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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는 남자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1 - チャプター 40

83 チャプター

30화

현관문을 한참 응시하던 서우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도윤의 방으로 향했다.“서우야, 오빠 방엔 왜?”거실을 정리하던 해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서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문고리를 잡았다.“옷 좀 빌려 입으려고. 내 옷은 아직 캐리어에 처박혀 있어서 구겨졌거든. 형이랑 사이즈 비슷하니까 대충 맞는 거 있겠지.”그는 해인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쑥 들어갔다. 주인을 닮아 지나치게 깔끔하고 서늘한 방. 침대를 지나 곧장 안쪽 드레스룸으로 지났다.악세사리 진열장을 스윽 훑어본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설마 버리지는 않았겠지.’이번엔 헹거 밑에 달린 서랍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낡았지만 고급스러운 가죽의 사각 케이스 하나를 발견했다.딸깍. 케이스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잊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이 터져 나왔다. 9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그날의 비릿한 빗물 냄새가 먼저 코끝을 덮쳤다.콰아앙!날카로운 금속음이 고막을 찔렀고, 서우는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오토바이와 함께 미끄러졌다.세상이 뒤집힌다는 게 이런 건가.검은 하늘과 번뜩이는 가로등 불빛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몸 위로 차가운 빗물이 쏟아졌지만, 아스팔트에 닿은 등과 다리는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탈탈, 탈탈탈.시선을 옆으로 돌려보니, 허공을 향해 뒤집어진 오토바이 바퀴는 동력을 잃은 듯 무기력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입안으로 굴러 들어온 빗물은 비렸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서우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뜨게 만든 것은 제 손을 강제로 잡아끄는 감각이었다.“잠깐만요, 환자분! 지문 좀 찍을게요. 보호자한테 연락해야 해요!”피로 끈적해진 손가락이 차가운 액정 위로 짓눌렸다.틱. 잠금이 해제되는 짧은 신호음과 함께 간호사는 다급하게 주소록을 뒤졌다.[엄마] — 응답 없음.[아빠] — 수신 거절.[형] — 묵묵부답.서우는 천장의 하얀 불빛을 응시하며 역한 웃음을 삼켰다. 뼈가 어긋난 통증보다, 귓가를 때리는 무거운 정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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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진짜 아저씨 같은 옷 밖에 없지?”서우는 해인의 어깨에 한쪽 팔을 걸친 채 헹거에 걸린 옷들을 하나씩 넘겼다. 귓가에서 흩어지는 서우의 숨결과 도윤의 옷에서 풍기는 향기에 해인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일단 이것 좀 치우고 말해. 무거워.”해인이 서우의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오히려 해인을 더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옷걸이에 걸린 셔츠하나를 빼들었다.“이거 어때? 내가 입으면 좀 다를 것 같지 않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우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머리 위로 훌렁 벗어 던졌다.“……!”예고도 없는 노출에 해인의 숨이 턱 막혔다.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자석처럼 해인의 시선을 붙들었다.언제나 헐렁한 옷차림에 가려져 있던 서우의 몸은 해인의 짐작과는 완전히 달랐다. 묵직하고 거대한 바위 같았던 도윤의 등과는 또 다른 매력.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게 잘 빠진 등 근육, 그 아래로 이어지는 아찔할 정도로 잘록한 허리 라인은 퇴폐적이면서도 위태로운 소년미를 풍겼다.서우는 해인의 당혹감을 즐기기라도 하듯, 천천히 도윤의 하얀 셔츠를 걸쳐 입었다. 도윤이 입었을 때는 빈틈없는 갑옷 같았던 셔츠가, 서우의 몸 위에서는 단추를 채우지 않아 풀어헤쳐진 채로 나른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어때. 형보다 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지?”서우가 셔츠 깃을 만지며 해인에게 바짝 다가왔다.해인은 의지와 상관없이 쿵쿵거리는 심장을 잠재우려 애써 시선을 피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정신 차려, 윤해인. 얘는 그냥 동생이라고.’속으로 몇 번이고 주문을 외웠지만, 눈앞의 현실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셔츠 깃 사이로 살짝 드러난 쇄골과 나른하게 풀어진 눈빛이 해인의 입을 절로 벌어지게 만들었다.“……너 모델 같아.”