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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상사의 부캐는 매너온도 99도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71 チャプター

제21화 : 알고리즘의 노예! 혹은 사랑의 포로?

월요일 아침, 마케팅 1팀은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주말의 성수동 ‘2차 현장 실습’ 이후 태준을 처음 마주하는 사무실. 루다는 새로 지급받은 M3 맥북의 매끄러운 은빛 덮개를 열며 입가에 자꾸만 고이는 미소를 애써 지웠다. 맥북의 차가운 금속 바디 위로 비치는 루다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훨씬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맛있는 사냥감을 눈앞에 둔 고양이의 눈빛과도 흡사했다.‘어디 한번 끝까지 로봇인 척해보시지, 강태준 팀장님.’루다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주간 보고서 파일을 열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파티션 너머 팀장석으로 향했다. 태준은 평소보다 더 칼같이 세워진 수트 차림으로 듀얼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있었다. 그는 주말에 있었던 ‘당근!’ 사건 이후, 자신의 완벽했던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음을 뼈아프게 자각하고 있었다. 자꾸만 루다의 메시지가 잔상처럼 떠올라 업무 효율이 40% 이상 저하되었다는 뇌의 경고 신호를 무시하며, 그는 필사적으로 마우스 휠을 굴리고 있었다.그때, 루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쾌한 발걸음으로 태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똑똑.루다가 낮게 세워진 파티션 상단을 가볍게 두드렸다. 태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마치 로봇 팔처럼 정확한 각도로 서류를 건네받았다.“팀장님, 주말에 지시하신 팝업스토어 분석 보고서 초안입니다. 맥북 성능이 워낙 비효율적으로 좋아서 예상보다 훨씬 금방 끝냈네요.”루다는 ‘비효율적’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태준의 책상 위로 몸을 살짝 숙였다. 태준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주말의 그 밤거리처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루다는 놓치지 않았다.“수고했습니다. 기기 성능 향상에 따른 작업 속도 증가 수치는 제 예상 범위 내에 있군요. 검토 후 피드백할 테니 돌아가서 업무 보십시오.”“그런데 팀장님.”루다가 가지 않고 제자리에 못 박힌 듯 버티자 태준이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제가 주말에 그 당근 알고리즘이라는 걸 좀 공부해봤는데요.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사용자의 취향과 위치를 어쩜 그렇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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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 마케팅 1팀의 방화벽 이상무

오후 2시. 창가로 쏟아지는 늦봄의 화창한 햇살에 사무실 공기는 벌써 초여름처럼 훈훈하게 달구어져 있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마케팅 1팀의 파티션 위로는 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루다는 은빛 맥북의 매끄러운 바디를 쓰다듬으며 모니터 뒤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꾹 깨물었다. 화면 한구석에 띄워둔 메신저 창에는 아까 태준이 보낸 마지막 문장이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저도… 루다공주님 메시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 철벽 같은 강태준 팀장이. 루다는 파티션 너머를 힐끗 넘겨다보았다. 아까 무릎을 세게 부딪힌 이후로 태준은 기계적인 마우스 클릭 소리만 낼 뿐,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라면 탕비실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거나 팀원들의 모니터를 매의 눈으로 스캔하며 순찰을 돌 시간인데 말이다. ‘귀여워. 생각보다 더 귀엽잖아, 강태준.’ 루다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시 기획안 창을 띄웠을 때였다. “아이고, 우리 1팀 에이스 이루다 대리님. 아주 열일하시네.” 느끼하고 끈적한 목소리와 함께 얼음이 찰랑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이 루다의 파티션 위로 불쑥 넘어왔다. 마케팅 2팀의 오상수 팀장이었다. 그는 특유의 능구렁이 같은 웃음을 흘리며 루다의 등 뒤로 성큼 다가왔다. “오 팀장님, 안녕하세요.” 루다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오 팀장은 마케팅 본부 내에서 태준과 완벽한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태준이 피도 눈물도 없는 ‘데이터 맹신론자’라면, 오 팀장은 인맥과 감, 그리고 사내 정치를 무기로 삼는 전형적인 ‘사내 꼰대’였다. “앉아, 앉아. 그나저나 1팀은 장비가 아주 번쩍번쩍하네? 이거 그 비싸다는 최신형 맥북 프로 아니야? 강 팀장이 아주 1팀만 편애해. 우리 2팀 막내들은 아직도 엑셀 하나 켜는 데 5분 걸리는 고철 덩어리 쓰는데 말이야.” 오 팀장은 루다의 어깨너머로 허락도 없이 모니터 화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루다는 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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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 당근 케이크와 심박수 과부하

