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채로 돌아온 해인은 화방 봉투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외출복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흐트러진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었다.‘오빠도 왔으니, 저녁 준비하겠네.’가만히 앉아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건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었다.한 여사의 눈치도 눈치였지만, 얹혀사는 식객으로서 뭐라도 밥값을 해야 마음이 편했다.해인은 지체 없이 방을 나섰다.어스름이 깔린 정원을 가로질러 본채로 향하자, 주방 쪽에서 정갈한 칼질 소리가 들려왔다.해인이 주방으로 들어서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식사 준비, 제가 거들게요.”순간, 분주하던 도우미들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정 집사를 비롯한 모두의 당황한 시선이 일제히 해인에게 쏠렸다.그 어색한 정적 사이로, 해인의 눈에 조리대 위 선홍빛 명란젓이 들어왔다.‘아, 저거 오빠가 좋아하는 거다!’해인은 자신있게 명란이 놓여진 조리대 앞으로 갔다.“이거 제가 손질 할게요.”해인은 찬장에서 작은 종지를 꺼내, 잘 익은 명란 두 쪽을 올렸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고춧가루 통을 집어 들었다.“어머, 아가씨! 그건 안 돼요!”주방을 총괄하는 도우미, 정 집사가 기겁하며 해인의 손목을 가볍게 쳤다.“고춧가루라뇨. 무조건 청주에 씻어서 들기름만 아주 살짝, 하얗게 내야 한다니까요.”“……오빠, 원래 이렇게 먹는 거 좋아했어요. 파 다진 거랑 고춧가루 넣어서.”“그게 언제적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세요. 제가 모신 지 10여년 동안 한번도 이렇게 드신 적 없어요. 바깥 일로 위도 예민하신데, 이렇게 올렸다가 저희만 혼나요. 이리 주세요.”정 집사가 종지를 뺏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해인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집스럽게 고춧가루 통을 털어 명란 위에 붉은 꽃을 피워냈다.“제가 더 잘 알아요.”해인의 단호한 목소리에 정 집사는 당황한 듯 입을 벌렸지만, 해인은 이미 쟁반을 들고 다이닝 룸으로 향하고 있었다....오직 이문과 계산만이 오가는 차가운 대화.바로 그 순간, 다이닝 룸 입구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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