겨우 뱉어낸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칭찬인지 항복인지 모를 해인의 말에 서우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는 해인의 당황스러움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더 바짝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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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청담동의 외진 골목, 간판도 없는 통유리 건물 전체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발을 들이자마자 발등이 푹 파묻히는 최고급 카펫의 감촉은 해인을 마치 구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어서 와요, 해인 씨. 일찍 왔네?”안쪽 VVIP 룸에서 채영이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지난번 식당에서의 서슬 퍼런 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 채영은 편안한 실크 가운 차림으로 해인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았다.“지난번엔 내가 미안했어. 해인씨 말대로 내가 불안해서 그렇게 날을 세웠어. 그날 도윤 씨한테도 혼났지 뭐야.”채영은 털털하게 웃으며 해인을 소파로 이끌었다. 테이블 위에는 갓 구운 마카롱과 함께, 얼음이 가득 담긴 버킷에 꽂힌 라벨 없는 샴페인 한 병이 놓여 있었다.“나 사실 알고 보면 되게 쉬운 여자야.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편하게 언니 동생처럼 지내볼까?”채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색색의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들더니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쏙 밀어 넣었다.“음! 역시 스트레스엔 당분이 최고야. 해인 씨도 먹어봐요.”대답할 겨를도 없이, 해인의 입안으로 핑크색 마카롱이 밀려들어왔다.“어때, 맛있지? 여기 마카롱, 예약 안 하면 못 구하는 데거든.”얼떨떨해 하고 있는 해인을 향해, 채영은 입가에 묻은 크럼블을 대충 손으로 털어낸며 생긋 웃어보였다.“그리고 또 여기 커피향이 마카롱이랑 찰떡이야.”해인의 얼굴에 시선을 두고,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커피잔을 잡으려던 채영의 손끝이 휘청였다.탁.“아, 헐!”검은 액체가 채영의 핑크색 스웨이드 구두 위로 튀었다. 순간 채영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어떡해! 이거 오늘 처음 신은 건데! 얘, 물티슈, 아냐 그냥 티슈 좀 줘!”격식 따위는 잊은 듯, 채영은 바닥에 주저앉다시피 해서 물티슈로 구두를 박박 문지르기 시작했다.“아으, 진짜 속상해. 이거 구하느라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안 지워지면 나 진짜 울 거야.”입술을 삐죽이며 구두를 닦아내는 채영의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 여자애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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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칠흑 같은 한강의 물결 위로 서울의 네온사인이 깨진 보석처럼 흩뿌려졌다.기부라는 숭고한 명분은 차갑게 식은 샴페인 기포 속에 녹아 사라지고, 한강의 밤바다 위에는 오직 서로의 계급을 확인하려는 은밀한 탐욕만이 번들거렸다.“표정 좀 풀어. 사람들이 우리 싸운 줄 알겠어.”채영이 도윤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속삭였다.도윤은 대답 대신 정중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너머, 아직 굳게 닫힌 연회장 입구를 응시했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으나, 초점은 불안하게 흔들렸다.“곧 올 거야. 당신이 아주 깜짝 놀랄 모습으로.”채영의 입가에 걸린 승리감 어린 미소를 도윤이 읽어내기도 전이었다.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소란스럽던 공기가 단번에 진공 상태가 된 듯 정적에 휩싸였다.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곳으로 쏠렸다.“강서우 옆에 누구야?”“그러게 어디서 또 싸구려 하나 주워온 줄 알았더니, 이번엔 제법인데?”누군가의 비릿한 감탄사가 도윤의 고막을 찔렀다.입구에는 깊게 파인 실크 셔츠 위로 짙은 남색 벨벳 자켓을 걸친 강서우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도윤이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모습의 여자가 서 있었다.서우의 팔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 들어선 그녀는,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조명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실크는 그녀의 하얀 살결과 경계가 모호했다.단아하게 올린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가녀린 목선, 그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드레스 사이로 얼핏 보이는 아찔한 다리 라인. 