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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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강이주는 웃음을 가라앉히고 두 손바닥으로 구기빈의 얼굴을 감쌌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흐뭇한 남자를, 내가 애지중지해도 모자랄 판에 왜 구박하겠어?”말을 마친 강이주가 고개를 숙여 구기빈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짧게 입술을 떼고 나서 강이주가 물었다. “옷은 진호한테 부탁해서 가져다 놨어. 드레스룸에 정리해 뒀는데, 먼저 씻을래?”구기빈은 아침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주름 하나 없던 옷이 이제는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팔에는 상주 완장을 아직 차고 있었고, 가슴에 단 흰 국화는 시들어 축 처져 있었다.구기빈이 제 옷차림을 내려다보더니 대답했다. “그래. 씻고 올게.”강이주가 드레스룸 쪽을 가리켰다.자신이 쓰던 드레스룸의 절반을 비워 구기빈의 물건으로 채워 놓았다.구기빈은 곧 편한 실내복을 챙겨서 욕실로 들어갔다.강이주는 조심스럽게 몸을 옮겨 침대 머리맡에 기대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밖에서 장숙연이 말했다. “들어간다.”장숙연은 말을 마친 뒤 십여 초쯤 기다렸다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문간에 선 채 강이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구 서방은?”“씻고 있어요.” 강이주가 그대로 대답했다.장숙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씻으면 같이 내려와서 뭐라도 좀 먹어. 하루 종일 바빴으니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아.”구기빈은 며칠 내내 유만정의 장례를 준비했고, 오늘도 조문객을 맞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난 뒤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씻는 도중 구기빈은 위가 경련을 일으키는 듯해서 제법 괴로웠다.구기빈이 씻고 나왔을 때 장숙연은 음식을 준비하러 이미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였다.강이주는 구기빈의 젖은 머리를 보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구기빈은 순순히 다가와 강이주에게 등을 보이고 쪼그려 앉았다.강이주는 곧바로 협탁에서 여분의 헤어드라이어를 꺼냈다.욕실에도 드라이어가 있었지만, 구기빈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강이주는 플러그를 꽂고 바람 세기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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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구기빈은 그대로 처갓집에 머물게 됐다.말했던 대로 강이주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강이주가 병원에 갈 때도 구기빈이 동행했다.강이주가 재활 치료를 받을 때도 구기빈이 곁을 지켰다.강이주가 가끔 바람을 쐬러 나가거나 쇼핑할 때도 어김없이 구기빈이 따라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씨 집안에서 쫓겨난 구기빈이 염치도 없이 처가에 눌러앉아 아내에게 빌붙어 산다는 기사가 쏟아졌다.구기빈은 그런 기사를 보고 웃어넘겼다. 그러고는 오히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이주 곁에 더 자주 붙어 있었다.구씨 집안의 장남이 좋은 팔자를 스스로 걷어차고 마누라 하나 때문에 후계자 자리까지 버렸다며 수군거리는 사람이 많았다.구기빈이 강이주에게 기대 살면서 뻔뻔하기까지 하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강중그룹이 파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강이주가 가진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내기하듯 떠들어 대기까지 했다.구기빈이 과연 언제까지 강이주 곁에 남을지도 사람들의 이야깃거리였다.인터넷에 올라온 그런 댓글을 접했을 때, 강이주는 마침 재활 훈련을 한 차례 마친 참이었다.이제는 목발을 짚으면 짧은 거리 정도는 혼자서 걸을 수 있었다.강이주는 멀리서도 구기빈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뭘 보길래 그렇게 화가 났어?” 강이주가 구기빈 앞으로 다가갔다.눈에 들어온 것은 강이주에 대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과 비난이었다.집안이 망했는데도 사랑에 눈이 멀어 구기빈을 먹여 살리겠다며 허세를 부린다는 댓글도 있었다.멀쩡한 남자가 어떻게 매일 강이주의 집에 붙어살면서 장인 장모와 한집에 있을 수 있느냐며, 구기빈을 무능하고 뻔뻔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말도 보였다.강이주는 읽다가 그만 웃고 말았다. “이러다 구씨 집안 장남이 아내한테 빌붙는 것도 모자라 망한 처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고 하겠네.”댓글 대부분이 잔뜩 흥분해서 쏟아 낸 비난이었다.얼마나 심한 말들이 오갈지는 강이주도 굳이 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강이주는 화면 뒤에서 이를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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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오늘 재활 훈련은 운동량이 제법 많았다.