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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당근! 당근..?!

ผู้เขียน: 필루사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3-21 13:45:08

오후 6시 30분.

강남의 심장부, 역삼역 3번 출구 앞은 토해내듯 쏟아지는 퇴근길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꽉 막힌 테헤란로 위로는 붉은 브레이크 등들이 핏대처럼 끝도 없이 이어졌고, 신경질적인 자동차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허공을 갈랐다. 무선 이어폰을 낀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의 무리 속에서, 루다는 행여나 누가 치고 지나갈세라 제 몸집만 한 커다란 종이백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매캐한 매연과 길거리 포장마차의 어묵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저녁 공기. 뺨을 스치는 바람은 제법 쌀쌀했지만, 루다의 이마에는 옅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15만 원이라는 거금이 걸린 직거래. 통장 잔고의 심폐소생술이 달린 이 중대한 순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까만 정장, 까만 정장을 입은 스윗한 댄디남…'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뀔 때마다 횡단보도에는 거대한 파도처럼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쏟아지는 인파 속에서 매너 온도 99.9도에 걸맞은 다정한 눈빛을 장착한 상상 속의 인물을 찾기 위해 루다는 까치발을 들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신호등을 건너오는 수많은 사람의 정수리 위로 유독 우뚝 솟은 훤칠한 실루엣 하나가 시야에 꽂혔다.

 

주변의 번잡한 소음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지는 듯한 착각. 빌딩 숲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어스름한 저녁 노을을 등지고 걸어오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기럭지가 남달랐다. 몸에 맞춘 듯 딱 떨어지는 까만 수트 핏.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걸음걸이. 루다의 입가에 화색이 돌았다.

 

'오, 핏 장난 아닌데? 역시 매너온도 99도는 외모부터가 매너구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거리가 20미터, 10미터, 5미터로 좁혀질수록 루다의 얼굴에 피어났던 미소는 차갑게 식어가다 못해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석양빛에 반사되어 날카롭게 번쩍이는 무테안경. 칼같이 빗어 넘긴 포마드 헤어. 인간미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하고 무감정한 그 얼굴.

 

'…강태준?!'

 

왜 하필 저 마왕이 여기에 있단 말인가! 기획안을 던지며 갈구던 것도 모자라, 아예 역삼역 3번 출구까지 쫓아와서 잔소리를 하려는 건가? 루다는 반사적으로 닌텐도가 든 종이백을 등 뒤로 홱 숨기며 숨을 헉 들이켰다.

 

같은 시각. 당당하게 3번 출구로 걸어오던 태준 역시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출구 앞, 커다란 종이백을 들고 망부석처럼 서 있는 여자는 누가 봐도 마케팅 1팀의 이루다 대리였다.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 너머, 등 뒤로 급하게 감춰진 구겨진 종이백 끝자락에 꽂혔다. 오늘 낮, 탕비실에서 그녀가 품에 소중히 안고 있던 바로 그 익숙한 봉투. 종이백 겉면에 박힌 유명 베이커리의 로고 끄트머리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태준의 비상한 머릿속에서 거대한 톱니바퀴가 끔찍한 쇳소리를 내며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케팅 1팀 이루다 대리. 탕비실의 수상한 종이백. 전남친의 흔적이라는 닌텐도 64. 칼같이 맞춰진 6시 30분이라는 시간. 역삼역 3번 출구. 그리고…… 루다공주.

 

모든 퍼즐 조각이 완벽한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순간, 태준의 단정했던 호흡이 멎었다. 완벽주의자 강태준의 32년 인생에 유례없는 치명적인 시스템 에러가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간절하게 매달렸던 '루다공주'가 바로 오늘 하루 종일 털어댔던 저 나사 빠진 부하 직원이라니. 태준은 처음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공포를 느꼈다. 어색하고 끔찍한 정적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다.

 

루다는 태준이 자신을 보고 멈춰 선 이유가 '근무 태도 불량'을 지적하기 위해서라고 굳게 믿으며,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액정을 눌렀다. 제발 저 강로봇이 이대로 나를 지나쳐 가길 기도하며, 나를 구원해 줄 진짜 천사 '햇살강쥐'님에게 다급히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이다.

 

[루다공주]: 햇살강쥐님, 저 출구 앞인데 언제 오시나요? 저 지금 회사에서 제일 극혐하는 엄청난 빌런이랑 마주쳐서 빨리 거래하고 도망가고 싶어요!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른 찰나. 정확히 1초 뒤. 루다를 노려보고 서 있던 강태준의 수트 안주머니에서, 세상에서 가장 맑고 경쾌한 알림음이 역삼역 3번 출구의 소음을 뚫고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당근!"

"……."

"……."

 

루다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키다 못해 튀어나올 듯 커졌다. 태준의 무테안경이 파르르 떨렸다. 퇴근길 붉은 노을 아래, 지옥에서 올라온 빌런 상사와 공주님의 끔찍한 첫 직거래가 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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