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는 분명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겠노라 약조했다.헌데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에도 그녀를 위해 화를 내주기는커녕, 강왕에게 시집을 가라니?어떻게 사람이 저리도 매정할 수가 있을까?"다들 왜 나만 쳐다보는가? 자네들이 입을 다문다 한들, 내 입은 가벼워서 비밀을 못 지키네."서준은 다시 한번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조원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세자의 누이가 운이 좋은 거지. 우리 숙부님께서 정실을 잃고 아직 후비를 들이지 않으셨으니, 마침 잘 된 일 아닌가. 이 혼사를 맺으면 진정한 황실의 외척이 되는 것이니, 진국공부에서 설마 이 혼처를 마다하지는 않겠지?"그는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조원철에게 강왕 같은 매제를 안겨준다면, 진국공부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두고두고 속을 썩일 터였다.조원철을 평생토록 찝찝하게 괴롭히기에 충분했다.그는 생각만으로도 좋은지 당장이라도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릴 기세였다.강유영은 맑은 눈동자를 굴리며 방 안의 상황을 살폈다. 그러고 이내 사건의 내막을 깨달았다.이 일은 분명 서준이 치밀하게 꾸민 짓이었다.서준이 저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만약 서준이 오늘 일을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약조한다면, 조연화와 강왕 사이의 일은 아무도 모르게 묻힐 것이다. 조연화가 굳이 강왕에게 시집갈 이유도 없었다.허나 서준이 저리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기어이 조연화를 강왕에게 넘기겠다는 뜻이었다.그렇다면 서준은 처음 조연화와 혼인하겠다고 약조했을 때부터 이미 이럴 작정이었던 걸까.참으로 지독한 사내였다.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조연화를 보며 마음 한구석에 일말의 동정심이 일었다.강왕 같은 자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면 누구라도 불쌍히 여길 만했다.허나 그간 조연화가 제게 저지른 악행들을 떠올리자, 약간의 연민마저 싹 가라앉았다.그녀가 강인하게 버티지 않았다면 진작에 한씨 모녀에게 시달려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를 불쌍히 여겨준 자가 과연 있었던가."안 돼, 싫습
강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침상에서 옷섶을 여미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그는 헝클어진 옷자락을 추스르며 푸르죽죽한 얼굴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방금 전 자신이 건드린 여인이 다름 아닌 조원철의 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분명 서준은 이 여인을 왕비로 맞이하겠다 하지 않았던가. 헌데 어찌 자신을 이 여인의 방으로 들여보냈을까?그는 뭐라 변명하려 했으나 어디서부터 입을 떼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오해, 오해네. 이건 오해야...."그는 고개를 들어 조원철의 서늘한 눈빛과 마주치자 바들바들 떨며 애써 해명하려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 상황을 어찌 수습한단 말인가.그때 곁눈질로 여유로운 표정의 서준이 눈에 들어오자, 번뜩 정신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소리쳤다."서왕,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내게 절세가인을 준비해 두었다더니, 어찌 조 소저가 여기 있단 말이냐!"조원철은 그의 치부를 너무나도 많이 쥐고 있는 자였다. 당장 납득할 만한 변명을 내놓지 못하면 조원철은 결코 이를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숙부님, 제가 분명 옆 객원으로 가시라 일렀거늘,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서준은 순식간에 서늘해진 얼굴로 능청스레 따져 물었다."여, 옆 객원이라니...."강왕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그, 그럼 내가 방을 잘못 찾았나 보네... 술기운에 그만 몹쓸 실수를 했어, 내가...."그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힐끗힐끗 조원철의 눈치를 살폈다. 비대한 몸집이 부들부들 떨렸다.분명 서준이 사람을 시켜 그를 이 방으로 데려온 것이 틀림없었다. 허나 서준 역시 그가 감히 함부로 원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끝났다. 이번에는 정말 끝장이다!조원철은 시선을 돌려 조연화를 바라보았다.조연화는 한씨의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떨며 작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한씨는 이미 자신의 겉옷을 벗어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딸을 단단히 감싸주었다.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조원철을 보며 절규했다."원철아, 네가 동생을 대신해 기어이 죗값을