오 팀장의 폭풍 같은 습격이 휩쓸고 지나간 오후, 마케팅 1팀 사무실은 묘하게 들뜬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평소라면 탕비실에 모여 상사 뒷담화를 하느라 바빴을 팀원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모니터 너머로 강태준 팀장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타 팀 상사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전투 기계처럼 굴더니,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다시 듀얼 모니터 뒤로 숨어버린 그 갭 차이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루다는 턱을 괸 채 화면 한구석에 띄워둔 기획안을 바라보았다. 데이터가 빽빽하게 들어찬 엑셀 시트 위로 자꾸만 태준의 넓은 등판이 겹쳐 보였다. ‘이루다 대리의 분석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기획안입니다.’ 그 단호하고 확신에 찬 음성이 귓가에 맴돌 때마다 루다는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아랫입술을 꾹 깨물어야 했다.어느덧 창밖의 늦봄 햇살이 오렌지빛으로 물들며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퇴근 준비를 하려던 루다의 파티션 위로, 불쑥 커다란 손이 나타났다.툭.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루다의 책상 위에 놓인 것은, 투명한 상자에 담긴 작고 예쁜 조각 케이크였다. 하얀 크림치즈 프로스팅 위에 앙증맞은 주황색 마지팬 당근이 올라간, 유명 베이커리의 ‘초여름 한정판 당근 케이크’였다. 루다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자, 평소와 다름없는 건조한 표정의 태준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루다의 눈을 피한 채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팀장님, 이게 뭐에요?”“……급속 당분 공급용 비품입니다.”태준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마치 준비해 둔 대본을 읽듯 빠르게 말을 이었다.“오후에 있었던 외부의 불필요한 자극으로 인해, 이 대리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곧 업무 효율 저하로 이어지죠. 뇌 회전 효율을 정상 수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인 당분 공급 조치이니 부담 갖지 말고 섭취하십시오.”누가 봐도 오 팀장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루다를 위로하기 위한 선물이었지만, 포장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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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심박수 165 BPM. 스마트 워치의 붉은 경고음이 지하 주차장의 정적을 날카롭게 할퀴고 나서야 태준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써 내려갔다. 몇 번이나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마케팅 본부 최연소 팀장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비효율적인 시간을 보낸 끝에 완성한 문장이었다.[햇살강쥐] : 루다공주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그 상사분은 아마 앞으로도 루다공주님을 완벽하게 지켜줄 겁니다. 그게 그 로봇의 데이터에 입력된 유일한 절대 명령일 테니까요.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태준은 차 문에 머리를 툭 기댔다. 절대 명령이라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도무지 제어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태준은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출근해 이미 듀얼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니, 열중하는 척하고 있었다.루다가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태준의 시선이 아주 찰나 동안 루다의 셔츠 끝자락에 머물렀다 튕겨 나갔다. 루다 역시 어제 보낸 메시지와 당근 케이크의 여운 때문인지 볼이 발그레해진 채 자리에 앉았다.“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루다의 밝은 인사에 태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이 대리, 출근 완료 시간이 평소보다 1분 20초 늦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야근 데이터를 고려해 지각 처리에서는 제외하죠.”말은 차가웠지만 행동은 전혀 딴판이었다. 루다가 가방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켜자, 태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루다에게 다가왔다. 평소라면 파티션 너머로 지시사항을 쏟아냈을 그가 루다의 책상 옆에 우뚝 섰다.“이 대리, 의자의 요추 지지대 각도가 표준에서 15도 틀어져 있습니다. 척추의 피로도는 오후 업무 효율과 반비례하죠. 비효율적인 자세입니다.”태준은 루다가 당황할 틈도 없이 허리를 숙여 루다의 의자 레버를 직접 조절해주었다.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에 그의 셔츠에서 풍기는 정갈한 우디 향이 루다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루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아, 감사합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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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 강태준, 완벽, 성공적?

