ホーム / 로맨스 / 내게 오는 남자들 / チャプター 51 - チャプター 60

내게 오는 남자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1 - チャプター 60

83 チャプター

50화

자신이 알던 권도윤은 무뚝뚝할지언정, 사람을 두고 셈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적어도 그녀의 기억 속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오빠가……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지독한 괴리감에 숨을 쉬기조차 버거웠다.해인이 핏기 가신 입술을 꾹 깨물며 시선을 내리깔던 찰나였다.툭.테이블 아래로 누군가의 단단한 발끝이 해인의 발등을 가볍게 건드렸다.움찔하며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 앉은 서우가 물잔을 들이켜며 해인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오직 해인만을 향한 삐딱하고도 다정한 눈빛.서우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해인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작게 속삭였다.“딴 세상 사람 같지? 신경 쓰지 마.”서우가 픽 웃으며 제 몫의 부드러운 달걀말이를 해인의 밥그릇 위에 툭 올려놓았다.“나도 저 인간들 무슨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몰라. 숨 쉬는 것도 계산기 두드려가면서 하는 양반들이라, 우리 같은 평민들은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한 거거든.”서우의 덤덤한 속삭임에, 꽉 막혀 있던 해인의 명치가 조금은 느슨하게 풀려나갔다.해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우가 덜어준 달걀말이를 조용히 베어 물었다.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폭신한 감촉이 그녀의 마음을 무뎌지게 만들었다.테이블 아래에서 오간 두 사람만의 은밀한 위로. 그리고 그 광경을 목도한 도윤의 턱관절이 일순 꾹 맞물렸으나, 그는 끝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해인은 시선을 내리깐 채 묵묵히 식사를 이어나갔다.권 회장과 도윤 사이에서 오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비즈니스 용어들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지만, 더 이상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서우의 말대로 자신과는 철저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선을 그어버렸으므로.하지만 그 억지스러운 체념을 삼켜내는 시간은 모래를 씹는 것처럼 껄끄러웠다.얼마 후, 지독하게 길고 숨 막히던 저녁 식사가 끝났다.권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닝 룸을 빠져나가자, 얼음장 같던 공기가 그제야 조금씩 흩어졌다.한 여사는 붉은 명란젓이 놓인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続きを読む

51화

별채로 돌아온 해인은 책상 앞에 주저앉았다.오늘 낮, 화방에서 사 온 빳빳한 캔버스와 전문가용 연필이 고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해인은 홀린 듯 연필을 쥐었다. 그리고 빈 캔버스 위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단정하고 곧은 눈썹, 날카롭지만 자신을 향할 때만 둥글게 휘어지던 눈매, 가끔 낮게 웃을 때면 보기 좋게 패이던 입매까지.눈을 감아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그려왔던 모습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캔버스 위를 채워가는 선들이 점점 길을 잃고 엇나갔다.해인의 손끝이 멈칫했다.도무지 눈동자를 그려 넣을 수가 없었다.조금 전 서재에서 마주했던 그 차갑고 서늘한 눈빛이, 캔버스 위에 그려둔 다정한 미소와 지독하게 겉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건 오빠가 아니야.’해인은 손에 쥐고 있던 연필을 툭 내려놓았다.이 그림은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지나가버린 그 시절의 다정했던 오빠가 아직 어딘가에 남아있을 거라 믿고 싶었던 가여운 망상.‘혼담이든 뭐든 방패막이는 되어줄 생각입니다.’‘언제 변할지 모르는 사람 마음에 기대기엔, 내가 쥐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재에서 들었던 그의 차가운 음성이 다시금 귓가를 때렸다.그래.이곳은 애초에 자신이 머물 곳이 아니었다.권 회장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말했을 때, 미련 없이 이 집을 걸어 나갈 수 있으려면 이깟 환상에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었다.해인은 미련 없이 캔버스를 뒤집어 엎어버렸다.환하게 켜진 이젤 옆 조명 아래, 텅 빈 캔버스의 허연 뒷면이 마치 자신을 비웃듯 드러났다. 허상을 좇던 대가는 이토록 허무했다. 해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연필을 쥐고 있던 손의 긴장을 풀었다.“진짜… 한심하다, 윤해인.”조용한 방안으로 자조적인 헛숨이 새어 나왔다.백화점을 그만둔 이후, 자신이 보낸 날들이 눈 앞에 스쳤다.그저 과거의 다정했던 ‘오빠’라는 환상에 취해, 도윤이 보여주는 찰나의 온기나 서우가 던져주는 장난에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했다.그저 아무런 대책도,
続きを読む

