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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강유영의 말을 들은 진 부인은 곧바로 상황을 깨달았다. 전에는 왜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

"진 가주는 왜 부인에게 저를 이곳까지 데려오라고 한 겁니까?"

강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그녀는 진 부인과 계속 실랑이를 벌일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동안 강유영은 진 부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해 주었다.

진 부인은 참으로 모진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정을 나눴는데 이런 모진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그건…… 영혼 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다……."

진 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진원이 작정하고 입을 막으려 한다면 도망칠 방도가 없었다.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두려움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진 부인은 강유영의 물음에 앞뒤를 잴 여력도 없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 우리 아씨가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 너 같은 건 그냥 가둬두는 게 아니라 갈가리 찢어버려야 해!"

성미가 급한 서유는 진 부인의 말을 듣자마자 욕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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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61화

    창문 쪽에서 다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크게 뜬 채 창문 쪽을 주시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혹시 구하러 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뒤섞였다.창문이 천천히 열리며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곧이어 흐릿한 검은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사내는 날렵한 동작으로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사내는 창문 앞에 가볍게 내려섰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어둠에 익숙해진 강유영은 사내의 형체를 확인한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크고 곧은 체격에 넓은 어깨. 누가 보아도 조원철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는 먼 지방으로 떠난다고 했다. 어떻게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을까?그녀는 헛것을 본 것은 아닌지 눈을 세차게 깜빡였다. 하지만 체형이나 압도적인 분위기를 보나 틀림없는 조원철이었다.강유영은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가 소리 없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서늘한 밤이슬의 기운과 익숙한 감송향이 훅 끼쳤다.조원철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강유영을 내려다볼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캄캄한 어둠 속이라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가녀린 인영과 창백하게 질린 뺨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강유영은 조원철이 경성을 비운 틈을 타 몰래 도망쳤다. 다시는 돌아가지도, 그를 보지도 않을 작정이었다.아무리 성미가 차분한 조원철이라도 이런 기만에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마주하고도 예전처럼 다정하게 대하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흡……."강유영은 진작에 조원철을 알아보았다.벅찬 기쁨과 밀려드는 공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녀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문밖의 하인들이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뒤로 묶인 채였지만 강유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습관처럼 그의 품에 안겼다.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에 뺨이 닿자 익숙한 체향과 함께 차분하고 힘찬 심장 박동이 들려왔다. 옷깃 너머로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모든 감각이 지금 벌어지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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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영은 배가 고팠다. 도망을 치려 해도 체력이 필요했기에 어멈이 떠먹여 주는 대로 밥을 삼켰다."저들에게도 밥을 줍니까?"그녀는 오씨 어멈 일행이 갇힌 방 쪽으로 턱을 까딱였다."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씁니까?"시녀는 귀찮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다시 밥을 한 숟갈 떠먹였다.강유영은 입안의 밥을 삼키고는 어멈을 바라보며 담담히 웃었다."다르지요. 죽더라도 배부른 귀신이 낫지 않겠습니까."속으로는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기댈 곳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 보라고 울겠는가. 어리석게 남의 말만 덥석 믿은 대가였다. 전부 자업자득이었다.예전에 조원철은 진 부인을 자세히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무시하고 무작정 진 부인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제법 재밌는 분이네. 전에 왔던 것들보다 배짱이 훨씬 두둑해."밥을 먹여주던 시녀가 웃음을 터뜨렸다."걱정 마세요. 저들도 밥은 줄 테니. 나중에 산 채로 마님과 함께 묻혀서 저승에서도 마님을 모시게 될 겁니다.""그럼 다행이군요."강유영은 짧게 대답하고 계속 밥을 받아먹으며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전에 왔던 사람들보다 배짱이 두둑하다고?'진 부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 이전에 이미 희생된 여인들이 있었다.게다가 서유 일행을 산 채로 순장시키겠다고 한 것은, 강유영 역시 반드시 죽는다는 뜻이었다.항간의 소문은 전부 가짜였다. 진씨 가문이 선행을 베푼다는 명성은 거짓이었고, 뒤로는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고 있었다.진승엽 한 사람을 위해서만 이럴 리 없었다. 진씨 가문은 겉으로는 장례 사업으로 부를 일궜다지만, 뒤에서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강유영은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쉬세요. 여긴 온종일 사람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으니 헛수고 말고 얌전히 있는 게 고생을 덜하는 길입니다."시녀는 빈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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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058화