금호역 3번 출구 지하.퇴근 시간의 번잡한 인파 속에서 루다는 두꺼운 콘크리트 기둥 뒤에 몸을 바짝 숨긴 채, 매의 눈으로 무인 보관함 8번을 노려보고 있었다.‘어디 한 번 봅시다, 강로봇 팀장님. 진짜 나타나기만 해봐라.’굽이 있는 구두 탓에 다리는 아파오고, 지하철역 특유의 서늘한 칼바람이 얇은 카디건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루다의 눈빛만큼은 열화상 카메라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만약 저 보관함 앞에서 익숙한 네이비 수트의 그림자가 얼쩡거린다면, 그건 명백한 빼박 증거였다. ‘비효율’ 운운하던 그 재수 없는 멘트의 주인공이 당근마켓의 천사 ‘햇살강쥐’라는 충격적인 진실!시계는 어느덧 6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안 오나? 내가 헛다리를 짚었나?’루다가 목을 길게 빼고 기둥 너머를 살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툭툭.누군가 루다의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쳤다.“히익!”루다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삼키며 뒤를 홱 돌아보았다. 무인 보관함 쪽이 아니었다. 지하철 개찰구와 이어진 계단 쪽, 그러니까 보관함과는 정반대인 루다의 완벽한 등 뒤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이루다 대리. 퇴근하고 여기서 은밀한 거래라도 있습니까?”완벽하게 각 잡힌 네이비 수트. 서늘하게 번쩍이는 무테안경. 강태준이었다.“티, 팀장님?! 팀장님이 왜 여기서 나오세요?!”루다는 반사적으로 기둥을 등지고 서며 무인 보관함 쪽 시야를 온몸으로 가렸다. 태준은 루다의 당황한 기색을 흥미롭다는 듯 내려다보며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밀어 올렸다.“마침 이 근처 경쟁사 팝업스토어 부지 조사가 있어서 나왔습니다만. 이 대리야말로 이 기둥 뒤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벽과 교감하며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입니까?”“아, 아니요! 저는 그냥… 그, 당근 거래! 아니, 친구!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당황한 나머지 말이 헛나왔다. 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지만, 그는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하지만 저녁 시간에 이런 지하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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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 찰칵, 마음이 머무르는 순간

다음 날 아침, 출근길. 루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호역 3번 출구 무인 보관함 8번 칸 앞을 서성였다. 조심스레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루다의 입에서 절로 작은 탄성이 튀어나왔다.“어? 진짜 있네.”보관함 안에는 어제 넣어둔 낡은 니콘 카메라가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렌즈 겉면에 묻어 있던 찌든 때가 말끔히 닦여 윤기가 났고, 조잡하게 막혀 있던 셔터 부분도 매끄럽게 정비되어 있었다. 루다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올려 눈에 대고 셔터를 눌렀다.찰칵-.경쾌하고 묵직한 아날로그 셔터음이 지하철역의 소음을 뚫고 귓가를 울렸다. 그저 외관만 그럴싸하게 손봐도 다행이라 여겼건만, 완벽한 수리였다.[루다공주] : 햇살강쥐님! 카메라 너무 완벽하게 고쳐졌어요 ㅠㅠ 진짜 금손이십니다! 덕분에 PT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루다는 감격에 겨워 메시지를 남기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회사로 향했다. 이 완벽한 카메라를 고쳐준 사람이 그 차가운 강태준 팀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어젯밤엔 묘하게 허전했지만, 막상 완벽하게 고쳐진 소품을 보니 기획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솟구쳤다.오후 2시, 대회의실. 마케팅 본부장과 1팀, 2팀 팀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성수동 팝업스토어 합동 PT가 시작됐다. 루다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단상에 올랐다.“저희 1팀이 제안하는 팝업스토어의 핵심 테마는 ‘시간이 멈춘 공간’입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콘텐츠에 지친 2030 세대에게, 낡은 필름 카메라를 통해 아날로그적 휴식을 제공하는 체험형 마케팅을 기획했습니다.”루다의 발표가 끝나기도 전, 2팀의 오상수 팀장이 볼펜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끼어들었다.“이루다 대리, 감성은 참 좋은데 기획이 너무 올드한 거 아닌가? 요즘 MZ세대들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팝한 걸 좋아하는데. 낡은 필름 카메라? 흠, 무슨 소꿉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차라리 우리 2팀이 준비한 인기 인플루언서 초청 화보 촬영이나, AR 필터 인증샷 이벤트처럼 확 튀고 트렌디한 기획으로 가야지. 본부장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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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 테토녀 루다

