며 대답했다.“오늘은 지아 혼자 마음 좀 추스르게 두려고.”강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정말 기백이 없네. 이럴 때일수록 몰아붙여야지! 지금이야말로 지아한테 누군가 곁에 있어 주는 게 가장 절실할 때인데, 왜 벌써 후퇴를 하고 그래.”“됐어,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하자.”강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연지아는 밤새 푹 자지 못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향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지아는 물컵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고 그곳엔 강현수가 서 있었다.“교수님.”강현수는 그녀의 초췌한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어제 잠을 설쳤어?”연지아가 나직하게 대답했다.“조금요.”“준비하고 위로 올라와서 아침 먹어.”“네.”오늘따라 확실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 연지아는 옅게 화장을 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뒤 집을 나서 위층 강현수의 집으로 향했다.“지아, 어서 와서 아침 먹어. 오늘 우리 오빠가 웬일로 직접 요리했다니까.”강진연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지아 이모, 좋은 아침이에요.”아연이가 연지아에게 인사를 건넸다.연지아는 다가가 아연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옆자리에 앉았다. 상에 가득 차려진 푸짐한 아침 식사를 보며 그녀가 미소 지었다.“오늘 입이 호강하겠네요.”강현수는 평소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어 요리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요리 솜씨만큼은 아주 훌륭했다.연지아도 예전에 몇 번 맛본 적이 있었다. 강현수가 죽을 한 그릇씩 떠서 그녀들 앞에 놓으며 말했다.“그럼 오늘 많이 먹어둬.”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터라 아침이 되니 연지아는 정말 허기를 느꼈다. 곁에 사람들이 있고 귀여운 아연이까지 함께하니 잠시나마 불쾌했던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식사를 마친 후였다.“오빠, 지아! 아연이는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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