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의 불이 켜지자마자 도윤은 도망치듯 해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로비의 찬 공기가 뺨에 닿았지만, 해인의 귓가에는 여전히 영화 속 여주인공의 아찔한 교성이 맴도는 것 같았다.“……미장센이, 참 붉더군.”도윤이 넥타이를 고쳐매며 횡설수설 입을 열었다.“아, 그, 그러게. 붉다 못해…… 암튼, 예술은 참 심오하네. 하하.”해인 역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타오르는 얼굴을 식히려 애썼다.그저 이 묘한 열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일 때, 누군가 도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우리 취향이 비슷한가봐요.”낮게 깔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두 사람의 걸음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태건과 민영이 비딱하게 서 있었다.“……당신들이 여기 왜 있지?”도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태건을 마주한 순간, 도윤의 시선이 그의 입가 한구석에 멈췄다.입술 가장자리에 미처 다 닦아내지 못한, 선홍빛 립스틱 조각이 붉은 낙인처럼 번져 있었다.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그들이 어떤 ‘예술’을 즐겼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노골적이고도 지저분한 흔적이었다.‘……공공장소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가. 부끄럽지도 않은 건지.’도윤은 제 입가가 미세하게 실룩이는 것을 느꼈다.혐오감과 함께, 방금까지 해인과 나란히 누워 숨을 죽였던 기억이 겹치며 얼굴이 다시 화끈 달아올랐다. 태건의 그 파렴치한 흔적이 마치 자신들의 위태로운 긴장감까지 발가벗기는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왜긴요. 우리도 영화 보러 왔죠. 바로 두 칸 뒤에서.”민영이 팔짱을 낀 채 해인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어머, 해인 씨.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설마 영화 내용에 너무…… 몰입한 건 아니죠?”“아, 그게…… 히터가 좀 세서요.”“아, 하긴 좀 덥긴했어. 아, 이렇게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우리 더블데이트라도 할까요?”민영이 화사하게 웃으며 해인과 도윤을 번갈아 보았다.“마침 우리 호텔 아르테(Arte) 가려던 참이었거든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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