"마케팅 1팀의 기획안 통과와, 강태준 팀장님 그리고 이루다 대리님을 위하여! 건배!"막내 민호의 우렁찬 선창에 맞춰 쨍그랑, 경쾌하게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삼겹살집을 가득 채웠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메인 기획을 따낸 기념으로 열린 마케팅 1팀의 긴급 회식 자리였다. 지글거리는 불판 위로 고소한 기름 냄새가 피어오르고, 오늘만큼은 상사들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이 대리, 오늘 진짜 멋있었어. 그 카메라 찰칵 소리 날 때 내 소름 돋은 거 보여?""맞아요! 강 팀장님 데이터 융단폭격도 장난 아니었죠. 2팀 오 팀장님 얼굴 흙빛 되는 거 진짜 꿀잼이었는데! 두 분 오늘 완전 환상의 콤비셨습니다!"쏟아지는 팀원들의 칭찬 세례에 루다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헤실헤실 웃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지옥 같았던 출근길이 이렇게 완벽한 승리의 회식으로 끝날 줄 누가 알았을까.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평소 주량인 소주 세 잔을 훌쩍 넘겼는데도, 달게 느껴진 술이 자꾸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문제는 루다의 바로 옆자리에, 회식 내내 말없이 고기만 굽고 있는 강태준 팀장이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평소라면 '악마 상사' 옆자리라는 사실만으로도 체했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1도 단위로 불판의 온도를 계산하는 듯한 정교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뒤집는 태준의 옆모습을 볼 때마다, 낮에 회의실에서 보았던 그의 든든한 넓은 등이 떠올라 자꾸만 심장이 간질거렸다."자, 이 대리! 오늘 일등 공신이니까 내가 꽉 채워서 한 잔 따라줄게. 쭉 마셔!"최 대리가 흥에 겨워 루다의 잔에 소주를 콸콸 채우려는 찰나였다."어?"불판의 고기를 뒤집던 태준의 긴 손가락이 불쑥 끼어들더니, 루다의 소주잔을 스윽 가로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최 대리는 엉거주춤하게 소주병을 든 채 굳어버렸고, 회식 테이블에는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태준은 루다의 잔에 찰랑거리던 소주를 자신의 빈 잔에 미련 없이 털어 넣고는 단숨에 삼켜버렸다. 날렵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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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 고장난 악마 강태준

"솔직히 말해봐요. 그 빈티지 카메라 고쳐서 갖다 놓고, 오 팀장님 코 납작하게 만들 데이터까지 밤새 준비하느라... 그래서 못 잔 거 맞잖아요. 그렇죠?"루다의 크고 맑은 눈망울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녀에게 붙잡힌 두 손을 통해, 알딸딸한 취기와 함께 뜨거운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강태준 생애, 아니, 마케팅 본부 최연소 팀장으로서 쌓아온 완벽한 이성적 데이터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루다의 입에서 '카메라'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태준의 뇌는 심각한 블루스크린 상태에 빠졌다.'심부름 앱 기사를 들킨 건가? 아니, 불가능하다. 완벽한 비대면 회수였다.'태준은 갈 곳 잃은 눈동자를 애써 멈춰 세우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흔들리면 끝이었다."이, 이루다 대리. 지금 취기가 심각한 것 같군요."태준은 잡힌 손을 빼내지도 못한 채, 목소리만은 최대한 차갑게 내리깔았다."카메라라니,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제 수면 부족은 오직 2팀의 비논리적인 기획을 반박하기 위해 14시간 동안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물일 뿐입니다.""진짜요?"루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왔다. 은은하게 풍기는 복숭아 향 샴푸 냄새가 태준의 후각을 찌릿하게 만들었다."그럼 팀장님이... 그 천사 같은 '햇살강쥐' 님이 아니라고요?""제가 당근마켓의 개입니까."태준이 정색하며 받아쳤다. 당황한 뇌가 살기 위해 반사적으로 평소의 '악마 상사' 시스템을 가동해 버렸다."상사에게 상당히 불쾌한 비유를 하는군요. 게다가 제가 남의 고장 난 카메라나 무상으로 고쳐주는 한가한 자선사업가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애초에 폐기물에 가까운 소품을 주워 와서 PT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건 이 대리의 명백한 준비 부족입니다. 그걸 누군가 고쳐줬을 거라고 착각하며 실실 웃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순간, 루다의 눈빛이 일게 흔들렸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에 돌아온 건, 얼음장같이 차가운 질책이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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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 태준에겐 리셋 버튼이 없다