강이주는 정말로 지쳐 있었다.그 말을 듣자 구기빈은 곧바로 강이주를 데리고 차를 타고 병원을 나섰다.다음 날 오후, 강이주는 구기빈과 함께 재활 경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마침 며칠 전 출장을 떠났던 유예준과 마주쳤다.유예준은 구기빈을 한쪽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눴다.강이주는 다친 부위가 안쪽까지 잘 아물고 있는지 영상 검사를 받아 볼 참이었다.구기빈과 유예준의 표정이 심각해 보여, 곁에 있던 간병인에게 부탁해 혼자 검사실로 이동했다.강이주가 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구희라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일부러 강이주를 기다린 듯했다.구희라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장례식 날보다는 조금 나아 보였다.구희라를 보고서야 강이주는 벌써 열흘 넘게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장례가 끝난 날부터 세어 보면 보름쯤 지났을 것이다.구희라는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천천히 강이주 앞으로 다가온 구희라가 내려다보며 물었다. “경과 보러 왔어? 다리는 좀 어때? 진짜 못 걷게 되는 건 아니지?”구희라가 비웃음을 흘렸다. “강이주, ‘말이 씨가 된다’더라. 우리 한심한 큰오빠는 멀쩡한데, 벌은 네가 대신 받아서 정말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모르잖아.”붉고 고운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가슴을 찔렀다.구희라의 마음에는 아직 원망이 남아 있었다.그것도 강이주를 향한 아주 깊은 원망이었다.모진 말을 듣던 강이주는 무언가 반박하려고 입술을 달싹였다.하지만 막상 꺼내려니 어느 말도 힘이 없었다.구희라는 강이주가 침묵하자 더욱 화가 났다. 주먹을 꽉 쥔 채 강이주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구기빈이 요즘 너희 집에 산다며? 참 염치도 없지. 망한 너희 집 도움까지 받아야 할 만큼 떨어졌나 봐.”“그런데 강이주, 네 수중에 돈이 좀 있다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구희라의 눈에 조롱이 어렸다. “예전에는 비틀거려도 강중그룹이라는 버팀목이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것도 망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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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이제 구기빈이랑 아주 깨가 쏟아지나 봐. 행복해서 좋겠다.” 구희라가 강이주를 노려보았다.그리고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 희생시키고 둘이 사랑 타령하니까 좋아? 엄마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구기빈이 너랑 이러고 있어? 너희 둘, 정말 잘 어울린다.”구희라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디마다 강이주와 구기빈을 향한 불만이 드러났다.강이주는 무표정하게 구희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좋은 말 해 줘서 고마워. 나도 내가 기빈 씨랑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잘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지. 이보다 더 잘 맞을 수는 없을걸? 천생연분이니까. 우리 꼭 행복하게 살 거야.”그 한마디에 구희라는 말문이 막혔다.강이주의 태도는 유난히도 담담했다.그런 모습에 긁힌 구희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강이주는 말로 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진작 알았다. 그래도 자신에게까지 이렇게 가차 없을 줄은 몰랐다.“희라야.”검사 결과지를 한가득 든 구희도가 천천히 구희라 곁으로 다가왔다.강이주를 보더니 인사했다. “강 대표님, 이런 데서 뵙네요.”구희도는 아직 조금 창백했지만, 얼마 전보다는 상태가 훨씬 나아 보였다.강이주는 구희도를 한 번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결과 다 받았어. 가자.” 구희도가 구희라에게 말했다.그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외부에는 알려졌지만, 실제로 구희도의 부상은 가볍지 않았다.오늘은 경과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검사 수치가 모두 정상이면 집에서 충분히 쉬면 된다고 했다.구희라는 유만정의 장례 이후 줄곧 본가에 머물며 구희도를 돌보고 있었다.처음에는 간승제도 구희라 곁을 지켰지만, 나중에 간씨 집안에 처리할 일이 생겨 먼저 떠났다.구희라는 마치 구희도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강이주를 노려보는 시선의 온도가 더없이 차가웠다.유예준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구기빈은 강이주가 두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구기빈은 서둘러 강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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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구희도가 손을 뻗어 구희라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가자. 집에 가야지.”