도윤의 심장 역시 그 궤적을 따라 곤두박질쳤다.-윤해인. 그 세 음절 아래 억눌러 온 오만함이 단숨에 조각났다.저건 여동생이 아니라, 그저 미치도록 갖고 싶은 한 여자일 뿐이었다.-그의 입술이 경련하듯 움찔했다. 채영은 그 떨림을 놓치지 않고 도윤의 귓에 바짝 다가와 잔인하게 속삭였다.“어때? 내가 공들여 꾸며놨는데. 이제야 좀 도윤 씨 동생 같지 않아?”그녀는 입안에서 가늘게 혀를 굴렸다.-그래, 그렇게 저 애한테 더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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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오빠는 그냥 오빠지.”겨우 내뱉은 목소리에서 의지와 상관없는 떨림이 느껴졌다.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혀끝이 마비된 듯 굳어버렸다.조금 전 자신을 외면하고 돌아서던 도윤의 넓은 어깨와, 차갑게 식어있던 눈동자가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그건 서운함일까, 아니면 서우가 말한 그 지독한 감정의 편린일까.해인은 제 안의 금기된 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한 번도 남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본 적 없는 도윤이, 서우의 질문 하나에 낯선 열기를 띠며 심장 속으로 침투해 왔다.서우는 대답 대신 찾아온 해인의 긴 침묵을 핥아 올리듯 응시했다.그는 제 엄지에 묻은 부스러기를 느릿하게 빨아올리며 채영의 목소리를 떠올렸다.[—간단해. 해인 씨가 마시는 샴페인에 이 약을 딱 한 방울만 타. 술 못 마시는 애니까 한 잔이면 충분할 거야. 정신이 몽롱해지면, 그때 베드룸으로 데려가.][—그다음엔?][—그다음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강서우, 네가 그토록 원하던 거잖아. 권도윤의 성역을 네가 짓밟고 차지하는 거. 그거 하나면 게임 끝이야.]단 한 잔의 술. 그리고 문이 잠긴 선실 안에서의 정사.가질 수 없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서우는 기꺼이 자신의 교양을 내던지기로 했다.턱시도 주머니 안, 손가락 끝에 닿는 작은 유리병의 감촉은 해인의 손목보다 차갑고 비열했다.‘나는 원래 꽤 신사적인 놈인데. 윤해인, 너한테만 예외일 뿐이야.’제 양심을 집어삼킨 남자의 패배 선언이자, 동시에 선전포고였다.대가는 추악하겠지만, 그 열매는 지나치게 달콤할 것이다.서우는 해인의 가느다란 목덜미로 시선을 옮겼다. 금방이라도 부러뜨리거나, 혹은 이빨을 박아 넣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듯 서우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나를 계속 봐줘. 그래야 내가 너를 망가뜨리는 순간에도, 너는 나를 다정하다고 착각해 줄 테니까.’손아귀에 들어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도윤이 쌓아 올린 성벽을 무너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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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잠시 주목해 주시겠습니까.”연회장 중앙, 단상 위로 올라선 도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유람선 전체에 울려 퍼졌다. 소란스럽던 군중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오늘 이 자선 바자회에, 저희 에이펙 그룹에서는 아주 특별한 물건을 내놓으려 합니다.”도윤의 신호에 직원이 벨벳 천으로 덮인 작은 케이스를 들고 나왔다. 천이 걷히자, 조명을 받아 눈이 시리게 빛나는 블루 사파이어 펜던트가 모습을 드러냈다.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찰나, 도윤의 시선이 수많은 인파를 뚫고 서우의 곁에 선 해인에게 꽂혔다.“오늘, 이 물건의 경매 수익금은 모두…….”도윤이 잠시 말을 멈추고 관중석 구석, 서우의 옆에 위태롭게 서 있는 해인을 응시했다.“제 여동생의 이름으로 기부하겠습니다.”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가 선 방향을 가리켰다. 수많은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도윤의 손끝을 따라 해인에게 쏠렸다.순식간에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이내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여동생?”“에이펙에 딸이 있었나?”해인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그녀의 살결을 파고드는 화살 같았고, 도윤의 손가락은 그녀의 목을 조르는 보이지 않는 올가미 같았다.이제 윤해인에게 다가올 남자는, 그 격에 걸맞은 완벽한 놈이어야 할 것이다.그런 남자라면,나는 기꺼이 너를 보낸다.도윤의 시선이 해인의 얼굴 구석구석을 훑었다.그런데 어쩐지 그녀의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았다.누구나 원하는 신데렐라가 된 자리에서, 그녀는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처럼 위태로워 보였다.해인은 이 화려한 조명과 박수 소리가 견딜 수 없이 소란스러웠다.자신을 숨기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이 자리에 불러준 오빠가 고마웠다.하지만 이상하게 목구멍에 딱딱한 가시가 걸린 듯 숨쉬기가 힘들었다.