밤 11시 30분.적막이 흐르는 태준의 고급 아파트 안,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거실 안쪽 굳게 닫힌 '비밀의 방'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레트로 게임기와 피규어들 사이에서, 태준은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차림으로 모니터 앞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그의 두 손에는 얼마 전 당근마켓에서 직거래로 구한 닌텐도 게임 패드가 들려 있었다."하아..."화면 속 마리오 카트가 또다시 코너를 이탈해 용암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벌써 열세 번째 게임 오버였다. 1그램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 강태준의 레이싱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처참한 실력이었다.머릿속에 자꾸만 가로등 아래서 상처받은 얼굴로 돌아서던 루다의 눈빛이 아른거려, 도무지 화면의 픽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애초에 폐기물에 가까운 소품을 주워 와서 PT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건 이 대리의 명백한 준비 부족입니다.'자신이 방어 기제로 내뱉었던 모진 말이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태준은 게임 패드를 카펫 위에 툭 내려놓고는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손바닥에 닿는 얼굴이 여전히 화끈거렸다.비밀의 방. 이곳은 태준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도피처였다. 아무리 엉망으로 운전해도, 용암에 빠져도, 게임기 본체의 '리셋'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실수를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완벽하게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어릴 적부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던 숨 막히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이 방의 리셋 버튼은 태준에게 유일한 숨통이었다.하지만 현실의 관계는 달랐다. 루다의 맑은 눈동자에 새겨버린 상처는 아무리 후회하고 자책해도 리셋 버튼으로 지울 수 없었다.태준은 멍하니 모니터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팽개쳐두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여전히 루다가 '햇살강쥐'에게 보냈던 해맑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자신에게 상처를 받고 시무룩하게 돌아선 와중에도, 기어코 카메라를 고쳐준 익명의 이웃에게는 감사 인사를 남기는 다정함. 그 무방비한 다정함이 오히려 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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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 여기는 5성급... 병원!?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털썩 주저앉은 루다는 터질 듯한 가슴을 진정시키려 연신 거친 심호흡을 내뱉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져 있을 게 뻔했다.'끌리는 남자? 데이트? 강태준이? 나한테?!'머릿속에서 방금 전 사무실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참사가 무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평소 1그램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그 강로봇이, 전 직원 앞에서 그런 폭탄선언을 하다니.덜컥거리는 심장 소리 사이로 루다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방금 전 다급하게 SOS를 쳤던 '햇살강쥐'의 답장이었다. [햇살강쥐] : 에이, 설마 몰래카메라겠어요. 아마도 루다공주님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용기 낸 걸 거예요. 저라면 오늘 꼭 한번 나가볼 것 같아요!!태준은 화장실로 도망간 루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팀장석에서 무서운 속도로 자판을 두드려 '햇살강쥐' 코스프레를 마쳤다. 자기 자신을 제 입으로 '용기 낸 사람'이라 칭하려니 뒷목이 화끈거렸지만, 지금은 이 방법뿐이었다.루다는 조카의 따뜻한(?) 격려를 확인하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래, 그 완벽주의자 강태준이 전 직원 앞에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그래, 한번 가보자. 가서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확인이라도 하는 거야.'루다는 세면대로 다가가 붉게 달아오른 뺨을 찬물로 연신 어루만진 뒤, 비장한 각오로 화장실 문을 나섰다.사무실은 여전히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루다가 자리로 돌아오자 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모니터에 코를 박았지만, 동기이자 단짝인 최지원 대리는 달랐다.'대.박.사.건'지원은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슥 내밀더니 입 모양으로 눈을 반짝이며 연발했다.그리곤, 지원은 루다에게 사내 메신저를 보냈다.[최지원 대리] : 야, 이루다. 너 지금 얼굴 터지기 직전이거든. 강로봇이 진짜 저렇게 직진할 줄은 몰랐다. 오늘 저녁에 무조건 생중계해라. [최지원 대리] : 알겠냐?![최지원 대리] : 대답루다는 지원의 장난 섞인 응원 덕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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