52화

같은 시각, 서울 도심을 매끄럽게 가로지르던 태성그룹의 엠블럼이 새겨진 검은 그림자가 민영의 레지던스 지하 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한 층에 오직 한 세대만이 거주하며, 전용 엘리베이터가 집 안까지 연결되는 이 수직의 요새는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을 숨기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일반적인 세단보다 한 뼘은 더 길게 빠진 휠베이스 덕에 주차 칸을 꽉 채우고도 남는 그 거대한 부피감은, 차체가 뿜어내는 정적만큼이나 위압적이었다.엔진 소리가 완전히 멎었지만, 차 안의 누구도 섣불리 문을 열지 않았다.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프라이버시 글라스 너머, 짙은 선팅으로 가려진 뒷좌석에서 민영이 아프게 조여오던 하이힐을 벗어 던졌다.“하아…….”숨 막히는 태성그룹 후계자라는 무거운 껍데기를 벗어던지듯, 그녀가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운전대를 쥐고 있던 수행 비서 겸 가드, 태건의 시선이 룸미러를 통해 민영에게 닿았다.감정을 철저히 지워낸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굵은 손마디는 핸들 가죽이 우그러질 만큼 꽉 쥐어져 옅게 핏대가 서 있었다.“……권도윤.”묵직한 정적을 깨고, 태건의 낮고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차 안에 가라앉았다.“그 자를, 정말 믿으십니까.”민영의 입술 사이로 픽, 하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믿어? 내가 그 오만하고 재수 없는 인간을 왜 믿어.”민영이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룸미러 너머의 태건과 시선을 맞췄다.“난 권도윤을 믿는 게 아니라, 그 인간의 완벽한 계산을 믿는 거야. 그 남자는 지금 태성이 쥐고 있는 동남아 물류망이 미치도록 절실하거든.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악마하고도 웃으면서 손을 잡을 위인이니까. 6개월 정도 방패막이 노릇을 해주는 건 그쪽한테도 완벽하게 남는 장사지.”차민영의 도발적이고 치밀한 계획.그것은 에이펙라는 거대한 방패를 잠시 빌려 태성의 집안 어른들의 눈을 가리고, 그 6개월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지분을 현금화해 이 지긋지긋한 새장에서 완전히 도망치겠다
続きを読む

53화

해인은 거울 앞에서 높게 묶은 머리를 한 번 더 바짝 조여 맸다. 늘 뒷목을 가리던 답답한 머리카락을 치워버리니 시야가 한결 넓어진 기분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이 집의 분위기에 눌려 괜스레 얌전한 옷들만 골라 입었었다. 하지만 오늘 해인이 선택한 건 빛바랜 슬랙스에 소매를 걷어붙인 셔츠 차림이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어쩐지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다시 할 수 있어.’해인은 책상 위에 놓였던 묵직한 캔버스 백을 어깨에 메었다. 어젯밤 잠을 설치며 채워 넣은 러프 스케치북과 연필 통이 가방 안에서 덜컥거리며 기분 좋은 무게감을 만들어냈다.그러나 그 산뜻한 결심은 대문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가로막혔다.“어, 누나. 지금 나가?”스포츠카 보닛에 기대어 있던 서우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해인의 미간이 반사적으로 찌푸려졌다.없던 일이라고 되뇌었지만, 선박에서의 일은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어떻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했지? 저런 말간 얼굴로… 아니네. 다시 보니 문란하게 생겼어.’어제는 한 여사의 카드 때문에 함께 했다 해도, 다시 그와 사적으로 친목을 다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따라오지 마.”그녀는 시선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않은 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오늘은 나 혼자 갈 데가 있어.”“에이, 그래도 누나 이 동네 길도 잘 모르잖아. 내가 모셔다드릴게. 타.”평소처럼 능글맞게 차 문을 열어젖히는 서우를 향해, 해인은 차가운 눈빛을 던지고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서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쾅, 하고 거칠게 차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차 엔진 소리가 멀어지겠거니 했던 해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저박, 저박.일정한 거리를 두고 해인의 뒤를 따르는 발걸음 소리.해인이 걸음을 빨리하면 그 발걸음도 빨라졌고, 해인이 멈추면 그 발걸음도 우뚝 멈춰 섰다.참다못한 해인이 홱 고개를 돌렸다.십 미터쯤 뒤에서, 서우가 마치 주인을 잃어버린 유기견처럼 엉거주춤 서 있
続きを読む