그제야 구희라가 정신을 차렸다.구희라가 구희도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작은오빠, 의사 선생님은 뭐래?”결과지는 봐도 무슨 뜻인지 몰라 자세히 읽지 않았다.구희도가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큰 문제는 없대. 집에서 며칠 더 쉬면 된다고.”“다행이다.” 구희라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조금 전까지 바짝 긴장해 있던 구희라의 표정을 본 구희도는 걱정하지 말라고만 했다.돌아가는 길에도 운전은 구희라가 맡았다.조수석에 앉은 구희도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구희라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큰오빠한테 화났어?”구희라가 곁눈질로 구희도를 보고 입술을 삐죽였다. “큰오빠한테 내가 화도 못 내? 여자 하나 때문에 다 버렸다는데, 내가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축복까지 해 줘야 해?”구희라는 그 이야기만 나오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가라앉았던 분노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지금 구희라는 강이주라는 이름만 들어도 불붙은 화약처럼 감정이 터졌다. 당장 달려가 욕이라도 퍼부어야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았다.누가 보아도 구희라의 감정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구희도 역시 그 점을 느끼고 있었다. 잔뜩 화가 난 구희라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강이주랑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어떤 사람인지 네가 알잖아. 그래도 못 믿겠어?”“사고가 나길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어. 희라야, 전부 강이주 탓으로 돌리면 안 돼.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구희도는 사고에 대한 집착을 놓으라며 구희라를 차근차근 설득했다.구희라가 핸들을 쥔 두 손에 힘을 주었다.말이 끝나자마자 구희라는 핸들을 거칠게 꺾어 차를 길가에 세웠다.구희라가 화를 참지 못하고 구희도에게 소리쳤다. “작은오빠는 대체 누구 편이야? 오빠는 내가 아니잖아. 엄마한테 나만큼 애틋한 것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구희도가 난감한 눈으로 구희라를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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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한편 병원을 나선 뒤, 강이주는 구기빈이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조수석에 앉은 유예준마저 몇 번이나 백미러로 강이주의 눈치를 살폈다.두 사람의 시선을 알아챈 강이주가 고개를 들었다. “왜 다들 저만 봐요? 희라랑 저 별일 없었어요.”유예준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희라가 원래 좀 그렇잖아요. 어머니를 잃은 지 얼마 안 돼서 생각이 엉뚱한 데로 흐르나 봐요. 희라 말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강이주는 구희라와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아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공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지금 구희라는 강이주를 원망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입 밖에 내는 말도 지나치게 모질었다.그토록 각별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짐작했을까?유예준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강이주는 고개만 끄덕였다. “알아요. 마음에 담지 않았어요.”구희라의 말을 오래 붙잡아 둘 생각은 실제로 없었다.어머니를 잃은 구희라의 고통을 강이주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구희라가 그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강이주의 대답을 듣고 유예준은 남몰래 안도했다.구희라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 강이주와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러 있을까 봐 걱정됐다.강이주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그보다 다행인 일도 없었다.강이주는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유예준에게 보냈다.그때 구기빈이 손을 뻗어 강이주의 손을 잡았다. 말없이 마음을 달래 주는 손길이었다.강이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괜찮아.”구기빈이 강이주에게 제안했다. “당신 다리 좀 나으면 여행 가자. 가까운 데로 바람이나 쐬러 가는 거야. 내가 운전해서 너 데려갈게.”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구기빈은 강이주를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지금은 구희라와의 사이까지 틀어졌다. 강이주가 말로는 괜찮다고 해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상태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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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걱정이 지나치고 마음이 조급하면 판단도 흐려지는 법이었다.