    강유영의 말을 들은 진 부인은 곧바로 상황을 깨달았다. 전에는 왜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진 가주는 왜 부인에게 저를 이곳까지 데려오라고 한 겁니까?"강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그녀는 진 부인과 계속 실랑이를 벌일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그동안 강유영은 진 부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해 주었다. 진 부인은 참으로 모진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정을 나눴는데 이런 모진 짓을 할 줄은 몰랐다."그건…… 영혼 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다……."진 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진원이 작정하고 입을 막으려 한다면 도망칠 방도가 없었다.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두려움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진 부인은 강유영의 물음에 앞뒤를 잴 여력도 없어 사실을 털어놓았다."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 우리 아씨가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 너 같은 건 그냥 가둬두는 게 아니라 갈가리 찢어버려야 해!"성미가 급한 서유는 진 부인의 말을 듣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전부 한씨 짓이야, 그 여자가 억지로 시킨 일이라고……."진 부인이 울며 변명했다."누구와 영혼 혼례를 치른다는 겁니까?"강유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영혼 혼례.강유영도 예전에 책에서 그런 풍습을 본 적이 있었다.이미 세상을 떠난, 생전에 혼인하지 못한 남녀를 합장하고 혼례를 올려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산 사람을 상대로 영혼결혼식을 치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애초에 한씨가 수고를 들여 병주까지 사람을 보내 혼처를 구해주었을 리는 없었다.알고 보니 이런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진 가주의 아들, 진승엽이다."진 부인이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네 머리에 꽂힌 장신구들이 바로 그 집안에서 보낸 예물이야. 네가 열 번째다……."말을 꺼낸 진 부인은 온몸을 떨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열 번째라니요?"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강유영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그녀는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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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뒤에서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강유영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밖에서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머지 일행은 옆 방에 갇힌 듯했다.강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침착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그녀는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이곳은 화려하게 꾸며진 신방이었다.탁자 위에는 용과 봉황 무늬가 새겨진 촛대가 놓여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다과도 모두 짝수를 맞춰 차려져 있었다. 방 안 가득 붉은 천이 걸려 있었고, 곳곳에 혼례를 축하하는 글자가 반듯하게 붙어 있었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 부인은 그녀를 속여 이곳으로 데려와 누군가와 강제로 혼인시키려는 걸까?하지만 이렇게 강제로 혼례를 치른다 한들, 나중에 도망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 걸까. 일이 그렇게 단순할 리 없었다.강유영은 신방 안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왠지 모르게 방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답답한 기운이 맴돌았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아씨, 무사하십니까?"옆방에서 서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괜찮다. 너희는 어떠냐?"강유영은 동쪽 곁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서유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저희는 모두 무사합니다. 아씨,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청란이 밖으로 나갔으니 별일 없을 것입니다."서유는 서둘러 강유영을 안심시켰다."알아. 어멈을 잘 보살펴다오."강유영이 당부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겁을 먹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날 내보내 줘! 왜 내게 이러는 것이냐! 사람을 잘못 봤어…… 이건 뭔가 잘못됐어……!"서쪽 방에서 진 부인의 외침이 들려왔다.강유영은 그 소리를 듣고도 나서서 말리지 않고 의자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진 부인이 이토록 치밀하게 그녀를 해치려 한 것은 한씨의 사주 때문이라지만, 진 부인 역시 억울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실컷 울고불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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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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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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