"누구냐!"그녀는 맹렬한 불안감에 휩싸여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 쳤다.눈앞의 사내는 결코 서준이 아니었다.허나 상대는 그녀가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 뜨겁고 두툼한 솥뚜껑 같은 손이 가녀린 손목을 왈칵 낚아채더니, 거칠게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 악력이 어찌나 센지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이거 놔! 사람 살려!"몽롱했던 술기운이 단숨에 달아난 조연화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아니야,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내숭은. 방금 전에는 나더러 '전하'라 부르지 않았더냐. 많이 기다렸지, 예쁜아...."사내는 단숨에 그녀를 침상 위로 짓눌렀다. 두꺼운 손으로 입을 억세게 틀어막고는 귓가에 입술을 바싹 들이밀었다.술 냄새와 역겨운 향내가 뒤섞인 숨결이 귓가를 덮쳤고, 끈적하고 징그러운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강왕!강왕이었다!그의 목소리를 알아챈 조연화는 극심한 공포에 질렸다. 속으로 비명이 터졌지만 입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상대가 강왕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구역질조차 사치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차라리 무공이라도 조금 익혀둘 것을. 이리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뼈에 사무치도록 원망스러웠다."어디서 정숙한 척을…."강왕은 자비가 없었다. 그는 더러운 입술로 그녀의 뺨과 목덜미를 미친 듯이 탐하며, 닿는 곳마다 마구잡이로 입을 맞추고 거친 손길로 옷자락을 북북 찢어댔다.거칠고 억센 수염 자국이 연약한 살갗을 긁고 지나갔다. 그 소름 끼치는 끔찍한 감촉이 그녀의 공포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다.한편, 강유영은 등불을 든 채 조원철 일행의 뒤를 따라 객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조원철의 걸음이 워낙 빨라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해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다."자, 이곳이 셋째 아씨가 쉬고 있는 객원이네."서준이 안뜰의 문을 밀어 열었다.조원철은 묵묵히 그를 따라 들어갔다.한씨 역시 오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가장 뒤에서 묵묵히 걷던 강유영은, 방문 앞에
서왕부 서측에 자리한 객원.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곳이었으나, 방 안은 규수들의 안방처럼 아름답고 단정하게 꾸며져 있었다. 푹신한 탑상과 화장대, 안락의자 등 없는 것이 없었다.방 안에는 촛불 하나만 덩그러니 켜져 있어, 그 주변만 어스름하게 밝히고 있었다.조연화는 술기운이 올라 두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몽롱한 기색이 오히려 그녀의 미색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비단이 깔린 탑상에 앉은 그녀는 시선을 내리깐 채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허리춤에 늘어진 노리개 술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고, 귓바퀴부터 뺨까지 온통 화끈거렸다.이 객실은 서준이 그들을 위해 손수 마련한 연극 무대였다.그는 조연화에게 먼저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일렀다. 때가 되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찾아와 잠시 함께 머물겠다고 했다.그러고는 밖의 상황을 완벽하게 안배한 뒤, 그녀를 데리고 방문을 나서며 때마침 밖을 지나던 신분 높은 빈객들과 마주치게 할 작정이었다.가장 좋은 것은 오라비인 조원철과 마주치는 것이었다.매사 예법을 중시하고 누이의 평판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오라비였다. 그녀가 서준과 단둘이 한 방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다면, 속으로는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결국 이 혼사를 고개 끄덕여 승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녀는 서준이 다가와 함께 연극을 꾸미자며 속삭이던 때를 떠올렸다. 가슴이 마구 뛰고, 수줍으면서도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한참을 앉아 있었으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기다림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문득 이 일을 벌인 뒤의 후폭풍이 떠올랐다. 그토록 엄한 오라버니가 가법을 앞세워 징벌을 내리지는 않을까. 밖의 귀부인들과 귀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훗날 그녀를 볼 때마다 수군거리며 손가락질을 해댈 것은 뻔했다.생각이 꼬리를 물자 얼굴이 더욱 뜨거워지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허나 곧이어 서준에게 시집가 서왕비가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찬란한 부귀영화를 누군들 거절할 수 있겠는가마음