지금 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갈증과 저릿함을 씻어낼 무언가가 절실했다.해인은 홀린 듯, 서우가 쥐여주었던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아.”곁에 선 서우가 낮고 짧은 탄성을 뱉었지만,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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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찰칵.베드룸 문이 닫히고 잠금장치가 맞물리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유람선의 엔진 소리도 차단된 완벽한 밀실이었다.서우는 품에 안긴 해인을 침대 위로 천천히 내려놓았다. 하얀 시트 위로 흐트러진 해인의 드레스와, 열기에 들떠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끈적하게 바꿔놓았다.“하아…….”해인은 제 몸을 감싸는 시트의 감촉조차 자극적인 듯 몸을 비틀었다. 땀에 젖어 살결에 딱 달라붙은 드레스 위로 꼿꼿하게 솟아오른 몽우리가 그녀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대변했다.초점이 풀린 눈은 허공을 헤매다 제 앞에 선 서우의 실루엣에 머물렀다. 서우는 그런 해인을 내려다보며 느릿하게 넥타이를 풀어 내렸다.“거봐.”서우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매트리스가 푹 꺼지며 해인의 몸이 자연스럽게 서우의 허벅지 쪽으로 쏠렸다. 서우는 해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훑어내며 낮게 읊조렸다.“내가 그냥 들고 있으라고 했잖아.”해인은 대답 대신 젖은 신음을 내뱉으며 서우의 차가운 손가락에 제 뺨을 부벼왔다. 뜨거운 열기에 뇌가 녹아내린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이 열기를 식혀줄 서늘한 체온뿐이었다.가느다란 손이 서우의 손목을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서우는 제 손목을 쥔 해인의 하얀 손가락을 가만히 응시했다.“……아, 으.”해인의 입술 사이로 의미 없는 단어들이 뭉개져 나왔다. 아니, 그것은 단어라기보다 본능적인 갈증에 가까웠다. 그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서우의 손목을 움켜쥔 채, 그의 차가운 셔츠 소매에 이마를 기댔다.“……뜨거, 워…….”해인은 초점이 나간 눈으로 서우를 올려다보았다.그녀의 입술을 가르며 파고든 서우의 손가락이 뜨거운 타액에 젖어 들어갔다.입안을 깊숙이 헤집을수록, 그녀는 오히려 그 손가락을 제 혀로 감싸 쥐듯 필사적으로 매달렸다.완벽한 몰락이었다.“걱정하지 마. 난 꽤 잘하거든.”눈동자에 기괴한 희열이 서렸다. 해인의 위로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술이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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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유람선 갑판 위, 쏟아지는 밤바람은 지독하게 차가웠다.서우는 난간에 기대어 느릿하게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조금 전까지 제 손끝에 닿았던 그녀의 뜨거운 살결, 젖은 신음,그리고 비참하게 식어버린 제 마음까지.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길 바랐다.콰앙!철제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거친 발소리가 갑판을 울렸다. 돌아보기도 전에 날카로운 살기가 등을 찔렀다.“윤해인, 어디 있어.”거칠게 돌아 세워진 서우의 멱살을 도윤이 움켜쥐었다.단상 위에서의 고결한 후계자 따위는 없었다. 넥타이는 풀어헤쳐졌고, 멱살을 쥔 도윤의 손등엔 핏줄이 터질 듯 솟아 있었다.서우는 삐딱하게 웃으며 제 입술에 물린 담배 연기를 도윤의 얼굴에 내뿜었다.“할 거 다 하고 이제야 찾으러 오셨네. 너무 늦은 거 아냐?”“대답이나 해. 윤해인 어디 있냐고.”도윤의 주먹이 서우의 턱 끝을 스칠 듯 위태롭게 떨렸다. 서우는 그 눈동자에 서린 처절한 공포를 감상하듯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취했길래 객실에 눕혀놨어. 702호. 지금쯤이면 아주 깊게 잠들었겠네. 술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서우의 도발적인 대사에 도윤의 눈동자가 암전된 듯 시커멓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이내 터져 나온 도윤의 목소리는 서우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없어.”“뭐?”도윤이 서우의 멱살을 으스러뜨릴 듯 움켜쥐고 차가운 금속 난간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객실은 이미 다 뒤졌어. 복도, 연회장, 화장실까지 전부 다! 그런데 어디에도 해인이가 없다고!”서우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그럴 리가 없어. 내가 직접 침대에 눕히고 나왔는데.”“거짓말하지 마! 네가 데리고 나가는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도윤의 외침이 귀를 찢는 듯했지만, 서우의 머릿속은 일순간 진공 상태가 된 것처럼 고요해졌다.