54화

도윤의 집무실 문이 예고도 없이 열렸다.“점심이나 먹죠, 파트너.”서류를 검토하던 도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칼같이 재단된 크림 화이트 컬러의 슈트를 입은 차민영이 들어서고 있었다. 헐렁한 재킷 소매 아래로 언뜻 보이는 볼드한 골드 뱅글이 바깥세상의 빛을 반사했다.“하아…, 비서실을 갈아치워야 하나.”“또 뭘 그렇게까지. 난 프리패스거든요. 물론 권한은 권 회장님께서 주셨고.”도윤의 시선이 민영을 지나쳐, 그녀의 등 뒤에서 그림자처럼 태건에게로 꽂혔다.무표정한 가드의 얼굴 너머로, 어젯밤 그가 꿰뚫어 보았던 맹목적인 불장난의 냄새가 어른거렸다.도윤은 들고 있던 만년필을 책상 위에 툭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저놈이랑 같이? 말했던 것보다 날 너무 알뜰하게 이용하는 거 아닌가.”자신의 사무실 안까지 버젓이 제 진짜 애인을 대동하고 나타난 차민영의 뻔뻔함에 도윤이 서늘하게 일갈했다. 하지만 민영은 기죽기는커녕 픽 웃으며 도윤의 책상 앞 의자에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손해 보는 것 같으면 당신도 좀 써먹어요. 이렇게 삭막하게 일만 하지 말고.”민영은 텅 빈 전무실 안을 턱끝으로 가리키며 도발적으로 속삭였다.“아니면 마음에 드는 여자 하나 비서로도 곁에 못 둘 정도로, 우리 파트너가 능력 부족인가?”정곡을 찌르는 민영의 말에 도윤의 턱관절에 찰나의 힘이 들어갔다.문득 윤해인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거슬리기 시작했다.“……무슨.”도윤은 감정을 갈무리하며 서늘하게 비웃었다.“굳이 곁에 둘 필요가 없으니까. 내가 부르면 언제든 오는 위치에 잘 있으니.”그는 보란 듯이 책상 위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단축 번호를 누르자, 핸드폰 너머로 일정한 통화 연결음이 새어 나왔다.차민영은 흥미롭다는 듯 턱을 괴었고, 도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하지만 그의 확신과 달리, 연결음은 한참이 지나도록 끊어지지 않았다.**“뭐야? 오빠가 이런 구석진 데서 커피를 다 마셔?”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팝업 카페
続きを読む

55화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이 마치 경고음처럼 느껴졌다.액정에 뜬 ‘오빠’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 조금 전까지 강서우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부렸던 여우 같은 여유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해인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쫓기듯 비상구 근처의 한적한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어, 오빠.]최대한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를 내려 애썼지만, 가파른 호흡까지는 숨길 수가 없었따.[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한참 기다렸잖아.]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도윤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 뒤에 깔린 묘한 압박감이 해인의 뒷목을 서늘하게 훑었다.[주변이 시끄럽네. 어디야?][그냥, 백화점. 구경 좀 할 게 있어서 나왔어.][설마…… 아니지?][응? 뭐가 아니…… 풋]도윤의 의도를 알아차린 해인이 웃음을 터트렸다.보나 마나 자신이 밖으로 나돌며 또 몰래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였을 것이다.어제 보았던 차갑고 계산적인 낯선 모습은 그저 한순간의 예민함이었기를.해인은 핸드폰 너머의 그가 여전히 자신을 걱정해 주는 다정한 오빠이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런 거 아니야, 진짜 구경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오빠야 말로 어쩐 일이야?][잘됐네. 마침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소개해 줄 사람?’해인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생각해 보면 오빠의 주변 지인이나 일상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나를 소개해 줄 사람이 누구일까.묘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피어올랐다.도윤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지금 사무실로 와. 기다릴게.][지금? 나 아직 구경할 게 남았는데…….]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끊긴 전화기 너머로 정적이 찾아왔다.해인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갑작스러운 호출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오빠의 지인을 만난다는 사실이 어쩐지 가슴 한구석을 들뜨게 만들었다.해인이 다시 카페 쪽 복도로 돌아가자, 서우가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이고 있었다.“누나!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급하게 받아?”“서우야, 나 갑자기 가봐야
続きを読む