그제야 그녀는 조연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맑은 두 눈에 옅은 의혹이 스쳤다.조연화는 서준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이런 자리에서 그녀가 먼저 자리를 뜰 리가 없었다.설마 어디 불편한 것일까? 아니면 술이 과했던 걸까.조연화는 적녀였다. 적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교양은 있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마음에 둔 사내의 저택에 손님으로 온 참이었다. 이리 앞뒤를 분간하지 못할 리 없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냈다.'관두자. 조연화가 어찌 되든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어머니, 연화는 어디로 갔습니까."조원철은 몸을 숙여 한씨에게 술을 따르며 낮게 물었다."연화가 술을 몇 잔 마시더니 어지럽다 하더구나. 객원으로 쉬러 갔다."한씨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기분이 퍽 좋은 듯했다.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누가 그러라고 시켰습니까."조원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서왕 전하께서 사람을 시켜 부축해 주셨다."한씨는 주위를 쓱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이번에는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구나. 서왕 전하께서 연화에게 어찌나 마음을 쓰시는지…."그녀는 이 기회에 혼사를 승낙하라고 조원철을 설득할 참이었다. 서준이 조연화에게 잘해주는 것을 직접 보고 나니 마음이 놓인 것이다."어머니, 당장 연화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가십시오."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싹둑 잘르고는 싸늘한 곁눈질로 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원철아, 넌 서왕 전하께 무슨 선입견이라도 있는 게냐."한씨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연회가 파하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이리 서둘러 데려가면, 서왕 전하께서 어찌 생각하시겠느냐."그녀는 이 혼사를 밀어붙이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상태였다.황성에는 귀족 가문의 여식이 차고 넘쳤지만 황제의 아들은 몇 되지 않았다. 아무나 왕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두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반드시 딸아이에게 이 기회를 꽉 잡게
조원철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손을 맞잡았다.그녀의 손끝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식은땀이 밴 손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단단히 놀란 모양이었다."많이 무서웠느."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제 손안에 감싸 쥐며 나직하게 물었다.강유영은 그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간신히 억눌러두었던 공포와 두려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본래 겁이 많은 성정이었다. 오늘 벌인 짓은 겉보기엔 대담했으나 실상은 벼랑 끝에 몰려 튀어나온 객기였다. 단비가 강왕에게 능욕당하는 꼴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다정한 질문 한마디에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북받쳤다. 기어이 굵은 눈물방울이 걷잡을 수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조원철은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유영은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두 손으로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주었다. 그녀는 조원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짐승처럼 작은 소리로 흐느꼈다. 가녀린 몸뚱이가 파르르 떨렸다.정말 무서웠다. "이제 괜찮다."조원철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녀를 제 품 안에 온전히 가두었다.그의 턱끝이 그녀의 정수리에 가볍게 닿았다. 너른 손으로 가녀린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거듭 그녀를 다독였다.강유영은 그의 품에 바싹 안긴 채 한참 동안이나 눈물을 쏟았다."내가 있지 않느냐. 강왕은 감히 네게 앙갚음하지 못할 것이다. 네 곁의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테지. 그러니 뚝 그치거라."조원철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운 음성이었다.강유영의 가슴속을 휘젓던 불안과 두려움은 그의 위로에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녀는 진심을 담아 속삭였다.조원철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 쥐었다.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으로 젖은 눈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