어쩌면 오히려 무방비한 상태로 늑대들 소굴에 던져놓고 온 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도윤의 손을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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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도윤은 방어 자세조차 취하지 않은 채 무방비하게 가슴을 내주었지만, 사내 중 그 누구도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권도윤이라는 이름 값 하나가 이 창고에 있는 모든 인간의 목숨값보다 비싸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사내들이 뒷걸음질 치며 길을 터주었다. 도윤은 그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해인에게 다가갔다.해인은 여전히 약 기운에 취해 밭은 숨을 내뱉으며 파르르 떨고 있었다. 찢어진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하얀 어깨가 애처롭게 들썩였다. 그 광경을 마주한 도윤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일렁이며 시커먼 광기를 뿜어냈다.도윤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자켓을 벗어 해인의 몸을 덮어 내렸다. 마치 세상 그 어떤 추악한 시선도 그녀에게 닿지 못하게 하려는 완벽한 차단이었다.“……해인아.”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창고 안의 습한 공기를 가르고 묵직하게 울렸다.“집에… 가자.”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서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로막았다.“……내놔. 내가 먼저 찾았어.”피 섞인 침을 뱉으며 해인에게 손을 뻗으려 했지만, 피 섞인 침을 뱉어낸 그가 해인에게 손을 뻗으려 했지만, 도윤은 그대로 스쳐지났다.품 안의 해인이 행여나 밖을 볼까 봐, 그녀의 머리를 제 가슴팍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길 뿐이었다.“강서우.”출구 앞에 멈춰 선 도윤이 낮게 물었다.“이채영이야?”“…….”서우의 눈동자가 형편없이 흔들렸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그 침묵이 확신이 되었다.도윤의 턱 끝에 서릿발 같은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왈칵 치밀어 오르는 분노보다 당장 품 안에서 숨넘어갈 듯 헐떡이는 해인이 먼저였다.고개를 돌린 그는 서우의 몰골을 냉소적으로 훑었다.서우가 해인의 몸에 차마 손대지 못했다는 것, 그저 이채영의 장단에 놀아난 미끼였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양아치들에게 망신창이가 되어 자존심이 바닥까지 짓밟혔다는 것. 그 정도면 지금 당장의 징벌로는 충분했다.도윤은 가차 없이 서우를 지나쳐 창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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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읍!”그의 뜨거운 입술이 해인의 벌어진 입술을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얽혀드는 혀뿌리, 타액이 질척하게 섞이는 끈적한 소리가 방안의 정적을 찢었다. 조금 전 지하 창고에서 억눌렀던 시커먼 광기가 그녀의 달아오른 살결에 닿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폭발했다.“하아, 으응, 오빠…… 아앗!”도윤의 굵은 손가락이 거치적거리는 드레스 자락을 한 번에 찢어발기듯 밀어 올렸다. 젖어 든 속옷 위로 노골적인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장이라도 버클을 풀고 제 안의 짐승을 밀어 넣고 싶은 충동이 이성을 난도질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가 찢어질 듯 아파왔다.하지만 도윤의 손이 벨트에 닿으려던 찰나, 그의 움직임이 돌덩이처럼 굳었다.‘여기서 끝까지 가면. 넌 영원히 날 벌레 보듯 보겠지.’그 빌어먹을 착한 오빠라는 자리.윤해인의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그 유일한 목줄을 제 손으로 끊어낼 수는 없었다.도윤은 핏발 선 눈으로 제 입술을 짓씹으며, 허리를 뒤로 물러 짐승 같은 충동을 억지로 짓눌렀다.대신, 그의 서늘하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하아. 오늘 밤만, 너한테 지는 거야.”도윤의 쇳소리 섞인 음성이 그녀의 귓가에 뜨겁게 얽혀들었다. 그는 자신을 갈구하며 목을 끌어안는 해인의 허리를 으스러질 듯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러니까 더 가까이 붙어와도 좋아. 맹세컨대…… 다신 이런 짓, 안 할 테니까.”그것은 오만한 지배자의 굴복이자, 내일이면 다시 가면을 써야 하는 사내의 절박한 유언과도 같았다.“아아! 흣, 오, 빠아……!”차갑고 단단한 손마디가 안을 파고들자, 해인이 자지러지듯 허리를 활처럼 꺾었다. 손가락을 흠뻑 적시는 질척한 액체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그녀의 격렬한 고동. 해인은 쾌락과 약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고 도윤의 어깨를 물어뜯을 듯 매달렸다.“하아, 윤해인…….”도윤은 비릿한 쾌감에 젖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녀의 안을 헤집는 제 손끝의 감각에 온 신경이 쏠려, 정작 자신은 숨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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