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비상구 철문을 열고 루다가 로비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다리에 힘이 제대로 돌아온 건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억울한 눈물이 쏙 들어간 자리에 몽글몽글하고 이상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 같았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더더욱 몰랐다.'일단 가자. 저 문 열고 상자 내밀고 나오면 끝이야.'루다는 클러치 백을 고쳐 쥐고 연회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객들이 쏟아져 나오는 로비 한가운데를, 까만 스틸레토 힐의 뾰족한 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가로질렀다.그리고 정확히 다섯 걸음 만에 멈춰 섰다.번지르르하게 턱시도를 빼입은 채,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히죽거리는 박민재의 얼굴이 시야에 꽂혔다. 게다가 그 뻔뻔한 인간의 왼쪽 손목에는, 지난달 루다의 신용카드로 눈물을 머금고 '12개월 무이자 할부' 결제를 해준 그 비싼 최신형 스마트 워치가 버젓이 번쩍이고 있었다.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루다는 위풍당당하게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어……? 루, 루다?"루다와 눈이 마주친 민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굳었다. 그러나 이내 주변 하객들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재수 없는 거만한 미소를 얼굴에 장착했다."와, 진짜 왔네? 창피해서 못 오는 줄 알았는데. 하긴, 그래도 우리가 만난 정이 3년인데 뷔페 밥은 한 끼 먹고 가야지. 혹시, 축의금은 두둑하게 냈고?"그 가증스러운 멘트에, 루다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루다가 핏기가 가신 입술을 꽉 깨물며, 클러치 백에서 핑크색 복수 상자를 꺼내 치켜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루다야."등 뒤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로비의 소음을 뚫고 울려 퍼졌다.동시에 크고 단단한 남자의 손이 루다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어 내렸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루다의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으로 밀착시켰다. 코끝에 훅 끼치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우디 향.강태준이었다.태준은 루다를 자신의 옆구리에 단단히 붙인 채, 박민재를 향해 오만하게 고
最終更新日 : 2026-03-25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