강서규는 마음이 너무 급했고, 결국 사기라는 덫에 걸려들었다.강서규가 자책 섞인 말을 꺼내자 장숙연의 울음이 더 커졌다. “내가 그랬잖아. 그 장수철 말 다 믿지 말고, 당장 쓸 돈은 남겨 두라고. 당신이 내 말을 안 들었잖아.”“이제 어떡할 거야? 전 재산을 다 날렸는데, 앞으로 우리 어떻게 살아?”장숙연은 걷잡을 수 없이 울었다.강서규를 탓하려는 게 아니었다. 점점 투자에 빠져들던 강서규를 끝내 말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그때도 분명 믿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장숙연의 말에 강서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얼굴이 파리해진 채, 장숙연이 팔을 붙잡고 두드려도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강서규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다만 아무 말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충격에 휩싸인 눈으로 강서규를 바라보았다. ‘이 시국에 아빠가 투자하셨다고?’강서규가 누군가를 따라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이렇게 뻔한 사기에 아빠가...’강이주는 더 이어지려는 생각을 꾹 눌렀다.강서규도 괴로워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다그쳐 봐야 부담만 커질 뿐이었다.구기빈이 낮게 말했다. “장수철이라는 분의 성함과 주소, 전화번호, 투자 회사 이름까지 전부 알려 주십시오. 배진호에게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강서규는 지체하지 않고 구기빈이 요청한 정보를 아는 대로 모두 털어놓았다.말을 마치고 나니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구기빈은 이미 배진호에게 전화를 건 상태였다. “들었지? 이따 이름 보내 줄 테니까 찾아봐.”전화를 끊자마자 장수철의 이름과 사진을 배진호에게 보냈다.강서규가 구기빈을 곁눈질하며 괴로운 듯 말했다. “나도 사람이든 회사든 다 찾아봤어. 그런데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데도 없더구나.”장수철과 연락이 끊기고, 투자 회사로 찾아갔을 때 사무실마저 텅 빈 걸 본 강서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걷잡을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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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구기빈이 강이주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강서규를 보며 말했다. “장인어른, 괜찮습니다. 저희한테 아직 돈이 있습니다. 장인어른이 가진 돈이 없다고 당장 어려워질 형편은 아닙니다.”강서규는 두 사람을 걱정하다가 쉽게 투자 사기에 넘어갔다.구기빈은 바로 그 점을 짚어 강서규를 달랬다.돈만의 문제라면 그리 큰일은 아니었다.강이주도 옆에서 거들었다. “기빈 씨 말이 맞아요. 저희 아직 돈 많아요.”하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할수록 강서규는 더욱 미안했다.계속 입을 다물면 강이주와 구기빈도 안심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강서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전부 날렸어. 지금 사는 이 집 빼고, 나머지는 다.”지금 살고 있는 집 한 채만 남고 다른 재산은 모두 사라졌다는 뜻이었다.장숙연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주 결혼할 때 보태 주려고 힘들게 모아 둔 돈까지 다 넣었잖아. 당신은 정말...”장숙연이 화가 나 강서규의 팔을 꼬집었다.강서규는 저항하지 못하고 아내가 자기 팔을 꼬집으며 분을 풀도록 내버려두었다.강이주도 그 피해 규모에는 충격을 받았다.그럼에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낮게 달랬다. “잃은 돈은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요행히 살 집은 남았잖아요.”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만했다.구기빈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강서규에게 내밀었다.“장인어른이 쓰십시오. 아직 다 쓰지 못한 돈이 남아 있습니다. 전부 쓰셔도 됩니다.”강이주가 구기빈에게 준 카드였다.얼마 전 강이주에게 돈을 더 넣어 달라고 했던 바로 그 카드였다.강서규를 위로하기 위해, 구기빈은 아쉬움을 무릅쓰고 카드를 내놓았다.강서규는 몸이 굳어 손을 뻗을 수도 없었다.강서규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건 강이주의 카드였다.구기빈이 빈털터리로 쫓겨났다는 건 세간에서 부풀린 소문인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 보니 딸의 카드까지 받아서 쓰고 있었다.‘이게...’‘설마 집에서 쫓겨나면서 정말 한 푼도 안 남은 거야?’‘그럴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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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짜여진 사기라는 뜻이었다.구씨 집안에서 직접 설계한 판이었다.강이주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구기빈을 보았다. “당신이 빈손으로 나왔는데도 구 회장은 놓아주실 생각이 없으신 거야? 