56화

안으로 들어선 해인의 시선은 곧장 책상 앞의 도윤을 향해 있었다.갑작스러운 호출에 조금 상기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쪽 소파에서 여유롭고도 나른한 목소리가 먼저 끼어들었다.“안녕하세요. 태성그룹 차민영입니다.”해인의 고개가 흠칫 놀라며 옆으로 돌아갔다.슈트를 입은 화려한 여자. 그리고 그 뒤를 그림자처럼 지키고 선 남자.순간, 해인의 머릿속에 어제저녁 권 회장이 식사 자리에서 흘리듯 뱉었던 말이 날아와 박혔다.오빠의 맞선 상대.‘나한테 소개해 준다던 사람이 저 여자……, 아니 저 사람이었어?’해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왜인지 모를 수치심과 원망이 발끝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자신을 굳이 이 자리에 부른 이유가 고작, 앞으로 새언니가 될 저 화려하고 완벽한 여자를 보여주며 자신의 처지를 확인시키기 위함이었단 말인가.핏기가 가셨던 해인의 뺨이 이내 모멸감과 배신감으로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요동치는 감정을 누르고서, 우아한 미소를 얼굴에 덧씌웠다.“아, 오빠랑 맞선 보신 분이시군요. 이야기 들었어요.”해인은 도윤을 향했던 원망 어린 시선을 거두고 민영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동생 윤해인입니다. 진작 새언니 되실 분인 줄 알았으면 빈손으로 오지 않았을 텐데요. 결례를 범했네요.”철저하게 가족이자 동생으로 선을 긋는 완벽한 방어였다.도윤의 미간이 불쾌감으로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러나 소파에 기대어 있던 차민영은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이더니, 픽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그런 얼굴 할 필요 없어요.”민영은 제 뒤에 선 태건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덧붙였다.“난 그쪽 남자한테 관심 없으니까.”그쪽 남자라는 노골적인 단어에 해인의 사고 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방금 전까지 완벽하게 둘러썼던 동생이라는 가면이, 자신의 진짜 마음을 꿰뚫어 본 민영의 돌직구 한 방에 와장창 깨져버린 기분이었다.그 아슬아슬한 정적을 깬 건 도윤이었다.자리에서 천천히
続きを読む

57화

“기꺼이 그렇게 해 주지.”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도윤은 해인의 붉어진 뺨 언저리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그의 긴 손가락은 해인의 살갗에 닿기 직전,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이내 방향을 틀어 책상 위 인터폰 버튼을 꾹 눌렀다.[네, 전무님.]“오후 스케줄 전부 뒤로 미뤄. 오늘 퇴근 전까지 보고 안 받습니다.”[네? 아, 알겠습니다.]해인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완벽주의자에 일 중독자라 평이 나 있는 오빠가 평일 오후 일정을 통째로 비우다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행이었다.“오빠, 지금 뭐 하는…….”“완벽하게 하자며.”도윤이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며 나른하게 받아쳤다.“차민영 성격에 조만간 그 가드 놈을 대동하고 더블데이트라도 하자고 들러붙을 텐데. 그 앞에서 6개월짜리 애인 노릇을 완벽하게 하려면, 미리 연습 정도는 해둬야 하지 않겠어?”해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연습? 대체 무슨 연습을?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단어의 조합, 그리고 맨살에 닿을 듯 밀착해 온 도윤의 뜨거운 체온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날아가 버렸다.해인은 저도 모르게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설마…… 오빠랑 그런 연습까지 해야 하는 거야?스킨십…… 키…스?상상만으로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커다란 눈동자를 굴려 도윤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당황해서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해인을 내려다보던 도윤의 입가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나왔다.“무슨 생각해?”도윤이 다시 몸을 숙여 다가오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해인의 응큼한 상상을 다 꿰뚫어 본 듯한, 지독하게 능글맞고도 매혹적인 목소리였다.“밥 먹으러 나가자고. 에스코트, 에티켓…… 사람들 눈앞에서 연인끼리 당연한 매너들. 연습 안 하면 차민영이 눈치챌 테니까.”매너 연습이라는 도윤의 해명에 해인의 얼굴이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자신의 착각과 응큼한 상상이 도윤에게 완벽하게 들켜버린 기분이었다.“……아, 알았어. 나가.”해인은 뜨거워진 뺨을
続きを読む

58화

반투명한 미러 유리문이 스르르 열렸다.햇빛과는 또다른 찬란한 조명이 쏟아지며, 진열대 안의 보석들이 각자의 빛을 내뿜으며 반짝였다.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깔린 카페트 위로 발을 내딛자, 푹신한 촉감이 발을 덮었다.“기다리고 있었습니다.”미리 연락을 받은 듯 점장이 직접 나와 도윤과 해인을 룸으로 안내했다.소파에 마주 앉자, 검은 벨벳 트레이 위로, 정교하게 세공된 반지들이 각기 다른 광채를 뿜어내며 줄지어 나타났다. 메인 다이아몬드를 수십 개의 서브 스톤이 촘촘하게 감싸 안은 화려한 헤일로 디자인부터, 투명한 얼음 조각을 깎아 만든 듯 날카로운 에메랄드 컷의 대담한 솔리테어 링까지. 플래티넘 밴드를 따라 빈틈없이 박힌 보석들이 조명을 받을 때마다 날카로운 파편 같은 빛을 흩뿌리며 시야를 어지럽혔다.‘무슨……, 결혼반지도 아니고 커플링 그것도 6개월짜리를 이렇게나…….’“고를 수 있겠어, 아니면 내가 골라줄까.”도윤이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으며 물었다. 해인은 눈앞의 화려한 보석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생각을 다졌다.‘확인해 보고 싶어. 오빠에게 내가 어떤 의미인지.’해인은 떨리는 손끝을 감추려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내 트레이 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존재감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콕 집어 가리켰다.“이거.”점장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도윤의 미간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평소의 해인이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과하다 싶을 정도의 화려함이었다.“……생각보다 취향이 많이 화려해졌네.”“어설픈 실반지 끼고 나갔다가 비웃음 사면 안 되니까.”해인은 생긋 미소 지으며 도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설마…… 아까워?”도발적인 해인의 물음에 도윤은 대답 대신 피식, 서늘한 웃음을 흘렸다. 그는 점장에게 눈짓을 보내 결제를 지시하더니, 돌연 옆자리에 앉은 해인의 손을 낚아채듯 끌어당겼다.“앗……!”해인이 당황할 새도 없이, 도윤은 그녀의 손을 제 무릎 위로 가져와 아주 자연스럽게 손가락 사이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얽
続きを読む

59화

별채로 돌아온 해인은 녹초가 된 몸을 침대에 뉘었다. 네 번째 손가락을 감싼 다이아몬드 반지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억지로 밀어내듯 반지를 빼 화장대 위에 내려놓자, 챙그랑- 하는 서늘한 금속음이 정적을 깼다.그때, 거울 옆에 놓인 낯선 쇼핑백이 시야에 걸렸다.“어……? 뭐지?”사그락거리는 종이봉투 안에서 묵직한 유리병을 꺼냈다. 낮에 백화점에서 서우와 함께 구경했던 바로 그 니치 향수였다. 리본을 풀자 은은하고도 매혹적인 향기가 해인의 방 안으로 툭, 떨어졌다.만 원짜리 한 장을 서우의 손에 쥐여주고 도망치듯 돌아섰던 제 뒷모습이 떠올라 입술을 깨물었다. 해인은 잠시 향수병을 매만지다 휴대폰을 들었다.[서우야, 혹시 이거 네가 사다 놓은 거야?]메시지를 보낸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똑, 똑-.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해인이 고개를 돌리자, 닫힌 창문 너머로 삐죽 솟은 머리카락과 장난스러운 눈동자가 보였다.“악! 강서우, 너 미쳤어? 여기가 몇 층인데!”급히 창문을 열자, 난간을 타고 올라온 서우가 위험천만하게 매달린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악! 강서우, 너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와!”“아, 좀 비켜봐. 나 팔 빠질 것 같아.”서우는 익숙한 동작으로 창턱을 넘어 방 안으로 훌쩍 뛰어 들어왔다.긴 다리는 가볍게 바닥에 닿았다. 해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우를 타박했다.“미쳤지, 진짜. 계단 놔두고 왜 이래? 떨어지면 어쩌려고!”“그냥, 이게 내 로망이었거든.”서우가 헝클어진 머리를 털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좋아하는 여자애 방 창문 두드리는 거. 만화 같고 좋잖아.”“그, 그럼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가서 해야지, 왜 여기 와서 난리야. 간 떨어질 뻔 했네.”“그러니까 여기 왔지. 누나 좋아하니까.”순간 해인의 숨이 툭 멎었다.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는 저 얼굴에 대고 진지하게 ‘선 넘지 마’ 같은 말을 내뱉는 게 오히려 과민반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또 장난이겠지. 얘 원래
続きを読む
前へ
1
...
456789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