아예 끝까지 몰아붙이겠다는 거지?”아무리 그래도 구호민은 구기빈의 아버지였다.부모가 자식에게 이 정도로 잔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이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어디까지 해야 멈출지도 알 수 없었다.구호민이 부자간의 정마저 버리고 구기빈을 끝까지 짓밟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자, 강이주는 구기빈이 걱정됐다.구기빈이 강이주 앞에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강이주와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아버지가 늘 쓰시는 방법이야. 철저하게 짓눌러서 현실을 깨닫게 한 다음, 스스로 기어들어 와 굴복하게 만드는 거.”구호민은 구기빈이 어릴 때부터 숨통을 조였다가 풀어주기를 반복하며 그 수법을 써서 통제해 왔다. 구기빈도 이제는 익숙해져 흔들리지 않았다.강이주가 기가 막혀 웃었다. “아버지라는 분이 이러는 건 처음 봐.”구호민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강이주에게는 그저 섬뜩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구기빈이 어려서부터 그 집에서 얼마나 숨 막히게 살았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구기빈이 강이주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굽히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아버지도 쉽게 물러나시진 않겠지. 분명 또 뭔가를 하실 거야.”구기빈은 구호민을 너무 잘 알았다.구기빈의 말을 듣자 강이주의 가슴 한쪽에서 희미한 불안이 피어올랐다.실제로도 구기빈의 예상대로였다.구호민은 강서규를 노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빠르고 정확하게 손을 써 강이주가 진행하던 투자 사업 몇 개까지 빼앗았다.강중그룹이 파산한 뒤 강이주가 외부에 작은 회사를 세웠다는 사실을 구호민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그 정보를 알려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강이주가 줄곧 믿어 온 구희라였다.구호민은 막 출발해 아직 자리를 잡지도 못한 강이주의 회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갓 세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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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강이주는 조사를 다 받은 뒤 구희라와 마주쳤다.그때 강이주 곁에는 임설만 있었다.임설은 구희라를 보자마자 경계했다.구희라가 먼저 다가와 강이주 앞에 멈춰 섰다.임설이 쫓아내려 했지만 강이주가 제지했다.“물 한 병만 사다 줘. 좀 목마르네.” 강이주가 임설을 잠시 내보냈다.임설은 강이주를 구희라와 단둘이 두는 게 마음에 걸렸다.하지만 강이주는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임설은 결국 물을 사러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이제 만족해?” 임설이 멀어지자 강이주는 구희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물었다.강이주는 이 일들이 모두 구희라의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구희라는 강이주의 질문을 듣고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네 생각에는 어떨 것 같아?”입가에만 비웃음이 걸렸다.강이주는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받아들일게. 더 할 말 없어.”정말 더는 할 말이 없었다.그렇게 오래 쌓아 온 사이였다. 그런데 믿지 않기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극단적으로 상대를 몰아세웠다.오랜 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를 건드려야 치명적인지 정확히 짚어 숨통을 조였다.강이주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구희라는 우습다는 듯 말했다. “내 앞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척하지 마, 강이주. 다 네가 받아야 할 대가야.”“우리 작은오빠까지 이 일은 너랑 상관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말 그럴까? 네가 지분을 나한테 팔았으면, 우리 엄마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섰겠어?”구희라는 터져 나올 듯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아프다는 거 너도 잘 알았잖아. 조금만 자극받아도 안 되는 사람이었어. 네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엄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밀어붙여서는 안 됐어.”구희라도 강이주가 나름의 생각이 있어 그렇게 행동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하지만 이번 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어려서부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지켜 준 어머니였다.눈만 감으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처참하게 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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